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드 싱킹>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얼라인드 싱킹
짐 스테픈 지음, 이수정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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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하루 24시간 중에서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생활에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하루가 마지못해 살아가는 삶이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의미찾기 질문이지만 이것처럼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질문도 없는 것 같다. 왜?

가끔 신문에서 유럽의 휴가관경을 기사나 사진으로 보게 된다.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민족의 대이동처럼 타지로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면 휴가를 적극적으로 보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일이 지겨웠으면 일 년 동안 휴가비를 마련해서 단 며칠 만에 다 써버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기사에서는 자신이 돈을 모으는 목적이 휴가를 가기 위해서라고 하니 말이다. 물론 일부분의 이야기겠지만. 원래 일조량이 적은 지역이라 햇빛을 찾아 이동한다는 데 할 말은 없지만 마치 일상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 같다.

이 책은 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일을 하지 말라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지금 상황에서 떠나라는 그런 책이 아니다. 가끔 대책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라는 책이 말한다. 그것보다는 자신 앞에 놓인 일을 자신이 원하는 꿈과 일치시켜 일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으라고 말하는 책이다. 기존에 나왔던 목표와 관련된 책과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

책 내용에 한 부부가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일을 갖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뭔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항상 허전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일 중심으로 살고 있고, 일 중심으로 산다고 하면서도 항상 불만스럽다. ‘이게 사람 사는 건가?’ 하는 의문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게다가 일로 인해 가족들 간의 대화도 없고  집에 돌아가면 모두 피곤한 상태라 그저 여관처럼 잠을 청할 뿐이다.

하루는 부부가 앉아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중 자신들을 현재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자는 말이 나오게 되었고, 그 결과 삶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명한 멘토를 소개받는다. 이때부터 이들은 멘토가 소개해주는 부부들을 방문하면서 그가 주장하는 'MIN'법칙에 대해 공부한다. MIN이란 Most Important Now'의 약자다.

멘토는 MIN에 대해 “MIN 비밀이란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을 조화로운 사고가‘로 살아가게 해 주는 핵심개념이라네.” 라고 말한다. 언뜻 듣기에는 간단한 단어 하나가 삶을 어떻게 매일같이 조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까 궁금하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거린다. 

이 책의 핵심 요지는 이렇다. 모든 일은 자신에게 의미 있을 때만이 일할 의욕이 생기고, 그 일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 앞에 놓인 일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일이 내가 원하는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만 확신할 수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일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 본 다음, 그것과 내 앞에 놓인 일간의 관계성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무척 간단한 논리지만 사람들이 이와 같은 꿈과 일간의 관계성을 무시하다 보니 내 앞에 놓인 일이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거부하거나 건성으로 해치우게 된다. 결과는 당연히 나쁠 수밖에 없고.

기존 자기계발서에서 자주 보는 논리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 내가 원하는 삶, 즉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그것이 도달하고자 하는 모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책에서는 NC, Necessary Condition이라 한다)이 있으며 그 일은 지겹거나 힘들지만 해야만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대목은 무척 인상 깊다. 전체 1등을 하겠다는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거부한다면 어떻게 1등, 즉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책을 다 본 후 다시 중요한 부분을 뒤적거리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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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1% 바뀌면 인생은 99% 바뀐다 - 소설로 읽는 생활 심리학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김하경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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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퇴사를 준비할 때였다. 2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맘먹었지만 퇴사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 나 홀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은 지 고민하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바로 재능, 강점 찾기였다.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이를 키우면 남보다 잘하는 일은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기에 성공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강점,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한결같이 외치는 말이지만 그것처럼 알기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다. 지금 학교에서 학생들의 강점 찾기를 도와주고 있는데 이것도 당시의 경험덕분이다. 특히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그저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네 강점을 찾아 그것을 키울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 중에 진정으로 자신의 강점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어쨌든 여기저기를 쫒아 다닌 결과, 강점 찾는 여러 척도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고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몇 개의 강점, 재능 찾기 도구들이 하나같이 일관된 방향을 알려줘 나름대로 확신할 수 있었다. 또 지나온 삶 속에서 일정한 파편조각들을 찾을 수 있었고.

