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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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장을 열어보니 내가 이 책을 산 날짜가 적혀 있다.  2005.10.29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못보던 책을 부랴부랴 읽은 것은 영화 향수의 공이 큰 것을 인정한다.  원작을 보고서 영화를 보면 대개 영화가 늘 못 미치기 마련이지만, 원작을 안 보고(갖고 있는데도) 영화를 본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 서둘러 책을 읽어갔다.  내가 영화를 보려고 한 날짜에 영화가 더 이상 상영을 하지 않게 되어서 책을 2/3 정도 읽은 상태에서 영화관람을 마쳤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엔딩이 내겐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마 원작을 읽은 사람은 영화의 엔딩이 전혀 신선하지 않을 테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 속에는 기묘한 느낌이 늘 존재했다.  그 자신이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서 작품에 몰두하는 은둔형 작가이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 강하게 비쳐질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번 작품을 보면서 냄새에 천재적인 마성을 지닌 그르누이라는 인물이 작가의 어떤 기괴한 천재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 책의 부제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태어나서 첫 울음으로 그 존재를 알렸지만 그로 인해 어머니는 사형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어머니의 죄과는 둘째 치더라도, 그라는 사람의 존재에 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를 돌보았던 유모는 원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의 길목에서 죽음을 맞았고(돌연사가 아니었다는 게 하나 다행이랄까), 무두쟁이는 익사했고, 향수제조자 발디니는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압사했다.  후작은 산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 자신이 직접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아닐지라도 이미 주인공 그르누이는 많은 생명을 앗아가며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욕심이라는 것을 몰랐고 욕망이라는 것을 몰랐다.  돈에 집착하지도 않았고 부당한 노동에 대하여 항변하지 않았으며 깨끗한 잠자리나 훌륭한 식사를 탐내지도 않았다.  그를 몰두하게 하고 그를 열망케 한 것은 오로지 '향기' 뿐인데, 그 자신은 향기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선 악취도 향취도 나지 않는다.  냄새가 나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감' 마저도 없는 인간으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그는 누구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배척받으며 자라왔다.  그 자신이 스스로에게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된 불안과 절망감은 깊은 산 속 동굴 속에서 무려 7년을 지내온 그를 단숨에 인간 세상으로 내보내게 만들었다.

자신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줄 가짜 향기를 몸에 두른 채 세상 속으로 나간 그는 시간을 들여 향기를 정복하기 시작한다.  그는 만들고 싶은 모든 향기를 제조했고, 그것들을 소유했다.  아니, 소유했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만족했고, 그랬기에 행복했다.  그러나 그의 그 모든 욕망과 만족감은 실제로는 가짜임을, 그는 허무함 속에서 깨닫고 만다.  모두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모두를 지배할 수 있는, 신이 보낸 천사라고도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수를 만들었지만, 그것은 그의 것이 아니다.  다 이루었다는 그의 자신감은 아무 것도 갖지 못했다라는 절망감으로 금세 바뀐다.

모든 냄새를 다 맡을 수 있는 천재적인 코는 그에게 재능이 아니라 저주였다.  그의 재주는 신의 축복이 아니라 악마의 농간에 가까웠다.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사랑을 구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포장한 향기에 취해있을 뿐 인간 그르누이에게 따스함 한조각을 주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려 찾고자 했던 진짜 향기도, 그를 향해 웃어주는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본질에 다가간 그는 절망에 빠지고, 그 절망의 향기 속에 제 몸을 내던진다. 향기 없는 자신을 향기로 포장하여 사람들의 욕망을 받아들였을 때, 그는 '만족감'이라는 것을 느꼈을까.

책은 400여 페이지로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지만 상당히 금세 읽힌다.  재미도 있고 책의 묘한 마력에 취해 앉은 순간 더 읽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새로 나온 양장본의 표지보다는 문양이 새겨진 이 책의 표지가 소설 향수의 분위기를 더 제대로 살린 느낌이다.(내가 갖고 있는 책도 이 표지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원작의 맛을 잘 살렸고, 그 신비로움과 기묘함과 기이함도 잘 표현했다.  물론, 원작의 강력한 힘이 뒷받침된 까닭이리라.   책이 나온 지 20년도 더 지났건만 세련됨에 있어서도 결코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겠다.  오래오래 베스트셀러로 남아 더 많은 사람들을 놀래키며 그 이름을 남겨줄 테지.  파트리크 쥐스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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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영화는 원작에 못 미치지만,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더 좋기도 하죠.
저에게는 [쥬라기 공원]이 그랬습니다. 2권으로 나뉘어진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을 상당히 재밌게 읽었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는 그야말로 대성공.
'과연 스필버그다 !!' 라고 감탄하게 만든 명작이죠.

