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굴욕
[시평]박상주 논설위원
 

2009년 04월 21일 (화) 17:31:07 박상주 논설위원 ( parksangjoo@yahoo.co.kr)
 

그가 높은 사람 앞에서 깊숙이 허리를 굽힌 채 정신없이 손바닥을 비빈다. 온 세상이 그의 모습을 보고는 쯧쯧 혀를 차고, 낄낄 조롱한다. 하지만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기에만 급급한 그의 눈과 귀엔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산 권력’ 앞에다 사냥해온 ‘죽은 권력’을 물어다 바치며 살살 꼬리를 흔드는 그 역겨운 사냥개 본능. 세상은 참 놀랍게도 바뀌는데 군둥내 물씬 풍기는 그 구태는 바뀔 기미가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 검찰의 자화상이 아닐 런지. 검찰은 세상의 질타와 비웃음을 듣고 있는가. 눈이 있으면 보고, 귀가 있으면 들어라.

# “희한한 뉴스다(Oddly Enough)!”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은 시작부터 세계적인 조롱거리였다. 로이터 통신은 즉각 ‘희한한 뉴스’라고 소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박씨 구속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1심의 무죄 선고와 함께 풀려났다. 사이버 공간은 온통 검찰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되다 시피하고 있다. 한 누리꾼(희망모으기)은 “인터넷 논객 구속으로 우리나라 후진성을 세계에 떨쳐 국가브랜드를 크게 떨어뜨린 손해가 수십 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검찰은 다양성을 훼손하여 국가 발전을 가로막은 점을 고려해 징역 2000년, 추징금 100조 원쯤 내야 할 듯 하다”고 비꼬았다.

#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

야당의 정치공세도, 시민단체의 항의성명도 아니다. 인터넷 누리꾼이 올린 익명의 댓글도 아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이른바 ‘노무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한 쓴 소리다. 박 대표는 20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매일매일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다시피 지금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고 혀를 찼다. 그는 이어 “검찰이 일정 기간 수사를 해서 이제 자, 이건 중간 발표다, 또 그 다음에는 최종 발표다 이렇게 하고 정치권에서는 여기 일체 관여를 안 하고, 이게 전통적인 수사 방법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포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되어있음에 계속 중계방송하고 있어 국민 모두는 지금 수사는 4·29 재보선용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의 10억 수수설, 30억 당비 대납설, 한상률 전 국세청장 기획 출국설 등 3대 의혹을 거론한 뒤 이에 대해선 전혀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편파수사를 비난했다.

# “정녕 양심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대한민국 검찰에게 던진 질문이다. 범죄혐의 성립조차 어렵다며 문화방송(MBC) ‘PD수첩’의 제작진 소환을 거부하던 담당 검사를 갈아치우고, 약혼자의 집까지 압수수색하고, 결혼을 나흘 앞두고 있던 예비신부 김보슬PD를 체포했던 검찰…. 언론노조의 이어지는 항변 그대로 검찰 스스로가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지난 50년 검찰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오욕의 얼룩이 자못 흉하다. 국민들은 검찰의 이름 앞에 ‘권력의 시녀’. ‘떡검’, ‘견찰’ 등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붙여 불러왔다. 미네르바와 MBC PD 긴급체포사건, 노무현 게이트 수사 등을 둘러싼 최근 검찰의 처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여전히 사납기만 하다. 미네르바와 PD수첩에 대한 무고죄,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죄로 검찰을 고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일고 있다. 예전처럼 그저 찍어누를 수 있는 국민들이 아니다. 인터넷 논객의 구속, 정부정책을 비판한 언론인의 체포, 지난 권력에 대한 편파 수사와 마구잡이 피의 사실 유포…. 이런 코미디를 한꺼번에 벌이는 검찰은 이젠 웬만한 후진국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은 그 오욕의 역사에 얼마나 더 흉한 얼룩을 덧칠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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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한데 2009-07-1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도 많이 바쁜게로군..ㅋㅋ
 

‘보수’에 대한 상념(想念)

