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마케팅 - 기업전략에서 발견한 10가지 공익마케팅 법칙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총서 5
캐티야 안드레센 지음, 박세연 옮김 / 열음사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제목이 특이하다. 우리가 잘 아는 ‘로빈후드’라는 정의의 사도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여 책 표지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는 책이다. 그러나 섣불리 짐작하지 말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로빈후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로빈후드’하면 떠오르는 것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준 정의로운 사람으로 잘 생기고, 칼을 잘 쓰고, 머리 좋은, 그래서 덕분에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하게 된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허리우드 스타일의 영화 말이다.

이 책은 로빈후드라는 멋진 남자의 긴장감 넘치는 활약상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 가진 게 없는 사람이나 사회정의를 실현하길 원하는 NPO. Non Profit Organization (때로는 NGO도 마찬가지겠지만)에게 필요한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내용은, 이제 마케팅이란 어떤 조직이든지간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인데 아직도 NPO들은 마케팅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그들이 가진 마케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자신들의 신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배척감,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마케팅이란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고객(시민, 국민의 개념을 포함)이 원하는 것을 찾아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에 NPO도 마케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책 목차를 보면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기본적인 사고과정이 일반교과서 순서대로 나와 있다. 즉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시장조사), 그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을 결정하고(세분화 및 목표고객 설정, 이해), 이를 최적의 매체나 도구를 통해 그들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마케팅을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반복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물론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과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책 내용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내용은 책 앞 장에 나온 목표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목표의중요성에 대해서는 NPO만의 문제라기보다 마케팅을 실행하는 모든 조직의 문제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핵심을 간단히 얘기하면, 조직은 모두 자체적인 행동목표를 갖고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처럼(목표 그 자체만을 바라보는 자세) 당의론적인 생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만 하지 말고 목표를 이행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런 일을 해서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라는 말이다.

한 예를 들어 ‘자연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가진 조직이라면 단지 자연을 보호하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당의적인 말만 하거나, 이 문제에 대해 귀 닫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만 제공하고자 노력하지 말고, 자연을 보호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제시하라는 말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목표대상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 상대방에게 자연을 보호하자고 말했을 때 그가 어떤 행동을 보이길 원하는가? 휴지를 줍는 것?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을 것? 분리수거하는 것?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고개만 끄덕거리며 ‘맞아!’하고 지나가기를 원치 않는다면,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이 현실로 되길 원한하면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이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그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 중에 ‘Foot in First'와 ’Head in First'라는 원칙이 있다. 전자는 어려운 것을 먼저 하게 만들면 나머지 쉬운 것은 그냥 따라가게 된다는 가정을 갖고 있는 논리이고, 뒤의 것은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려운 길도 관성법칙에 따라 나아가게 된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인간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되기에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누가, 어디서, 어떤 일부터, 어떻게 시작해서, 결과적으로 어떤 일까지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행동양식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책의 첫 부분을 목적과 목표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한 걸음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어떤 조직이든지 간에 무엇인가를 시작하려면 우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NPO나 사회봉사단체들 중에서 마케팅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곳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로빈후드마케팅’을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이제 마케팅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돈 벌기에 급급한 수전노와 연관된 개념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공함으로써 그들 스스로가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의 목표달성을 돕도록 도와주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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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9-21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