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 중독 심리치유 에세이
선안남 지음 / 신원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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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되는 숫자만큼은 아니어도 영화 역시 많이 제작된다. 국내 제작편수만 따지면 많지 않지만 해외영화까지 합치면 숫자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특히 영화는 대본에 의해 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번역해야 할 분량이 많다. 따라서 외국에서 상영된 것이든, 국내에서 상영된 것이든 따지지 않고 저술책보다 손쉽게 영화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는 책처럼 영화내용을 근간으로 저자의 생각을 풀어가는 책이 눈에 띈다. 영화, 드라마나 소설 같은 이야기 종류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인 인물 묘사 때문인 것 같다. 모든 이야기는 특정인의 성격과 그 성격으로 인해 야기된 행동의 결과를 추적(과거, 현재, 미래)하는 방식으로 쓰여 져 있다. 따라서 영화를 이해하려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주인공의 성격이 나와 비슷하거나 그의 행동에 공감하면, 또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대리만족할 수 있다면 계속 읽거나 보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만큼 인물 묘사가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심리학 관련자들에게는 자신의 주 전공을 살려 이야기를 풀어가기 아주 좋은 소재일 것 같다. 고전문학 같은 것은 분량도 많고, 이야기 전개도 복잡해 한 권씩 읽고 정리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이 책도 ‘중독심리’라는 주제를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을 통해 풀어간다. 주인공이 가진 중독심리 장면을 설명하고, 그런 중독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를 간략하게 해설한 후 저자 나름대로 중독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팁을 주는 방식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봤거나 이전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영화라면 일단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자신이 영화를 봤을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을 저자(심리관련종사자들)가 클로즈업시켜 설명하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 그때 그 장면이 이런 의미를 갖고 있었구나’하는 지적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

이 책 내용들 중에서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치유 부분에 나온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영화 이야기와 ‘레이첼, 결혼하다’라는 영화 이야기다. 영화 자체가 인상 깊었거나 잘 만들어졌다는 의미보다는 영화를 통해 제시하는 저자의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전자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중독증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따라서 주위사람들이 보여주는 필요이상의 관심은 필요악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이다. 이때에 중독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반감을 가질 수 있는데, 이유는 상대방이 갖는 의식 때문이다. ‘당신은 나 없이는 혼자 일어설 수 없어’라는 우월감, ‘내가 당신을 낫게 하기 위해 희생하고 있어’라는 위협적인 도덕심 같은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보자. “가족이란 우리에게 가장 큰 기대를 하면서, 우리의 모든 치부를 알고 있으면서, 또 우리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듣기 어려운 잔소리와 가장 아픈 채찍질을 하기도 하는 존재다. 그러기에 그들은 우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장 많이 해하고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는 평소 가족을 행복, 평화, 보호처, 안정감 같은 단어로 묘사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또 가족만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 보일 곳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란 이유로 많은 것을 부과하고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도록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대한 저자의 논지는 영화 자체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다만, 문제는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가족 간의 관계를 어떻게 잘 순화시킬 것인가 인데, 저자는 이 부분에서 영화의 결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모순덩어리를 안고도 가족은 여전히 굴러간다. 가족이니까.”

