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형부가 퇴근 길에 잠시 들르더니 사탕을 내밀었다. 가족으로 지낸 1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예쁘고 달콤했다. 이후 다현양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사탕으로 더 사랑받아야지.
저녁에 언니가 퇴근하면서 갖고 온 사탕과 초콜릿과 쿠키는 더 죽여줬다. 순식간에 다 먹어버려서 사진 찍을 때는 거의 텅텅 비어 있었지만...
2. 오른쪽 귀가 아프다. 만져보니 뭔가 나 있다.
여드름인가? 여기도 여드름이 나나? 생각해 보니 전에도 이런 게 잡혀서 마구 만지다가 터져서 엄청 아팠던 기억이 난다. 피가 났던 것 같은데 역시 여드름??? 신경이 쓰여서 자꾸 가렵다 느껴진다. 긁고 싶은데 만지면 덧날 것 같고... 에잇!!
3. 화요일에는 황미나 샘의 보톡스가 웹툰 연재되는데 오늘자 연재를 보니 막바지에 다달은 것 같다. 아쉽구나....
1권 단행본 예약 주문한 사람에게는 미니 달력을 선물한다고 했는데 어이 없는 인쇄소의 횡포로 단행본이 엎어지고, 미안한 선생님이 대신 미니 앨범을 선주문한 사람에게 모두 보내주셨다. 그게 오늘 도착했다. 3월 그림만 공개해 본다. 마지막 달 그림은 보톡스의 엔딩과 연결된 게 아닐까 짐작해 보지만 아직은 확실히 모르겠다.
4. 낮에는 갑자기 숨쉬기 힘들만큼 가슴이 답답해졌다. 불쑥,
며칠 전 시사회로 본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가 느낀 압박감에 대한 강한 공감이 갔다. 종류는 전혀 다르지만 압박감이란 사람을 얼마나 짓누르던가.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해보다가 외출을 결심했다. 엄마와 함께 명동 나들이. 그저 이른 저녁을 먹고 조금 걷다가 돌아온 게 다이지만 바깥 공기를 쐬니 살 것 같았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곧잘 접해왔지만, 그것이 현실화될 거란 상상까지 해보며 살지는 못했다. 그걸 피부로 절감하며 온몸으로 체감하는 일본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5.순식간에 몇 만 명이 목숨을 잃어버리는 범지구적 재앙을 실시간으로 계속 접하다 보니 모든 것이 허무해진다. 이 안타까운 목숨들을 어떻게 하나...
시즈토의 애도가 떠오른다. 남의 불행에 안도하지 말고, 정치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악용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애도하고 도울 방법을 생각할 때다.
사고 첫 날 mbc 9시 뉴스에서 한류에 타격 입게 됐다는 기사를 보고서 식겁했다. 미친 거 아냐? 오늘은 어느 방송국인지 잊었는데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구호대를 보냈다던가 구조물품을 보냈다던가. 암튼 그걸 자막에 띄우는데 며칠 전 생각이 나면서 또 화딱지가 났다. 가장 가까우니 가장 먼저 보내는 게 당연하지 그걸 생색내냐....
97년도에 괌 니미츠 힐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무수한 사람들이 죽었다. 대대적으로 방송국에서 사건을 보도하는데 당시 KBS에서 몇 십 시간 연속 방송 기록을 세웠다면서 사고 방송 와중에 시상식을 했더랬다. 그때도 뉴스 보면서 미친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개념 없이 몹쓸 짓들을 아직도 하는구나...
6. 집에 돌아와서는 언니가 보내준 메일을 받고서 울컥했다. 이 아이들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펌] 마음 아픈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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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랑 같은 반 아이 한명이 저희집이랑 아주 가까이 살아요.
엄마는 안계시고(이혼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아빠는 일용직으로 지방에 공사장을 따라 다니세요.
고모네 집에 얹혀 사는데 아이한테 좀 엄하면서도 전혀 관리를 안해주세요.
