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관람기
임금님의 집 창덕궁 빛나는 유네스코 우리 유산 1
최재숙 지음, 최재숙,달.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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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후부터 갖고 싶었던 책인데 가격 떨어지기를 줄곧 기다리다가, 지난 주에 창덕궁에 갈 줄 알고 구입했던 책이다. 창덕궁엔 가지 못했지만 이 책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실물에 견주겠냐마는 아쉬움을 가시게 할 만큼 만족스런 책이었다.
법궁 경복궁의 동궐인 창덕궁. 넓은 후원 덕분에 규모로 따지면 경복궁보다 더 크다. 이 지도를 보니 경희궁이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쓸데 없는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벌써 복원하고도 남았을 텐데...

사진과 그림을 결합해서 화면을 꾸민 게 인상적이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어릴 적에 버스를 타고 지나다닐 때 저 '敦'을 어떻게 읽는 줄 몰라서 한참 고민했다. 결국 엄마한테 물어봐서 답을 얻어냈다.
일제 시절 궁을 많이 훼손해 놓아서 정문 앞 바닥도 평평했었는데 지금은 복원을 해놓아서 임금이 다니는 길과 신하들이 다니는 길을 구분해 놓았다. 그 덕분에 땅을 더 파느라고 지대가 아주 낮아졌지만...

금천교의 모습. 복원하면서 물도 흐르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에 자신이 없다.
암튼 저 다리에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이 귀엽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예, 나티, 해치, 그리고 거북.
거북은 해치와 같은 위치로 뒤쪽 방향에 있기 때문에 화면에선 보이지 않는다.

인정전 앞이다. 멀리 자그마하게 임금님도 보인다.
흑백의 실제 건물 사진에 색색이 구분된 그림 인물들이 정겹기만 하다.
그림을 그리신 분은 '초정리 편지'의 홍선주 작가님이시다.
요즘같이 더운 때에 행사라도 치를라면 차양도 쳐야 한다.
사진에선 보이지 않지만 천막용 고리가 바닥에도 있다.

임금님이 신하들과 나랏일을 의논하는 공간인 선정전.
공무 중인지라 임금님 표정이 근엄하다.
한 화면에 표현하고자 사관의 위치가 당겨진 것일까?
아님 사극에서 늘 임금님 반대편에 있던 사관이야말로 카메라의 위치상 거기에 배치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자료를 막 찾아보니 임금님 왼편에 나란히 앉아있는 위치도를 보았다. 모인 사람의 규모에 따라서 배치가 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건 자료를 좀 더 찾아봐야겠다.

임금님이 먹고 자며 생활하는 희정당.
아무래도 선정전에 비해서 표정이 밝다.
앉아있는 이들은 임금님의 아우들. 다들 나이가 지긋하다.
저리 독상을 차지하는 게 조선 스타일.

왕비님의 처소 대조전.
드라마 동이에서 희빈 장씨가 중전이 되기 전에 자신을 얼마 뒤 '교태전'의 주인이 된다고 해서 웃었다. 그래놓고 나중에 중전 자리에서 쫓겨나기 전에는 남인들이 '대조전'을 지킬 거라고 해서 또 웃었다. 가끔 드라마 속에서 그렇게 말이 왔다갔다 한다.
어릴 때 궁궐에 들어와 15년을 공부해야 궁녀가 될 수 있었는데 동이가 궁녀가 되는 과정은 파격도 그런 파격이 없었다. 쿠쿠...

내의원 풍경이다. 신성한 곳이건만 어째 분위기가 소꿉장난을 연상시킨다.
허준과 대장금 때문에 낯설지 않다.
이병훈 피디는 대장금 이후 그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질 않아서 아쉽다. (계속 동이 얘기군...;;;)

창덕궁 뒤편의 넓은 후원의 풍경이다. 연못에 발을 담근 듯한 모양새이 정자.
크진 않지만 배 한척 띄우며 운치를 즐길 수 있었던 연못.
그 안에 자그마한 섬까지.
시짓기 내기를 해서 귀양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정조는 저 자그마한 섬에 신하를 귀양 보냈다가 풀어줬다. 귀여워라!

