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이력서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오영욱 그림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천지창조를 마친 하느님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심한 무력감과 외로움에 시달린 하느님은 백수생활을 청산하고자 지상에 내려오신다.  그리고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내고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 면접시험을 보신다. 이 책은 이런 독특한 설정 내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하느님을 위트있게 묘사하면서 그의 입술을 빌려 인간들을 비판한다.  이를테면 인간을 만든 창조주 하느님은 인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인간들이 일으키는 숱한 말썽들을 생각해 본다면 달리 변명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원작에는 그림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데 한국어 판에는 재밌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표지에도 나오지만 하느님의 표정이라는 게 권태로움 그 자체다.  그가 표현하는 것들과, 또 상상하는 것들이 책 속에 삽화로 끼어 있는데 그 간결한 그림체가 엄청 익살스럽다.  하다 못해 제목의 폰트마저도 책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책을 재밌게 하는 것은 책 속 표들인데, 하느님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그의 전과 기록, 수상 기록이 그것들이다.

태양을 만듦으로 인해서 엄청난 저작권료를 챙기는 그이지만, 지구 탄생 이후 있어왔던 어머어마한 기록의 지진과 화산폭발과 태풍재해나 그밖의 숱한 사건사고들로 그의 전과 기록은 화려하다 못해 지저분하다. (자연재해가 아닌 이상 모두 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솔직히 좀 너무했다^^;;;)

또 재밌는 것은 그가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들인데 골칫거리 문제아로 표현되어 있어 엄청 웃었다. ^^;;; (좀 미안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입사는 실패하고 만다.  경제관념이 희박하고 전과기록이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의 잣대에 걸리고 말았던 것.  하지만 더 이상의 권태와 외로움은 하느님 자신이 거부하니, 그의 다음 선택이 놀랍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랏.

총점을 매긴다면, 그냥 피식 웃는 정도가 되겠다.  인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 있어서 같은 얘기가 많았고 짐작 가능한 얘기도 많았으며, 아무래도 프랑스에 대한 자부심이 종종 표출되고 있어서 좀 편파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한국인의 일러스트가 끼어 있어 세계 지도에 떡하니 한반도가 들어가 있는 것은 기분 좋았지만^^ㅋ) 그리고 인간 자체만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자체도 패러디를 통해서 비꼬고 있는데, 그 사실 자체보다 갖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이 좀 불편했다.  개인적인 평가니까 모두에겐 다르게 읽히리라.

책은 가볍게 엄청 금방 읽힌다.  한 시간 정도 걸린 듯.  가볍게 심심풀이 용으로 좋겠다.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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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1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있는 동화 같은데 어떤가요.

마노아 2007-02-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는 아니구요. 풍자 소설 같은 류예요. 가볍게 읽을 만해요. ^^
 
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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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하러 산에 간 장운이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
색감이 참 곱다.

산 깊은 곳 정자에서 토끼 눈 할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이다.
이 할아버지가 만원 지폐의 그 분이다^^

할아버지께로부터 한글을 배우는 장운이.
우리 글자가 디자인 상으로도 참 멋지다.

흙바닥에 글자를 써서 편지글을 나누었다.
할아버지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게 되다.

누이와 오복이에게도 글자를 가르쳐주었다.
이제 한글은 그들의 비밀글이면서 소통의 매체가 되었다.

먼 길 걸어 누이를 찾아간 장면. 애틋함이 묻어난다.

석공들에게도 한글을 가르쳐주며 졸지에 훈장이 되어버린 장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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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2-0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
어머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저도 한 번 읽어볼께요.^.~

마노아 2007-02-0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도 참 좋아요. 이거 평점 보니 전부 별 다섯 줬더라구요. ^^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뽑아들고는 내가 오래 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나무 심는 사람"을 떠올렸다.  내 기억에 배경이 캐나다였는데, 이 작품은 프랑스인지라 제목만 닮은 건줄 알았는데, 이 책이 원작이고 캐나다 감독이 이 책의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거였다. ^^

