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생태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부자생태학
고제희 지음 / 왕의서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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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풍수지리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평소에는 별 관심 없는 것 같다가도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가 된다거나 이사를 간다고 하면 땅의 기운이 어떠니 산 위치가 어디니 하며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미신이니 어쩌고 해도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는 풍수지리에 대한 뿌리 깊은 의식이 남아 있다.

역사책을 봐도 가끔 임금의 묘 자리나 왕궁의 터전이 좋으니 나쁘니 하면서 후손들의 운명을 평가하는 내용도 자주 나오고, 최근에는 부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그에 관련된 책 또한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저자마다 유사한 논리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면 저자마다 조금씩 풍수지리를 보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뭐가 구체적으로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보면 풍수지리에 대해 그 동안 내가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 있는 내용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개인의 건강문제, 가족의 평안, 자손의 부, 그리고 기업들의 생사에 대한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사는 집은? 우리 부모님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저자는 풍수지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무조건 이건 좋고, 저건 안 좋다는 의식을 지워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좋고 나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풍수지리를 바라봐야지 그저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향집이 무조건 좋은가 하는 점에서 저자는 남향의 중요성은 햇볕에 달린 것이지만 북향이라고 해서 햇볕에 많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집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도 인간과 생물이 살아갈 정도의 햇볕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향이 좋은지 아닌지의 문제는 단순히 방향만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왜 우리가 남향집을 선호하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풍수지리에서 운과 복을 따지려면 풍수지리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집에 있는 화장실. 낮에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밤이 되면 그곳에서 찬기가 나온다. 따라서 밤에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자면 한기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에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밤에 자기 전 화장실 문 하나를 제대로 닫지 않고 자는 사람이 무슨 복을 운운하느냐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게으르다는 의미다.

또 묘 자리를 잡을 때도 무조건 남쪽만 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남쪽으로 향하면 햇볕을 잘 받아 잔디가 잘 자라고 겨울엔 다른 곳보다 눈이 먼저 녹아 따스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땅에 묻힌 시신은 땅 위의 온도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잔디는 하루 3시간만 햇볕을 받으면 잘 자라는데 남쪽이든 북쪽이든지 간에 하루 세 시간의 햇볕은 받기 때문에 잔디 자라는 것을 보고 묘 자리가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저자는 물이라고 한다. 땅 밑이 메말라야 자연적인 부패가 일어나 살이 썩고 뼈만 남게 되는데 만약 묘지에 물이 고인다면 살이 제대로 썩지 않고 남아 문제가 된다고 한다. 묘 자리와 물이 앙숙인 것은 망한다는 것을 쑥대밭이 된다고 표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쑥이 바로 물이 있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평소 풍수지리에 관심은 많지 않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책에 나온 대로 평소 조금만 신경을 쓰면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다 좋을 것 같다. 풍수지리는 미신이기 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이해이고, 하늘과 땅이 움직이는 흐름에 따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연과학처럼 와 닿았다. 단순한 수치에 의한 판단이 아닌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꼭 풍수지리에 대해 공부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활용할 좋은 지혜들이 많이 들어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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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법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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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대해 무척 다양한 정의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특정 규율과 조건에 의해 물건과 서비스를 자기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교환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니 거의 상식적인 단어가 된 ‘시장’을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며 재미있게 표현했다. 하지만 단순한 에세이는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정의와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딱딱하지 않은 문장으로, 특히 저자의 중국 여행기와 같은 스타일로 정리했다.

중국을 방문하다 자신의 바지를 수선하는 저자, 거기서 눈에 띤 어린 여자아이(조그마한 공간에서 옷을 열심히 수선하고 있던)에게 바지 수선을 맡겼고, 그는 그녀에게 5위안을 주었다. 물론 바지 수선하는데 정찰가격이 있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여자아이가 달라는 대로 주었을 뿐이다. 물론 저자는 5위안이란 금액이 조금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당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금액이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얻었는가의 문제였다. 