하지만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강점과 재능이 반드시 좋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재능이라고 하면 남달리 잘하는 것이라 좋은 것 같지만 내 삶을 되돌아보면 강점 때문에 고생을 사서 한 적도 많다. 지금도 그렇고. 예를 들어 내 강점 중의 하나는 독수리처럼 목표를 발견하면 그것을 향해 앞뒤 안 돌아보고 돌진하는 성격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내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수십 번이라도 고치고 보완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 힘이 나를 성공한 직장인으로 만들어줬다. 비록 이 때문에 3~4년에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하긴 했지만.

하지만 달빛을 쏘이며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이런 특질들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야! 네가 지금 한가하게 술 마실 때냐?”. 또 친구, 동료들과 별 의미 없이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는 기피 1호대상이 된다. 내 머리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왜 이런 한가한 이야기를 듣고 앉아있지. 이 바쁜 시간에...’ 이게 바로 내 모습이다. 나에게 인생은 전투장이며 승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과정은 상관없이.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확실히 배운 게 있다면 인간은 항상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갖고 있고, 잘하는 게 있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는 점이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강점을 커질수록 그로 인한 문제 역시 같이 커진다는 단순한 진리다. 게다가 좋아하는 게 분명할수록 싫어하는 것도 더욱 확실해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빛과 그림자의 법칙]을 강조한다. 자신의 강점이 부각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단점(그림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인간은 자신의 문제(그림자)를 받아들이려하지 않기 때문에 인생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결국엔 우울증에 걸리거나 세상으로부터 도피자가 되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예전의 내 모습이자 아직도 지워버리지 못한 현재의 나이고, 동시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신만 모를 뿐이지 누구다 다 갖고 있는. 물론 이 책 내용은 도망자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을 찾아가는 승리자의 얘기다. 오해 없길 바란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되어 읽기 편하고 저자와 상담한 사람의 사례를 약간 변용시킨 것이라 현실감도 있다. 내용은 직장에서 잘 나가던 주인공 선영이 신임부장이 오면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데에서 시작한다. 예전의 부장과 잘 지냈던 주인공은 신임부장이 오면서 자주 야단맞기 시작하고 선영은 그때부터 고문관처럼 실수를 연발한다. 결국 주임자리마저 부하 직원에게 넘겨주고 일반직원으로 좌천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선영은 심리상담사인 형부 도움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책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이 외부의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 따라서 이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생각, 즉 일과 사람과 상황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제목 그대로 생각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는 의미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주인공은 동료직원인 지혜에게 푸념하기 시작했다. 왜 자기 주변에는 미운 사람들만 있고, 싫어하는 일과 짜증나는 상황만 발생하는 지, 게다가 두렵고 화나는 상황만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동료직원은 자신이 아는 심리상담사가 한 말을 선영에게 이야기한다.

“(그 상담사는)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모두 가짜라고, 지금 당신 눈앞에서 일어나는 골치 아픈 사건이나 싫은 사람, 상대하기 힘든 사람은 모두 가상의 일, 가상의 인물들입니다.” 이 말을 해석하면 내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들은 그들의 문제이기보다 내가 혐오하는 것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며, 따라서 내가 마음을 바꾸면(혐오하는 감정을 버리면)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내가 혐오하는 것이니까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이 부분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사람마다 싫어하고 혐오하는 게 다른데 ‘나는 왜 그것을(그런 상황을, 그 일을, 그런 사람을) 싫어하고 혐오할까?’하는 점이다. 당신이 남달리 싫어하는 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직장 생활할 때 게으름 피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거나, 농담이나 던지는 직원들을 보면 무척 짜증이 났다. 게다가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 뭔가를 잘 잊어버리는 사람, 정리정돈을 못하는 사람을 보면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어떻게 저러고 세상을 살아가나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다보니 그저 지나치면 될 것을 뭔가 한 마디 해 줘야 할 것 같았고, 가능하면 내 곁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은 것은 그게 바로 내 모습의 일부분, 즉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기에 버리기로 마음먹고 오랜 세월동안 잊고 살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내가 싫다고 버린 흔적이 내 앞에 나타나면 당연히 몸서리치게 싫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심하면 분노까지 느끼게 되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음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버리면 어디로 갈까요? 예를 들어 당신이 집안에 있는 쓰레기를 버렸다고 가정하면? 쓰레기를 버리면 집안은 깨끗하지만, 그만큼 집 주변에는 쓰레기가 많아지잖아.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이 쓰레기투성이라는 건 우리가 거부하며 버린 것들로 가득하다는 뜻이지 그 때문에 언짢은 일이 생기고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모여드는 거야. 사실은 그게 우리가 던져버린 쓰레기인데. 우린 그걸 보고 내 주변엔 온통 골치 아픈 문제뿐이라며 불평하지.”

