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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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 세계적인 저자라고 하지만 내가 저자의 책을 처음 본 것은 ‘티핑포인트’였다.(이게 처음 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 책을 보면서 느낌은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지?’ 하는 감탄 그 자체였다. 잘 어울리지 않는 소소한 내용들을 교묘하게 짜 맞춰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무너뜨리는,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로운 내용들로 짜여진 책이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옛날 예전에...”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듯이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야기체로 세상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 남들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뭐라고 반박하기 어려운 내용 구성. 책을 읽으면서 ‘과연 천재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나가다가 저자를 만나면, 책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저자의 사진을 보면 이 사람이 글을 잘 쓰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저자 모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뻥튀기한 것 같은 머리, 그 속에 파묻힌 조그마한 얼굴(머리칼이 커서 얼굴이 작아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모습 속에서 세계인들이 혀를 차는 글을 쓸 것 같은 인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티핑포인트’를 보고 느낀 소감은 곧 이어 나온 ‘블링크’에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일반사람들은 오랜 시간 고민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저자는 ‘그건 웃긴 소리야’ 라고 말하며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요상한 사례들을 독자에게 내던진다. 심리학자의 실험실, 살인사건 등 말이다. 내용을 읽다보면 이 친구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자료를 구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상상도 못한 글감을 모아 예상도 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저자의 글 솜씨에 혀를 찰 뿐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아웃라이어’. 결론은 무척 간단하지만 이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글감은 역시 감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람, 조직, 게다가 중국의 구석에 있는 농토에 대한 이야기까지 세상 구석구석을 파헤쳐 ‘내 말이 맞다’고 주장하는 저자에게 두 손 다 들고 말았다. 물론 결론을 갖고 트집 잡으려면 얼마든지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저자의 결론보다는 글 솜씨였으니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가 이 책,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꼭 봐야겠다고 한 이유는 저자가 글 쓰는 패턴을 알고 싶어서였다. 바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도 저자처럼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딱딱한 글은 이제 사람들이 보지도 않는 세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감성중심의 세상에서 저자 같은 글 솜씨는 배우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복잡하고 바쁘디 바쁜 세상에서 누가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글이 있는데 구지 딱딱한 글을 읽고 앉아있겠는가. 동일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앞에서 언급한 책들과는 달리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뭐라고 할까. 결과를 이끌어 낸 글감이 조금 적어서였을까. 전에 봤던 책처럼 하나의 주제를 갖고 종횡무진으로 달려가던 내용에서 느꼈던 긴박감이나 호기심은 덜했다. 앞의 몇 줄 내용을 읽으면 뒤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고, 저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 내용들도 특정의 몇 가지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어쨌든 단편의 심심함을 그대로 느꼈다.

말콤 글래드웰. 나는 저자의 책을 볼 때마다 항상 궁금한 것은 그가 소재를 선택하는 방법과 글감을 고르는 법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답을 얻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서문에서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서, 자주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답은 해 주지 않는다. 그저 이곳저곳에서 듣는 말을 토대로, 귀를 항상 열어놓고 세상의 관심거리가 무엇인지 찾고자 한다는 것 정도였다.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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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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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생각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실감나게 느껴보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죽음이란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가족의 죽음, 아는 사람의 죽음, TV나 신문에서 항상 특종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사람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고, 그 내용 속에는 항상 ‘죽음’이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임사체험’에 대한 책.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연구주제로, 의학적으로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을 때 죽은 상태에서 경험한 것을 정리, 분석한 책들이다. 뇌파가 멈추고 심장이 정지한 다음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로 가는지, 그 곳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났는지에 대해 임사체험한 사람들이 고백한 내용을 대상으로 말이다.

과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뇌파가 멈췄다면 의식이 없는 것인데, 어떻게 그때 뭔가를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며, 이러한 의식 속에서 임사체험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사람의 의식이 뇌 이외 다른 곳에서도 진행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을 곤욕스럽게 하는 것, 즉 임사체험이란 뇌 작용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 은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나이와 성별, 태어난 나라, 문화권, 종교와 상관없이 거의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아래 내용은 그 동안 봤던 임사체험과 관련된 여러 책에서 동일하게 나온다. 의사의 입장에서 쓴 책이든, 임사체험한 사람이 직접 쓴 수기이든지 상관없이. 그리고 이 책에서도 언급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첫째, 뇌 작동이 정지했지만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죽은 후 더 고조된 의식과 주의력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당시 그들이 본 것과 느낀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다.

