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내 첫 직장의 옛 동료를 종로에서 만났다. 한때 맛집 동호회원이기도 했던 그녀가 추천한 곳은 종각에 있는 네팔 음식 전문점.  

기대했던 것보단 다소 비쌌지만,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카레를 좋아하는 내게는 좋은 음식. 다만, 디저트로 준 인도 차는 비렸다. 지난 주 중국에서 하도 디었던 먹거리 때문에 더 몸서리 쳐지는지 두 모금 마시고는 그만뒀다. 그래도 다음 번에 또 다른 친구들과 더 찾아보고 싶은 집이었다.  

2. 점심을 얻어먹은 탓에 차를 살까 했는데 둘 다 배가 불렀고, 영풍문고 가자는 걸 끌어서 교보문고로 갔다. 난 오프 매장은 교보가 더 좋더라.  

0-3세 코너 책은 글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하루에 백 권도 볼 것 같았다.(작정하고 본다면)  

이사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집 주소를 모른다고 한다. 안다고 하면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줬을 텐데, 모른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계산했다. 이제 4개월 된 아이를 위해 소리가 나는 촉감책을 골랐다. 

확실히 오프에서 샀더니 가격차가 상당히 벌어지는구나. 제일 싼 곳이 알라딘은 아니었지만.  

3. 집에 돌아왔는데 열쇠가 없었다. 아뿔싸. 중국서 사온 가방으로 옮기면서 키를 안 옮긴 것이다. 엄마는 방금 외출하셨고, 언니는 도착하려면 20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뭘 할까 두리번 거리다가 길 건너 미용실에 갔다. 한달 반 전에 짜른 앞머리가 눈 아래까지 침범했기 때문.  

사장님 내 얼굴 알아보시고 반가워하신다. 학생~ 하고 부르면서.  (급 기분 좋아짐!)

앞머리만 자르는 데는 얼마일까? 열 번이고 공짜로 잘라줄 수 있다며 극구 돈을 안 받으셨다. 고맙고 미안해서 다음 번엔 파마를 하러 와야겠다. (고객 유치 성공!) 


4. 오늘까지 써야 하는 할인 쿠폰이 있어서(맥스에서 무수한 강냉이와 바꾼 4천원 할인권) 집에서 가까운 상영관에 예매를 했다. 영화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직원분이 청소를 하고 계셨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170명 좌석 상영관에서 영화는 시작되었고, 나 홀로 감상하게 생겼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그만큼의 긴장감이 감돈다. 결과도 알고 있고, 과정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영화적 재미를 기대하기란 좀 힘들었다.  게다가 아침 일찍 언니네 식구들이 와서 잠을 좀 설쳤더니 영화 보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나밖에 없는 고로 일어서서도 보고, 손잡이에 걸터 앉아서 보고, 체조도 하면서 영화 관람. 그렇게 생쇼를 하다 보니 잠이 깨더라..;;;;; 

마지막 처형 장면은 탐 크루즈보다 첫번째 죽은 장군이 더 실감났다. 두렵지만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  엔딩의 자막이 참 아팠다. 역사가 부리부리 눈을 뜨고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개의치 않을 인간들이 너무 많다. 애석하게도. 

5. 안과 진료 받을 때가 좀 지났다. 두정거장 거리여서 걸어갔는데, 의사샘이 이제 3개월 뒤에 오면 된다고 하신다. 수술 받은 지 4개월 정도 되니 여유가 생긴다. 안경 안 써서 좋냐는 물음에 행복하다고 했더니 피식 웃으신다. 그 유통기한 2년이라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2년 정도 지나면 자기가 원래 눈 좋은 줄 안다는 얘기. 나도 벌써 눈 나쁘던 시절이 잘 생각 안 나는 것을.  

6. 이 병원은 수술받으려는 사람이 생기면 나서서 '딜'을 해주는 실장님이 있다. 처음 간 날, 울 언니가 그 실장님께 용산에 있는 안과에서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서 놀랐다. 알고 보니 지금도 용산과 돈암동, 두 군데서 일하고 계신다. 요일제로. 십년 전 회사 다닐 때 갔던 안과의 직원을 기억해내다니, 무서운 것! 

그 실장님이 수술 받을 사람을 소개해 주면 5만원 상품권을, 수술 후기를 남기면 2만원 상품권을 크리스마스 때 보낸다고 했었는데, 12월 15일에 내가 올린 후기에 대해 상품권은커녕 댓글도 안 달고 2달 가까이 지난 것이다.  

7. 그래서 그걸 문의(따지려고)하려고 하는데 진료 받고 나오니 전화 통화하러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신다. 간호사 왈, 기다리란다. 그래서 5분을 기다렸다. 아씨, 5분 기다리는 동안 6시가 넘어가는 게 아닌가. 6시 넘어서 약국 가면 할증료 붙는데! 

