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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 혼자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자신이 고독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외롭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그 동안 이 두개의 문장이 하나의 뜻인 줄 알고 있었다. 고독한 것은 외로운 것이고, 외롭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표현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고독함과 외로움은 나쁘다고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겪는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의사들도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움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과 외롭게 혼자 늙어가는 사람의 건강상태를 비교하며 안 좋은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그러다보니 나도 혼자 집에 있을 때면(일 때문에 밖에 나가야만 할 때를 빼고는 내 방에 혼자 앉아 일하고 있을 때가 많다), 며칠이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 한 명도 없을 때는 갑자기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혹시 내가 세상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살다 혼자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하루가 멀게(아니 하루에도 매 시간마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주로 나를 밖으로 끌어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나는 폐쇄적인 인간인가 아니면 세상이 두려움을 갖고 있던지’ 걱정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책 뒷표지에 나온 문장을 보면서 평소 갖고 있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무척 마음에 와 닿은 말로, 이 내용을 보며 “그래, 맞아,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고독을 즐기고 있을 뿐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나는 사람을 기피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 쓰잘 데 없는 소리 하고 싶지 않았고, 꼭 만나야 할 일도 아닌 것을 갖고 구지 만나 이야기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으며, 문자나 이메일로도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한 현 시대에서 꼭 세수하고 옷 차려 입고 차를 타고 싸지도 않은 커피 한잔 마시며 얼굴 맞대고 떠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저 내가 편한 방식대로 살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곧 그것이 고독이든, 외로움이든, 단절이든지 간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군중속의 고독. 오래전부터 들어온 이야기지만, 이 말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따라서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반동분자라고 몰아 부친 것도 있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고독성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남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책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사람과 만나 서로를 알고 지내야 한다는 시각에서, 또 인간은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볼 때는 완전히 반동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혼 후 자기만의 성(오두막) 안에서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 청소하고, 밥해먹고, 설거지하고, 가끔 집밖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물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전화도 당연히 안 받는다. 혼자 있고 싶을 때면 완전히 ‘혼자’인게 좋다는 저자인데 구지 전화까지 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저자도 태어날 때부터 혼자라는 것을 즐긴 사람은 아니다. 그녀도 남들처럼 결혼도 했고, 직장도 다녔으며, 세상 한 가운데에서 살던 사람이다. 그러나 우연히 혼자 있게 되었을 때 고독이란 것이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울하고 힘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리어 고독을 통해 자기내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자신만의 멋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고독찬양자가 되었다. 나 혼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나만의 성 안에서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 이것이 바로 그녀의 ‘홀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정의다.
이 책에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나온다. 당연히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보다 월등히 낫다고 주장하는 삶의 모습들이다. 예를 들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으며, 어떤 한 사람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라도 자신이 원한다면 애정과 관심을 줄 수 있고, 구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상대방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으며, 또 혼자서 떠들어댄다고 흥 볼 사람도 없다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고독에 대한 예찬을 담은 이 책은 평소 내 자신을 바라보며 가진 생각, 즉 좀 더 자주, 많이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는 강박관념을 많이 없애준 책이다. 결국엔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또 무엇을 하든지 간에 ‘행복’과 ‘만족’은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 구지 남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관계를 통해 기쁨을 얻고자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고독.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자체가 기쁨이 될 수도 있고,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가는 행복일 수도 있다.
물론 이 책 내용에 대해 오해하지 말 것은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을 등지거나 혐오하는 사람이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시며 즐기기도 한다. 다만 진정한 기쁨은 남이 아닌 내가 만드는 것이란 것, 고독이란 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쁜 것만은 아니며 고독한 삶에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