[향수]에서는 마지막에, 매혹적인 향수를 뒤집어 쓴 주인공을 사람들이 산 채로 뜯어
먹는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어떤 향이길래 생인육을 뜯어 먹을 정도로 식욕을 불러
일으킨걸까..하고 궁금했습니다.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은 식욕.
어느 영화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좀비들에게는 식욕의 본능만 남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은 이성이나 자아는 전혀 없는 그저 움직이는 세포덩어리에 불과했죠.
작은 향에도 두통을 느끼는 저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입니다. (웃음)

아키타이프 2007-04-2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작품 [좀머씨 이야기][콘트라베이스][향수]를 읽었는데 그중 [향수]가 저에게는 젤 재미없었습니다. 아마 좀머씨를 기대하고 읽어서 더 그랬던가봅니다.
하도 오래전에 본거라 기억에 남는건 후각이 유난히 발달해 있지만 자신은 무체취증이라 더욱더 냄새에 집착을 해서 광기스러운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네요.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마노아 2007-04-2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라기공원은 영화로밖에 못 보았지만 정말 재밌게 보았어요. 역시 스필버그란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원작보다 영화가 좋았던 경우로 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꼽아요. 영화가 훨씬 좋았거든요. 그밖에는 대부분이 원작이 더 좋거나 비등했지요. ^^
저도 향에 약한 인간인지라 향수 자체를 선호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향기에 대한 욕망은 놀랍게도 설득력이 있었어요. 또 그가 살았던 18세기의 유럽이라면 더욱 그렇구요.
초딩5년 때 처음으로 극장에 갔는데 동시상영하는 극장이었어요. 홍콩영화 하나, 좀비 나오는 공포영화 하나였는데, 정말 굶주린 시체들이 다시 눈을 뜨더군요. 아으... 끔찍해요..;;;

마노아 2007-04-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님, 전 처음으로 읽은 게 '깊이에의 강요'였구요. 그 다음은 '비둘기'였어요. 이어서 '좀머씨 이야기'를 보았는데, 저는 깊이에의 강요가 가장 좋았고 좀머씨는 사실 별로였어요. 모두들 개인차가 있네요. 작가 참 독특해요^^

비로그인 2007-04-2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중국영화에서 강시가 관에서 빳빳한 두 팔을 내밀며 벌떡 일어날 때가
가장 무서웠습니다....(긁적)

마노아 2007-04-2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꼬마 강시의 얼굴은 귀엽지 않던가요? ^^ 그 역을 소화한 배우들은 팔이 무지 아팠을 거야요.
 
알렉산더의 연인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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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황 측천무후>가 출간되었을 때, 작가 샨사는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나는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던 그녀를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대로 그녀는 빼어난 미모를 가졌고 무엇보다도 도도해 보였으며 자랑스러움과 당당함을 함께 갖추고 있었다.  그 당당함은 작품 속에도 같이 배어 있을 듯 했고, 미처 보지 못한 <여황 측천무후> 대신에 이 책 <알렉산더의 연인>에서 그녀의 당당한 도전을 엿보았다.

책은 철저히 소설의 픽션대로 움직인다.  이 안에서 역사적 사실이나 교훈을 배우려는 것은 무모하다.  그저 소설로서의 상상력과 그녀의 필력을 감상하고, 또 번역자의 노고에 감탄을 하면 될 일이다.

작품은 철저히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화자는 끊임 없이 바뀐다.  알렉산더의 입을 통해서 말하다가, 타냐의 눈을 통해 탈레스트리아를 말하고, 아마존을 거부한 알레스트리아로, 또 그로 인해 아냐가 된 여전사의 입술이 작품을 움직인다.

작품의 제목은 "알렉산더의 연인"인데 알렉산더와 서로의 영혼을 한눈에 앗아간 반려가 만나는 데에는 무려 120페이지나 소모된다.   그 둘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는 짧게 진행된다.  더 많은 얘기를 건네기에는 알렉산더가 전장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긴 까닭일 것이다.