영화를 대상으로 저술한 책은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시각적인 장면을 연상할 수 있기에 일반 책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단순히 글만 있는 것과는 달리 영화라는 보조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소재로 한 책을 몇 권보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밖에 영화를 정리할 수 없는 것인가?’다. 처음 한 권은 호기심으로, 두 번째 책은 그렇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었지만, 세 번째, 그리고 네 번 정도 영화를 소재로 쓴 책을 보니 저자와 주제만 다르지 책 내용이 일정한 모양에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깊은 이론적 배경을 전달하지도 않고, 영화에서 준 감동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도 없고, 다양한 영화 속에서 보여준 공통적인 요소를 찾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영화 한 편에서 하나의 질환을 찾아 주인공 이야기를 해 주고, 그것을 잠깐 설명하는 정도의 내용들이다. 영화라는 조금 소재를 좀 더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이런 식으로밖에 활용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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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훔친 소설가 -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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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라는 부제가 무척 관심을 끈다. 문학, 아니 예술 자체가 공감이란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 하지만 이런 내용조차도 뒤에 ‘과학’이란 단어가 붙으니 뭔가 새로운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책 내용을 보면 문학도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들을 적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에 담긴 과학적 사실들이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예술, 문학이론에서 는 너무나도 기초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예술, 문학의 기본이론을 정리하지는 게 아니라 그 동안 이론적으로, 또 체험적으로 알고 있던 문학, 예술과 인간과의 관계를 과학적인 발견을 통해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는 데 의미가 있으니 그런대로 의미 있는 책이라 볼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문학은 궁극의 인간정신을 표현한다. 모든 예술 장르 중에서 독보적으로 인지적인 문학을 연구하려면 결국 인간 정신에 대한 연구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 역시 해부학, 의학, 생리학에서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영역을 포함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정신과정을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는 문학을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아름다운 말의 향연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문학을 인간에 대한 탐구보고서라고 보고, 작가는 인간의 속내를 읽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문학은 신경과학 이전에 인간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시도였고, 과학은 그런 시도를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증명해 낸 것뿐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드라마작법 책이나 스토리텔링 책을 보면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다. 문장, 글쓰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고, 그 중에서 플롯이란 것이 중요하지만 이는 결국 주인공의 성격이,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특질이 결과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어떤 글을 쓰던지 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짓는 것이란 말이다. 즉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내용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공감하고 그것을 흉내 내려는 인간의 의식, 무엇엔가 몰입하고 창조하고, 이를 기억하면서 동시에 잊어버리는 모습, 어떤 특정 상황에 안주하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모습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들을 러시아문학 중에서 찾아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어떤 때는 문학책 내용을 인용한 분량을 한 페이지 반 정도 제시함으로써 원본 내용에 빠지게 만든다. 저자의 인용부분이 책에 나온 과학적인 입증결과와 너무나도 적확한 부분을 발췌해 제시하기에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책의 향취를 다시 한 번 느껴 볼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의 네 가지 행동을 ‘의미’을 찾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즉 인간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 또 문학에서 이와 같은 모습을 묘사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 바로 단순한 생존이 아닌, 의미 있게 살아가겠다는 인간의 의지를 함축해서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가 책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들을 몇 가지 요약해 보자.

창조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려면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짜르트를 봐라. 그러나 창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지속적인 정보유입을 통해 뉴론과 뉴론 사이에 존재하는 시냅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창조를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것을 지속적으로 머릿속에 주입해야 한다.

몰입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몰입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근거가 있어야 한다. 일에 몰입하는 것도 어떤 일에 몰입하느냐의 문제가 따른다. 마약에 취하는 것도 몰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경’에 나오는 선장의 모습을 보라. 그는 자신의 다리 한 쪽을 앗아낸 고래 한 마리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함께 고통으로 끌고 갔다. 몰입한 결과다.

기억력이 좋으면 다 좋은가? 물론 기억력이 좋다는 게 흠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을 하나도 잊지 못한다면 그런 상황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아무 것도 잊지 않는 사람에게 어제 일을 얘기해보라면 하루가 걸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머릿속에는 매분, 매초의 상황들이 전부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잊는다는 것, 인간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축복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인간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 것 이상을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다만, 과학이란 미명 하에 증명되지 않은 것은 허구라는 선입관이 우리의 지식을 가로막을 뿐이다. 인간에게 문자가 생기면서부터 시작한 글쓰기.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을 탐구했고, 그 결과 인간에 대한 수많은 모습들을 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는 소설 속의 인물을 보며 단순한 허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과학이 발달했다고 주장하는 현 세상. 신경과학이란 최첨단의 기술이 발견한 것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당연하다고 느낀 사소한 몇 가지 사실뿐이다. 인간의 공감할 줄 알고, 공감하면서도 허구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수준의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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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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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는 게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또 반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우리 조상들보다는 무척 많이 알고 있지만. 나 같은 경우만 해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어느 정도 알겠지만(그것도 제한된 부분에서만) 세상에 널린 수많은 지식을 모두 다 얻을 수는 없는 법.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겸손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지식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주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 십 년 전쯤일까? 하지만 그때도 지식보다는 지혜가,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석학들의 저서 속에 간간히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성, 지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긴 어렵고, 지식이 모든 것의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말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머리만 끄덕거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젠 지식이 특정인의 소유물이기보다 검색할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보니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의식이 더 중요하게 되었고,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객관, 합리라는 단어보다 인간답게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안다는 것. 이제는 한계에 온 것 같다.