결국 내가 싫다고 버린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주위에는 혐오하는 것이 늘게 되고, 자신이 버린 씨앗을 마음속에서 없애지 않는 한 어딜 가나 따라다니게 되어 있다. 그것들을 내 모습의 일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한 계속 나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인간의 아픔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게 해 줄 열쇠다.” 라고 하지만 자신이 미워하고 혐오하는 사람이,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약한 부분이라는 것을 누가 인정하고 싶겠는가. 인정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들키기도 싫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남들 모르게 꼭꼭 숨기기만 하면 그 부분은 계속 약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고, 마음의 문도 점점 닫아버리게 된다.

동료직원은 선영에게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다양한 요소가 모여 완성된 퍼즐 같은데 그 가운데 몇몇 조각을 모양이나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던져 버린대. 이렇게 밖으로 내동댕이친 조각이 바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이 되는 거야. 그래서 그 조각들을 찾아서 제자리에 되돌려두는 모습을 떠올리는 정도만으로도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래.”

결국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이를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면 그 순간 그 동안 분노했던 많은 것들이 일순간 사라지게 되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을 반드시 사랑해야 하며, 이를 다시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싫어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애써 좋아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지. 좋아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싫어하지 않으면 돼,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라고.“

저자는 한술 더 떠서 조금 무시무시한 말을 한다.

“자신이 버린 조각을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조각을 찾아내어 자신에게 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이 바로 결혼상대자래. 그래서 결혼해서 자신이 버린 조각을 주워온 사람과 살면서 그 조각을 억지로 끼워 넣게 되는 거라고.” 당신의 배우자는 어떤가? 혹시 당신이 싫어하는 말과 행동만 골라 하지는 않는가? 나도 가끔 아내에게 이와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은 왜 내가 싫어하는 짓거리만 골라서 해?”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가 평소 느끼는 분노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아픈 상처의 일부분일 경우가 많다. (물론 이때도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공동체의 안녕과 삶의 유지를 해치는 사람, 행동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은 제외하고) 분노란 서운함,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에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이 분노가 되어 그 사람의 인생 밑바닥에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분노는 우리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자신의 분노를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본질적인 문제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처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화가 났을 때 그 사람들에게 정말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떠올려봤으면 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그 사람이 아닌 옛날에 말하지 못했던 것, 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끝나지 않은 감정을 기억해내려는 장치일 뿐이거든. 사실은 그 말을 하고 싶어서 과거에 자신이 그 말을 하고 싶었던 상대방과 비슷한 사람, 당시와 비슷한 사건들을 자기 주위로 불러들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해봐. 그 말이 처제의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진정한 문제’니까.

나는 이 내용을 읽으면서 저자가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직도 가끔 누군가를 보며, 또는 나 혼자 있을 때 중얼거리는 소리가 있는데 이 말의 대부분이 과거의 기억들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했어야 하는데 사랑해주지 못한 아픔, 문제를 지적하고 화를 냈어야 하는데 참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 ‘나를 바라봐 줘’라고 외쳤어야 하는데 혼자 고민만 하던 모습 등이 아직도 가슴 어딘가에 남아 누군가에게 내뱉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것을 토해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빛과 그림자법칙은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구조와 법칙, 해결방법, 그리고 그림자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그림자란 휴식을 위한 장소이며 제어장치이기도 하므로 우리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일상에서 화가 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은 곧 인생의 스승으로부터 네게 아주 중요한 숙제가 남아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당신이 겪는 모든 갈등은 당신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내어 남은 문제를 끝마칠 수 있는 기회이며, 숙제를 끝내면 눈앞의 무서운 스승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세상을 평화롭게 살려면 나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내 안에 감춰진 문제를 드러내놓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별히 잘난 것도, 그렇다고 남달리 못난 것도 없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감싸주면 그 순간 인간에 대한 두려움도, 미운 것도 사라지고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세상살이가 쉽지는 않지만 마냥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내 약점을 드러내고 도와달라고 할 때 그것을 악용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도리어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고 도와줌에 감사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 자신의 진정한 문제와 마주하는 방법




Step 1 평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상을 찾는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화나게 만드는 사건,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적는다.