이상돈 (2009년 4월 1일)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헌정사는 자유당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그리고 5공화국의 압제 등 많은 곡절을 겪어 왔다. 비록 우리가 빈곤탈출과 경제발전에 있어서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하지만 입헌주의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는 후진적이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개헌과 더불어 본격적인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한 축인 ‘자유’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진보’ 또는 ‘좌파적’ 견지에서 평등, 사회적 균등 같은 가치를 앞세웠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자유주의가 손상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런 점을 강조한 집단은 ‘뉴라이트’나 ‘아스팔트 우파’가 아니라 공병호 같은 시장자유주의자였다. 그런데 시장자유주의자도 아닌 사람들도 ‘보수’가 아니라 ‘자유’를 내걸었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말하기 보다는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과거에 좌파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단체를 만들고 ‘뉴라이트’라는 영어 간판을 내건 것도 ‘보수’라는 명칭을 쓰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른바 보수 단체 중에도 정작 ‘보수’라는 명칭을 내건 곳은 별로 없고, ‘자유’를 내건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재오, 김문수, 김진홍 등 과거에 운동권이었던 사람들도 좌파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경우는 있었지만 그들이 스스로 ‘보수’임을 자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된다. 과거에 좌파 운동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별안간 ‘보수’를 자처하기에 떨떠름했던 것은, ‘보수’라는 단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또 그들이 젊었을 때 죽어라고 읽은 책이 모두 ‘좌파’ 책이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 행세를 하자니 ‘보수’에 대해 무언가 알아야 할 것이지만 ‘보수’를 공부할 기회도 없었을 뿐더러, 우리나라엔 ‘보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변변한 책이 있지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보수주의에 관한 담론 자체가 없다. 보수 세력이 권력과 금력 같은 제도에 안주해 와서 지적 기반(intellectual base)이 취약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보수’라는 단어가 ‘이미지 문제’를 안고 있다. ‘보수’가 부패하고 기회주의적인 집단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JP가 DJ와 야합했던 것을 상기하면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다. ‘더러운 단어’였던 ‘보수’가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에 힘입어 일어나나 했더니 이명박 정권과 같은 길을 가는 바람에 그나마 회복했던 ‘정당성’을 다시 상실했다. 우리 국민의 과반수가 무당파(無黨派) 부동층이 된 것은 그런 사정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고요한 보수’(The Silent Conservatives)는 새로운 변신을 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MB는 경선이나 대선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을 ‘보수’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대북정책에서도 기존의 햇볕정책을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었다. 그러한 유화적 대북정책 때문에 이회창 총재가 대선에 출마하게 되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미국에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덕분에 이명박 정권은 결국 햇볕정책을 답습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니, 오히려 홀가분해 진 것이 아닌가 한다. 햇볕정책을 오바마 때문에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좋은 ‘핑계’가 생긴 셈이다. “오바마를 좌파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궤변이 “오바마의 햇볕은 괜찮다”는 또 다른 궤변을 만들어 낸 것이다.

보수정당을 표방했던 자유선진당은 대북 정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제3의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대북 정책’은 본질적으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한 것이니, 자유선진당의 정체성은 오히려 중도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전교조 민노총과 선(線)을 긋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제3의 길’ 전성기가 오는 듯하다. ‘제3의 길’을 표방한 ‘국민통합’ 세력 앞에 대립적 이데오르기로서의 보수주의는 오뉴월에 눈 녹듯이 무력해 지지 않을까 한다. ‘고요한 보수’도 ‘제3의 길’을 향해 보이지 않는 변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내 걸었던 대운하 사업, 그리고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추진하는 경인운하,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가 앞장서서 반대해야 할 사안이다. 토목공사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발상을 흔히 ‘뉴딜’이라고 하나, ‘보수’의 입장에서 보면 ‘뉴딜’은 ‘실패한 진보정책’의 대명사다. 미국 공화당이 ‘뉴딜’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강을 파헤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잠실 초고층 건물 건축허가에서 보듯이 이명박 정권은 국가안보를 오히려 경시하고 있다. 국가안보의 보루라는 국정원의 책임자에 병역도 하지 않은 안보 문외한을 임명하는 정권을 보수 정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일은 아마추어 진보정권인 카터 행정부에서 있었다. 진정한 보수언론, 보수단체라면 이런 일련의 사태를 신랄하게 비판했어야 했지만 모두 침묵했다.

최근에 일어난 신영철 대법관 사건이나 MBC 기자 구속 사건은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사법권 독립,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는 정치이념이나 정책 문제가 아니고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이다. 그것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재판개입을 한 것으로 판명된 신영철 대법관의 사임에 반대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인을 구속하는 사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지식인으로 뽑히는 고(故) 러셀 커크와 고(故) 윌리엄 버클리 2세가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보수주의를 내걸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을 만나서 한 이야기 중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러셀 커크는 골드워터에게 “보수주의를 표방하더라도 남부의 인종차별주의자 등 더러운 집단을 멀리하라”고 했다. 윌리엄 버클리는 그런 집단을 ‘쓰레기’라고 지칭했고, 자기가 발행하는 ‘내셔널 리뷰’지(誌)에 존 버치 협회 같은 남부의 수구집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연거푸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은 부패와 무지(無知)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반대한 데 있어서 윌리엄 버클리와 존 버치 협회는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존 버치 협회는 몰락하고 버클리는 1980년대 미국 보수주의 전성기의 지적 기초를 닦았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반대하는데도 격(格)이 있는 법이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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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도 상급법관 뜻대로'? 적은 내부에 있다

출처 :
'재판도 상급법관 뜻대로'? 적은 내부에 있다 - 오마이뉴스
법관의 헌법·법률·양심 무시한 '촛불재판 몰아주기 사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 김태헌
서울중앙지법



대통령에 충성심 강한 사람이 판사?

