1. 어제 저녁... 청주 예술문화회관 2층에서는 전국 각지의 애란인들이 전시회에 출품한 기 백분의 난이 자웅을 겨루었습니다. 전국 각지의 애란인들이 지난 1년간 애지중지 얘배하던 난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을 뽑아 달라고 아양을 떠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6시가 되어 퇴근을 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갔음에도 6시부터 시작한 심사가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출품된 난들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대상'이 결정이 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상'이란 상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상인지라 '대상'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심사가 다 끝났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대상은 '복륜소심'이 차지하였고, 끝까지 이것과 자웅을 겨루던 '홍화소심'은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2. 저도 몇 분을 출품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은근히 기대를 가졌던 꽃은 '빨강꽃'이었습니다. 꽃대를 3대나 달았고 잎장이나 여러가지 상태도 최상이었기에 당연한 기대라고 할 수 있었지요...그런데 결과는 '꽝' 이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근무를 하는지라 난실에 위탁배양을 부탁을 했었는데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것입니다.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는 말은 꽃은 다 피었는데 '꽃대'를 올리지 못해 바닥에 붙은것 같아서 소위 관상미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으며, 겸하여 적어도 전시회에 출품을 하려면 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난분이 아니라 전시용 난분으로 갈아줘서 남들이 보기에 좋도록 해야 함에도 키우던 그대로 출품을 하다보니 지저분 하고 흙탕물이 튀겨 말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아파트에서 키우던 나이었는데 제가 집을 떠나 있었기에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없어 난실에 위탁배양을 했었는데...아마 난실 주인도 자기 난을 돌보듯 하였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제대로 꽃대를 올리지 못했던것 같았습니다.
3. 속으로는 내심 기대를 가졌었고, 수시로 '꽃대'의 상황이 어떤가를 전화로 물어보았었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꽃대가 올라왔으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제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여 전시회에 출품된 제 난을 보니 조금은 너무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빵강꽃'은 앵두같은 색으로 이쁘게도 피어 있었습니다. 제가 허탈한 마음을 달래려고 난분을 들고 어느 정도의 '화형'과 '색'인가를 살펴보는데 심사를 맡아보셨던 많은 분들이 제게 와서 하시는 말씀이 "꽃은 참 좋은데 꽃대가 안올라 왔고, 배양분에 그대로 내는 바람에 아깝게 수상권에서 멀어졌다", "홍화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을 난초다", "명명(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해서 잘 키우면 아주 좋을 꽃이다"...등등 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참 좋은 난으로 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전시 준비가 부족했다"...였습니다. 그 말씀들이 그나마 제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고, 제 난을 제가 관리를 하지 못했음에도 잠시라도 위탁 배양을 맡았던 난실 주인을 원망했던 일이 부끄러워지게 되었습니다.
4. 그나마 더욱 다행스럽고 위안이 되는것은 꽃이 워낙 좋은지라 두 개의 난 잡지에서도 수상외의 난초임에도 잡지에 넣기 위해 사진을 펑펑 찍어갔습니다. 뭐...말씀 드리자면 그만큼 좋다는 제 자랑입니다. 하여간 다음달 난 잡지에 제 난 사진이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이제 난들은 정말로 자기의 난 처럼 잘 길러주는 분이 운영하는 난실로 옮기고 있으니 이번 한해를 또 열심히 배양하여 더 좋은 모습으로 전시회에 출품을 하라는 충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될것 같습니다. "난"이라는 식물을 "기다림의 미"라고 하는 이유가 1년이라는 세월을 지극 정성으로 돌 보아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붙여지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꽃꽂이처럼 어떤 재료를 이용하여 만드는 작품은 기왕에 마련된 재료에 작가의 창작성이 듬뿍 담겨있다고 하나 난이란 열심히 기르지 않으면 결과는 늘 "꽝"으로 1년 농사를 헛 짓게 되는 것이랍니다.
5. 이번 난 전시회는 청주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늘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3월 12일~ 3월 14일 까지입니다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벼운 봄나들이를 다녀 오시면 좋으실 겁니다. 저도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분갈이도 하고, 또 오래된 난석은 바꿔도 주면서 주인의 사랑이 듬뿍 담긴 난 배양 체제로 접어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정말로 자랑스럽게....제가 잘 길러서 이쁜 꽃을 피웠고, 그 결과 이러이러한 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이곳에다 자랑하렵니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