그래서 언제까지 기다리냐고 하니까 전화 통화 중이니까 앉아서 기다리라고 간호사가 화낸다. 얼씨구? 아니, 손님이 기다리는데 전화 통화를 5분 넘게 하고, 그걸 끊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당연하다는 듯 고압적으로 말하는 간호사. 얼굴이 확 구겨졌다. 이때 나오는 실땅님!  

8. 상품권 물어보니 이틀 전에 보냈다고 뻥을 치신다. 정말이냐고 하니까 수첩을 마구 뒤지신다. 그러더니 누락됐다고 실토한다. 내 생각에, 오늘이 금요일이 아니고 시간이 6시가 넘은 게 아니었다면 보낸 척하고 잽싸게 바로 발송을 했을 것 같은 분위기.  죄송하다고, 현금으로 드리겠다고. 그래서 2만원 받음. 답글은 왜 없냐고 물었다. 다른 모든 후기에 다 고맙다고 리플 달아놓고 내 글은 왜 안 달았냐고. 맘 상했다고. 그랬더니 바빠서 못 달았다고 한다. 그럼 내 뒤로 쓴 후기에 대해서 달린 리플은 뭐냐고 하니까 다시 또 급 수습. 집에 와서 보니 나 가고 나서 급하게 리플 달았더라. 미안하다고. 언니랑 다음에 '같이' 오면 선물 주겠다고. 3개월 뒤 갈 거지만, 그때 내가 혼자 갈 확률이 더 높은데 '같이'라니. 언니가 내일 갈 텐데, 가서 선물 받아 오라고 할까부다. (ㅡㅡ;;) 

9. 어제 알라딘에서 머그컵이 두 개 왔다. 내가 원했던 빨간 컵은 역시 안 왔고, 연두색 컵이 두 개 왔다. 

그리고 오늘 낮에 머그컵이 또 두 개 왔다. 역시나 빨간 컵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나한테 없는 컵으로 두 개. 

난 잠시 고민했다. 이게 왜 또 왔을까? 머그컵 수량 부족해서 색깔 다르게 못 보내니 적립금 만원 준다고 첫번째 메일을 보냈고,  적립금 늦게 줘서 욕 좀 먹었고, 그 와중에 머그 컵은 두 개만 보낸다고 했다고 막 우겼던 알라딘. 왜 다시 또 두 개를?  

클레임 걸었던 사람에게만 추가로 더 보낸 걸까, 아니면 착오로 한 번 더 보낸 걸까?  

고객센터 문의했더니 원래 4개 주는 행사라서 4개 보냈다고.   

왜 자꾸 말이 바뀌는지. 그럼 처음부터 4개 보내지 2개씩 2번 보내고. 여러모로 돈 쓰고 욕먹은 알라딘 되겠다.  

그리하여 머그컵은 이제 7개가 되었다. 내가 책 무진장 질러서 받은 3개와 이벤트 상품 4개.  

빨간컵은 아쉽지만(집요하다!) 아무튼 예쁜 컵이니 잘 써야지.

10. 오랜만에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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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2-0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웁...처형장면 나오는 영화라면 안보고 싶어요. '워낭소리' 보고 싶은데 여기는 상영하는 곳이 없다는게 (그래봐도 광역시인데 이래도 되는건지)아쉬워요.
제가 오늘 본 영화는 Arthur라는 만화 영화, 다린이가 빌려온 DVD인데 같이 보자고 해서 억지로 봤습니다 흑 흑...
내일과 모레도 흥미진진하게 보내시길요~ ^^

마노아 2009-02-06 22:21   좋아요 0 | URL
총살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피가 뿜거나 무지 잔인하게 보이는 그런 장면은 아니었어요. 만화 영화 본지는 꽤 오래 된 것 같아요. 조카가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의 숲을 빌려왔는데 그거 얼른 봐야겠어요. ^^나인님도 행복한 주말 시간 보내셔요~

하이드 2009-02-0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그컵은 제가 서재지기 서재에 글 올리고 나서, 다시 두 개 더 보내준다고 그랬더랬어요. 저도 녹색으로만 네개 왔답니다. 오늘 알라딘 박스 네개 받았는데 ^^;; 머그컵 한쪽에만 들어 있어서, 박스 왕 찌그러져서 왔더라구요. 무튼, 저도 이제 머그컵 네개. 늦게 받은 적립금은 받자마자 초고속으로 다시 알라딘으로 반환. ^^;

마노아 2009-02-06 22:22   좋아요 0 | URL
전 그 두 개 보내준다는 말을 계획대로 2개만 주겠다로 알아들었는데 추가로 더 보내겠단 얘기였군요. 요새 잠시 중고샵에 시들해서 모처럼 적립금이 아직 남아 있어요. 아주 드문 일이에요. ^^;;