둘째, 죽었다고 판명된 후, 일종의 기(에테르)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데 이때 자신의 죽은 모습과 당시 자신을 둘러싼 사람, 환경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한다.(공중에 떠서 그 모습을 내려다 봤다고 한다)

셋째, 시력장애자, 청각장애자들은 죽은 후의 상황에서 장애를 느끼지 못한다. 선천성 시각, 청각장애인들조차도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선천적인 시각, 청각장애인들은 살아있을 때 시각과 청각을 회복한다 해도 봐도 일반인처럼 볼 수 없고, 들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때문이다.

넷째, 죽은 후, 임사체험자들은 일정단계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데 평소 자신이 기억했던 일은 물론,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일까지도 매우 정확하게 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당사자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 것까지도 알게 된다, 마치 우리가 삼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듯이 말이다.

다섯 번째, 죽은 후 영혼상태에서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때 만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이미 죽은 사람들이다. 본인은 상대방이 죽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여섯 번째, 임사체험자가 경험하는 내용은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차이가 없다. 이는 나이 어린 아이들은 문화, 사회적으로 아는 게 별로 없어 어른과는 다른 체험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매우 상반된 결과다.

가장 중요한 것, 일곱 번째, 살아있을 때보다 죽은 상태가 더 행복하다. 아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에 죽은 사람들은 다시 이 세상으로 되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 고생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여덟 번째는 모든 임사체험자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분명히 깨닫는다는 점이다. 즉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삶을 배우기 위해서라는 것, 그리고 모든 인류는 하나의 빛으로 연결된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또 죽은 후 만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느껴보려 애쓰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안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나를 느끼는 것처럼) 저자는 이 부분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체험이 가져다주는 중대한 교훈들 중 하나는, 우리는 죽을 때 ‘사랑’과 ‘지식’이라는 두 가지만 갖고 간다.”고 한다.

죽음 이후의 삶. 아직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한 사람은 없다.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은 소수의 경험이고, 이들의 경험을 정리한 사람은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의미는 인터넷이란 도구를 이용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다수의 임사체험 경험자들을 한 것으로 모았고, 이를 통해 나라와 문화, 연령 등을 총망라한 방대한 자료에 기반하여 임사체험내용을 사회과학방법론에 따라 검증하고, 재분석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론은? 죽음 이 후의 삶은 존재하며,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 이외에 또 하나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죽은 후 임사체험자의 모습은 영혼이라고 표현하면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기존 종교에서 표현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다만, 이들이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신이 인간을 단죄하고, 지시하는 지배자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신이며, 인간 자신이 바로 신의 일부라는 이야기이다.

“체험자들은 죽음에 대해 어떤 종류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고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하게 믿었으며,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행복, 다른 이들의 행복, 자연과의 교감과 공감 등을 중요시 하게 된다. 그들은 자기가 행한 모든 것, 즉 사랑이나 연민, 증오나 폭력 등이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우주의 법칙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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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전략 -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혁명이 온다
최용석 지음 / 아라크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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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플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가가 치솟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경쟁사들도 숨죽이고 애플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는 애플타도를 외치며 매일같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겠지만 말이다. 애플이 이토록 강력하게 시장을 이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애플의 성공은 과거 마아크로소프트와의 싸움에서 배웠는지도 모른다. 당시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OS의 표준화’라는 측면에서 완패했다. 그리고 지금, 애플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기능강화보다는 편리성에 기반을 둔 표준화라는 내세우며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플랫폼 표준화 같은 것이다.

예전에 애플의 컴퓨터는 자신들만을 위한 컴퓨터였다. 자사가 개발한 OS를 기반으로 거기에 걸 맞는 애플리케이션, 게다가 윈도우즈와의 연계성은 거의 없는 폐쇄된 모델이었다. 이 회사의 초기모델은 컴퓨터 자체를 업그레이드시키지도 못했다. 물론 그만큼 안정성은 뛰어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업모델은 애플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최고조에 달하도록 만들었지만, 세계적인 표준모델을 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컴퓨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애플 하나만을 보고 상품을 개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애플의 사업전략은 달라졌다. 그들의 모델이자 목표는 애플만의 폐쇄된 제국이 아니라, 수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작은 시장, 하지만 이미 검증된 시장에 신속하게 자리 잡고, 이를 기반으로 자사의 사업모델을 세계적인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에서 유효한 방법은 새롭고 놀라운 것을 만들기보다 이미 검증된 시장을 향해, 남들이 실패한 시장에서 비즈니스모델을 바꿔 새롭게 진입하는 것이다. 다만 그것들이 소비자 눈에 새롭게 보이는 이유는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넵스터의 몰락 후 무료음원다운로드 사업의 모델을 과감하게 유로화로 전환하여 시장에 들어간 것으로 이미 검증된 시장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시장이지만 수익성 문제로 돈벌이가 안 되는 시장 같은 것이다.

