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괴물’ ‘주몽’ 논란이 남긴 것
[OSEN 2006-10-21 09:23]

숫자숭배에 지배당한 위험한 우리 사회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정지영 아나운서의 퇴진까지 가져온 밀리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는 숫자 놀음에 경도된 우리 사회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것은 출판계에서는 ‘판매부수’로 불리며, 영화에서는 ‘관객수’로, 그리고 TV 드라마에서는 ‘시청률’로 불린다. 그것들은 이름만 다를 뿐 그 역할은 비슷하다. 작품에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숫자들이 맡은 역할이다.

숫자들의 권력은 점점 커져서 언제부턴가 우리네 문화계는 콘텐츠 자체의 질에 승부하기보다는 이 숫자를 얻기 위한 무한경쟁에 들어서 있는 느낌이다. 스테디셀러보다는 베스트셀러를, 두고두고 꺼내보는 명작으로 남기보다는 최단기간에 최대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를, 그리고 시청자들과 호흡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보여준 숫자놀음의 진수

‘마시멜로 이야기’는 작금의 출판계가 해온 기획 출판의 정점을 보여준다. 책은 작가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문번역자가 아닌 아나운서 정지영씨의 얼굴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목적은 단 하나.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러한 출판의 스타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부터 연예인들은 작가라는 또 다른 명함을 갖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연예인들은 자서전에서부터 여행서, 수필, 어학교재, 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냈다. 일찍부터 출판사들은 스타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실제 출판사 얘기를 들어보면 비디오를 갖춘 선물세트의 성격을 띤 서적류에 있어서는 상당한 돈이 오간다고 한다. 그만큼 스타마케팅을 활용한 책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러한 스타마케팅을 활용한 책들을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중 ‘마시멜로 이야기’가 모난 돌이 된 이유가 그 책이 추구했던 베스트셀러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이러한 책들이 과연 출판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이냐는 점이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경우 원 번역자는 이 책이 “1만 부나 나갈까 싶었지 이렇게 많이 팔릴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용은 좋지만 밀리언셀러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책 자체의 내용보다 정지영씨의 이미지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걸 말해준다. 즉 이러한 책들은 스타들의 이미지를 포장한 ‘상품’의 성공이지 콘텐츠 자체로 승부한 ‘서적’의 성공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리작가들과 얼굴마담 스타들만 늘어나는 출판계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독서군을 빼앗는 사태를 예고한다. 이 사건은 정지영씨의 윤리적인 문제보다 더 앞서, 이러한 베스트셀러라는 숫자놀음에 빠져있는 출판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영화의 관객수와 드라마의 시청률

그런데 이러한 숫자 경도 현상은 출판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영화에서 관객수로, 드라마에서는 시청률로 대변된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최고의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영화 ‘괴물’과 드라마 ‘주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괴물’은 개봉 그 자체부터 괴물다웠다. 칸느 영화제에서의 호평(수상이 아니다)을 통해 솔솔 불어온 괴물에 대한 기대감은 마치 괴물의 탄생처럼 저 한강 밑바닥에서부터 차츰차츰 커져갔다. 그리고 대낮에 버젓이 등장한 괴물에 대해 일제히 언론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비평가치고 괴물 평 안 해본 사람 없을 정도로(이 영화는 실제로 비평가들의 비평 욕구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홍보가 된 이 영화는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이 엄청난 속도로 관객몰이를 시작했다. 여기에 언론들은 ‘몇 일 만에 몇 만 돌파!’라는 식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들로 범람하는 인터넷이라는 강물 속에서 뛰쳐나온 ‘괴물’은 일순간 ‘정보의 획일화’를 불러 일으켰다. 이제 어딜 가든 우리는 괴물에 대한 기사들을 보게 되었다. 그 숫자의 압력은 지대한 것이어서 우리를 극장 앞으로 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괴물이 사라진 지금까지 그 혼령은 여전히 인터넷을 떠돈다. 새로운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 괴물의 흥행 넘을까’류의 글들이다. 이러한 기사들은 괴물의 숫자를 다시 떠올리는 힘을 발휘하는 동시에, 새로 등장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끄집어낸다. 그런데 엄밀히 생각해보자. 이 기사는 정보일까. 홍보일까. 정보라기보다는 홍보에 가깝다. 물론 ‘타짜’와 같이 19세 이상가 영화로서 500만 관객을 넘은 경우, 그것이 기사로 나왔다면 정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홍보로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대박 영화들에 조명이 집중되는 시각, 소외되고 있는 타 영화들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관객수는 TV로 오면 시청률로 변신한다. 드라마 ‘주몽’에 많은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40%대를 넘는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은 드라마적인 재미 이외에도 시청률의 그 숫자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시청률은 권력이 되었다. ‘주몽’에 대한 비판이 어려운 것은 그 40%라는 막연한 시청률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이것은 ‘주몽’이외에도 수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들 모두가 갖고 있는 무언의 압력이다. 시청률이 권력이 된 상황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무조건 시청률에만 올인하여 결국 시청률은 높으나 완성도는 떨어지는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드라마의 존재기반은 드라마 자체가 아닌 시청률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높은 시청률 = 완성도 높은 드라마’라는 등식은 깨지게 된다.