만약 저자가 가격만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다면 거기서 바지를 고치지 않고 다른 곳도 가보며 수선비를 비교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리가 아팠고, 5위안이란 돈의 액수가 그에게는 그리 큰 액수가 아니었다.  결국 여자아이가 수선비를 비싸게 받았던 아니던지 간에 저자는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었고, 수선하는 아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한다.(그녀가 실제 제 값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의 강제도 아닌 자율적인 교환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시장이다.

저자는 시장에 대한 정의 중에서 ‘공평’ ‘완전경쟁’이란 단어는 쓰레기통에 집어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 ‘완전경쟁’이란 모든 상품의 질과 가치, 정보가 공개되고, 그들의 가격이 100% 입증된 상황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도 시장에 나가 물건을 살 때 그 상품보다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파는 곳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아주 비싼 상품이라면 모르겠지만) 또 내 앞에 놓인 상품이 당시 판단에 내가 원하는 적절한 상품이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라면 더 이상 찾지 않고 그곳에서 물건을 산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이란 백프로 공개된 완전경쟁시장이기보다는 제한적인 정보와 공간 내에서 움직이는 지엽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다. 단지 규모가 크고 작은 것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저자의 생각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궁핍, 가난함 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경제, 즉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자율경제체제라고 한다. 이 안에서만이 서로가 경쟁을 통해 보다 좋은 것을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의식을 사회복지나 문제해결수준으로 승화시킨 것이 사회적기업 아닌가 싶다. 그들, 제 4섹터의 기업가들은 사회문제를 거부하거나 도전하기보다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해법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만이 최상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의 입장이 자본주의 체제(현재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 낙오한 사람들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해도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은 맨 뒤에 나온 시장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요약하면서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요인을 정리한다.

첫째, 자발적인 교환이다. 자유롭게 타인과 거래할 수 있어야지, 강제로 거래해야 한다면 그건 시장이 아니다. 게다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반감된다.

둘째, 가격시스템이다. 가격은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반응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노력을 어느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가격을 통제하면 일순간은 좋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장은 성장하기 못한다. 원화가치를 의도적으로 조정하려다 문제가 더 커지는 현 상황을 보라.

셋째, 널리 이용가능한 정보다. 정보의 공유범위가 넓을수록 시장은 보다 잘 작동하게 되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때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구매자와 판매자는 불신하게 되며, 시장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넷째, 재산 및 그 재산을 소유하고, 향유하며 남들의 이용을 배제하고, 원하는 대로 사고팔 수 있는 재산권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무엇보다 개인의 재산권을 엄중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법이다.

다섯 째, 경쟁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자발적인 교환과 정보문제와 직결된 사항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경쟁할 수 있을 때 시장은 가장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적절한 가격으로 파고 팔 수 있다. 따라서 과열된 경쟁이라 할지라도, 일순간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문제된다는 이유 하에 장기간 통제하게 되면 시장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여섯 째,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 시장이 작동하려면 위법과 절도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강압과 부정부패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당연히 시장규칙 하에서 이뤄진 계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일곱 째, 문화다. 자유경제 속의 사람들은 시장에서의 일상 활동이 마치 언어처럼 깊숙이 몸에 배어야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이를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끼지만 이웃나라 러시아처럼 농업경제체제에서 바로 공산주의로 넘어간 러시아는 아직도 자유경제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나 다 아는 시장경제에 대한 개념을 재미있게 표현한 책이며,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와 구조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원론적인 면을 다룬만큼 시장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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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 사랑에 아파하는 영혼들을 위한 심리 정화 솔루션
이규환 지음 / 왕의서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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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이 책은 제목 자체가 무척 독특하다. 인간심리에 대한 여러 가지 책이 나왔지만 사랑에 대한 부분을, 그것도 감정 차원을 넘어 인간이 갖는 사랑의 의미와 그것의 허구를 적나라하게 밝힐 책을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구지 책을 보지 않더라도 목차만 봐도 기존에 알고 있는 성과 섹스, 사랑 간의 관계를 독특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내용들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그 중에서 내 관심을 강하게 이끈 부분은 뒤에 나오는 섹스와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특히 이 부분은 스캇 팩박사가 쓴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본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았고, 본인도 이 책에 나온 내용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과 섹스, 상대에게 끌린다는 마음, 그리고 집착과 사랑 등 우리가 평소 구분없이 사랑하는 단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의하여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을 잘 설명해 줬다.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섹스를 통해 하나가 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역으로 설명하면 우리는 상대방과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상대방과의 성관계를 통해 순간적인 쾌감이나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이를 오르가즘이라 하는데, 거의 하나가 될뻔한 느낌을 갖게 되지만 문제는 섹스를 마친 다음이다. 그때까지도 오르가즘 상태에서 느낀 감정이 그대로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캇 펙 박사는 이것에 대해 인간이 육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기쁨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와 같은 느낌이 자손번식을 위해 인간에게 주어진 감정 아닐까 싶다.