듣지 않아도 되는 음악이 들어있는 비싼 레코드 한 장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자, 자신이 원하는 곡만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 언제 어디서든지 원할 때 들을 수 있는 음악,  이러한 욕구의 수요는 이미 입증된 모델이다. 다만 가격과 이로 인한 수익문제, 즉 어떻게 하면 기존의 무료서비스를 유료화 할 것인가 만이 문제였던 시장이다. (다른 기업들은 이미 포기한 시장으로, 이들은 무료서비스를 어떻게 유료화할 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아이템. 과연 이런 것이 따로 있을까?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황금알 낳는 거위’ 같은 시장이라 해도 결국 사업의 승패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가격’으로 ‘원하는 만큼 제공’해야 한다는 말에는 변함이 없다.

애플의 변신은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었고, 이미 있는 최고수준의 상품과 서비스의 사업영역을 하나씩 확대, 변형시킨 것뿐이다. 이와 유사한 것을 하나 들자면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메리어트호텔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처음에 맥주와 샌드위치를 파는 ‘핫숍’이라는 조그마한 식당에서 출발했다. 당시 경영자인 메리어트 1세는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전 종업원에서 하얀색 와이셔츠와 나비넥타이를 매게 했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 가게가 번창하자 곧 그는 운전자를 위한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을 만들었고, 이것이 성공하자 비행기 기내식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운전자가 먹을 식사나 비행기 승객이 먹을 식사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업을 위해 기내식 공장을 만들었고 곧 마이애미 인근항공사에서 이스턴 항공, 아메리카항공, 캐피탈 항공 등 다양한 항공사에 기내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업 확장을 기반으로 호텔레저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서비스에 잠잘 곳만 추가하면 되니까 말이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세계적인 호텔체인으로 변신. 연결고리가 그려지는가?

필자는 애플의 변신이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개발할 당시부터 전략적으로 구상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팟이 성공하자 이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플은 무엇을 만들던지 간에 항상 최고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강점만을 연결시킨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점이 강점을 만들고 그 강점이 새로운 강점을 창출하는 묘한 선순환구조이다.

상품의 질적인, 가치적인 면을 보자면 애플은 자사가 만드는 테스크톱 컴퓨터 케이스의 뒷판의 뒷면(컴퓨터 안쪽에 있는 면)디자인을 위해 몇 번이나 만들고 부시고, 또 만들었다. 겉에서는 볼 수 없으며 보려고 하지도 않는 그 면 하나를 위해서 말이다. 어떻게보면 스티브잡스의 자존심 아니겠는가? “내가 만든 것은 최소한....” 뭐 이런 의식말이다.

애플은 현재 자사의 초기모델인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연계모델을 기반으로 아이팟 터치, 아이폰, 아이패드로 상품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인 ‘아이팟’은 음악을 듣기 위한 하드웨어이고, ‘아이튠즈’는 음원을 다운로드하고, 이를 가동시키는 소트트웨어다. 애플은 이들이 성공하자 아이팟에 추가기능을 붙인(아이폰에서 휴대폰기능만 없는) 아이팟 터치(음악 이외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을 가동할 수 있는 확장된 휴대용 기기)를 출시했다. 따지고 보면 이때 이미 아이폰의 모델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곧 아이팟 터치에 통신기능을 붙인 아이폰(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이 나왔다. 물론 이때 아이튠즈의 모습은 더욱 확장되어 앱스토어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등장했다.

그러나 애플의 모습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즉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모양과 운영체계를 확대한, 거실에서 사용가능한 노트북 형태의 기기를 만들었다. 애플의 조그마한 음악기기는 어느 새 음악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영화, 도서, 신문, 잡지 등의 수많은 일상 컨텐츠까지도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기기로 사용할 수 확대되었다. 만약 여기에 블루터스와 같은 무선네트워크기능이 탑재되면 그 순간 아이패드는 가정 내 모든 전자기기를 거실 소파에 앉아 관리하는 중앙통제기구가 된다. TV채널을 바꾸고 온라인으로 다운받은 영화를 TV로 전송하여 보는 것은 기본이고 말이다.