여전사로서, 여왕으로서 살아가던 한 여성이, 알렉산더라는 정복자를 만나 '여성'이 되어버린다.  이를 지켜보는 그녀의 시녀이면서 서기이면서 언니이기도 한 타냐-곧 아냐는 알렉산더를 증오하게 된다.  전사로서 싸우기를 원했던 여인은 후방을 지키며 알렉산더의 아이의 어머니가 되기를 강요당했고, 이는 곧 목숨을 내놓을 만한 싸움이 되고 만다. 

어찌 보면 당연한 전개이기도 하고 동시에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 했는데, 이름난 작가인터라 진부한 결마을 용인하지는 않을 거라고 독자는 또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는 보상 받았다고 여겨진다.

위대한 정복자의 끝은 독자를 긴장시키게 만들었고, 아마존으로서 마지막을 맞는 여인들의 갈무리는 독자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역사적 획을 그은 정복군주 알렉산더를 더 자세히 알아갈 수는 없다.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작가의 '필력'이었고, 문장력이었으며, 그녀의 놀라운 상징들이었다.  직유가 아닌 은유로 덮인 문장들은 매혹적이었고 독자를 취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작가의 힘인지, 번역가의 힘인지, 그들의 공동 공로인지 알 수 없지만, 내용의 전개보다 문장 그 자체로 이 책은 내게 '문학'의 힘을 보여주었다.

다른 대부분의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나로 하여금 두 번 읽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샨사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는 만들었다.  그녀를 같이 떠올리게 만드는 여황 측천무후도 언제고 보게 될 나의 책이 되고 말았다.  더불어, 이 책으로 궁금해진 영화 알렉산더도 함께.  영화의 별점은 다소 기대를 꺾어버렸지만, 이 책의 별점은 별 넷 반 정도 된다 하겠다.  나와의 첫만남은 제법 근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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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3-2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노아님이 거두셨다던 수확을 저도 얻었으면 좋겠구만요.^^

마노아 2007-03-2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두루두루 풍년이면 좋지요^^
 
천국의 책방 1 - 그, 사랑을 만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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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뻤다.  일단 '책'이 등장하면 호감도가 올라간다.

표지도 예뻤다.  파스텔 톤의 그림 속 책장 풍경은 동화나라의 따스함을 연상시킨다.

종이는 오로지를 썼다.  때 잘 타는 것이 흠이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예쁜 질감은 몹시 여성스럽고 소녀취향의 느낌을 전해준다.

책은 얇고 가볍다.  그럼에도 양장본이다.  그러니까 책의 외관에 쏟을 수 있는 정성은 다 쏟은 셈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팔린 기적같은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가 관심이 쓰인다.

정호승 시인의 추천사에는 우리나라 어른을 위한 동화 중 "연어"에 비견된다고 하였다.  개인적으로 연어를 아주 감동 깊게 본 것은 아니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 장르는 내가 선호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조금 기대를 했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졸업을 앞둔 스물 두 살의 대학생이다.  취업원서를 수십 통을 썼지만 어디서도 오라고 하는 이가 없다.  마땅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그의 속마음을, 면접관들도 이미 읽은 것이다.  편의점에서 플레이 보이지를 꺼내려다가 문득, 그에게 면박을 주는 노인을 만난다.  추운 날씨에 알로하 셔츠를 입은 엉뚱한 사내.

그 사내에 의해 주인공 사토시는 천국으로 떠나게 된다.  극 속의 천국은 우리가 막연히 짐작하고 있는 세계와는 너무도 달랐다.   사람의 수명은 100살로 고정되어 있고, 다 채우지 못한 삶은 천국에서 채우고 다시 환생한다.  지상에서 100세를 넘기며 사는 사람은 이미 한 번의 싸이클을 돌고 새로 시작하는 생.

왜 그곳에 오게 되었는데, 왜 그가 알로하 셔츠를 입고 있던 사내 대신 천국 책방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지만, 어쨌든 사토시는 뜻밖에도 만족을 느끼며 책방 점원으로서의 일을 해낸다.

작품 속 특이점은, 그가 그 책방에서 '낭독'을 한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요청으로 시작된 책 읽어주는 작업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심지어 어른들조차 그에게 책 읽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이 되어버린다.