예술작품은 재미없다는 말은 옛말(?)

과거에 흔히 우리는 ‘예술작품은 재미없다’는 식의 자조적인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이 얘기 속에는 예술성과 상업성은 별개라는 의식이 있었다. 또한 이 얘기는 상업적으로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예술적으로도 실패는 아니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문화계에서 이러한 얘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 보인다.

영화 ‘괴물’에 대한 관심은 ‘재미있다’는 점에 ‘작품성이 있다’는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자극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칸느 영화제라는 작품성의 공간에서 벌어진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드라마 ‘주몽’에 대한 관심의 증폭 역시 ‘최초의 고구려사에 대한 접근’이라는 가치와 ‘퓨전사극’이라는 재미가 만나는 지점에 있었다. 물론 ‘마시멜로 이야기’ 역시 여타 연예인과는 다른 정지영 아나운서라는, 무언가 지적인 면모와 미모를 함께 갖춘 인물로 인해 가능했다(요즘 아나운서들의 전성시대는 바로 이 직업이 갖는 양면성에 비롯한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이제 예술작품(완성도 높은 작품)도 재미가 있다는 얘기인가.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보다는 거꾸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이제는 작품성이라는 부동의 지위까지 얻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좀더 대중과 가까워진 예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도 읽을 수 있으나, 그럼에도 이제는 잘 팔리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불리는 권력까지 부여한 혐의를 지울 수는 없다. 이로써 진정한 예술작품들은 예술로서도, 상업적으로도 소외 받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면 안 되는 것인가

우리는 현재가 다양한 콘텐츠의 시대라는데 이견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런 다양한 콘텐츠들을 실제로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은 마치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로 가는 징후로 얘기됐으나, 실제 우리의 삶은 그 중 ‘선별된’ 몇 개의 정보를 누리는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콘텐츠와 정보들은 어떤 식으로든 선별되지 않으면 모두 쓰레기가 된다. 그런데 그 선별과정은 과연 투명한가. 아니 공정한가. 이 정보들을 선별하는 순위 혹은 수치라는 근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부분에 우리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수치는 콘텐츠의 질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단순한 수치가 아닌,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는 그 속에서 독자들과,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제대로 된 선택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사진>대리 번역 논란을 일으킨 정지영과 영화 ‘괴물’, 드라마 ‘주몽’(위에서부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짱꿀라 2006-10-21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난 사람" 한번 되어보려는 영웅적인 심리 아닐까요

외로운 발바닥 2006-10-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정지영 아나운서에게 특별한 호감이나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참 씁슬한 사건인 것 같습니다. 정지영이라는 예쁜 연예인급 아나운서의 힘에 마케팅의 힘을 보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우리 출판계의 관행도 문제고요...
 