저자는 섹스를 인간이 다른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며, 두 사람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까이 갈 수 있는 최고의 접촉이라고 한다. 단순한 육체적인 접촉 수준을 넘어 자신의 신체 일부를 타인의 몸에 삽입하거나 받아들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 서로가 하나 됨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동이 서로를 사랑하기에 이뤄지는 자연스런 모습이라면 별 문제없지만 성행위를 통해 느끼게 되는 쾌감에 집착하게 되면, 또 그 이후 서로가 하나임을 강조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 정도면 사랑이 아닌 집착이 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한 가정주부가 성 불감증에 걸려 상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육체적인 면에서도, 가정 문제에서도, 또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성적인 쾌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이기적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성적인 문제에서만은 상대방의 느낌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내가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집착한다는 말이다. 이 여성도 남편과 성행위를 할 때 자신의 느낌보다는 남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비록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해도 남편이 쾌감을 느끼는 것 같으면 자신도 느끼는 척하고, 남편이 흥분한 것 같으면 자신도 그 순간에 맞춰 오르가즘을 느끼는 표정을 지음으로써 남편을 만족시키려 했다. 처음에야 한두 번이야 별 문제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에게 성행위는 즐거움보다는 부담스런 일이 되었고, 결국 성적인 쾌감 자체를 느끼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을 보면 우리가 평소 사랑이라고 부르는 감정과 행동이 극히 일순간적인 감정의 파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또한 사랑은 집착도, 소유도, 강요도, 충성도 아닌 두 사람의 마음의 교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랑.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것에도 지식이 필요한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유지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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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대를 위한 상상, 나는 미디어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2.0세대를 위한 상상, 나는 미디어다 -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
오형일 지음 / 봄날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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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방송의 힘이 무척 강했다. 물론 지금도 대중매체의 힘이 약해진 건 아니지만 과거와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 예전처럼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TV 앞에 가 앉는 시간자체가 줄어들었고, 또 자주 보지도 않는다. 게다가 리모콘이란 요상한 물건이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순간 방송국의 시청율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저자 말대로 요즘은 방송을 대체할 게 무척 많다. 기존의 대형매체보다 온라인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블로거들의 이야기, 개인들이 움직이는 UCC등에서 더 빠르게 참신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고, 기존 매체의 일방적이 내용전달보다는 함께 이야기하며 즐거워한다. 어떻게 보면 정치, 권력과는 거의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여과 없이 보내는 내용들이 더욱 사람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아직도 방송을 통해 전할 말은 많고,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기대 거는 것도 많다. 세상이 변해 아무리 다양한 전달매체가 생겨도 믿을 수 있는 것은 기존방송매체들이고, 그 안에서 소신껏 일하고 있는 전문 인력들이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책을 펼치면 목차가 나오는데 그곳을 바라보면 방송국 하나를 보는듯하다. ‘드라마 왕국 속에 드라마 PD로 사는 고단함. 드라마국’ ‘즐거운 상상, 치열한 실험, 내일의 변신을 꿈꾸는 예능국’ ‘화려한 놀이보다 소소한 일상을 응원하는 라디오국’ ‘오늘,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시사교양국’ ‘험하고 거칠고 가혹하지만 언제나 현장에 있길 꿈꾸는 보도국’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말, 제 몸으로 돌아오는 언어, 아나운서국’ 별별 부서의 이름이 적혀 있어 방송국의 구조와 이들 안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