사토시는 자신에게 놀라운 재능이 있었음을, 또 어릴 적에 책 읽어주는 것을 참 좋아했었던 기억까지 같이 떠오른다.

오전 중에는 '유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함께 일하는데, 통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마치 증오하듯이.

그녀를 향하는 애틋한 마음, 사랑의 시작, 고통의 기억, 그 기억을 떨쳐내는 과정, 헤어짐, 만남, 재회.... 등등이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 말할 순 없지^^;;;)

금세 다 보긴 했는데, 뭐랄까... 내 안에 쌓인 메시지가 별로 없다.  내가 대충 읽은 탓도 있지만, 무엇이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까지 짓게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일본에서 50만 부 팔린 것이 '베스트 셀러'라고 불리는 정도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보았을 거라는 상상도 좀처럼 연상되지 않는다.

다시 책의 표지를 보니 1... 그, 사랑을 만나다

라고 적혀 있다.  2권에서는 여자의 입장에서의 전개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여자의 입장에서 서술이 되지 않을까 짐작됨..;;;)

다른 부분들은 모두 각설하고, '천국의 책방'이라는 타이틀은 참 마음에 든다.  '낭독'을 해주는 책방이 있다는 설정도 참 아름답다.  빨리빨리가 너무 만연되어 있어, 남이 천천히 읽어주는 목소리에 얼마만큼 사람들이 귀 기울일 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을 열고 따스한 기분으로 들을 수 있다면, 몹시 로맨틱하고 또 아름다운 정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카한테 책 읽어주면서 느끼는 거지만 '낭독'... 이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주게 하는 글쓰기, 말하기 등등... 그 일련의 과정들에 갑자기 사모하는 마음이 솟아난다.

꼬리글... 천국의 책방은 책값도 받지 않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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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3-0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외양에 치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도 좀 그랬어요. 내용도 그냥그랬고.

마노아 2007-03-0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 많은 사람들은 무엇에 감동을 받았다는 걸까요? ㅡ.ㅡ;;;;

홍수맘 2007-03-1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처럼 제목에 '책'자만 들어가면 일단 솔깃하는 버릇이 있는데... 잘 읽고 갑니다.^ ^.

마노아 2007-03-1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그런 지기님들 많을 것 같아요^^

stella.K 2007-03-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지막 멘트가 참...! 저는 목소리는 좋다는 말 종종 듣는 편인데 그에 비해 낭독은 잼병이죠. 어찌나 떠듬대는지...ㅜ.ㅜ 저도 멋있게 낭독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이 책 신문에 엄청 광고 때리던데 그래서 솔깃했습니다만 마노아님 리뷰 읽으니 순번을 맨 끝에 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암튼 잘 읽고 갑니다.^^

마노아 2007-03-1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 좋은 사람 너무 부러워요^^ 얼굴보다 목소리의 매력이 더 마음을 끌때가 있지요. 스텔라님의 음성이 궁금합니다^^
이 책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가 맞을 거예요. 빈약한 내용을 광고로 메꾼 것이 아닐까 싶어요^^ㅎㅎ
 
소녀의 눈동자 1939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
한 놀란 지음, 하정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었다.  신나치주의에 물든 현대를 살아가는 힐러리라는 소녀가 오토바이 사고로 생사를 헤맬 때, 무의식 속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처참한 삶을 강요당했던 샤나라는 소녀의 기억 속으로 전이되어 생생하게 그때의 참극을 경험한다.

작품은 힐러리와 샤나가 공존하기도 하고 또 교차되어 편집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의식을 오가며 보여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힐러리가 곧 샤나가 되어 있어서 그 둘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모호해질 때가 있다.

사실 앞부분에서 힐러리가 사고를 당한 시점을 '현대'라고 바로 자각하지 못한 나는 읽으면서 엄청 헤맸다.  책의 정보를 살펴보니 바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는데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못했다면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책임과 동시에 글을 명확하게 쓰지 못한 작가의 탓도 있으리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당한 끔찍한 학살은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사실이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생생함을 주기 때문에, 도리어 이 책에서 소개된 일화라던가 구슬픈 에피소드들은 오히려 짐작보다 덜 슬펐다.  실제로 그 시간을 겪었던 사람들에게는 몹시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샤나의 할머니가 예지 능력을 갖고 있고 사람들을 위로하며 신께로 인도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던 것처럼, 샤나 역시 남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 능력이 힐러리로 하여금 샤나로서 살게 하였다.  작품의 말미에 나치아가 힐러리를 찾으며 '할머니'로 죽은 샤나의 유언이 전달된다.  힐러리는 샤나와의 약속을 기억하며 자신이 어찔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지게 된다.

