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중간고사 첫 날이었고, 부서 단합대회로 창덕궁 자유관람이 내정되어 있었고, 공교롭게도 전체 교직원 산행 대회도 겹쳐버렸다. 미리 예약이 되어 있어서 취소는 못하고 창덕궁을 관람한 뒤 산행 대회로 합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80분, 60분 시험 감독 마치고 밥 먹고 부랴부랴 이동한 창덕궁. 카메라도 안 갖고 오고, 선글라스도 없고, 모자도 선캡도 없는 막막한 상태. 햇볕이 강렬했지만 피할 수는 없는 노릇.  


오랜 만에 이 책에서 창덕궁 편을 다시 읽고 잘난척도 좀 하면서 창덕궁을 한바퀴 돌고 싶었지만.... 

전날 두쪽 읽고는 불도 켜둔 채 바로 잠들어버렸다는 슬픈 이야기....ㅜ.ㅜ 

괜히 짐만 더 늘렸다는.....;;;; 

(아, 창덕궁에 물품 보관소 있다. 무료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저 책 무척 재밌다!! 왜 다른 책은 더 안 나올까 심히 궁금하다.  

암튼... 다시 창덕궁으로 돌아가서.... 

평상시에는 가이드가 있으니까 안 쓸 것 같긴 한데, 우리는 자동 인식 가이드를 하나씩 받았다. 미술관 가면 도슨트 해주는 그 기계...이름이 뭐지??? 

난 카메라가 없는데 도서관 사서 샘께서 정보부 카메라로 사진을 잘 찍어주셨다. 전송 받은 사진만 500메가가 넘는다. 용량이 너무 커서 부득불 줄여서 올릴 수밖에 없다.   

 



참 맘에 들었던 사진. 처마 위 잡상들의 가지런한 간격과 단청의 보색 대비와 맑은 하늘의 조합이 멋지다. 



마찬가지 이유로 참 좋은 사진. 



건물 뒷편의 모습도 앞면 못지 않게 운치 있다. 단을 올릴 때 색깔 층을 낸 굴뚝도 멋지구리하다. 경복궁도 아주 훌륭하지만~ 



부용지와 주합루의 구도는 언제 보아도 참 멋지다. 저 자그마한 연못 위 더 자그마한 섬이, 혹 정조가 시를 바로 짓지 못하면 귀양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그 섬일까? 저런 섬에 잠시 귀양 갔다 오는 것도 재밌었을 텐데 말이다.(임금의 농을 진담으로 알아들었다면 무척 간담이 서늘했겠지만!)  

(사진 펑!)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까닭에 임금과 중전의 옷과 가체를 무료로 빌려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저 가발, 대놓고 무겁다. 절대로 고개를 빳빳이 들 수가 없다. 중전의 대례복에 해당하는 가체는 오동나무 지지대가 포함되어 있어서 더 무겁다.  

(사진 펑!)

기왕에 써보는 거, 앞머리 올리고 옆머리 넘기고 제대로 써볼 것을 아쉽다. 곧이어 연주회가 있어서 한복까지는 못 입어봤다.  

문득, 전통 혼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상상으로는 뭘 못해...ㅎㅎㅎ 

(근데 떨잠이 짝짝이다. 한쪽은 거의 떨어지기 직전...;;;) 



창덕궁 연경당에서 두 차례의 공연이 있었다. 매일 있는 건지, 목요일만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풍류집단 률'의 영산회상 중 상령산을 연주하는 중. 외국인들이 무척 흥미롭게 감상하는 듯했다. 하긴, 한국인인 나도 참 생소했으니까...;;;; 



우리춤 연구회의 진주 검무. 드라마 황진이가 생각났다.^^ 



신영희 씨가 나와서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령'을 열창하시는 중. 

그러나 이때 쯤엔 이미 다리가 풀리고 동공도 풀려서 마구 졸음이 몰려오던 즈음이었다. 한 시간에 걸친 공연이 이제 끝났다. 만세를 속으로 외쳤다능.... 



오래도록 개방 않다가 개방이 된 '옥류천'은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옥류천'이란 한자는 영조가 썼고, 바위에 새겨진 오언절구의 시는 숙종이 썼다고 한다.  



옥류천 위쪽으로 저렇게 생긴 녀석이 있었는데 당최 뭐에 쓰는 놈인지 모르겠다. 꼭 김장독 뚜껑같기도 하고, 우물 뚜껑같기도 하고... 누구 아시는 분??? 

중간의 공연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스케줄인지라 보물찾기가 예정되어 있던 산행대회 합류하는 일정이 좀 엉켜버렸다. 창덕궁에 도착한 이래 물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내내 강행군을 했던지라 우리는 모두 지쳐 있었다. 시원한 곳에 앉아서 빙수라도 먹으면 딱 좋겠건만, 한참 전에 출발한 산행 팀을 따라잡아야 했다. 결국 넉다운 된 한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선약이 있어 꼭 가야한다는 한 선생님도 가시고 남은 사람들이 청와대 뒷길로 해서 백사실 계곡으로 향했다.  

이쯤 되니 다리가 풀려서 크게 미끄러질 뻔했는데 엄청시리 놀랐다. 어이쿠... ;;;; 

결국 우린 산행을 하긴 했지만 보물은 하나도 못 건지고 바로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가 세검정인데 대체 얼마나 더 걸었던 겐지...;;;; 

이미 막걸리가 몇 배나 돌아서 불콰하게 취해버린 샘들 사이에서 간단히 밥 먹고 눈치 봐서 빠져나왔다. 그런 샘들이 꽤 되었다. 집에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다시 두 정거장을 걸었고, 중간에 잠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쓰며 집에 도착.  