이 책을 열면 초반에 인간이 가진 지식의 종류와 무지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다양한 종류의 무지, 넘치고 넘치는 지식의 종류를 나열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몇 가지로 간단히 정의한다. 그의 주장은 매우 분명하고 간단하다.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의 한계를 모르고,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몇 페이지를 더 넘겨보면 단순히 알고 모르고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지식이 무지와 합쳐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를 망가트리고 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자체를 지금 이순간의 만족을 위해 하나씩 파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말 중에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말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좋다. 이것은 인간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는가’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물이 부족해 지하수를 파면 당장의 물 고생은 덜하겠지만, 그로 인해 그것의 지층에 문제가 생긴다면....집안의 위생관리를 위해 오물을 하수도로 버리지만, 그로 인해 하천이 오염되고, 강이 오염되어 버린다면...곡식을 헤치는 벌레들을 없앤다고 농약을 뿌리면 곡식의 수확량은 늘겠지만 그로 인해 다른 곤충도 죽어 생태계 자체가 변해버리면...결국 인간은 자신의 지식을 믿고, 그 지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말이다.

특히 현 자본주위 체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자본주의의 정신을 이끄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기업이며, 기업의 사명은 이익추구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자연은 활용해야 할 자원이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무엇이 아니다. 따라서 개발해서 얻을 이득이 많다면, 산을 없애 평지를 만드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옳다. 그러나 그로 인해 주변에서 살고 있는 인간과 동식물은 어떻게 될 것인가?

책 내용 중에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하는 내용이 하나 있는데, 벌목 일을 하는 찰리 피셔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나무를 벨 때 기계보다는 말을 사용한다. 트랙터 같은 것을 사용하면 훨씬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나무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은 숲이란 생태계를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산 하나에서 벌목할 수 있는 모든 나무를 한꺼번에 다 가져가지 않는다. 비록 돈 벌이를 위해 벌목하긴 하지만, 그 후에도 숲 자체가 자생능력을 통해 원상대로 돌아갈 정도의 나무만 가져간다. 즉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 아닌, 숲을 활용해서 이윤을 얻고, 자연과 자신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는 주로 병이 들었거나 상했거나 다른 이유로 품질이 떨어져서 베어 내야할 나무를 필요한 수만큼 골라낸다.

찰리 피셔와 하루를 함께 했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3년 전에 나무를 베어낸 숲에서 사탕단풍나무와 붉은단풍나무가 빽빽이 자라는 모습은 찰리의 삼림 관리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증거였다.” 그가 벌목을 나무를 찾을 때는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한다. 즉 어떤 나무를 벨까의 문제와 어떤 나무를 남겨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10년, 20년 후에 내 아들이 베어낼 나무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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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항공과학 세상
이희우.임상민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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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ere Soldiers>란 영화를 보면 월남전 초기 전투장면이 나온다. 무기를 강하지만 월남이란 특수지형을 파악하지 못해 미군이 고전하는 영화다. 물론 마지막엔 통쾌한 승리를 거두지만 말이다. 월맹군의 유인에 속아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그들 본거지까지 접근한 미군들. 진격할 때는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올 줄 알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월맹군의  본진으로 미군의 열배가 넘는 군사가 땅굴 속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멜 깁슨의 지휘에 따라 적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승리의 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머리싸움도 한계가 있는 법. 월등히 많은 적군을 견디지 못해 결국 미군과 월맹군이  전선 구분이 없이 뒤엉킨 채 싸우게 되었고, 숫자 면에서 상대가 안 되는 미군은 거의 전멸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때 멜 깁슨은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한 다음 무전병을 불러 한 마디를 외쳤다.  “Broken Arrow!(말을 그대로 번역하면, 활시위에서 부러져 나가 누구에게 가서 박힐지 모르는 위험한 화살이란 뜻임)”. 인근해역에 위치한 항공모함에 비행기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폭격해 달라는 요청이다. 단 아군, 적군 가리지 말고 알려주는 위치에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해 달라는 의미다. 전투 막판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를 택한 것이다.