작품의 표지에 찍힌 문구처럼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는 다시금 되풀이 되는 역사 속에서 후회를 남길 것이다.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하고, 그 의도도 좋은데,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은 매우 거칠었다.  독특한 설정을 갖고서도 말이다.  그리고 성경 구절의 인용이 많았는데 차라리 '현대어 성경'을 이용했더라면 분위기는 덜 살았을지언정 상징하는 메시지는 더 분명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좋은 재료를 갖고서 요리를 잘 못해낸 기분이 든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내 독서를 작가 탓으로 많이 돌렸다.  표지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녀의 눈동자에 박힌 나치 표시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소녀의 생기를 잃은 허망한 눈빛은 너무도 슬퍼보인다.  이 눈동자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뿐아니라 피해자였고 희생자였던 유대인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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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인상 깊게 보았음에도, 베스트 셀러 작가에 대한 일종의 편견으로 시쿤둥하게 책을 펴들었다.  적당한 감동 정도만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한 나의 불손한 기대에 미안함을 느낀다.

전직 스포츠 기자였던 한 여성이 자신의 고향집 근처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젊은 시절 야구 선수를 했었고, 한 때 자살을 기도했었던, 그러나 놀라운 하루를 경험하고 새 인생을 살아버린 사람이었다.  그의 일기와 그의 기록, 그의 소지품을 통해서 알게된 내용을, 여자는 그 남자의 목소리로 바꾸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에, 그의 일생이, 그의 어머니의 인생이, 그리고 그들이 나누었던 지극히 소중했던, 또 바꾸고 싶었던 하루가 펼쳐진다.

작품은 남자의 입장에서 전개되는데 사이사이 "어머니가 내 편이 되어준 날"과, "내가 어머니 편을 들어주지 않은 날"이란 소제목으로 에피소드가 하나씩 소개된다.  아이에게 최고의 아군이 되어주었던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상처를 핑계로 철없음을 무기로 어머니에게 상처입혔던, 남의 모습이 아닌 이미 내 모습이었던 기억을 자극하며 남자의 에피소드가 같이 배열된다.

남자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차분한 편이었다.  내용의 전개도 결코 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격정에 휘말리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 맞닥뜨린, 이미 죽은 어머니의 모습, 그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세 명의 여성, 그들을 통해 반추해 본 자신의 삶, 그리고 그 속에서 서서히 치유되는 상처와 회복되어가는 자존감은 뭉클한 감동과 찐한 교훈을 함께 선사하였다.

그녀가 나의 '엄마'라는 것으로, 내가 그녀의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설명되고, 포기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수긍되어진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거운 굴레와, 그 이름이 제공해주는 댓가 없는 휴식도 같이 떠올랐다.

살면서, 꼭 돌이키고 싶은 하루... 꼭 바꾸고 싶은 하루가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내게 있어 그런 날은 어떤 날이었을까.  두고두고 후회되는 순간이 존재하고, 서럽도록 아프게 각인된 상처도 분명 있건만, 이 책 속의 주인공과 같은 절절함으로 돌이키고 싶은 단 하루의 날은 아직까지 내게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감사했다.  아직 늦지 않은 듯해서.  내 인생에서 최고의 오점이라거나 최고로 슬픈 날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서.

그런 날이, 앞으로도 올 수 없게, 온다 하더라도 덜 후회할 수 있게, 내 삶을 책임지며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읽은 후의 내가 더 행복하다고 믿어지며, 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믿으니, 이 책... 정말로 멋진 책이지 않을까.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의 대구, 호응, 연결, 점층 강화... 모두 내가 너무 좋아하는 구성이다. 맨 뒤의 사진과 설명은 '소설'이 아닌 '실화'처럼 작품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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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2-2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광고를 보면서도 볼까 말까 했는데.. 별표 다섯개.. 궁금해집니다^^

마노아 2007-02-2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업적일 거라고 여겼는데 가슴을 울리더라구요. 전 만족한 독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