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단순히 혈액순환장애로 판단했던 증세는 어제는 총체적 몸살로 번졌고, 밤부터는 장염으로 퍼졌다.
나중에는 옷이 피부에 스치는 것도 종이에 베인 것처럼 쓰라렸다. 샤워하려다가 어찌나 놀랐던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기력 소진.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해서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무거워진 눈꺼풀을 들어보니 평소보다 기상 시간이 40분 정도 넘어 있었다.
부랴부랴 씻고 출근. 오전 시간엔 모든 공강과 쉬는 시간을 화장실과 합체된 모습을 보여주었달까.
오전에만 수업이 세개였는데 그래도 수업은 안 날리고 다 했다. 의자 투혼(?)을 발휘하긴 했지만..ㅎㅎㅎ
사실 1교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수업하다가 울뻔 했다. 거기서 울었으면 웬 꼴불견이었을까.
오전에 너무 고생을 해서 아침에 이어 점심도 제꼈다. 좀 상태가 나아졌으면 급식에 누룽지 있으니까 그거라도 먹을 생각이었는데 급식 메뉴가 '돈까스'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패스.ㅡ.ㅡ;;;;
그런데 점심 시간에 학생 한무리가 교무실로 찾아왔다. 게중에 자체발광 소년이 나에게 약을 내민다. 오오옷, 이런 날개 달린 학생을 보았나!
자기가 감기 걸렸을 때 먹어보고는 직빵이었다고, 그 친구의 도움으로 이 약을 먹어보았다는 같이 온 다른 친구들도 모두 입을 모은다. 그렇게 신통방통한 약이??!!
증세가 감기 몸살에서 장염으로 옮겨간 것 같아서 효과가 있을지 자신이 없었는데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니 먹으면 정말 탈난 게 다 사라질 것 같았다.
그리고 신기하게, 이 약 먹은 이후로는 화장실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일은 없었다. 만세!!
오후 2시가 넘어가니 배가 너무 고프고, 무엇보다 허리가 꺾일 것처럼 아팠다. 빨리 집에 가서 엄마가 해준 따뜻한 죽 먹고 자고 싶었다. 나처럼 더위 많이 타는 애가 이 시점에선 무릎담요 뒤집어 쓰고 산쵸 행세를 하고 있었으니 정말 가관. 얼굴에는 열이 올라 발그레 해진 게 므훗한 영상이라도 본 모습이다.
이때 어무이 전화 한 통! 좀 어떠냐고 물으시기에 배고프다고 했더니 집에 올 때 '본죽' 들러서 '야채죽' 사오라고 하신다. 엄마표 따뜻한 죽은 물 건너감...;;;;
둘째 언니한테 문자가 왔다. 어디서 기프티콘 행사 한다고. 그래서 주소 좀 보내보라고 문자 보내면서 오전 내내 화장실만 다녔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괜찮으냔 말도 없다. 우쒸.... 막 섭섭하려고 하는데 문자가 띡하니 왔다.
"던킨 도너츠 기프티콘' 좀 보내봐.
자매 간의 따뜻한 우애 물 건너감.... ㅎㅎㅎ
그리고 집에 와서 걸려온 낯선 전화 번호. 수화기 너머 이국의 뜨거운 볕을 품고 돌아온 내 친구의 목소리.
세상에, 이집트에서 이틀 전에 귀국했단다. 아직 전화 개통 전이라 엄마 폰이라고.
꺄아아악! 안 그래도 장염 증세가 이집트에서 너무 무리한 일정 소화하고 다리 아파 죽겠을 때 걸렸던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딱 그 타이밍에 친구 전화를 받았다. 아하핫, 재밌는 일일세.
(사진 펑!)
일단 핸드폰 개통하고 다음 주 중에 날 잡아서 회포를 풀기로 했다. 이틀 내내 잤다는 친구의 여독이 그 사이 다 풀리기를~
나는 그 사이 뭘 먹어도 다 좋게 회복되기!
오랜만에 이집트 생각이 나버려서 잠시 움찔. 여행기는 어쩌지? 반년이 지나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