 

군사정권시절에 서울지방법원은 형사지법과 민사지법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정권이나 대법원장은 형사지법원장이나 형사지법 부장판사 등에 소위 코드가 잘 맞아 믿을 만한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형사지법에서는 소위 시국사건들의 재판이 많이 열린 탓에 이 법원 고위판사들의 인사에 법원 내외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군사정권이 물러난 1993년에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들에 이어 대한변협이 사법부의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나서는 제3차 사법파동이 일어났다. 이 때에 사법 개혁방안의 하나로 주장되던 것 중에 과거 군사정권에서 정치권력에 영합해 법과 양심을 저버린 판결을 한 '정치판사'들의 퇴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정치판사'에는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뿐만 아니라  군사정권에서 사건배당권 행사 등을 통해 시국사건 재판을 조정하고 통제하려 했던 서울형사지법 수석부장출신의 일부 고위판사들도 우회적으로 지목되어 있었다.

 

원래 근무평정권과 사건배당권은 법원장의 권한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단독판사들에 대한 근무평정권이나 사건배당권은 사실상 수석부장판사에게 곧잘 위임된다. 군사정권은 과거에 서울형사지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를 코드가 맞는 믿을 만한 인사로 앉혀놓은 후 이들을 통해 시국사건의 판결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주물렀다. 소명이 부족한 시국사범의 영장도 수석부장판사에 의해 비밀리에 발부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유신시절에 판사를 지냈고 나중에 제1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까지 지낸 변정수 전 재판관은 회고록에서 "서울형사지법 수석부장은 중앙정보부나 검찰에서 보기에 유신관이 투철하거나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사람, 적어도 검찰이나 중정에 협조를 잘해줄 것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이었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적용 법조항이 다른 사건을 비슷한 사건이라니...

 

요즘 법원이 이래저래 시끄럽다. 작년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여러 건의 사건들이 다소 보수적이라 알려진 특정재판부에 몰아주기식으로 배당되자, 이에 대해 다른 13명의 단독판사들이 반발하였고 법원장이 나서서 이를 무마한 뒤 다시 사건들을 관행대로 무작위 시스템에 의해 배당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일이 최근 언론에 의해 파헤쳐지고 보도되면서 법원 안팎에서 몰아주기 사건배당의 배경과 이유에 많은 의혹의 시선들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사건배당권을 행사했던 형사수석부장판사나 대법원은 그 사건들이 쟁점이 비슷한 중요사건들이라 결론이나 양형에 큰 차이가 날 것을 우려해 배당예규에 따라 사건을 그렇게 한 판사에게 몰아준 것이라 해명하고 있다.

 

궁색한 변명이다. 몰아주기식으로 배당된 사건들은 촛불집회 참가자가 기소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만 공통적일 뿐, 사건의 구체적 내용이나 쟁점, 적용 법조항들이 다르다. 어떤 사건은 경찰 기물 파손 사건이고, 어떤 사건은 전의경 폭행사건이며, 또 어떤 사건은 촛불집회행사 사회자가 허가되지 않은 행진을 유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따라서 비슷한 사건들이어서 결론이나 형량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한 명의 판사에게 사건을 몰아주려 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결론이나 형량 차이는 이후 상소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오히려 이 사건들이 왜 하필이면 언론에 의해 보수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판사에게 몰아주기가 되었느냐에 많은 의혹의 시선들이 쏠린다.

 

그리고 이 판사가 있던 13단독은 원래 피고인이 외국인인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였다. 외국인 사건  전담 재판부에 무작위 시스템이 아니라 인위적인 몰아주기식 배당으로 촛불집회 관련 시국사건 재판을 맡긴 이유는 정녕 무엇인가?

 

원래 사건배당은 컴퓨터 추첨 등에 의한 무작위 배당이 원칙이다. 사건 배당에 어떤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 법원의 배당예규는 특별한 경우에는 임의배당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사건들은 보통 무작위 배당을 하는 일반사건들로 다루어지는데, 이를 임의배당했다는 자체가 이 사건을 다른 집회 및 시위사건들과 달리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건배당에서 촛불시위사건들만 이렇게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사건 피고인들의 범죄사실이 다른 집회 및 시위사건의 피고인들과 비교해 특별히 중대하지도 않다. 백번 양보해서 이 사건들이 임의배당을 통해 한 명의 판사에게 몰아줘야 할 사건들이라 하더라도, 하필 그  한 명의 판사가 언론에 의해 보수적 성향을 지녔다고 평가될 판사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판사들보다 그 판사가 재판능력이 뛰어남을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는 것 같다. 그 이유가 혹시 법원장이나 형사수석부장이 보기에 '믿을 만하다'는 것이라면 어떤 의미에서 '믿을 만하다'는 것인가? 누가 보더라도 몰아주기식 사건배당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뻔히 들여다 보이는 경우다. 

