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법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시장’에 대해 무척 다양한 정의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특정 규율과 조건에 의해 물건과 서비스를 자기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교환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니 거의 상식적인 단어가 된 ‘시장’을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며 재미있게 표현했다. 하지만 단순한 에세이는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정의와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딱딱하지 않은 문장으로, 특히 저자의 중국 여행기와 같은 스타일로 정리했다.

중국을 방문하다 자신의 바지를 수선하는 저자, 거기서 눈에 띤 어린 여자아이(조그마한 공간에서 옷을 열심히 수선하고 있던)에게 바지 수선을 맡겼고, 그는 그녀에게 5위안을 주었다. 물론 바지 수선하는데 정찰가격이 있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여자아이가 달라는 대로 주었을 뿐이다. 물론 저자는 5위안이란 금액이 조금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당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금액이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얻었는가의 문제였다. 

만약 저자가 가격만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다면 거기서 바지를 고치지 않고 다른 곳도 가보며 수선비를 비교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리가 아팠고, 5위안이란 돈의 액수가 그에게는 그리 큰 액수가 아니었다.  결국 여자아이가 수선비를 비싸게 받았던 아니던지 간에 저자는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었고, 수선하는 아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한다.(그녀가 실제 제 값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의 강제도 아닌 자율적인 교환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시장이다.

저자는 시장에 대한 정의 중에서 ‘공평’ ‘완전경쟁’이란 단어는 쓰레기통에 집어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 ‘완전경쟁’이란 모든 상품의 질과 가치, 정보가 공개되고, 그들의 가격이 100% 입증된 상황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도 시장에 나가 물건을 살 때 그 상품보다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파는 곳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아주 비싼 상품이라면 모르겠지만) 또 내 앞에 놓인 상품이 당시 판단에 내가 원하는 적절한 상품이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라면 더 이상 찾지 않고 그곳에서 물건을 산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이란 백프로 공개된 완전경쟁시장이기보다는 제한적인 정보와 공간 내에서 움직이는 지엽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다. 단지 규모가 크고 작은 것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저자의 생각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궁핍, 가난함 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경제, 즉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자율경제체제라고 한다. 이 안에서만이 서로가 경쟁을 통해 보다 좋은 것을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의식을 사회복지나 문제해결수준으로 승화시킨 것이 사회적기업 아닌가 싶다. 그들, 제 4섹터의 기업가들은 사회문제를 거부하거나 도전하기보다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해법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만이 최상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의 입장이 자본주의 체제(현재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 낙오한 사람들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해도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은 맨 뒤에 나온 시장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요약하면서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요인을 정리한다.

첫째, 자발적인 교환이다. 자유롭게 타인과 거래할 수 있어야지, 강제로 거래해야 한다면 그건 시장이 아니다. 게다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반감된다.

둘째, 가격시스템이다. 가격은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반응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노력을 어느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가격을 통제하면 일순간은 좋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장은 성장하기 못한다. 원화가치를 의도적으로 조정하려다 문제가 더 커지는 현 상황을 보라.

셋째, 널리 이용가능한 정보다. 정보의 공유범위가 넓을수록 시장은 보다 잘 작동하게 되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때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구매자와 판매자는 불신하게 되며, 시장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넷째, 재산 및 그 재산을 소유하고, 향유하며 남들의 이용을 배제하고, 원하는 대로 사고팔 수 있는 재산권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무엇보다 개인의 재산권을 엄중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법이다.

다섯 째, 경쟁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자발적인 교환과 정보문제와 직결된 사항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경쟁할 수 있을 때 시장은 가장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적절한 가격으로 파고 팔 수 있다. 따라서 과열된 경쟁이라 할지라도, 일순간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문제된다는 이유 하에 장기간 통제하게 되면 시장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여섯 째,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 시장이 작동하려면 위법과 절도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강압과 부정부패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당연히 시장규칙 하에서 이뤄진 계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일곱 째, 문화다. 자유경제 속의 사람들은 시장에서의 일상 활동이 마치 언어처럼 깊숙이 몸에 배어야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이를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끼지만 이웃나라 러시아처럼 농업경제체제에서 바로 공산주의로 넘어간 러시아는 아직도 자유경제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나 다 아는 시장경제에 대한 개념을 재미있게 표현한 책이며,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와 구조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원론적인 면을 다룬만큼 시장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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