문무를 함께 닦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
임금님도 활쏘기와 말타기에 매진하셨다.
소설 '영원한 제국'에서 정조가 새벽에 활쏘기 하는 장면을 아주 긴장감있게, 그리고 멋지게 묘사했던 게 기억난다. 러블리 정조~!
늘 공무에 시달리고 움직임이 적었던 임금들은 사냥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을 텐데, 고려의 공민왕은 사냥에 영 취미가 없었다. 말도 타지 못했던... 그의 섬세한 감성에 말타기나 사냥은 너무 거칠었을지도...

임금님이 농사짓는 논도 후원에 있었다.
이 논에서 거둔 벼는 왕실의 제사 때 쓰고, 신하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청의정은 그 볏짚으로 지붕을 이은 정자다.
임금은 농사짓는 본을 보이고 왕비는 베를 짜는 본을 보이고...
문득, 모내기 철에 농사짓는 시늉을 하며 사진 찍던 국회의원들이 생각나버렸다. 사진 찍자마자 바로 논에서 나왔다고 사진 찍은 기자가 후일담을 얘기했었지...

몇몇 사진과 정보가 더 있지만 다 소개하면 아쉬우니 남겨두기로 한다.
대신 작년에 창덕궁 다녀오면서 남겼던 후기를 먼댓글로 연결시켰다.
추억이 새록새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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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8-1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은데요. 저도 보고 싶어요.
마노아님 언제 창덕궁 만남 주선해주세요.^^

마노아 2010-08-10 10:31   좋아요 0 | URL
자꾸 몰아가는 분위기, 안 돼요, 안 돼...ㅎㅎㅎ
오늘 제 친구도 오전에 아이들 데리고 창덕궁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취소했어요.
비가 창덕궁 사랑을 참 여러모로 방해를 하네요.^^ㅎㅎ

순오기 2010-08-10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그림을 같이 넣어 인상적이네요.
창덕궁도 기필코 가봐야지요~~~ 마노아님 덕분에 잘 봤어요.^^

마노아 2010-08-10 10:32   좋아요 0 | URL
밋밋할 법한 그림에 생명력을 넣은 아이디어에요.
많은 분들이 오매불망 외사랑하느나 창덕궁이에요.^^

2010-08-10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0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8-10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정말 너무너무 예뻐요! 마치 입체북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궁궐은 80~90 퍼센트가 지금 파괴된 것이 그나마 남아있는 정도라던데(수치는 아른거립니다만), 남아있는 것이나마 잘 알고 살아야지, 생각중이었는데 마노아님이 이런 리뷰를 써주셨군요! 그나저나 현판을 읽지 못하는 문맹의 수치를 아주 제대로 느끼고 사는 요즘이어요ㅠㅠ(무식한 걸 자랑까지!)

마노아 2010-08-10 10:35   좋아요 0 | URL
입체북! 와, 적당한 표현이에요. 그런 느낌이 들어요.
경희궁은 거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수준이고, 경복궁도 거의 90%, 창덕궁은 70% 정도쯤이요?
그럼에도 창덕궁이 세계 유산이 된 게 놀랍고 대견해요. 정말 남아있는 것이라도 잘 보존해야 해요.
고궁에 가면 현판 이름이 어려워 난감할 데가 많아요. 옆에 푯말이라도 있으면 아주 고맙지요.^^ㅎㅎㅎ

자하(紫霞) 2010-08-1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덕궁은 홈페이지 사진을 보니 딱 제 스타일이던데 못 가서 참 아쉬웠어요~
마노아님의 리뷰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마노아 2010-08-10 10:36   좋아요 0 | URL
창덕궁을 처음 간 게 대학교 때였는데 무척 감탄했어요. 신기함 그 자체였죠.
그곳의 사계절을 다 누려보고 싶어요.^^

머큐리 2010-08-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창덕궁 번개 함 하시죠... 될 수 있음 선선한 바람부는 가을 정도에...ㅎㅎ

마노아 2010-08-10 23:35   좋아요 0 | URL
낙엽 떨어지는 가을에 창덕궁이 빼어나게 아름답긴 합니다.^^ㅎㅎㅎ

순오기 2010-08-1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도 이달의 당선작 2관왕이어요~ 축하축하!! 3관왕은 배제했는지 안 보여요.