이 책은 소설이지만, 실제로 작가 장 지오노는 묵묵히 나무 심던 한 사람을 만난 것이었고, 거기에서 동기를 잡아 이 책이 나온것이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어떤 보상이 따라와주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눈에 보이는 성취감이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님에도, 나무 심는 노인은 묵묵히 오랜 시간을 이 한 가지 작업에 몰두했다.  십만 개의 씨앗에서 1만 그루의 나무가 싹을 틔웠고, 그 나무들 중에서 다시 거목으로 성장하는 것의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처음에 그의 작업은 사막 위에 던져진 모래알처럼 하나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십년 이십 년, 삼십 년... 그가 흘린 땀과 노력은 불모지의 땅을 살기 좋은 땅으로 만드는 기적과 희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조차 흐르지 않는 메마른 땅에 숲이 우거지게 되고, 수맥이 찾아지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다섯 채 밖에 되지 않던 마을에 이제 사람 냄새가 나는 촌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나무 심는 노인의 작업들은 올곧이 지켜졌다.  그의 놀라운 작업은 인간이 전쟁 속에서 "파괴"만 일삼는 존재가 아니라. "생산"적인 일도 해낼 수 있는 존재임을 충분히 입증시켰다.

이제 그가 심은 나무들은 사람들에게 맑은 공기와 휴식을 안겨주었고,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멋진 삶을 동경할 수 있는 기회도 심어주었다.  비록 그의 긴 시간의 작업은 외롭고 고독했을 테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은 그의 숭고한 작업은 우리로부터 많은 존경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의 부드러운 그림만 기억하고 있던 나는, 이 책의 판화를 찍은 듯한 투박한 그림체가 낯설게 느껴지는데, 주고 싶어하는 메시지의 강렬함과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나무가 해내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목재료로서의 필요 이전에,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나무는 공기를 정화시키고 수해를 방지시키고, 새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그 푸르름으로 인간의 피로를 빨아들인다.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가장 든든한 후원자 중의 하나인 나무를 함부로 한 죄를 인간은 줄기차게 돌려받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자원은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도 전해줘야 할 마땅한 인류의 보고인데도, 우리는 마치 우리가 당연히 써도 될 것처럼 고갈시키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무를 예로 들 때, 우리가 너무도 흔히 쓰고 아낌 없이 버리곤 하는 종이 조각 하나에도 원재료가 된 나무의 가치를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무를 비롯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물자, 자원 등을 소비함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보다 고귀한 가치들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는, 우리가 바뀌어 가는 우리를 기대한다.  그것이 우리 스스로 '희망'을 심는 길이라 믿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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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감동적인 책이지요....
책을 그저 담담히 읽어주는 듯한 비디오도 있는대...것도 감동이었답니다...

마노아 2007-02-0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메이션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도 보았어요. 짧은데도 강렬했죠. ^^
 
로빈슨과 방드르디 - 좋은벗 좋은책 아동문학 1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원복 옮김 / 좋은벗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초등생일 때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는데, 나에게는 그의 표류기가 어마어마한 모험담이었다.  이 재미난 소설이 제국주의적 이기심과 오만으로 똘똘 뭉쳤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소리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듣게 되었다.  그렇다고 어릴 적의 그 감동이 바로 사라졌다거나 배신감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접근이 얼마든지 가능하겠다고 생각은 했다.  이 책은, 그 로빈슨 표류기를 패러디/재구성한 책의 청소년판이다.

구성은 어느 정도 비슷하다.  난파당한 배에서 살아남은 로빈슨이 무인도에서 악착같이 홀로 살아남는 눈물겨운 투쟁이 이어진다.  그가 난파당했을 때의 나이가 22인데, 무인도 생존이 가능한 그 온갖 지식들이 신기해서 나는 그가 이루고 있는 '문명'을 들여다 보는 것이 여전히 재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며 그가 한 차례씩 좌절할 때마다 같이 안쓰러워 했다.

달라지는 것은 '프라이데이'의 출연부터다.  금요일에 구한 인디언을 프랑스어로 "방드르디"라고 로빈슨은 명명했다.  생명을 구해 받은 방드르디는 로빈슨을 주인으로 모셨고, 그의 말에 복종했으며 그가 요구하는 언어를 익혔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에 그런 것들이 기쁘다거나 달가웠던 것은 아니다.  로빈슨이 강요하는 규칙과 예의, 법률 등은 방드르디에게 모두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로빈슨 표류기와 확 달라지는 부분은, 뜻밖의 사고로 수십 년 간 일군 그 역작의 '문명'이 깡그리 무너져 사라지면서 생긴다.  하루 아침에 모아둔 재산과 만든 집과, 일군 농토가 다 사라졌다.  처음 섬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로 돌아간 것이다.

