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결정된 출장덕분에 오늘 출근은 서울역으로 하게 되었다.
가야 할 필요성이나 연관성이 없는 출장길이였으나 갑 사무실 담당의 다급한 SOS 요청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게 된 출장이였다. 그나마 출장경비는 전부 그 쪽에서 제공하였기에 금전적인 부담은 덜했다.
10시 10분발 KTX를 타기위해 여유시간을 잡고 서울역으로 향했고, 길이 좀 막혔으나 9시 45분쯤에는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난히 맑은 날씨에 약간 쌀쌀하지만 지저분한 도심 한복판에는 제법 상큼하며 차가운 공기냄새를 느꼈으나 그것도 잠시.. 오늘부터 본격 시작되는 선거유세의 소음공해와 시각공해에 순식간에 불쾌해지기 시작한다.
시퍼런 잠바떼기와 모자떼기를 걸친 인간들은 마치 조직폭력배들마냥 광장을 무리를 지어 몰려 다녔고 곧이어 내 귀에는 마치 2차 세계대전 발발 전 독일에서 들렸을 "하이 히틀러"와 비슷한 집단최면적인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특정후보의 이름이 파란 하늘을 찢어놨고 서늘했던 대기를 텁텁하고 혼탁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갑 사무실 담당자는 황당하게도 10시가 다 되었는데도 아직 출발조차 못했다고 하니 나는 보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놈의 선가판 유세를 목격하게 되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쳐간다.
편가르기와 헛소리로 한 방 얻어맞고 상하이로 도망가셨던 정치하시던 양반은 언제 귀국했는지 목에 빳빳하게 철심을 받고 서울역 대합실을 활보하신다.
뭔 일만 생기면 미국으로 달려가 대단한 척을 하시고 폭탄주 파동이 있은 후 웃기지도 않게 기자회견장에서 모든 문제를 폭탄주로 돌려버리는 어이상실 발언과 망치로 술잔을 깨는 쌩쑈를 하셨던 양반은 여전히 머리에 기름 덕지 바르고 유세장을 싸돌아 다닌다.
전원일기 김회장댁 둘째아들은 프로레슬러 링 아나운서 마냥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다.
그 외 이른 아침에도 자신의 모든 본업을 팽개치고 유세장에 나타난 스포츠스타와 연예인들..
잠시 후 자꾸만 마를린 맨슨이 생각나는 그 분이 마치 사이비교주마냥 사람들을 가르고 연단에 올라선다. 더더욱 높아지는 광적인 퍼런 광성..
선거판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더더욱 정치하는 인간들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나간다.
하필 내가 탄 열차에 같이 타버린 퍼런 무리들 덕분에 나는 대전역 플렛폼에서 똑같은 꼴을 목격하게 되버린다. 역을 빠져나오니 대전역 앞 광장에서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대통령 후보 하나가 유세를 하고 있다.
20여일 동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집단적인 광견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뱀꼬리1 : 이런 십장생 포탈 간판에도 선거광고냐.. 달리고 또 달리고..?? 미안하지만 난 당신하고 달릴 맘이 없다규~~ 그리고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더라..
뱀꼬리2 : 대체 펑크를 한다는 노브레인 대표곡 "넌 내게 반했어"가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정당의 로고송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냐..?? 이런...펑크도 사이비가 있더냐.?
뱀꼬리3 : 서울역 여기저기 걸린 대형 LCD 광고 10개를 보는 동안 삼성관련 광고는 6개 이상....
긴급수정 : "넌 내게 반했어"는 크라잉 넛이 아닌 노 브레인의 곡입니다. 제가 잠깐 착각했었나봅니다. 지적해주신 네꼬님께는 감사의 맘으로 술 석잔이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