아내의 '뱃살'은 아름답다!
 

한 달 전부터 아내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출근하고 난 다음 둘째 녀석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에 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집에 있으려니 심심해서 그런 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갑자기 아내가 좋아라 하면서 제게 달려왔습니다. 생뚱맞게 잠 잘 시간 다 됐는데 결혼 예물로 사 준 정장을 입고서 말입니다.


“봐봐! 나 이 옷 맞는다!”


아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으면서 옷 입은 채로 요리조리 자기 몸을 살핍니다. 제가 “뭐가 그렇게 좋아?”했더니 아내는 허벅지 살도 빠지고 허리가 줄었다면서 무척이나 흐뭇해하더군요.


혼자 뭐가 그리 신났는지, 옷장 안에 있는 옷 꺼내 입으면서 연신 웃음꽃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좋아라하더니 제 옆에 누워서는 조금만 더 운동하면 되겠다면서 연신 싱글벙글 입니다.


어이구, 그런데 요 놈의 입이 방정이라, 누워 있는 아내의 뱃살을 가리키면서 “어이구, 빠진 거 좋아하네. 뱃살은 그대로 있구만 뭐” 했습니다.

 

 결코 흉이 될 수 없는 아내의 뱃살. 이 녀석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아름다운 흔적이거늘, 제가 미처 그 생각을 못하고 아내의 뱃살을 뭐라 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도 큽니다. 다른 남편분들께서는 저 같은 못난 행동하지 마세요.


그 날 밤에 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가 갑자기 획 하고 일어나더니, “됐어. 말한 내가 잘못이지. 그래 나 뱃살 많아. 하도 많아서 늘어졌다 늘어졌어.”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순간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인데, 아내가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줄 몰랐거든요. 무서워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안방 문을 살짝 연 채 “화났대?”하고 물으니 “나가”하면서 금속성 목소리를 내더군요.


‘어휴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저는 아내가 저리도 화를 내니 미안한 마음에 들어가지고 못한 채 고개를 내밀어 빼꼼히 쳐다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아내는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할 수 없이 아내가 잠들 때까지 거실에서 책 좀 읽다가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제가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그냥 농담으로 해 본 말이라고 계속 해명을 했지만 아내는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나도 예전에는 날씬했어. 이렇게 뱃살도 없었고. 이 뱃살이 왜 생긴지 알아? 다 애기 낳고 난 후 생긴 뱃살이야. 기분 좋게 말해 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에구,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을 했습니다. 아내가 서운하거나 화를 낼 만도 합니다. 아내도 여자인 것을, 예전에 입던 옷을 뱃살로 인해 못 입었을 아내의 쓸쓸함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 지금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뱃살, 그건 결코 가벼이 농담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흔적이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곳이거늘. 생각해보니 아내의 뱃살만큼 아름다운 흔적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요, 이제부터 아내의 뱃살을 사랑하렵니다. 아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뱃살이 나오더라도 어제처럼 절대 흉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고 아름답다 여길 것입니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아내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준 것 같아 정말이지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여보,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당신 뱃살 흉보지 않을게. 세린이와 태민이, 우리 귀여운 녀석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곳인데, 내가 잠깐 그 생각을 못했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제가 말할 자격은 없지만 다른 남편분들께서는 저처럼 아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세요. 혹시 기회가 되면 아내의 배를 사랑스럽게 한 번 보듬어 주심이 어떨런지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6-10-20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낼 저녁 울 신랑한테 꼭 보여줄랍니다..@@
많이 바쁘시지요??

외로운 발바닥 2006-10-2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이거 읽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도 슬슬 뱃살이 나오고 있는데 말이죠.
요즘 워낙 정신이 없어서 거의 알라딘활동도 못하고 있어요. 흑흑~~

우기부기 2007-02-2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불뚝이.. 니도 나중에 나 배 나왔다고 구박하면 안 된다..
만약 그랬다간 쫓겨나는기라.. 그릉그릉..
 