Mephistopheles 2009-02-0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욕의 역사, 굴욕의 역사가 있다 한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공정하게 평가하는 역사관이 없다면 히틀러나 무솔리니, 전두환같은 인물들이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게 될껍니다. 지금 현실의 역사관을 보면 정말 암울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이지 후손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마노아 2009-02-06 22:43   좋아요 0 | URL
그 치욕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둔갑시켜서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바른 말 하면 잡아가고 해직시키고, 저항하면 두둘겨 패고. 20년 뒤 역사교과서에는 어떤 명제가 진실인 척 하고 있을까요. 암담합니다.ㅠㅠ

뽀송이 2009-02-0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오랜만에 뵈어요.^^
학~~생!! 흐흐~~ 기분 좋으시겠어요.^^
제가 요즘 너무 여유가 없어서 자주 뵈러오지 못해서 오늘은 일부러 들렀어요.^^;;

마노아 2009-02-06 22:50   좋아요 0 | URL
호호홋, 영업의 일환인지는 몰라도 기분 상콤했어요!
뽀송이님, 발가락은 다 나았나요? 일부러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니나 2009-02-0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그렇게 생쇼를 하니 잠이 깨더라에서 왕창 웃었어요.

마노아 2009-02-07 01:18   좋아요 0 | URL
저 말고 보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었으면 그대로 졸다가 나왔을 것 같아요.
징크스가 꼭 영화보기 전날 일이 있어서 잠을 설친다니까요ㅠ.ㅠ

비로그인 2009-02-0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밝히리 재밌나요? 암살 실패라는 결론이 이미 나 있는 것을 다룬 것이라 어떨지 궁금하네요.

마노아 2009-02-07 01:18   좋아요 0 | URL
끝끝내 밝히리! 네, 밝혀졌습니다. 전모가요! 영화 괜찮았는데 제가 졸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예요.

꿈꾸는섬 2009-02-0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정말 동안이시군요. 부러워요ㅜ.ㅜ
라식수술하신건가요? 무섭지 않나요? ㅋㅋ 저도 안경벗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겁이 나네요.

마노아 2009-02-07 01:19   좋아요 0 | URL
라섹수술했어요. 잠깐 아프고 평생 편해지기로 결심했거든요.
중국에 있는 새언니는 4년 전에 라식을 했대요. 요새는 많이들 하는 편이지요. 도전하세요! ^^

미설 2009-02-07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봄이 앞머리 잘라주고 동네 미용실에서는 2000원 받는데요 --;;;

마노아 2009-02-07 23:56   좋아요 0 | URL
오옷, 2천원이군요. 성인이라고 3천원 받진 않겠죠? ㅎㅎㅎ

순오기 2009-02-0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키리~ 어젯밤에 남편이랑 보고 왔어요. 빠른 전개와 실패 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 괜찮더군요. 결정적일때 몸사리는 인간, 우유부단한 인간도 어디에나 있어요.ㅠㅜ 바그너의 음악도 긴장감 조성에 한몫 했고요.
안과의 실땅님~ 띠용~~ >.<
그리고, 알라딘 컵으로부터 자유로운 내가 자랑스러워요! ㅋㅋㅋ

마노아 2009-02-07 23:56   좋아요 0 | URL
서로 상반된 명령이 내려왔는데 우린 명령대로만 하면 된다고 몸사리는 그 군인, 인상적이더군요ㅠ.ㅠ
알라딘 컵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오기님을 본받겠습니다!

하늘바람 2009-02-0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알라딘컵 넘 탐났는데 책을 멋질러서^^

마노아 2009-02-07 23:57   좋아요 0 | URL
다음 번 컵 이벤트에는 책을 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거의 일년 뒤의 일이지만요. ^^

무해한모리군 2009-02-0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조롭고 평안해 보이는 하루네요. 머그컵 축하드립니다 ^^

마노아 2009-02-07 23:57   좋아요 0 | URL
축하 감사해요~ 오늘 버느 노선이 바뀌어서 헤맨 걸 제외하면 오늘도 순조로운 하루였어요. ^^

비로그인 2009-02-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음식점 웬지 알것 같아요. 네팔 아저씨랑 결혼한 분이 같이 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요. 종각에서 2층에 있는 곳.

마노아 2009-02-07 23: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그럼 사모님은 한국분이신가요? 홈페이지도 있더라구요. ^^

2009-02-08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8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0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초롬너구리 2009-02-09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위에 댓글이 너무 길어서 내려오다 까먹을 뻔 했어요.
4번> 많이 본 처형장면인데 전 총쏘는 장면에서 '헉'하고 가슴을 안았답니다.
7번> 8시가 아니라 6시 이후부터인가요? (윽, 전 잘못 알고 있었어요)

마노아 2009-02-09 21:1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장교라고 처형 장면이 좀 점잖았죠. 비교적..ㅠ.ㅠ
6시부터 적용이더라구요.
4,200원 약이 4,400원 받더라구요. 모르는 척 왜 비싼가요? 했더니 할증 붙었다고. 8분밖에 안 지났으니 그냥 깎아주겠다고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