당시 장면 중에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 몇 대가 아군 무전병이 불러주는 좌표에 따라 폭탄(네이팜탄으로 기억난다)을 투하하는 모습이다. 비행기들은 적군과 아군이 엉켜 싸우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폭탄을 연속적으로 투하하는데, 폭탄이 일으킨 거대한 화염이 인근지역은 물론이고 적군들도 함께 불태우는 장면이다.

얼마 안 남은 미군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돌진하던 그들 앞에서 주변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불태워버리는 폭탄의 위력이 어찌나 강렬했든 지. 무전병에게 폭탄투하 위치의 좌표를 듣고 “Roger! Out!(알았음)”라고 답변하며 기체를 적군 방향으로 돌려 돌진하는 전투기 조정사의 또 표정은 얼마나 진지했는지...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뭐라고 할까.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독수리의 눈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백만 대군의 지원병보다 더 든든한 방패 같다고 할까. 어쨌든 공군력이 전투의 승패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고, 이런 감정은 당시 폭탄을 투하한 미군비행기와 조종사, 그리고 전투상황 자체를 역전시키는, 그들의 화끈한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책 <떴다. 항공과학 세상>은 비행기 자체와 비행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원체제, 교육훈련과정, 직업세계 등을 재미있게 정리해 놨다. 소개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우선 비행기가 하늘에 뜨게 되는 항공기술의 기초인 ‘베르누리의 정리’를 볼 수 있다. 즉 특정 물체가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앞으로 끄는 추력, 뒤에서 잡아당기는 항력, 아래로 끄는 중력, 그리고 위로 올라가게 하는 양력이다. 이와 같은 기초이론을 안다면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려면 항력보다 추력이 강해야 하고, 중력을 이길 수 있는 양력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비행기의 복잡한 구조는 바로 이와 같은 힘을 얻기 위한 것이란 것도 함께. 책에 담긴 내용이 재미있는 이유는 기초 원리를 설명한 후 비행기 한 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구조들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뤄 수평을 잡고, 위아래와 좌우로 움직이게 되었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놨기 때문이다.

혹시 비행기의 날개가 동체 위에 있는 것과 동체 아래 붙은 것과 동체 가운데(요즘 전투기들은 대부분 동체 가운데에 붙어 있다)에 붙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지? 그리고 날개는 사각형, 삼각형, 또 어떤 것은 넓고 크고, 어떤 것은 작고 얇은 게 있는데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는지?

모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모양의 차이를 앞서 말한 공기의 네 개 힘과 연결하여 비행기 날개가 이런 공기의 힘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해 놓아 책을 한번만 읽으면 친구들에게 잘난 척(?)하며 설명할 수 있다. 폼나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말이다. 

비행기는 날이 갈수록 더 빠르고, 크고, 더 높이 나를 수 있게 만들어 질 것이다. 인간이 가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구는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는가? 10년 쯤 지나면 자동차도 하늘을 나를 수 있게 만들어 낼 지. 물론 그때가 되면 관제소가 무척 머리 아파지겠지만 말이다.

책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그리고 현대과학이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실제 사례를 보여주며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놨다.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이 초보적이라는 건 아니다. 내용은 무척 알차지만, 저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에 이론과 사실 자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용을 우리 시각에 맞춰 써 놨다. 비행기에 관심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비행에 대한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읽어볼 것은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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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항공과학 세상
이희우.임상민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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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ere Soldiers>란 영화를 보면 월남전 초기 전투장면이 나온다. 무기를 강하지만 월남이란 특수지형을 파악하지 못해 미군이 고전하는 영화다. 물론 마지막엔 통쾌한 승리를 거두지만 말이다. 월맹군의 유인에 속아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그들 본거지까지 접근한 미군들. 진격할 때는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올 줄 알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월맹군의  본진으로 미군의 열배가 넘는 군사가 땅굴 속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멜 깁슨의 지휘에 따라 적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승리의 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머리싸움도 한계가 있는 법. 월등히 많은 적군을 견디지 못해 결국 미군과 월맹군이  전선 구분이 없이 뒤엉킨 채 싸우게 되었고, 숫자 면에서 상대가 안 되는 미군은 거의 전멸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때 멜 깁슨은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한 다음 무전병을 불러 한 마디를 외쳤다.  “Broken Arrow!(말을 그대로 번역하면, 활시위에서 부러져 나가 누구에게 가서 박힐지 모르는 위험한 화살이란 뜻임)”. 인근해역에 위치한 항공모함에 비행기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폭격해 달라는 요청이다. 단 아군, 적군 가리지 말고 알려주는 위치에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해 달라는 의미다. 전투 막판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를 택한 것이다.