빠른 체념은 오히려 절망을 이기게 도와주었다.  이제 로빈슨은 방드르디를 하인처럼 취급하지 않는다.  자기와 마찬가지로 '자유인'으로 대한다.  거기에는 그가 잃어버린 '문명'의 역할이 크게 자리했다. 그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지만 가진 것도 없으니까.

로빈슨은 방드르디로부터 야생에 던져진 채 생존하는 기술과 자연친화적으로 사는 지혜를 배우기 시작한다.  뜻밖에도 전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던 그것들이 몸에 익기 시작하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동화되어간다.  둘 사이에 마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슬기로운 가족과 친구로서의 관계를 잘 이어간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생긴다.  솔직히, 방드르디로부터 로빈슨이 큰 영향을 받을 거라고는 짐작했는데, 거기에 한 번의 쇼킹한 사건이 또 생길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했고, 충격적인 결말에 아연실색했다.  독자의 재미를 위해서 그 부분은 얘기 안하련다. ^^

책은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결말을 끌어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안겨주었다.  책 마지막에는 책을 얼마만큼 진지하게 읽었는지 테스트할 수 있는 객관식/주관식 문제도 있고,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어떤 생각들을 할 것인가 등등 구체적인 질문들이 담겨 있다.  귀찮다고 덮을 일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다면 자신의 삶과 우리의 문명과 우리가 잡고 있는 이 사회 속의 '관계'에 대해 깊은 성찰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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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궁금해라,,,님...너무 멋진(!) 리뷰에요...
읽구 싶어져요,,,

마노아 2007-02-0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감사해요^^ 저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게 보았답니다. ^^

마노아 2007-02-0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사실은 궁금했어요^^ 제가 궁금해할 거라고 짐작하셨군요! ^^

marine 2007-02-0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파리대왕이 생각나네요 15소년 표류기를 비튼 책이거든요

마노아 2007-02-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마린님 댓글을 보고 번뜩 생각이 났어요. "로빈슨 표류기"가 아니라 "로빈슨 크루소"였죠. "15소년 표류기"랑 제목이 섞였네요^^ 근데 15소년 표류기 어릴 적에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아요...ㅡ.ㅜ 파리대왕도 궁금하군요. 언젠가 봐야겠어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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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조된 글씨들. '믿을 수 없게'란 말이 엄청 자주 나온다.

말을 잃어버린 할아버지는 공책에 글을 써서 소통을 한다.
한 페이지에 한 문장만 실렸다.

편지봉투에 써 있는 "블랙"이란 단어를 찾아 헤맬 때 나온 장면.
온갖 종류의 다양한 색으로 쓴 펜의 흔적이다.

X자로 온통 지워진 글씨들...

백지로 쓰여진 자서전. 빈 종이가 이어진다.

지우고 다시 쓴 제목. 정말, 더 무겁게 느껴진다.

엄마와 의사 선생님의 대화 내용을 문 뒤에서 엿듣고 있을 때...
안 들리는 글씨는 공백으로 처리했다.

온통 빨간 색으로 체크되어 있는 글들.

말로 하지 못하고 숫자로 소통을 시도하던 할아버지.
숫자가 계속 나열된다. 이어진 숫자들은 몇몇 단어들을 상징한다.

점점 작아지는 글씨들, 끝내 겹쳐서 나중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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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猫 2007-01-1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이런 책이 있다니요!

마노아 2007-01-1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고양이, 몽묘님! 이름이 너무 근사해요^^ 이 책 아주 독특한데 게다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답니다. ^^

눈보라콘 2008-09-21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본인가요? 원래 책 구성이 이런가요?

마노아 2008-09-21 20:02   좋아요 0 | URL
원래 이래요. 읽어보면 왜 저렇게 했는지 느낌이 와요. 이 책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