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통사고를 당했다
쉽게 말해 받히다..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무거운 출력물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곳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잠을 못자 정신이 비몽사몽..) 택시를 잡고 한 10분 달렸을까..
왼쪽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 차안에 있는 부부로 보이는 운전자들은 고개를 돌리고 수다를 떠느라 정
신이 없었다.쉽게 말해 전방주시 태만을 한 것..
난 어어~~ 하면서 받칠 것을 예상하고 택시 안의 손잡이를 부여잡았고..
불과 몇초 후 꽝~ 그 수다맨의 차는 내가 타고 있는 차의 옆구리를 들이 받았다.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핸들을 잡은 기사아저씨는 놀랬고 수다 떠느라
정신 없었던 가해자 부부도 상당히 놀란 표정...
일단은 차를 주차시키고 차를 살피는 기사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아무리
봐도 다른 차로 갈아 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유는 가해를 한 양반이 반대편에 차를 세우고 전혀 걱정스러운 표정이 아닌
오히려 재수 옴붙었다는 표정으로 뭐를 씹은 듯한 얼굴로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 오는 것이 보였다. 가해자 얼굴표정을 보니 현장에서의 합의는 물 건너
갔다는 판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재빨리 내려서 다른 차를 잡아야 겠다고 기사 아저씨에게 말했고 오히려 기
사 아저씨는 어디 다치진 않았냐고 걱정해 주시더라는..

사고현장에서 좀 떨어져 다른 택시를 찾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고현장
쪽에서 고성이 들리기 사작했다. 예상했던대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가해 남자의 큰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 졌습니다.

바쁘기도 하지만 그냥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 싶어 그쪽으로 가서 기사 아저
씨에게 말을 건냈다.

`아저씨 아까 사고 날때 제가 타고 있어서 다 봤거든요.. 저 아저씨 옆에
여자분하고 수다 떠시느라 전방 주시 태만했던것도 봤거든요.. 혹시라도
오리발 내밀지도 모르니까 제 명함 여기 있으니까요.
무슨일 있으면 연락해주세요...제가 증인 이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사고를 낸 그 양반에게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이 해서 시뻘겋게
충혈된 눈동자로 한 3초 째려봐주고 조용히 사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수월하게 다른 택시를 잡고 도면을 납품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아까 사고난 택시기사 아저씨... 그때 명함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는....
끼어들어 명함 내밀고 증인 되어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 사고낸 양반은 목소리
죽이면서 보험처리하고 손배상 해주겠다고 꼬리 내렸다고 하더라..
혹시라도 어디 몸 불편하면 지체하지 말고 연락하라는 말을 듣고 통화를 끝냈다.

손목도 안좋고 발목도 안좋고 정신도 몽롱한데...
확....이기회에 드러누워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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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많이 놀라셨겠어요. 정말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니 참...

Mephistopheles 2006-04-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많아요...목소리 크면 이기는 줄 아는 단세포들이요...^^

stella.K 2006-04-17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군요. 3초간 째려보았다니...ㅋㅋ

sayonara 2006-04-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도 명함을 날리는군요.
저는 첫운전때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애매한 시츄에이션으로 접촉사고가 났는데, 상대방이 무조건 내 과실이라고 명함 날리면서 연락달라고 하더라구요. 완전 구겨진 내 옵티X는 10만원 견적나왔는데, 긁히기만 한 엑센X가 25만원 나왔다고 우겨대는 통에... 지금같으면 어림도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때라 고스란히 입금해줬다는...
그때 받은 명함을 보니 현X카드 영업소장이던데... 그걸 보고 열받아서 괜히 잘 쓰던 현X카드만 해지해버리고 한참동안이나 속을 삭였다는, 전설 속의 슬픈 이야기가...
메피스토님처럼 저도 명함과 교통사고에 얽힌 아스라한 추억이었습니다. ㅋㅋㅋ

마태우스 2006-04-1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멋지십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진실이 약이죠. 추천합니다.

하늘바람 2006-04-1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사람이군요.