Step 2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나 일들을 떠올려보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를 말로써 정리해본다.




Step 3 그 말을 하지 못한 상황을 찾는다.

언제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는지, 또 언제부터 그 말을 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고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상황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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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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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인가? 무척 제목이 멋지다. 언뜻 봐도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제목이다. 특히 요즘처럼 변화가 심한 세상에서, 이성과 논리가 막을 내리고 인간본성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만한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의 놀라움은 제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의 방대함이다. (아마 뒤에 붙어있는 참고문헌을 보면 다시 한번 놀랄 것이다) 기존에 나와 있던 인간에 대한 정의를 한 곳에 모아놓은 듯이 무척 다양한 이론과 재미있는 사례,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의 모습까지 상세하게 들어 있다.

하지만 들기에도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누가 어떤 논리를 주장했는데 그 논리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정리했다. 물론 필요하다면 사례를 집어넣었고. 복잡한 논리를 간단하게 푸는 것, 전문용어보다는 일상적인 단어로, 어려운 공식보다는 평이한 문장으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동안 여러 분야의 책에서 본 내용들이 자주 나온다. 특히 브레인마케팅과 관련된 책에서 본 인간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주요 토픽 중의 하나다. 인간이 무엇인가르 결정내릴 때는 어떤 과정을 통하는가? 이때 이성과 감정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리고 윤리와 도덕에 대한 판단문제는? 누가 그 기준을 만들었으며 왜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 되는가 등 인간의 사고패턴과 가치문제 평가에서 볼 수 있는, 인간만의 독특한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저자는 인간이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뇌 구조에서 찾는다. 인류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원숭이와 같은 뿌리에서 가지 친 종일지언정 그들과는 분명히 다른 게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의 뇌라고 한다. 과거 뇌의 복잡성을 질량으로 따질 때라면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몸 전체의 무게와 뇌의 비율 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겠지만, 현대인보다 더 크고 무거운 뇌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은 왜 현대인보다 덜 영리해 보이는가? 뭐 이런 식의 논리다.

저자는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뇌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뇌의 무게를 기준으로 따졌던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뇌는 단세포에서 포유류로, 다시 원숭이와 같은 진화단계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간 일반적인 진화차원을 넘어 인간만의 독특한 자질을 만들어 낸 고유한 뇌이며, 이는 동물과 다른 사회생활 속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리를 이루는 개체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간의 상호작용은 보다 복잡해지고, 이와 같은 복잡성을 이해하고 관리하려면 보다 복잡한 뇌구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두 명이 함께 사는 곳과 다섯 명, 열 명이 함께 사는 곳은 서로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이 인간의 뇌를 다른 동물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킨 요인이며,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중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뇌.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의 10%밖에 쓰지 못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수많은학습 교재판매회사가 뇌의 사용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책을 팔아먹었고, 지금도 오래된 전설을 활용해 뻔뻔하게 사람들을 속이는 장사꾼도 있다. 하지만 우리 뇌는 부분만을 사용하기에 이를 확장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용도에 따라 특정 부분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화를 내는 뇌 부분과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뇌 부이 다르며 운동을 관장하는 뇌와 암산하는 뇌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전체적인 뇌 활동의 복잡성에 달려있는데, 이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 즉 복잡다단한 감정과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구사능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추론해 낼 수 있는 능력,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해와 추론 능력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뇌는 동물과는 완전히 다른, 그들을 훈련시킨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뇌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쁘고 슬픈 것은 원숭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좌절감, 수치심, 상승욕구를 그들은 느끼지 못한다. 결국 저자의 결론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뇌 구조 덕분이며, 이는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 뇌에서 복잡 뇌로 크기가 더 커지며 발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뇌를 갖게 되었는가? 저자의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사회활동과 연관관계의 확대가 인간의 뇌를 현재의 구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책은 무척 재미있다. 영혼, 신과 같은 추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힘이 인간의 변화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저자의 결론 역시 해답이기보다 또 하나의 의문을 만드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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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알아야 할 고객 니즈의 50가지 진실
기업이 알아야 할 고객 니즈의 50가지 진실
마이클 솔로몬 지음, 김경자 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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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욕구가 점차 다양해져간다. 따라서 이제는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일괄적으로 광고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소비자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고, 게다가 단일화된 욕구를 대상으로 한 거대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오는 왠만한 경영, 마케팅 책이면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말이다. 하지만 다양하다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다양화지는 것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다양이라고 표현하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고, 아무리 다양하다해도 인간이란 면에서는 유사할 텐데 그저 다양하다는 말 한마디로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평소 의문점이다.