아시아 홈런킹 포효하다
[한국일보 2006-10-10 18:57]    
■이승엽 시즌결산

비록 무관에 그쳤지만 ‘아시아 홈런왕’의 자존심은 살렸다.

요미우리 이승엽(30)이 결국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채 올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최고 명문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로 우뚝 서며 일본 진출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승엽은 이제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한 충분한 ‘전리품’을 얻었다.

# 홈런·타율 등 공격 전부문 상위권…타이틀 없는 '무관의 제왕' 아쉬워


이승엽은 15일 야쿠르트와의 시즌 최종전이 남아 있지만 10일 주니치전을 끝으로 시즌을 끝낸 뒤 13일 통증을 유발했던 왼쪽 무릎 수술을 할 예정이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 염원인 메이저리그 도전을 할 지 요미우리 잔류를 택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남은 기간 동안 재활에 전념하며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무관의 제왕


이승엽의 가장 아쉬운 타이틀은 역시 홈런왕. 이승엽은 8월 이후 무릎 통증에 부진이 겹치며 타이론 우즈(주니치)에게 역전을 당했다. 우즈는 9일 현재 홈런 45개로 이승엽(41개)을 4개 차로 따돌렸다. 이승엽은 홈런 외에도 타율 2위(0.325), 타점 3위(108점), 최다안타(169개) 득점(101점) 4위, 출루율 5위(0.390), 장타율 3위(0.619)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랭크됐다. 7월까지만 해도 공격 다관왕을 가시권에 뒀으나 막판 페이스 저하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2004년 일본 진출 첫 해에 타율 2할4푼에 14홈런, 50타점, 지난해에 타율 2할6푼에 30홈런, 82타점을 올렸던 이승엽으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성적을 냈고, 일본 내 평가를 새롭게 하는 한 해가 됐다.

도쿄발 이승엽 태풍


이승엽 폭풍의 시발점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엽은 한국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며 홈런 5개, 타점 10개로 두 부문에서 대회 1위에 오르며 세계의 시선을 모았다.

이승엽은 지난 3월31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요미우리 역대 70번째, 요미우리 용병 사상 4번째 개막전 4번 타자의 영광을 안았다. 이승엽은 개막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하라 감독의 두터운 신임에 보답했다.

이승엽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이승엽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며 4할대를 웃돌던 타율이 2할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일본 투수들에게 쓴 맛을 본 이승엽이 정상 궤도를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승엽은 인터리그에서 타율 3할6푼에 16홈런으로 인터리그 홈런왕 2연패에 성공했다.

홈런에 관한 각종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승엽은 8월1일 한신전에서 한ㆍ일 통산 400홈런의 이정표를 세웠다. 오 사다하루,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에 이어 만 30세 이전에 400홈런을 달성한 역대 3번째 선수로 남았다. 6월3일 세이부전에서는 일본 진출 첫 한 경기 2홈런을 날렸다. 7월4일 주니치전을 앞두고는 6월 MVP에 선정됐고, 감독 추천 선수로 2년 연속 올스타에 뽑히는 기쁨도 누렸다. 7월9일 히로시마전에서는 양대리그 전구단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6월11일 지바 롯데전에서는 홈런을 치고도 선행 주자의 ‘누의 공과’라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홈런이 무효가 되는 아픔도 맛봤다.

방망이 한 자루 들고 대한해협을 건넌 지 3년 째. 이승엽에게 2006년은 아시아 최고 타자로 우뚝 선 한 해였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엇그제 밤에 잠을 자기 직전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귓가에서 모기가 왱왱 거렸다.

극도로 모기를 싫어하는지라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부릅뜨고 모기의 움직임을 읽은 다음,

손바닥으로 마주쳐서 재빨리 모기를 잡았다. 모기를 한번에 잡아 떨어뜨렸을 때의 아주 짧게 지나가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 손을 씻고 모기를 변기에 버렸다.

그런데 5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왱왱 하는 소리...또 똑같은 동작으로 모기를 한번에 잡고;;(사실 평소에는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는 넘들인데 그날따라 거의 한번에 다 잡았다.) 손을 또 씻었다.