우리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요상한 물건처럼, 어디선가 갑자기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에 의해 만들어 진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자신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그리고 세상의 흐름에 발맞춘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보지 않는 곳을 채워 넣은 것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포털에서 향 후 무선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개발과 노력을 하고 있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소비자들이 뛰어난 서비스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포털을 방문하고 모바일을 이용하는 유저들은 생활 속에서의 작은 편리함을 원한다. 예컨대 전철이 제대로 오고 있는지, 버스가 몇 분에 오는지, 차를 다고 가다가 현재 시간으로 교통상황은 어떤지 등의 것들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기능은 뛰어나되 사용이 복잡한 것보다는 기능은 좀 모자라더라도 편리한 UI(User Interface)를 가진 서비스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애플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무척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아! 애플이 이런 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곧 이어 ‘누가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남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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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충분한 우주론 - 고전이론에서 포스트 아인슈타인 이론까지 비주얼 사이언스 북 1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김재호.이문숙 옮김 / 전나무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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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역사 137억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다. 맨 처음(책에서는 플랑크시대라고 한다) 하나의 기운에서 시작하여 이들이 뭉치고 팽창하면서 조그마한 물질로 변해버린 순간의 찰나(몇 분도 안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암흑의 시대(거의 30만년 정도의 시간)를 지나 우리가 아닌 은하계라는 것이 존재하기 시작한 우주. 그러나 우주는 지금도 일정모습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우리는 우주가의 진정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 가름하기 어렵다. 앞에서 설명한 것은 이론상의 얘기일 뿐이지, 누구도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 최소한 우리가 이해하고 인정하려면 손에 닿거나 머리로 계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우선 우주의 끝이 어딘 지 모르니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우주 안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얼마나 되는지, 그 행성 안에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을 확실한 증거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직도, 앞으로도 계속 변할 우주이니 그 모습을 머리로 상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우주는 오직 물리학과 수학의 계산공식에 의해 판단하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가끔 사람들은 수학공식처럼 말하는 우주의 모습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주가 그렇게 간단한가요? 단순한 공식 한 두개로 계산될 정도인가요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줄 사람은 없다. 우주의 끝을 가 본 사람도 없고, 설마 천체망원경이 발달하여 그 끝에 볼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옆으로는 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짐작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그것을 믿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이상 더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인간의 신비를 파헤치고자 노력했다. 별의 모습을 천체망원경으로 확인하기 전에도 동양철학은 이미 지구를 둘러싼 태양계의 모습을 가정하고 그것을 통해 지구의 변화를 해석하고자 했다. 우리가 요즘 쓰는 일주일의 용어, 즉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금과 토, 일요일은 바로 월의 달. 화의 화성, 수의 수성, 목의 목성, 금의 금성, 토의 토성과 유사한 이름을 갖고 있고, 일은 태양이며, 월은 달 아닌가. 게다가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음양과 오행(목, 화, 토, 금, 수)을 함께 구성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과학의 발달에 따라 망원경, 우주선, 인공위성, 물리학, 수학 등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우주의 신비를 풀고자 노력했고, 그들의 노력이 모여 비록 가보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특정한 존재로서의 우주 신비를 조금씩이나마 풀었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인간의 노력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책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우주가 무엇이며, 그것의 탄생은 어디서 비롯되었고, 그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이론과 함께 소개하며 설명했다. 그리고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론과 천문학의 차이와 동일점은 무엇이며, 이와 같은 우주를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우주의 온도는 얼마이고, 계속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등을 매우 쉬운 문체로 사진과 함께 풀어 놨다.