 

선고와 영장 심리까지 간섭, 법관 독립 뒤흔드는 일

 

그런데 여기까지도 어떻게 보면 덜 심각하다. 몰아주기식 사건배당을 했던 그 형사수석부장판사가 단독판사들에게 촛불집회에 참가한 혐의로 즉심에 회부된 피고인들에게는 통상적인 벌금형이 아니라 더 무거운 구류형을 선고하라고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또한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할 때에는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없음'의 사유보다 '혐의 소명 부족'의 사유를 제시하라는 요구도 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소명 부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와 영장 발부가 가능하지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없음'을 이유로 한 영장기각은 검찰의 영장 재청구가 있어도 그 후 영장이 발부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재청구를 통해서라도 영장이 잘 발부될 수 있는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관의 독립'을 뿌리채 뒤흔드는 일로,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형으로 처벌할지, 영장사건에서 무엇을 기각사유로 할지는 재판의 중요한 핵심사항이다. 이 판단에 근무평정권이라는 인사권을 갖고 있는 상급법관이 개입하여 노골적인 요구를 했다면, 법관은 헌법, 법률, 양심이 아니라 상급법관의 '주문'에 따라, '독립하여'가 아니라 상급법관에게 '예속되어' 재판을 한 것이 된다. 아주 심각한 위헌적 상황이다.

 

이러한 언론보도가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왜 그랬는지, 당시 법원장이나 형사수석부장 등 당사자들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나아가 대법원장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잡을 일이 있으면 바로 잡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임지봉 서강대 헌법학 교수
 
임지봉



문민정부에 들어와서부터는 특히 전국 모든 법관들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대법원장이나, 인사권을 사실상 나눠가지는 법원장, 부장판사들로부터 개별법관의 독립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고위법관들이 인사권을 무기로 하급법관들을 줄세우고 길들이려 한다는 불만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법부의 제일차적 당위목표이자 존재이유인 '사법권 독립'이 사법부 밖으로부터가 아니라 이제 사법부 안으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또 다른 모습의 '사법권 독립의 위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관이 재판에서 헌법, 법률, 양심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한다면 국민들은 이런 법원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신뢰를 얻는 데에는 부단한 노력과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군사정권하의 법원에서 목도했듯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잠깐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법관과 법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걱정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그동안 많은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법원이 해야 할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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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이제 조금도 새롭지 않다. 1년이 다 되가는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소리도 새롭지 않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싼 국회파행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물론 원인은 한나라당이 제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 역시 미국행정부가 한미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우리 국회에서 30일내에 비준동의안을 관련법안과 함께 처리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런 민주당을 지켜보노라면 과연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민주당이 저지하고자 하는 'MB악법'인지, 아니면 여야가 타협할 수도 있는 '민생법안'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한나라당이 28일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한 반드시 처리할 85개 법안가운데 한미FTA비준동의안이 '경제살리기'법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한미FTA 연내처리의 빈약한 명분을 '경제살리기'와 연계하리하는 것은 비준동의안 단독상정 전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정부 측이 실은 한미FTA 배너광고에서 예측된 일이었다.

동시에 정부 측은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는 한미FTA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전국에 뿌렸다. 그 자체 새로운 내용은 없다. 논리도 허술하다. 그저 한미FTA 되고 나면 GDP 6%가 성장하고, 일자리 34만개가 늘어나고, 대미수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2007년 4월 말 한미FTA가 타결되고 난 직후 관변 연구소가 한데 모여 만든 경제효과 분석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권도 바뀌었고, 포털사이트 배너광고비를 조금이라도 아꼈더라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법한데도 분석 내용은 참여정부가 만든 낡은 효과분석 그대로이다. 그 당시에도 이는 논란이 되었다. 일설에는 당시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인가에서 국책 연구기관이 제시한 효과분석이 기대치에 미달하자 진노했다고도 한다. 진위는 아직 알 길 없다. 경제효과를 분석한 방법이 이른바 CGE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다. 그렇지만 다시 짚어 두건대 한미FTA 경제효과 분석은 좋게 말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과장되었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조작'된 것이다. 그 주요내용을 되짚어 보자.

