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솔루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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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솔루션 -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윈-윈 소통법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김호,정재승 감수 / 지안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과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오래전만해도 사과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나약함을 보인다고 남에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선생이 아이를 때리다 아이가 다쳐도 자신이 잘못 때렸다고 사과하기보다 매를 맞은 학생이 더 야단을 맞게 되는 경우다. 몸을 피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이제는 위아래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문제를 고백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이 책 서문에서 볼 수 있듯이 대통령조차도 자신이 잘못한 게 있으면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과거처럼 권위의식 속에서 무소불능의 모습만 보여서는 나라살림을 꾸려 나가지 못한다.
‘사과’.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이 생각난다. 죽음을 앞 둔 노교수가 얼마 전에 죽은 자신의 친구를 생각하며 울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기 때문이다. 모리교수가 운 이유는 오래 전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친구가 일 때문에 병문안을 오지 못했는데 그게 섭섭해 친구가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몇 번씩이나, 오랫동안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죽고 나니 별 것도 아닌 일을 갖고 그를 용서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워, 이제는 용서해주고 싶어도 용서할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 때문에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읽으며 가슴이 무척 아팠다. 내가 용서해야 할 사람, 나를 용서해줘야 할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용서를 빌고 용서받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과한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그저 잠시 자존심을 접으면 다 될 것 같지만 여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심이 우선되어야 하고, 상대방이 사과를 받을 만한 여건이 되었을 때 사과를 해야만 진정한 사과가 이뤄진다. 단지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해서는 사과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
책을 보면 사과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선(先)사과’라는 게 있다. 즉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사과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어떤 회의 때 자신이 먼저 나간다는 것을 말하며 사과를 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사과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규정지으면 ‘사과’라기보다 양해를 구하거나 유감을 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자신이 일으킬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인지, 그런 사과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 지 잘 모르겠다. “미안합니다만, 제가 당신을 한대 때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 같으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사과의 시점이다. 저자는 “기왕에 맛없는 까마귀를 억지로 먹어야 한다면, 남이 먹다 남긴 거라도 먹어 치워야 한다면, 식었을 때보다 따뜻할 때 해 치우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 프레드 톰슨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말이 맞는 것 같지만 항상 옳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방식의 사과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과란 상대방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일이 자신에게 어떤 문제를 야기 시켰는지, 그리고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인지한 다음에 진행되어야 사과의 의미가 정확히 전달된다. 일이 벌어지자마자 사과하는 것은 피해자가 어떤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끔 강요하는 것밖에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부엌에서 그릇을 깼다, 아이는 엄마에게 뛰어가 “엄마, 나 그릇 깼어.라고 사과한다면 그때 엄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황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때 아이의 사과는 진정어린 사과라기보다는 곧 이어 닥칠 야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입막음에 더 가깝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것이 고의적이든 우연한 상황이든지간에 언젠가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고 실수에 대한 보상책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사과를 상대방이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사과가 아니라 상대방이 인정할 수 있도록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과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면 좋을 듯하다. 사과한다는 단순한 행동을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해 놓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