같은하늘 2010-08-10 20:37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제가 살펴보니 마노아님 3관왕 이던데요.^^
마이리뷰, 포토리뷰, 영화리뷰~~~
축하해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0-08-10 23:36   좋아요 0 | URL
하핫, 메일이 3개 왔어요. 3관왕이 맞네요.
한달에 한 번은 기다리기 지루한데 다관왕일 경우 적립금이 빠방한 것은 기분 좋네요.^^
축하 고맙습니다아~

순오기 2010-08-11 00:58   좋아요 0 | URL
아~ 그럼 유일한 3관왕인가~ 대빵 축하해요!
적립금 두둑하니 또 질러야겠죠.ㅋㅋ

마노아 2010-08-11 13:58   좋아요 0 | URL
우와, 유일한가요? 새로 바뀐 페이지 어질어질해요.@.@;;;;
오늘 탐나는 중고책이 많아서 질러주려고 했는데 밥 먹고 오니 이미 팔렸어요. 늘 그렇죠.ㅎㅎㅎ

pjy 2010-08-1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고 눈으로 보고, 다녀와서 다시 책보면 정말 좋을거예요^^

마노아 2010-08-10 23: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녀와서 다시 보면 또 다른 감동이 몰려올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0-08-10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그날 홀낏본 창덕궁 너무 이뻤어요... 한번 가보고 싶더군요.

마노아 2010-08-10 23:55   좋아요 0 | URL
봄 가을만 가봤는데 겨울도 멋질 것 같아요. 여름의 신록도 탐이 나지만 너무 더워서 엄두가 안 나요.^^;;

무스탕 2010-08-1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저 책 얼마전에 샀어요. 전 웅진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싸게 살수 있는 포인트가 더글더글하거든요.
(근데 문제는 책이 그렇게 많은건 아니라는거..;;)
저 책은 애들보다 순전히 엄마가 보고싶어서 산 책 ^^

알라딘 가을 소풍은 창덕궁인가? 인솔교사는 마노아님? +_+

마노아 2010-08-10 23:55   좋아요 0 | URL
웅진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데 주로 전집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마치 창덕궁이 제 집 안방 같은 분위기군요. ㅎㅎㅎ

같은하늘 2010-08-1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날 말씀하신 그 책이군요. 저는 경복궁 관련 책만 있는데 이거 그림도 독특하고 좋은걸요~~
자~~~ 우리 창덕궁에서 번개를~~~ㅎㅎㅎ

마노아 2010-08-10 23:56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창덕궁이 인기 검색어가 되겠습니다. 으하하핫^^ㅎㅎㅎ

순오기 2010-08-11 00:59   좋아요 0 | URL
창덕궁 번개는 9월 12일 일요일 오후에 하면 어때요?
파주는 월욜에 가면 되니까~ ㅋㅋ

마노아 2010-08-11 13:59   좋아요 0 | URL
일요일이면 저는 오후만 가능하네요.
암튼 가을날의 창덕궁은 추천하는 코스죠.^^
창덕궁 러브 모드는 순오기님이 쵝오!

bookJourney 2010-09-2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리뷰 보고 이 책 샀는데, 너무 좋아요~~.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와는 또다른 매력~. 둘을 짝으로 읽으면 참 좋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시지요?
늦었지만 ... 인사 남겨요. 올 가을, 모든 일에서 풍성한 수확하시길 빌어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0-09-23 19:41   좋아요 0 | URL
헤헷, 책이 참 좋지요? 이거 보고서 고궁 나들이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요새 경복궁은 경회루 입장을 온라인으로 접수 받는다고 하던데 아이들과 함 다녀오셔요.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요.^^
책세상님의 풍성한 인사에 마음이 더 넉넉해져요. 고맙습니다. 책세상님의 추석도, 올 가을도 모두모두 풍성한 열매 맺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