첫째, 당시 관변에서 제시한 경제효과 GDP 6%증가와 비교해, 경기대 신범철 교수가 이후 동일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조사해 제시한 경제효과 분석결과는 GDP 약 0.2%증가였다. 30배가 차이가 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대략 10년치를 합한 것이기 때문에 한미FTA 경제효과를 연도별로 보자면 각각을 10으로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관변 특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라는 곳에서 사용한 연구방법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표준모형이 아니라 '그들 만의' 것이란 점에서 신뢰를 보내기는 어렵다. 신범철 교수의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볼 때, 한미FTA 연간 경제효과는 GDP 0.02%, 금액으로 1.8억 불(환율을 달러당 1400원으로 할 때 2500억 원)정도 이다. 한국경제의 규모로 볼 때, GDP 0.02%는 실로 너무 미미하거나 FTA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도달가능한 수준이다.

둘째, 정부 측이 말하는 일자리 34만개 추산은 GDP 6%를 가정하고 여기에 고용유발계수 (대략 GDP 1%당 7-8만개)를 곱해서 얻은 값이다. 그래서 GDP 0.2%를 기준으로 해서 이 값을 구해보면 10년에 걸쳐 약 1만5000개 일자리가 나온다. 정부계산처럼 34만개가 되려면 한미FTA를 200년 넘게 해야 한다. 한미FTA를 하게 되면 일자리가 많아질 것처럼 말해서는 안된다.

셋째, 특히 대미무역 수지는 한미FTA 협상 초기부터 조작논란이 불거졌던 사안이다. 2007년 4월 관변 연구소 합동 연구결과의 대미무역 수지 흑자 46억 달러 증가 역시 이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 수치는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CGE 분석결과가 아니라, 각 부처별 추정치를 단순 합산한 것이다. 당시 내가 들었던 설명으로는 CGE분석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각 부처별 추정치를 합산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미CGE분석의 신뢰성은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보다도 수치 잘못 보고 했다간 목이 달아날 판이었는데 누가 감히 있는 그대로 보고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전 부처가 '살기 위해' 추정치를 과장했을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열 개가 넘는 한미FTA CGE 경제효과 분석 모두가, 단 하나 2007년 4월말의 연구결과를 제외하고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즉 한미FTA 체결시 대미무역흑자가 약 40억-73억 달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실행관세율이 한국측이 미국보다 3배 높은 조건에서 동시에 관세를 축소 내지 철폐할 때 미국측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수출로 먹고산다는 우리가 한미FTA를 하게 될 경우 오히려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말이다.

넷째, 이런 경우을 상상해 보자. 한미FTA가 발효된 뒤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서 기관투자자는 물론이고 '개미'투자자들조차 온갖 파생상품을 구매하고 난 뒤에 터졌다면 말이다. 아마 우리 금융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한미FTA를 한다고 미국으로부터 양질의 직접투자가 물밀듯 들어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은 대부분 주식투자 자금이거나 잘해야 M&A자금이다. 가뜩이나 극히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의 조건에서 한미FTA는 미국 월가의 돈지갑으로 가는 지름길일 따름이다.

다섯째, 통상협정의 평가 잣대는 일정 정도 계량화가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래서 당시 정부 측은 이를 일컬어 '제도개선', '제도선진화'라고 불렀다. 하지만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다루어진 쟁점 대부분의 처음 목표와 최종 결과를 비교 분석해 보면, 접근가능한 쟁점 약120여개 가운데 한국 측이 협상 목표를 관철한 것은 10개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양측이 타협한 10개 남짓을 제하면 거의 모든 쟁점에서 미국 측의 입장이 관철되었고, 이후 정부 측은 이를 '제도선진화'라고 불렀다. 두 가지 중요한 사례만을 들어 보자.

첫째, 현재의 경제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임은 자명하다. 한미FTA 금융서비스장을 보면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통화부도스왑(CDS)과 같은 파생상품, 그리고 우리 우량 중소기업에 치명적 타격이 되고 있는 키코(KIKO)등 환율 및 이자율상품에 대해 협정문에서는 '신금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투자자-정부 소송제(ISD)를 비롯한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둘째, 한미FTA는 미국 자동차 3사 즉 '빅3'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빅3를 전제로 한미FTA 협정문은 한국이 배기량기준 세제 철폐,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기량 기준 완화 등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스냅백 (한국 측이 협정위반시 2.5% 관세를 원래대로 환원하는 미국만의 일방조치) 조항과 같은 전대미문의 독소조항을 삽입하였다.

예로 든 이 두 가지 부문만 하더라도 우리 측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들어 얼마든지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나마 당시 참여정부가 협상을 잘 했다고 동네방네 떠들던 분야가 이 정도라면 나머지 농업을 비롯한 투자, 지적 재산권, 의약품 등 사실상 일방적으로 퍼주기한 분야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가쁜 온갖 독소, 불평등 조항은 또 어쩔 텐가.

