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시작 (KJ님의 '위기의 시작'에 이어)
부리, 팬더, 새초롬너구리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시기에 서울의 젖줄 한강에선 모종의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평소 한강에 위치한 경찰 초소에 근무 중인 네꼬와 다락방은 오늘도 무료한 일상에 지친 나머지 걸쭉한 침을 바닥까지 흘리며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놀란 두 사람은 동시에 발작적으로 벌떡 일어났고 보다 전화기 쪽에 가깝게 있던 네꼬가 수화기를 번쩍 집어 들었다.
"냐옹~(여보세요)"
잠이 덜 깬 네꼬는 그만 자신의 고향언어를 발설하는 실수를 저질렀으나 아직 잠에서 덜 깬 다락방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네꼬의 정체 : http://blog.aladin.co.kr/mephisto/1255802 )
"예 한강초소 제 3초소 경사 네꼬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잠시 침묵 후 들려오는 자동응답 목소리...
"안녕하세요 검찰청 강력3반 KJ형사입니다. 귀하의 신용정보가 외국의 범조조직에 유출이 되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으시면 1번을 눌러 주세요..뚜우.."
허무한 표정의 네꼬는 1을 누르는 걸 무시하고 전화기를 내던져버렸다.
"이 자식이 누굴 호구로 알고...씨익씨익...!"
네꼬는 약 한달 전 이와 같은 전화로 인해 계좌안에 있는 잔고는 물론이고 갯돈까지 몽땅 날렸던 쓰라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런 그에게 똑같은 사기전화가 왔으니 흥분은 극에 달하였다. 그제서야 잠이 깬 다락방은 입가의 침을 닦으며 네꼬를 흐리멍텅하게 쳐다 봤다.
"그렇다고 전화기를 팽개치면....이건 누가 고치냐...나 이거 참"
땅바닥에 널부러진 전화기를 다시 정리하는 다락방은 전화기를 원래 위치에 돌려놓자마자 그 전화기는 사납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네 한강초소 제 3초소 경장 다락방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수화기 너머의 사내는 헐떡거리면서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음란전화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던 다락방은 재빨리 번호추적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러나 쓸데없는 기우였고 전화기 너머 사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저저저...전.. 정...아무개라고 합니다...하하하하..한강에..괴물이..괴물이 나타났어요!! 아악 지금 나에게 달려오고 있어요..살려주세요!!"
심호흡을 한 다락방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익명의 신고전화는 저희 경찰에서는 신고처리 하지 않습니다..뚝"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면 전화기를 내려논 다락방은 다시 노곤한 낮잠을 청할려고 했지만 또다시
전화기는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신경질적으로 받아든 다락방은 다소 딱딱한 목소리로 응대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사내의 목소리는 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현동 중화반점 번개배달 정춘삼입니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어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정아무개의 본명에 대한 여론조사 : http://blog.aladin.co.kr/mephisto/1473275 )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다락방은 곧 중앙본부에 사태를 전달하고 무장을 한 후 네꼬와 함께
황급히 사고지점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뛰어온 네꼬와 다락방의 눈에는 황당한 모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분명 괴물의 출현을 증명하듯 주차장의 차들은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여기저기 파괴의 흔적이
비춰주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이 처리해야 할 괴물은 주차장 한가운데 큰 대자로 뻗어서 개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어까고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였다. 순식간에 허무해지는 두 경찰은 먼저 신고자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아무개를 찾은 그들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기 시작했다.
(정아무개 녹취록)
그러니까요 그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어요...괴물이 저기 저기 잠수교의 3번째 교량에서 솟아 오르면서 고수부지로 접근하기 시작했어요..정말 끔찍했죠..도망가고 싶어도 얼마나 무서웠으면 도망치지도 못하고 있었거든요..근데 그 괴물이 진행하는 방향 정면에 왠 남자가 상당히 우울한 표정으로 왼손에 주먹을 쥐고 오른손엔 소주를 들고 앉아 있었어요..그 사람 참 대단하더라고요 괴물이 바로 자기에게로 접근하는데도 꿈쩍도 않고... 그와 괴물의 거리는 대략 15미터정도였었거든요 그런데 그 남자 이번엔 태연하게 핸드폰까지 받는 거에요..그리 긴시간을 통화하진 않았어요.괴물은 이미 그의 5미터 전방까지 도달했었고요. 그때 통화를 끝낸 그 사내가 입안가득 상큼한 썩소를 날리면서 주먹을 쥐고 있던 왼손의 내용물을 괴물에게 확 뿌리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거였어요..뭔지 모를 점점히 작은 알갱이들은 남김없이 괴물의 입속으로 들어갔고요.. 그리고 육지에 상륙한 괴물은 이와같은 난동을 부리더니 갑자기 할딱할딱 헉헉헉 혼자서 마구 흥분하더니 저렇게 주차장 한가운데 대자로 뻗어서 저 모양이 되버린 거였어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네꼬와 다락방은 바로 강력반에 전화를 넣었고 곧 담당형사가 도착하기에이르렀다. 신속하게 폴리스라인이 설정되었고 괴물의 사체는 국립과학연구소에 보내졌고 신속한 해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괴물의 사인은 조기흥분 발작증이였으며 이로인해 괴물 신체의 특정부분에 과다하게 혈액이 쏠려 결국은 심장의 무리가 가면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졌다. 허나 괴물의 뱃속에서 발견된 채 소화가 안된 알약이 국립과학연구소를 놀라게 만들어줬다.
괴물의 뱃속에서 발견된 알약은 파란색의 마름모꼴로 v로 시작하는 알약이였다.
부리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야클이 결혼준비와 첫날밤의 설레임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의학계에 몸담고 있는 가까운 벗인 마태우스의 도움을 받아 수면제 100알을 받아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를 몰래 훔쳐 낸 부리..하지만 야클이 마태우스를 통해 받은 약은 수면제가 아닌 신혼생활 24시간 풀가동을 위해 준비했던 그 파란색의 마름모꼴 v자로 시작하는 알약이였던 것이다.. 자꾸 물어보는 부리에게 적당하게 둘러댔던 것....
부리...정말 큰일 날뻔 했다..
에필로그 : 100알의 v로 시작하는 알약은 사실 모두 괴물의 뱃속으로 들어가진 않았다고 한다. 두알의 그 알약은 한강에 떨어져 흘러내려가 건너편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다 넘어지면서 한강물을 잔뜩 먹은 아프락삭스의 입속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삼일 후 알라딘에 접속하는 아프락삭스는 닉네임을 이대근으로 황급하게 수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투 비 컨티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