봉사활동으로 만난 아이고 저희 집이랑 가깝고 올해는 저희 아이랑 같은 반이 되었네요. 그래서인지 학기 시작하면서는 저희 아이를 따라서 저희 집에 자주 와요. 숙제도 좀 봐주고 우리 아이 문제지 복사해서 같이 좀 풀게하고 간식도 먹이고 하는데 그댁 그모께서 아이한테 보기 싫다고 해가 지면 기어들어오라고 한다네요.
그래서 저녁도 몇 번 먹여서 보냈어요. 아이가 집에 가길 무서워 하기도 하고 안가려고 해서 밥도 먹여서 데려다 주기라도 하면 그 그모께서는 눈길도 한번 안주고 아무말없이 아이 등짝을 후려치면서 데리고 들어가세요. 그래도 아이는 밝고 예쁩니다.
그런데 오늘 아이 학교 숙제가 엄마 아빠와 자신의 손과 발 도장을 찍어오는 거예요. 그 아이가 울먹이며 저한테 조심스럽게 묻기를 아줌마랑 아저씨가 대신 찍어 줄 수 있냐고...
그래 해줄께~그런데 고모랑 고모부것으로 해가는게 좋지 않을까?했더니 대답을 못하고 울어버리네요.
그래서 달래주고 제가 해주기로 했어요. 남편것은 저녁에 찍어서 아침에 학교갈때 주기로 하고요. 그랬더니 아이가 한참 후에 다시 울먹이는 말투로 혹시나 저희 아이와 똑같은 발과 손도장을 가져가서 제 아이가 싫어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구요. 제 아이가 옆에 있다가 자기는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마음이 좀 그런지.... 아줌마 발이랑 자기 발이랑 안닮았으면 어쩌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양말을 벗고 발을 비교해 보니 그 아이가 발도 아주 얇고(칼발이라고 하나요?) 작아요. 그에 비해 제 발과 제 아이발은 완전 넓적~ 발을 보더니 아이가 더 울상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00이랑 아줌마는 정말 닮았는데 자기는 역시 남이라서 그런지 다르다고 하면서 훌쩍이길래 아이를 달래주려고 아줌마가 발 양쪽에 살짝 테이프를 붙이고 도장을 찍어 준다고 했어요. 그렇게 하면 발이 좀 얇게 보일테고 또 우리 아이와 좀 다르게 보일테니 괜찮겠냐고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던 눈에 웃음을 짓네요. 정말 별거 아닌 숙제 같았는데... 상처 받는 친구들이 있는 과제네요. 얼마전 가족사진을 가져오라는 숙제도 있었는데 그때도 이 아인 슬펐겠지요? 요즘은 한부모 가정도 많고 조부모 가정도 많은데 이런 숙제 과제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게 지도해 주는게 좋을까요? 제가 임시로 해주는것도 어느 선이 있을것 같은데 아이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발에 물감을 잔뜩 뭍히고 아무렇게나 쿡 눌러서 찍어준 못 생긴 우리 아이용 발 도장과 갸름하게 나오라고 테이프 붙이고 정성스레 찍어 놓은 그 친구 아이용 발 도장을 보면서 참 슬프네요. 잘 말라야 내일 그래도 당당하게 들고 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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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이 떠올랐다. 학부모와 보호자...
당연한 듯 여기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참 많아져버렸다.
보다 많아진 결핍과 상처, 보다 많은 위로와 배려가 필요하다.
7. 정확히 오늘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반값 세일이 사라졌다. 50% 세일하던 책들이 모두 30% 세일로 상향 조정되었다. 보관함에 가득 들어있던 책들 중 조정된 책들은 미련 없이 지워버렸다. 50%에 샀어도 지금 읽지 못할 책들이다. 오히려 눈앞에서 치워버리니 속이 시원하다. 책보다 소중한 게 얼마나 많은지 뉴스를 1분만 봐도 깨달을 수 있다.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도 사치스러운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