그나마 대미 수출은 자동차와 반도체가 사실상 축이고, 이는 재벌경제가 담당하고 있다. 곧 재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과연 한미FTA가 보탬이 될지도 의문스럽다. 현재 미국의 실물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내 시장 상황이 매우 불투명하고, 미국내 현대차는 감산에 돌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지만, 오바마 통상정책이 모습을 드러내자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공적 자금을 투입한 자동차3사를 살려 내기 위해 각종 정책 팩키지가 나올 것임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머지않아 미국 현지 생산비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자동차로서는 굳이 FTA를 통한 수출증가가 아니라 이미 현지화 전략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또 그렇게 해 왔다. 또 다른 주력품목인 반도체는 오래전부터 관세가 0%이기 때문에 FTA와 무관하고, 자동차 수출증가야 말로 한미FTA의 목표인데 그것마저도 미국 현지 경제위기와 또 현지생산을 감안하면 도대체 한미FTA는 왜 하는 것인지 의문은 더해간다.

요컨대 한미FTA는 '경제살리기'가 아닌 '경제죽이기'로 가는 길이다. 조작된 아니 백보를 양보해 '재검토'가 필요한 경제효과분석과 이에 기생하는 경제관료들의 욕망, 오바마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경제논리라기 보다 '한미FTA=한미공조'식의 이념화된 신화를 붙들고 있는 현정부의 이상한 오기, 민주당의 우유부단, 이 틈새에서 한미FTA라는 독버섯이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가 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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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8-12-2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을 놓고 상대와 협상하여 상대방에게 95를 주고 5를 얻어 놓고, 협상 잘했고,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큰 소리쳤는데, 상황이 바뀌어 상대방이 5중에 4를 달라고 할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일단 Go를 외치는 듯한 형국이다.

이렇게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회제도 전반을 바꿔버리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항에 대하여 말도 안되는 논리로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주류언론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고, 대다수 국민들은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참 원망스럽다...
 


그들이 정창수를 가둔 이유는?


[기고] "그는 누구보다도 한미FTA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기사입력 2008-12-22 오후 5:36:00

한미 FTA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前) 국회의원 보좌관 정창수 씨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9월의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됐다는 소식을 이곳 미국에서 접했다. (☞관련 기사: FTA 문건 유출 보좌관 구속…"국민 '알 권리' 훼손" 반발)

2006부터 이듬해까지, 나는 한미FTA저지범국민대책위 대외협력 및 정책사업팀장으로서 국회 특위위원인 최재천 의원의 정 보좌관과 함께 협력하여 일했고, 지금은 참여연대에서 안식년을 얻어 뉴욕 콜롬비아대 부설 웨더헤드 동아시아 연구소(Weatherhead East Asia Institute) 방문연구원으로 뉴욕에 와 있다.

문제의 문건유출 건은 2년 전 국회 조사과정에서 이미 사법처리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건인데, 새삼 징역형이 선고된 경위와 근거도 황당하기도 하거니와, 그 전후맥락이 상을 줘야 할 일에 벌을 준 격이어서, 이 본말이 전도된 판결에 대해서는 도저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에 그를 변호하고 우리가 했던 일을 옹호하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기고하게 됐다.

정창수, 한미FTA 협상에서 국회 체면을 세워준 유일한 보좌관


▲ 정창수 전 보좌관. 시민단체 활동가 시절, 그는 예산낭비를 감시하는 활동 등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다.
정창수 전 보좌관은 한미 FTA에 관한 한, 국회 내에서 가장 성실하고 일관되게 의정활동을 수행한 인물이다.

한미FTA특위 자료 열람실 방문기록에서 정창수 이외의 이름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정창수 보좌관은 당시 특위 의원인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의 보좌관으로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협상 관련 기록을 매번 빠짐없이 열람한 유일한 보좌관이다.

누구든 협상기록을 일일이 열람하지 않고 협상결과를 제대로 점검하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그는 한미FTA국회특위의 어떤 의원과 보좌관보다도 더 성실하고 일관되게 직무를 수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활동은 의심할 나위 없이 한미FTA에 대한 국회 감독기능의 강화에 기여했고 나아가 국익의 증진에 기여했다.

특히 당시 국회상황에서 정창수 전(前) 보좌관의 노력이 갖는 의미와 역할은 각별한 것이었다. 당시 국회의 한미 FTA 특위는 협상개시가 국회에 통보된 뒤 4개월이나 뒤늦게 2006년 6월에 구성돼, 같은해 9월에야 활동을 시작했고, 20명 이내의 의원들로 구성되어 방대한 한미FTA 현안들에 대한 협상을 제대로 감독하기 매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더욱이 정부의 대국회 정보공개 역시 매우 부실하여 1차 협상문 원본이 9월에나, 그것도 영문으로, 더구나 복사도 금지된 채 열람만 허용되는가 하면, 주요 협상방침이 실무협상 하루 전에나 특위에 보고되어 찬성 의원이 과반수를 점하는 특위 내에서도 늘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당시 국회는 수세대의 경제적 삶을 좌우하고 수십 여 건에 이를 국내 제도의 개폐와 연결될 중대한 이슈에 대해 이를 다룰 내적 준비도 역량도 부족했고, 정부는 정책결정의 중요성에 걸맞은 충실한 보고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정창수 전 보좌관은 정부 보고자료 열람조차도 사실상 포기하고 있던 무기력한 국회에서 입법기관의 헌법적 의무를 그나마 온전히 실천하려 했던 독보적인 존재였다.