그런데 또다시 모기가 왱왱...윽...

그러기를 5-6 차례...총각혼자서 청소도 잘 안하고 살아도 그렇지...어떻게 하룻저녁에 모기를 7마리나 잡다니...그것도 신기하게 모기들은 한마리씩 나타났다. 한마리 잡으면 또 한마리가 나타나고 잡으면 또 나타나느 식으로...

결국 7마리째를 잡고는 와이프가 화장실 청소를 잘 안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에 화장실에 에프킬라를 엄청 뿌려대고 침실에서 한 마리를 더 발견하고(그 넘은 장 속으로 들어가서 재빨리 문을 닫아 나오지 못하게 했다;;) 나서야 더이상 모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6-10-1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추석에 시댁에서 모기를 여러군대 물리고 와서 가려워서 밤이면 잠을 못자겠더라구요..그 모기들 왜 그리 독하게 물었는지..
모기가 어디서 숨어있다가 이제 추워 지니 나오나 봐요..따뜻한 곳 찾아서요..
사실 올 여름에는 모기 없이 지난것 같았어요..^^

외로운 발바닥 2006-10-1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사무실에서 하루 야근하다가 10군데 넘게 물린 적이 있습니다.
부대에는 웬 모기가 그리 많은지 말이죠. 이제 조금만 있으면 모기도 안녕일듯 합니다.
 

   최근에는 인문, 사회학 쪽 책들을 많이 읽다보니 솔직히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나마 가끔 소설을 읽는다 하여도 베스트셀러 위주의 외국소설을 읽다보니 국내소설을 읽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름도 생소한 우리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사무실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며칠동안 같이 근무하게 된 김모군 때문이었다. 김군의 외모는 흡사 산적과 흡사하고 어깨는 딱 벌어지고 가슴은 바위처럼 두꺼워 나는 그를 처음 보고 필시 체육과 출신이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와 대화를 하던 중 그가 문예창작과 출신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자신이 창작한 단편소설을 보여주었는데, 문학에는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글솜씨가 있어 보였다. 적어도 일반인이 쓰는 글과는 달라 보였다는 말이다. 그리고 며칠을 함께 근무하며 소설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소설적인 묘사가 참 뛰어나다면서 그가 문득 내게 추천해준 책이 바로 천운영의 ‘바늘’이었다.


‘바늘’은 9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단편의 느낌은 어느정도 비슷하다. 그 내용은 서로 차이가 있더라도 오랜만에 이런 소설을 접한 내게 작가의 특색 있는 문체가 강하게 인상을 남겨서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간단히 작가의 문체를 설명하면 이렇다. 비교적 구체적인 서술과 대화가 이어질 때는 별 무리없이 사건의 진행을 좇을 수 있었지만, 별안간 1인칭 화자의 심리서술이 나오면서 실제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혹은 실제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화자 혼자만 생각한 것인지 애매하여 이해하기가 난해하게 되어 버린다. 또한 무언가 작가가 어떤 대상에(예컨대 바늘, 또는 숨 등)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겠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무언가 잘 쓴 소설이라는 것은 느낌이 오는데(특히 직접 체험해 보고 쓴 듯한 이색적인 직업세계의 사실적인 묘사는 정말 탁월하다) 막연히 무슨 뜻인지 잘 알 수가 없어서 학창시절에 문학공부를 하면서 참고서에서 해설을 찾아 공부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각종 상을 수상한 역량 있는 작가의 소설집이니 소설이 이상해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고 내가 그런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없다는 뜻인데 책을 읽으면서 그 사실을 자각하게 되어 조금은 씁슬한 생각이 들었다. ^^;; 어쩌면 학창시절 이후 10여년간 벌써 머리가 문학과는 동떨어진 빡빡한 현실세계에 맞추어 굳어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서평을 쓰려다가 결국은 소설이 난해하여 이해가 잘 안되었다는 넋두리가 되어 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