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나 영국프로축구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의 경기를 본적이 있다.
그날은 박지성이 신이 들렸는지 그 경기에서 소속팀이 넣은 4골 중에 두골에다
자기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으니까...
붉은 유니폼의 멘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프로클럽팀에서
신들린 활약을 보이고 있으니 알게 모르게 좋은 기분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경기를 중계하는 한국아나운서들의 해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멘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이 올랐습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트리플크라운
(FA컵, 챔피언스,프리미어리그 우승)도 불가능하지만은 않겠어요...이게 다 감독의 용병술과
더불어 신.구세대. 첢은 피인 호날도와 루니..박지성같은 선수들과 백전노장인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같은 선수들의 조화라고 보고 싶습니다..어쩌구 저쩌구....~~"
그러니까. 박지성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팀에는 노장이 둘이나 존재하고 그 노장들의 경기
장악능력과 팀조율로 지금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소리란 것이다. 오호라..노장도 있단 말이지
... 하긴 라이언 긱스와 게리 네빌 정도의 이름난 선수는 축구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도 몇해
전부터 줏어 들어 왔던 터였다...
문제는..경기 초반...노장이라고 불리우는 게리 네빌이 그만 발목부상으로 교체되었을 때......
교체되어지는 모습과 함께 아주 간단한 게리네빌의 프로필이 흘러나왔는데... 이름, 포지션
나이가 화면 아래 길다랗게 나왔을 때 나에게 첫번째 충격이 도달하게 되었다.

게리 네빌 - 30살..
노장이...30살...이란 말인가.....
잠시 후 박지성의 두번째 골을 넣고 골 세레머니를 하는 와중에 박지성선수의 머리를 와락 끌어안고
싱글벙글 웃으면 뺨을 토닥이는 라이언 긱스 발견.....해설자는 이렇게 말했다.
" 라이언 긱스 선수 과연 박지성 선수에게 뭐라고 말했을까요..하하 정말 정다운 장면이군요....
이제 두골만 더 넣으면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100골인데 말이죠...노장이지만 아직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라면서... 곧바로 이어지는 라이언 긱스의 프로필을 보면서 난 완전히 좌절하고 말았다.

라이언 긱스 - 33살....33살...33살....
뭐...냐....나보다 한참 어린 녀석들에게 노장운운하다니..그럼 난...관짜고 있어야 한단 말이냐....
기껏 박지성선수가 두골이나 넣은 경기를 보고 왠지 모르게 울적하고 심난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왠지 모르겠다...
노장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한 맥아더장군에게 좀 따져봐야 겠다.
대체..노장의 나이 기준이 뭐요..?? 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