시민사회와 국회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예산감시 전문가

그는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 간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시민참여 정부 예산낭비 감시와 관련된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해왔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방자치의원모임과 시민사회단체에 초청되어 수십 차례 이상의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국회 내 각종 정부 예결산 평가 및 회계분석 관련 세미나에도 초빙되곤 하였다.

그가 시민단체 활동가 시절 기획한 '밑빠진 독' 상(賞) 캠페인은 정부 예산낭비 감시운동에 기여한 참신하고 독보적인 기획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재정적인 이유로 시민단체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국회 보좌관으로 잠시 재직하는 동안에도, 불요불급한 정부 출연기금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정력적인 활동을 통해 최재천 의원(당시 열린우리당)과 원희룡(한나라당) 의원 등을 지원하였다.

그를 징역으로 몰아 간 이른바 문건유출 사건 역시 그의 우발적인 공명심이나 특정한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정부를 바로 세우려는 순수한 의도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일이었다.

기밀유출? 국익훼손?…도대체 뭘 빼돌렸길래

한미FTA 협상을 시작할 때, 정부는 "통상마찰 완화로 수출이 증대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을 크게 강조하였다. 정부는 협상과정에서도 무역구제 분야, 특히 미국의 반(反)덤핑제도의 완화를 가장 중요한 협상목표라고 발표해 왔었다. 당시 모든 언론도 이 분야 협상결과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4차 무역구제 분과협상에서 관련 업계의 15개 요구사항을 미 측에 제시하였다가 미국이 반덤핑 관련법 개정 불가 입장을 밝히자 5차 협상에서 6개로 요구사항을 줄였고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자, 7차 협상부터는 정부가 스스로 무역구제에서 양보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밝혀왔던 '비합산 조치'를 공식적으로 제외하였다.

유출된 문제의 보고서는 2007년 1월에 예정된 6차 실무협상과 관련된 것으로서, "무역구제분야 핵심요구사항(비합산조치 등의 미국법률 개정)을 포기하고 이를 다른 협상의 카드로 이용하겠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미국 입장이 너무 강경해서 우리 측이 가장 중요한 관철목표로 삼아왔던 핵심내용을 철회하고 다른 협상 분야에서의 만회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유출된 문서'는 협상목표의 중대한 변경을 다루고 있었다.

"미국 무역구제법령 하나만 바꿔도 어디냐"라던 정부의 말바꾸기

실무협상은 본질적으로 정부가 FTA로 얻어질 국익으로 제시한 기대목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실무협상 과정에서 국민에게 공표해온 목표가 불가능해졌다면?

당연히 1) 협상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거나 2) 협상목표의 변경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이치가 아닌가? 특히 그것이 무역구제 분야처럼 한미FTA의 핵심쟁점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도리어 그 의미를 축소하고 공개도 최소화하려 하였다.

정부는 대미협상 하루 전 국회 특위에 협상계획을 보고하면서, 다른 수십 건의 보고내용 중 하나로 무역구제 관련 핵심 협상목표를 포기한다는 보고를 슬쩍 끼워 넣었다. 이 보고서는 2~3시간 남짓한 특위 검토 후 회수되었다.

이 비공개 보고 문건의 단 몇 줄에 해당하는 내용-무역구제 협상 목표 변경-이 언론에 유출된 것이다.

같은 사안에서 미국 정부의 태도는 한국 정부의 태도와는 너무나 달랐다. 미국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은 무역구제 협상에서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 측 법령 개정 요구를 거절하고, 단 한 번도 여기서 후퇴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일방적으로 한미FTA 협상은 한국산에 대한 극히 미미한 수준의 물품취급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 외에 어떤 미국 법률도 개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선언하고 의회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해 버렸다.

미국 통상관련법에 따르면, 무역대표부가 국회 고유권한인 법률 개폐를 필요로 하는 협상을 진행하려면 국회가 위임한 신속체결권한 종료 180일 전에 이를 국회에 알려야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이를 공표한 것은 2006년 12월 상황이다.

문건이 유출된 2007년 1월에는 이미 미국 법상 한국의 협상목표인 무역구제 관련 미국법률의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한국 정부로서는 마땅히 미국 협상대표부가 더 이상 법률개정에 해당하는 협상 권한을 갖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 따라서 무역구제 협상목표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해 협상을 계속할 것인지를 포함하는 중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국면이었다.

