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연말이 되면 미혼남녀가 자주 듣게 되는 것이 “너 언제 결혼할 거니?”라는 질문입니다. (누가 하기 싫어 안 하나 못하는 거지.) 언제부터 결혼하고 싶어 했나를 돌이켜 보면 아마 고등하교 졸업 후쯤부터.


 작년인가 재작년 고등학교 친구 모임이 있었는데 친구 아내가 “마립간씨, 마립간씨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세요?”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저는 "착하고 현명하고 ...."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그랬더니 친구 아내가 하는 말, “에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쁜 여자를 바라거나, 아니면 돈만은 여자를 바라던데, 솔직히 말해 봐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었는데, ‘과연 나는 어떤 여자를 원하고 있지?’ 고등학교 때 농담 삼아 한 친구의 이야기는 ‘아내는 이쁘고 멍청한 여자이거나 아니면 돈 많고 명命 짧은 여자가 좋다.’ (페미니스트 여러분 흥분하지 마시길 옛날 이야기니까요.)


 서울 명문 사립 K대 교수님을 작년에 만났습니다. 학생 선발이 화제에 올랐는데, 요즘 학생은 수능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예전 학생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측면에서 못하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결론이 요즘 학생들은 모두 양식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연산이 없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인권 모독 같지만) 그 의미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이 없고 모두 것을 과외 등에서 학습되었지만 자발적 학습과 창의력이 없다고 해석됩니다. 따라서 K대 교학과에서도 엄청나게 좋은 학생 선발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셨습니다. 단순히 수능점수가 높은 학생이 아니고, 서울 특정 지역 출신 고등학생이 아니고.

 이와 똑 같은 이야기가 방송에서 어느 학부모님이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참교육 학부모 모임(?, 정확한 것은 모르겠으나)의 한 학부모님이 방송에서 ‘왜 수능 점수로 줄세우기, 또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느냐? 좋은 학생을 선발해 달라?’라고 요구하셨습니다. 그러나 좋은 학생을 어떻게 감별해야 될까요. (왜 좋은 학생은 S대를 비롯한 명문대에 입학해야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더욱이 ‘고등학교 성적은 뒤지지만 대학입학 후 자기 재능을 살릴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해야...’라고 주장하셨는데 - 그런 잠재적 능력이 있는 학생을 구별할 방법은?


 어떤 여자가 배우자를 좋을 까요. 음.... 돈만은 여자, 이쁜 여자, 아니면 가방 끈 여자... 아마 아닐 것입니다. 결혼을 안 해 봐서 잘 모르겠지만 착하고 이해심 많고 현명하고, 그 외 또 뭐가 있을까. 아무튼 이런 여자가 좋은 배우자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 마음에 관한 것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결혼한 친구가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해도 살아 보면 달라."라고 이야기까지 하는데. 차라리 돈, 외모, 학벌이라면 비교가 쉽습니다. 친구 아내가 배우자의 조건을 이야기했을 때, 제가 ‘착하고 이해심 많고 현명한 여자를 원했던 것은 눈이 높았던 것이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우자의 조건을 바꾸었습니다. 내가 집안일 하고 아내가 돈벌이 할 수 있는 여자를 구하자! 마침 여자 후배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너처럼 능력 있는 애가 뭐 하러 결혼하니?’라고 물었더니 ‘약간의 남편 비위를 맞추면 편하게 먹고 놀며 살 수 있는데요.’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결혼 기준에 대해 용기를 가졌죠.


 여자를 소개받았습니다. 만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상적인 배우자가 어떤 상이냐고 묻기에 별 이야기 안 했는데, 이 여자 분이 솔직히 말해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나는 집안일을 하고 아내는 나가서 돈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여자에게 차였죠.

 다른 여자를 만났는데, 맞벌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고 부부 중 남자, 여자에 관계없이 능력이 있는 사람 즉 수입이 좋은 사람이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상대편이 나의 배우자의 이상형을 물었고 위와 같이 이야기를 하니 남녀의 상관없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 경제적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런데, 자신은 자기보다 돈벌이가 적은 남자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거란다. ㅜ.ㅜ

 이 이야기를 들은 후배는 만약 선배가 집안을 하고 형수님이 돈벌이를 할 때, ‘선배에게 고등학교 등의 동창 모임에 형수의 허락을 받고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라고 묻기에 ‘요즘 아내들이 남편 허락받고 동창 모임에 참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70대에 유년 시절을 보내 돈 버는 아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외출하지 못하는 거지. (내가 돈을 벌지 않는다면)’


 올해도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위와 같은 의견을 이야기했더니,

직장 동료 여자가 웃으면서 하는 말, “그냥 혼자 사세요.”

직장 동료 남자가 심각하게 하는 말, “솔직히 이야기라고 할 때, 절대로 솔직히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있는 인내심을 다해 꾹 참아야 돼. 그리고 일단 결혼을 해. 일 년 정도 지난 후 돈 못 벌겠다고 하면서 뒤로 나자빠지는 거야. 그러면 여자가 알아서 벌어.”