방송이라고 하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거나 배우를 앞에서 폼 잡고 지시하는 PD의 모습만 봤던, 예쁘게 차려입고 뉴스에 나와 기자들을 불러가며 이야기하는 아나운서만 봤던 사람들에게는 방송이란 것이 이토록 세분되어있고, 전문화되어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평소 갖고 있는 방송인이란 직업에 대한 환상은 깨질 수밖에 없다. 방송국 안에서 호흡하듯이 써 놓은 글 속에서 독자는 TV나 라디오에서 보던 우아한 모습과는 달리 단 5분을 위해 며칠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인이 되고자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 보기 바란다. 평소 알지 못한 방송의 모습과 무대 뒤쪽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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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솔루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사과솔루션 -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윈-윈 소통법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김호,정재승 감수 / 지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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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오래전만해도 사과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나약함을 보인다고 남에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선생이 아이를 때리다 아이가 다쳐도 자신이 잘못 때렸다고 사과하기보다 매를 맞은 학생이 더 야단을 맞게 되는 경우다. 몸을 피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이제는 위아래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문제를 고백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이 책 서문에서 볼 수 있듯이 대통령조차도 자신이 잘못한 게 있으면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과거처럼 권위의식 속에서 무소불능의 모습만 보여서는 나라살림을 꾸려 나가지 못한다.

‘사과’.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이 생각난다. 죽음을 앞 둔 노교수가 얼마 전에 죽은 자신의 친구를 생각하며 울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기 때문이다. 모리교수가 운 이유는 오래 전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친구가 일 때문에 병문안을 오지 못했는데 그게 섭섭해 친구가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몇 번씩이나, 오랫동안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죽고 나니 별 것도 아닌 일을 갖고 그를 용서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워, 이제는 용서해주고 싶어도 용서할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 때문에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읽으며 가슴이 무척 아팠다. 내가 용서해야 할 사람, 나를 용서해줘야 할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용서를 빌고 용서받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과한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그저 잠시 자존심을 접으면 다 될 것 같지만 여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심이 우선되어야 하고, 상대방이 사과를 받을 만한 여건이 되었을 때 사과를 해야만 진정한 사과가 이뤄진다. 단지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해서는 사과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

책을 보면 사과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선(先)사과’라는 게 있다. 즉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사과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어떤 회의 때 자신이 먼저 나간다는 것을 말하며 사과를 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사과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규정지으면 ‘사과’라기보다 양해를 구하거나 유감을 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자신이 일으킬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인지, 그런 사과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 지 잘 모르겠다. “미안합니다만, 제가 당신을 한대 때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 같으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사과의 시점이다. 저자는 “기왕에 맛없는 까마귀를 억지로 먹어야 한다면, 남이 먹다 남긴 거라도 먹어 치워야 한다면, 식었을 때보다 따뜻할 때 해 치우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 프레드 톰슨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말이 맞는 것 같지만 항상 옳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방식의 사과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과란 상대방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일이 자신에게 어떤 문제를 야기 시켰는지, 그리고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인지한 다음에 진행되어야 사과의 의미가 정확히 전달된다. 일이 벌어지자마자 사과하는 것은 피해자가 어떤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끔 강요하는 것밖에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부엌에서 그릇을 깼다, 아이는 엄마에게 뛰어가 “엄마, 나 그릇 깼어.라고 사과한다면 그때 엄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황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때 아이의 사과는 진정어린 사과라기보다는 곧 이어 닥칠 야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입막음에 더 가깝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것이 고의적이든 우연한 상황이든지간에 언젠가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고 실수에 대한 보상책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사과를 상대방이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사과가 아니라 상대방이 인정할 수 있도록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과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면 좋을 듯하다. 사과한다는 단순한 행동을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해 놓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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