물론 책을 보다보면 가끔 어려운 수학 공식 같은 게 나와 수학에 재미를 못 붙이는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방정식의 존재를 알려주자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모습이 어느 정도는 일정한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수학공식으로 보여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옆에는 공식을 활용해 우주를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 정리해 놨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아는 우주는 인심 써서 말해도 전체의 4%밖에 안 된다고 한다. 4%. 그렇다면 아직도 96%는 모른다는 말인데 이를 갖고 우리가 우주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저자는 나머지 96%를 이루는 암흑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쨌든 우주는 계속 변한다. 별 이름도 지속적으로 바뀌며 전체적인 모양도 바뀐다. 그리고 이런 우주의 변화 속에서 인간이 사는 지구도 역시 변하리라 본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그 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 자리를 세워 본 사람이라면, 우주선을 타고 별나라를 가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인간의 유한성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또 그 반대로 삶이 허무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우주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이 한껏 초라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인간 이외 거대한 어떤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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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키티 성공신화 - 전략적으로 디자인하고, 치밀하게 마케팅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라!
김지영 지음 / 살림Biz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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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물건을 사려고 하면 가장 유심히 보는 게 브랜드였다. 어떤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일단 품질이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브랜드 값만큼 튼튼해서 한번 사면 오래 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 살 때는 조금 비싸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름 있는 회사 것이란 이유 하나 때문에 좀 더 비싸게 줘도 별로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돈 값 할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매장에 들어가면 브랜드는 잘 보지 않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상품의 질이 평준화되어 웬만한 상품은 가격이 싸다해도 상품을 구매한 후 크게 후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아제는 도리어 아무리 싼 물건이라고 해도 품질이 마음에 안 들면 아예 살 생각자체를 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문방구에 들어가 볼펜 한 자루, 샤프 하나를 사도 품질보다는 예쁜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있는 것, 기능 이외 부가적인 서비스가 붙어 있는 것에 눈길이 간다. 얼마 전에도 샤프가 망가져서 새로 사려고 문방구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샤프가 없어 그냥 나온 적이 있었다. 일천 원 밖에 안 하는 샤프, 한 번 사면 평생 쓸 것도 아닌데 웬 까달인지 그래도 예쁜 것을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쁘다는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이런 상품이 예쁜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나 같은 50대 사람이 찾는 ‘예쁘다’는 상품과 초등학생이 찾는 ‘예쁜’ 샤프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예쁘다’는 것이 여성이나 아이들만 찾는 철없는 구매행위 수준을 넘게 되었다. 상품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소중한 요소가 되어 버렸다.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무엇을 사던지 간에 크게 문제될 것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돈 주고 사는 것, 좀 더 예쁘고 친근한 상품을 사는 게 남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의 가치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동일한 소재, 동일한 기능, 동일한 가격, 하다못해 동일한 무게의 상품이지만 ‘예쁘다’ ‘귀엽다’ ‘독특하다’는 느낌 하나만 잘 전달해도 소비자들은 기쁜 마음에 상품을 집어간다.

이럴 때 목에 힘주고 큰 소리 치는 게 무엇일까? 물론 상품 전체의 디자인도 있겠지만 모든 디자인을 어우리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회사다. 예를 들면 월트디즈니의 만화 주인공들, 현재 세계소비를 이끌어가는 싱글족들이 어릴 때 좋아하던 캔디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이런 캐릭터들은 상품 전체의 디자인을 결정하지는 못해도 그림 하나만으로도 상품의 질(가치)를 결정한다. 게다가 어디에다 붙여도 예쁘니 활용도도 무척 높다. 들 그림이 상품에 붙어있으면 내용물은 똑 같아도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고, 정겨운 상품으로 변한다.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런 세상에서 물 만난 물고기마냥 자신의 캐릭터를 뽐내는 회사가 하나 있다. 바로 ‘헬로키티’를 거느린 ‘산리오’다.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가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이끌고 있고, 그것도 몇 십 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면 믿겨지겠는가. 하지만 헬로키티는 디즈니처럼 만화영화나 만화, 그림책 같은 게 없을 뿐이지 그 이상 가는 스타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캐릭터이자, 이제는 헬로키디가 붙은 상품이 이 캐릭터가 붙지 않은 상품보다 더 많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캐릭터 하나를 어떻게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으며, 또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의 어떤 이유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는지 보여준다. 물론 이와 같은 캐릭터 산업의 성공에는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노력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쁜 캐릭터 디자인과 함께 캐릭터의 특성을 유지하고, 그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인 관리, 홍보방법도 무척 중요하다.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헬로키티의 성공 요인, 가장 중요한 것은 입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헬로키티가 만들어져 현재까지 성장해 온 모습, 그리고 하나의 캐릭터를 키우고 성장시키기 위한 기업의 노력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물론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은 저자의 상상력이 아니라 ‘산리오’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정리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헬로키티의 실제 역사들이다.

디자인, 캐릭터. 이야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가치구매라는 용어가 점점 더 큰 목소리를 갖게 된 요즘 나도 이런 캐릭터 하나 만들어보자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은 꿈꿔볼만한 시장이다. 캐릭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속에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헬로키티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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