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가 2월말부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바보 아니야..!!"
수상하게 생각한 마님과 할머니는 유도심문을 펼쳤고 그 바보라는 외침 이면에 떠오르는 이름
"민재원"을 색출하게 되었다.
추정은 이러하다. 어린이 집에 가면 또래의 아이들이 어울리다 보면 투닥투닥 할때도 있는 법..
그중엔 말을 빨리 깨우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늦게 늦게 깨우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주니어는 후자의 경우..어쩔 수 없는 이건 유전이다. 나 역시 유치원에 가는 7살때까지 어버어버
말을 늦게 늦게 완벽하게 깨우쳤고, 미국에서 수재 소리 듣는 조카녀석 역시 7살이 될때까지 말을
완벽하게 못 깨우쳐 누나 속 꽤나 썩혔으니까...
그 중...민재원이라는 아이(추정)는 비교적 말을 일찍 깨우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말이 늦는
주니어에게 바보라고 놀렸다는 추측을 하게 된 것...
그 누구보다도 할머니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민재원이 누군지 내일은 꼭 물어보고 말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던 것...그래서 확인작업을 들어간 것이 이틀 전 이였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증언
에 의하면 "민재원"이라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임재원"이 있을 뿐...
하지만 선생님의 증언에 따르면 임재원..이라는 아이 역시 주니어와 마찬가지로 어눌과 순진무구형
이기에 바보 라고 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 단지 같은 연배의 다른 아이와 놀다가 좀 투닥거릴 뿐
별 문제가 일어날 건더기가 없다고 갸웃거리더란다.
돌이켜보면 존재하지도 않는 "민재원"이라는 추상적인 아이에게 집안식구들은 온 신경을 곤두세운
꼴이 되버린 것이다.
마님과 할머니 앞에서는 대범한 척 "애들이 그럴수도 있지~~"하면서 뒤돌아서서는
"민재원 이 어린이 집의 쒸레기 같은 녀석 잡히기만 해봐라~" 했던 내 자신의 소심함도 우스울 따름이다..
키득키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