논제 마지막) 마립간은 언제가 결혼 할 수 있을까, 없을까?

투표기간 : 2005-12-21~2005-12-31 (현재 투표인원 : 53명)

1.
60% (32명)

2.
39% (2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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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5-12-2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추천은 계속 됩니다. 쭉~ 카테고리 닫을 때까지.
제가 첫 논제와 마지막 논제가 가장 어렵다고 했죠.
최근에 들은 간큰 남자 이야기 : 저는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자, 아침 밥 달라고 하는 남자 등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침밥 준비 안 해 놓고 나가는 남자랍니다.

마립간 2005-12-2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머지 주제들은 아무렇게나 페이퍼에 섞여서 나갑니다. 남아 있는 것도 없지만
오타) 엄청나게, 좋은 학생/배우자를-배우자로

조선인 2005-12-22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짚신도 짝이 있으니까 라는 생각에 일단 할 수 있다에 한 표! 근데 참 귀여우세요.
푸핫

호랑녀 2005-12-2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제 옆지기가요, 착하고 이해심 많고 현명하고... 그런 줄 알고 저랑 결혼했답니다. 그래서 돈이며 외모며 가방끈이며... 많은 것을 포기한 대가였죠.
그런데요... 속았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번에 투표했습니다. 마립간님도 또 아나요? 어느 순간 속을지.

마태우스 2005-12-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는 마립간님 좋은 남편이 되실 거라 믿기에, 1번에 투표합니다. 이여자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간 말해왔던 모든 조건들이 다 무효가 되더라구요....

갈대 2005-12-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탄생'이란 책을 잠깐 훑어봤는데, 저자가 한국 여대생들은(넓혀서 해석하면 한국 여성 일반이겠죠) 다른 문제에서는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유독 생계를 책임지는 문제만큼은 남자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하더군요. 다시 말해 여성 자신은 남성에게 생계 책임을 모두 맡길 수 있다고(혹은 맡겨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생계 전부를 책임지는(혹은 자신이 더 많이 책임지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저자는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려면 여성들이 생계도 평등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코마개 2005-12-2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할 수 있다. 1번에 투표. 그런데 저더러 말하라면 "뭐하러 결혼하냐"
그 남편 비위 조금만 맞춰주면 평생 편하게 산다는 말 했다는 후배는 아마 지금쯤 자기발등 찍었음을 깨달을 겁니다. 남편'따위'는 문제도 안되거든요. 여자가 결혼하면 한국이라는 이 사회와 싸우는 투사가 된듯한 느낌을 매순간 받습니다.
그리고 마립간님의 소망은 저희 부부의 소망이기도 한데, 일년씩 번갈아 벌어오고 안버는 사람은 놀기~~

stella.K 2005-12-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저도 1번입니다.
근데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볼 땐 마립간님은 충분한 능력이 있으신 분 같은데...물론 선택의 문제고 사랑의 문제겠지만,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하게 되어있더라구요.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구가하던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야겠지요. 결혼. 어렵긴 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이혼하는 것을 보면...
 

비로그인 2005-12-2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있다에 투표드리고 가요.
근데 별로 간절하시진 않은 듯 ^^

물만두 2005-12-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할 수 없다가 현실이지만 님과 같은 분을 원하는 여자분도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플라시보 2005-12-2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1번에 했습니다. 왜냐. 심지어 저도 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마음만 잡수시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기 싫으면 또 안하는 것이구요. 돈 벌어오는 문제는 아마 아내가 직장인이 아닌 자영업자면 가능할듯 싶습니다. 한국땅에는 아줌마들이 월급 받아가는 꼴을 못보거든요. 더구나 임신 출산 육아 문제도 걸리구요. 영 불가능한 소망은 아니라고 봅니다. 둘 중 더 잘 버는 사람이 벌기. 이건 저도 찬성입니다. 아님 둘이서 확 벌고 일년 놀고 또 확벌고 일년 놀던가요. 흐흐.

숨은아이 2005-12-2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표는 안 하고 강쥐님 댓글에 한 표 던집니다. ^^; "남편 비위를 약간만 맞추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죠. 자기가 쓸 돈은 자기 스스로 벌 때 가장 편하답니다. 다른 사람에게 손 벌려 받은 돈 중에 진짜 내 돈은 하나도 없을 때, 결코 편하지 않아요. 가사노동의 정당한 대가일지라도, 돈 내놓는 이와 받는 이 사이에는 권력 관계가 형성되죠.

chika 2005-12-2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어제 투표하고 댓글 쓰려는데 정전이 되어버려서... ;;;
(실은 마립간님, 결혼 하신 분인줄 알았거든요. ^^;;;;)

마립간 2005-12-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라시보님의 결혼에 저의 간절한 바람이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울보 2005-12-23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하실겁니다,,

플라시보 2005-12-2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의 결혼에 님의 염원이 작용한줄은 미처 몰랐으나 이제부터라도 알았으니 감사해야겠습니다. ^^ (쭈욱 감사할수 있도록 부디 멀쩡하게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