Mephistopheles 2006-04-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사실 째려본 건 아니고 그냥 어떻게 생겼나 쳐다 봤습니다..
집에 와서 제 몰골을 거울로 확인하고 나서 뭘 쳐다 봐도 다 째려보는 걸로 느껴졌을 꺼라 생각이 들더군요..^^
사요나라님// 그 사람 명함엔 영업소장이라고 써있었겠지만 사실은 협작꾼 사기꾼이라는 직함이 더 어울릴 듯 하네요..^^
마태님// 진실이 약 맞습니다.. 그래도 박박 우기는 사람들은 구제불능이라고 생각되요..
하늘바람님// 택시 기사 아저씨 멋진 분이셨습니다....키득키득..^^(감사합니다)

paviana 2006-04-1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길로 병원가서 들어누으셨어야지요..떡본김에 제사지낸다는 옛말도 있는데...가마 보면 메피님은 이름이랑 정 반대되는 행동만 하시네요..ㅎㅎ 불량악마라고나 할까 ㅋㅋ

2006-04-17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4-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결정적일때 큰거 하나 터트릴려고 악은 존재하지도 모릅니다...ㅋㅋㅋ
누워버리까...아직도 고민중입니다..ㅋㅋ
속삭이신 분// 역시 국문법은 너무 어려워요.^^ 덕분에 좋은 공부했습니다..^^

로드무비 2006-04-1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시원하네요. 명쾌한 결말에.
박수, 짝짝짝~~
복 받으실 겁니더.^^

Mephistopheles 2006-04-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입니다...로...작가님..^^ (싸인 언제 해줄 껍니까~!)

날개 2006-04-17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괜찮으신 겁니까?
그래도 교통사곤데.. 혹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여하튼 잘하셨습니다...^^

조선인 2006-04-1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월화수목금금금의 인생을 사시면서 이런 황금기회를 놓치시다뇨. 병원 가서 쇼는 안 할 지라도, 반차 아닌 조퇴 정도는 하는 센스가 있으셔야죠!!! ㅋㅋㅋ

야클 2006-04-18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진 머슴인데요? ^^

세실 2006-04-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만하길 다행이십니다. 역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메피님 멋져요~~~

Mephistopheles 2006-04-1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그럼요..크게 난 사고가 아니다 보니....^^
조선인님// 저기...일요일날 일어난 사고라 조퇴나 반차의 에누리가 없더군요..ㅋㅋ
야클님// 오우~ 멋쟁이 야클님이시네요..^^ 요즘도 바쁘신가요..^^
세실님// 아니요...세실님...사고낸 사람이 깍두기 스타일이였으면 모른척 했을 껍니다..ㅋㅋ

조선인 2006-04-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이 아니라 세번째 금요일이었겠죠. =3=3=3

ceylontea 2006-04-1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쳐다 봐도 다 째려보는 걸로 느껴졌을 꺼라 생각이 들더군요..^^ ' 이 댓글에 추천을~~!! 으흐흐...
괜찮으신 것 맞아요? 그래도 병원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
저랑 같이 일하는 차장님도 경미한 교통사고가 있어 병원에 갔었는데.. 목의 6,7번째 뼈가 약간 튀어나와 디스크를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받아오셨더군요.. 중요한 것은 교통사고와는 관련이 없다라는 거였답니다..--;
원래 교통사고는시간이 지나면 후유증이 나타나는 관계로... 오늘이라도 이상타하고 좀 누워계심이... ^^

Mephistopheles 2006-04-1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사형 미오요~~ 미오~~~
실론티님// 오늘 회식입니다..회식 끝나고 누워버리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ㅋㅋ

진주 2006-04-1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을 것 같습니다.
뭘 봐도 째려보는 눈을 가지신 분이 당당하게 명함 내밀고 사라지는 모습이요~=3=3=3

Mephistopheles 2006-04-1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만 짧게 밀었으면....깍두기...풍...이였을 껍니다..ㅋㅋ ^^

비로그인 2006-04-2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명함의 위력이 아니라.. 모습의 위력이라 사료되옵니다만...ㅎ

Mephistopheles 2006-04-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습의 위력이 아니라 잠을 못잔 끔찍한 몰골 때문이라고 생각 됩니다..ㅋㅋ

비로그인 2006-04-2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런가요?

"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