게다가 고객이 바라는 것이 다양해지기에 기업도 이에 대응하여 점차 세분화되어야 하고, 상품도 다양하게 벌려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왜냐하면, 닭과 달걀의 우선순위를 논하는 것 같지만,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져 이에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 기업이 수익을 올리고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기존상품을 점차 세분화시켜다보니 고객들의 욕구가 세분화되어 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마케팅에서 배우는 고객 세분화와 목표고객 설정, 그리고 포지셔닝 방식에 의해서 말이다. 엄격히 따지면, 기업이 가만히 있는데 고객이 찾아와 “나 이런 것 필요해. 그러니까 당신이 이런 것을 만들어줘.” 하는 경우보다는 “당신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해. 그러니까 이 물건을 사.”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다양성. 좋기는 하지만 인간의 머리엔 한계가 있기에 그저 다양성만 주장해서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것을 현실에 적응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 책을 보면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이,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또 기업이 시장에서 일정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 같다. 평소 우리가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고객은 더 이상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을 얻어 쓰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 그런.

하지만 이 책에도 한계가 있는데 책 내용 자체가 고객의 다양성을 설명하기 위해 워낙 다양한 분야를 건들리다보니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뭐라고 할까. 꽁지빠진 참새같다고 할까. 아! 그렇구나 하고 머리를 끄덕거리려고 하는 순간 내용이 끝이다. 그저 맛만 보여주고 마는 시음장 같은 책이다. 물론 저자의 다양한 경험 덕분에 경영에서 마케팅, 소비자조사에서 개별적인 마케팅 분야까지 매우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느 정도 다채롭냐면 전체 300페이지 안짝의 책에서 50가지의 다양한 고객이야기를 풀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읽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면 때문에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의도만 간신히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에 대한 답은 독자 스스로 상상해 내야 한다. 다만 오해하지 말 것은 내용 자체가 빈약하다는 말은 아니다. 개별 목차에 할당된 내용들이 간단해서 저자의 깊은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책 한 권에 40개 내지 50개의 소제목이 들어있다면 일단 기피한다.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거나 지적 만족을 느끼기에도 어렵고, 에세이처럼 읽어나가기에는 재미없는, 어중간한 책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뭐뭐하는 50가지 비밀, 뭐를 위해 50가지 설명, 뭐뭐하는 45가지 비법 등 이와 같은 책에서 공통으로 느끼는 점이다. 주로 일본인이 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의 책으로 책 내용은 많은 것 같지만 풍부한 지적 호기심을 풀기에는 부족하고 가볍게 보고 넘기기에는 어려운 책이 바로 이런 책이고, 조금 심하게 혹평하자면 이 책도 바로 그런 류 같다. 책의 이해정도는 완전히 독자의 지적 능력에 맡겨두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만 간단히 요약한 책 말이다. 