평소 운동량이 없던 녀석인지라 종아리가 무진장 시큰거렸다. 어이쿠!! 

원래 페이퍼 쓰기 시작할 때의 목표는 목, 금, 토요일의 일을 간략하게 적을 셈이었는데, 사진 올리다가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 나머지는 다음 시간(?)에...;;;;;

참고로, 창덕궁은 10월 달이 가장 예쁘고~(단풍 절정!) 목요일 자유관람일은 15,000원에 입장한다.(4월에서 11월만 해당) 평상시에는 3천원에 입장 가능하고 가이드 따라서 1시간 20분에 도는 코스이다. 최근에 개방된 코스까지 가려면 추가요금이 붙는다. 월요일은 휴관일. 

자동 안내해주는 기계는 충전이 꽉 차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눈금이 한 칸 남았던 샘들은 모두 기계가 중간에 잠들어주셨다...;;;; 

 

 

인정전의 내부 모습이다. 전등, 커튼, 유리 창문은 1908년에 서양식으로 개조한 모습이다. 국가적 의식을 치르던 정전이다.



 선정전. 왕의 공식 집무실인 편전이다. 단청 색이 복원된 티가 너무 나는 게 흠이다.



 창덕궁 건물 중 유일하게 지붕에 청기와를 올린 곳.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거렸다.

 

이 건물은 뭐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대조전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건물 이름이 안 보이니 확인이 잘 안 됨.^^

 

 

담장과 건물의 구성이 예쁘다. 담장을 보고 나니 소쇄원이 또 떠오른다.

 



 낙선재다. 단청을 두르지 않아 소박하지만 격조있는 모습이다. 이방자 여사와 덕혜 옹주가 20년 전까지 사셨던 곳.



 저 담장 너머는 창경궁이다. 건너갈 수는 없다.^^



 부용지 앞 주합루 건물을 크게 찍었다. 1층이 규장각이다. 그 앞의 문은 어수문. 고기와 물의 관계를 임금과 신하의, 그리고 백성과의 관계에 비유했다. 이 사진에는 안 보이는 오른쪽 90도 방향으로 넓은 터가 있고, 임금이 주재하는 과거시험이 열렸었다. 이몽룡도 여기서 시험봤다던데...



곳곳에 연못이 많고 그 주위에 정자가 많다. 4개씩 짝을 이루는 정자들이 많았다. 이 건물은 옥류천 주변의 소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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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27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덕궁은 못 가봤어요~ 덕분에 사진보며 신났어요.

마노아 2009-09-27 12:12   좋아요 0 | URL
헤헷, 순오기님을 위해서 사진을 더 추가했어요. 월요일에는 경복궁 갈 생각인데 사진을 좀 찍어와야겠어요.^^

순오기 2009-09-28 11:25   좋아요 0 | URL
추가시진도 잘 봤어요. 우리 궁궐은 오밀조밀 섬세함이 돋보여요.
단풍든 궁궐도 멋질 거 같아요.

마노아 2009-09-28 11:28   좋아요 0 | URL
크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섬세한 멋이 있어서 좋아요. 여기서 더 크면 다리 부러질 거예요.ㅋㅋㅋ

이매지 2009-09-2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못 가봐서 10월에 가보려구요 :)
사진보니까 빨리 가보고 싶네요 ㅎㅎㅎ

마노아 2009-09-27 12:13   좋아요 0 | URL
오, 남친님과 함께 단풍 놀이를 창덕궁에서~ 좋아요, 좋아.^^

BRINY 2009-09-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요일 자유관람이라. 저도 시험기간중에 가봐야겠어요.

마노아 2009-09-27 12:13   좋아요 0 | URL
딱 좋은 타이밍이에요.^^

무스탕 2009-09-2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덕궁엔 가슴아린(?) 사연이 있는곳이라 사진만 봐도 눈물이 뚝뚝.. ^^;;
20년전에 가봤네요. 마노아님 소개를 받고 10월에 꼭 다녀와야지!! 결심중이에요.
정말 이쁜 우리 고궁들이에요~~♡

마노아 2009-09-27 16:19   좋아요 0 | URL
아앗, 대체 20년 전에 무슨 일이! 10월에 아이들 손 잡고 같이 다녀오셔요. 참 예뻐요.
낙엽 주워서 책에 꽂아두고 1년 뒤 펼쳐보면 다시 가을 냄새가 물씬 날 거예요.^^

하늘바람 2009-09-2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체가 참 잘 어울리세요.
창덕궁 가보고 팠는데

마노아 2009-09-28 11:25   좋아요 0 | URL
울 샘이 저더러 고전형 이라고 하던데, 그게 요새 말로는 칭찬이 아니더라구요. 으하핫..;;;;;

같은하늘 2009-09-2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복궁은 수도없이 가봤지만 창덕궁은 못 가봤는데...
올 10월에는 창덕궁으로 아이들과 함께 떠나볼까요?
아~~ 근디 지하철 타고 가야하는디 그넘의 신종플루가 무서워~~~

마노아 2009-09-29 14:39   좋아요 0 | URL
손세정제 들고 다니면서 닦아 주고 해야지 별수 없어요. 신종 플루가 어여 가라앉아야 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