당시 장면 중에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 몇 대가 아군 무전병이 불러주는 좌표에 따라 폭탄(네이팜탄으로 기억난다)을 투하하는 모습이다. 비행기들은 적군과 아군이 엉켜 싸우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폭탄을 연속적으로 투하하는데, 폭탄이 일으킨 거대한 화염이 인근지역은 물론이고 적군들도 함께 불태우는 장면이다.

얼마 안 남은 미군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돌진하던 그들 앞에서 주변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불태워버리는 폭탄의 위력이 어찌나 강렬했든 지. 무전병에게 폭탄투하 위치의 좌표를 듣고 “Roger! Out!(알았음)”라고 답변하며 기체를 적군 방향으로 돌려 돌진하는 전투기 조정사의 또 표정은 얼마나 진지했는지...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뭐라고 할까.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독수리의 눈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백만 대군의 지원병보다 더 든든한 방패 같다고 할까. 어쨌든 공군력이 전투의 승패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고, 이런 감정은 당시 폭탄을 투하한 미군비행기와 조종사, 그리고 전투상황 자체를 역전시키는, 그들의 화끈한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책 <떴다. 항공과학 세상>은 비행기 자체와 비행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원체제, 교육훈련과정, 직업세계 등을 재미있게 정리해 놨다. 소개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우선 비행기가 하늘에 뜨게 되는 항공기술의 기초인 ‘베르누리의 정리’를 볼 수 있다. 즉 특정 물체가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앞으로 끄는 추력, 뒤에서 잡아당기는 항력, 아래로 끄는 중력, 그리고 위로 올라가게 하는 양력이다. 이와 같은 기초이론을 안다면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려면 항력보다 추력이 강해야 하고, 중력을 이길 수 있는 양력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비행기의 복잡한 구조는 바로 이와 같은 힘을 얻기 위한 것이란 것도 함께. 책에 담긴 내용이 재미있는 이유는 기초 원리를 설명한 후 비행기 한 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구조들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뤄 수평을 잡고, 위아래와 좌우로 움직이게 되었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놨기 때문이다.

혹시 비행기의 날개가 동체 위에 있는 것과 동체 아래 붙은 것과 동체 가운데(요즘 전투기들은 대부분 동체 가운데에 붙어 있다)에 붙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지? 그리고 날개는 사각형, 삼각형, 또 어떤 것은 넓고 크고, 어떤 것은 작고 얇은 게 있는데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는지?

모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모양의 차이를 앞서 말한 공기의 네 개 힘과 연결하여 비행기 날개가 이런 공기의 힘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해 놓아 책을 한번만 읽으면 친구들에게 잘난 척(?)하며 설명할 수 있다. 폼나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말이다. 

비행기는 날이 갈수록 더 빠르고, 크고, 더 높이 나를 수 있게 만들어 질 것이다. 인간이 가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구는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는가? 10년 쯤 지나면 자동차도 하늘을 나를 수 있게 만들어 낼 지. 물론 그때가 되면 관제소가 무척 머리 아파지겠지만 말이다.

책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그리고 현대과학이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실제 사례를 보여주며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놨다.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이 초보적이라는 건 아니다. 내용은 무척 알차지만, 저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에 이론과 사실 자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용을 우리 시각에 맞춰 써 놨다. 비행기에 관심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비행에 대한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읽어볼 것은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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