나는 출판사에서 앞으로 이런 책을 출간하고 싶으면 현재처럼 4,50가지를 늘어놓기보다 그 전에 몇 개의 대분류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어떤 핵심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줬으면 한다. 즉 이 대제목안에 있는 내용들은 소제목과 아이템을 조금씩 다르지만 독자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하는 식으로 세분된 주제를 통해 독자가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추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 외국의 유명한 저자가 쓴 책을 그대로 번역하기 전에 그 책을 다시 정리할 때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런 식의 독자 서비스를 이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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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알아야 할 고객 니즈의 50가지 진실
마이클 솔로몬 지음, 김경자 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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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욕구가 점차 다양해져간다. 따라서 이제는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일괄적으로 광고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소비자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고, 게다가 단일화된 욕구를 대상으로 한 거대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오는 왠만한 경영, 마케팅 책이면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말이다. 하지만 다양하다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다양화지는 것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다양이라고 표현하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고, 아무리 다양하다해도 인간이란 면에서는 유사할 텐데 그저 다양하다는 말 한마디로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평소 의문점이다.

게다가 고객이 바라는 것이 다양해지기에 기업도 이에 대응하여 점차 세분화되어야 하고, 상품도 다양하게 벌려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왜냐하면, 닭과 달걀의 우선순위를 논하는 것 같지만,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져 이에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 기업이 수익을 올리고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기존상품을 점차 세분화시켜다보니 고객들의 욕구가 세분화되어 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마케팅에서 배우는 고객 세분화와 목표고객 설정, 그리고 포지셔닝 방식에 의해서 말이다. 엄격히 따지면, 기업이 가만히 있는데 고객이 찾아와 “나 이런 것 필요해. 그러니까 당신이 이런 것을 만들어줘.” 하는 경우보다는 “당신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해. 그러니까 이 물건을 사.”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다양성. 좋기는 하지만 인간의 머리엔 한계가 있기에 그저 다양성만 주장해서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것을 현실에 적응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 책을 보면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이,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또 기업이 시장에서 일정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 같다. 평소 우리가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고객은 더 이상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을 얻어 쓰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 그런.

하지만 이 책에도 한계가 있는데 책 내용 자체가 고객의 다양성을 설명하기 위해 워낙 다양한 분야를 건들리다보니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뭐라고 할까. 꽁지빠진 참새같다고 할까. 아! 그렇구나 하고 머리를 끄덕거리려고 하는 순간 내용이 끝이다. 그저 맛만 보여주고 마는 시음장 같은 책이다. 물론 저자의 다양한 경험 덕분에 경영에서 마케팅, 소비자조사에서 개별적인 마케팅 분야까지 매우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느 정도 다채롭냐면 전체 300페이지 안짝의 책에서 50가지의 다양한 고객이야기를 풀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읽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면 때문에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의도만 간신히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에 대한 답은 독자 스스로 상상해 내야 한다. 다만 오해하지 말 것은 내용 자체가 빈약하다는 말은 아니다. 개별 목차에 할당된 내용들이 간단해서 저자의 깊은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책 한 권에 40개 내지 50개의 소제목이 들어있다면 일단 기피한다.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거나 지적 만족을 느끼기에도 어렵고, 에세이처럼 읽어나가기에는 재미없는, 어중간한 책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뭐뭐하는 50가지 비밀, 뭐를 위해 50가지 설명, 뭐뭐하는 45가지 비법 등 이와 같은 책에서 공통으로 느끼는 점이다. 주로 일본인이 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의 책으로 책 내용은 많은 것 같지만 풍부한 지적 호기심을 풀기에는 부족하고 가볍게 보고 넘기기에는 어려운 책이 바로 이런 책이고, 조금 심하게 혹평하자면 이 책도 바로 그런 류 같다. 책의 이해정도는 완전히 독자의 지적 능력에 맡겨두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만 간단히 요약한 책 말이다. 

나는 출판사에서 앞으로 이런 책을 출간하고 싶으면 현재처럼 4,50가지를 늘어놓기보다 그 전에 몇 개의 대분류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어떤 핵심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줬으면 한다. 즉 이 대제목안에 있는 내용들은 소제목과 아이템을 조금씩 다르지만 독자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하는 식으로 세분된 주제를 통해 독자가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추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

 

외국의 유명한 저자가 쓴 책을 그대로 번역하기 전에 그 책을 다시 정리할 때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런 식의 독자 서비스를 이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독해나 감수 스타일로 말이다. 내가 출판사의 구조를 잘 몰라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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