정부는 이런 노력을 회피하고 당시 박빙이었던 한미FTA 찬반 여론이 반대쪽으로 기우는 것을 우려하여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관련 문건이 언론에 유출되자, 이것이 정부를 자극하여 정창수 보좌관에 징역형을 선고한 최근의 송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재경부 차관이 인터뷰에서 이미 밝힌 '협상기밀?'을 유출한 죄!

정부로서는 비록 무역구제 협상이 물 건너 간 것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자동차나 의약품 같은 다른 협상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었는데 그런 협상전략이 문건 유출로 노출되었기에 국익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자 할 수도 있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당시 해당문서가 협상전략 등의 민감한 사안이라 의원들에게만 배부된 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이 내용이 협상기간 중에 언론에 기사화돼 외부로 알려져 국가의 기능이 적지 않게 위협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유출된 문건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재확인해주고 있지만 이 문건의 내용이 그렇다고 여론을 뒤흔들만한 대단한 비밀은 아니었다.

더구나 국가의 기능이 적지 않게 위협받았다는 것은 당치 않다. 당시 언론에 무역구제 협상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여 무역구제 부분 협상목표를 만회할 협상 의제들을 이러저러하게 언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진동수 당시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아예 미국 무역대표부가 법령개폐 불가를 선언하기 전인 2006년 12월 11일, KBS1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김원장입니다"에 출연하여 "무역구제 분야에서 우리 측 요구사항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만 자동차와 의약품 등 미국 측 관심사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당시 맥락에서는 '비합산조치'를 관철하겠다는 주장이라기보다는 무역구제 분야 협상이 자동차 의약품 등 다른 상품 협상분야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무역구제를 대신하여 자동차 분야나 의약품 협상에서 더 얻어 내겠다는 것이 그토록 중대한 기밀이라면 재경부 차관이 나와서 그걸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중대한 기밀누설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게다가 문건이 유출된 2007년 1월은 이미 미국도 한국도 다른 협상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한마디로 서로가 뻔히 판을 읽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누설될래야 누설될 기밀도 없었고 그런 세밀한 것을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적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종합할 때, 정부가 문건이 공개됨으로써 마치 협상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당시 상황을 명백히 오도하는 것이다.

협상을 위해서라면 국민을 속여도 되는가? 그 협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도리어 문건 유출로 인해 유일하게 분명해 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 협상단이 협상목표 변경에 따른 부담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부담과 불편함은 정부가 스스로 공표한 협상목표가 관철되지 못했을 때 정부가 져야할 당연한 부담이다. 더욱이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하여야 한다는 국내의 압력이 더욱 커짐에 따라 결과적으로 문건유출이 국익창출에 기여했을지언정, 국익을 훼손했다고 보기 힘들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정부가 협상의 '마지노선'을 국민에게 공표하는 것이 단지 상대 측을 혼란케 하려는 협상수단에 불과한 것이라는 발상, 혹은 공표된 '마지노선'의 변경을 대외비에 부침으로써 협상의 심부름꾼에 불과한 정부를 그 주인인 국민과 여론의 문제제기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국익'이라고 우기는 발상의 위험성이다.

그러한 발상 자체가 국익을 구성하는 기본 토대인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자 도전일뿐더러 그러한 발상이 현실적 힘을 얻을수록 특정 구성원의 이익을 국익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위험도 현저하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연히 국민에게 알려져야 할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FTA 협상을 민주적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는데 기여한 이, 나아가 한국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데 가장 강력한 역할을 한 이에 대해 치졸한 방법으로 정치적 보복을 가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0단독 신용호 판사)은 이 가당치 않은 송사에서 국민의 감시를 불편하게 여기는 안이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불구속으로 수사 받아온 이에게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례 없이 실형을 선고하고 말았다.

이로써 정부가 열람만 허락한 영문협상문과 모든 법률 행정 경제 분야를 망라하는 협상정보-어떤 국회의원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협상 문건-을 싸안고 밤을 새워 읽어가며 국민에 대한 국회의 책무를 다하려던 유일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익을 훼손하고 기밀을 누설한 죄로 옥에 보내졌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아무도 다시는 '묻지마 협상'에 제동을 걸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정 씨를 괘씸죄로 다스리려던 행정권력의 나쁜 의도를 뒷받침해줬다.

이런 일을 그대로 용인하고 그 피해자인 정창수 같은 이를 외롭게 방치하는 것은 우리 자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고 방치하는 일이 될 것이다.

거수기로 나선 의원들, 한미FTA로 몇 개의 법령이 바뀔지는 알고 있나?

마지막으로 정창수 보좌관이 최재천 의원실에 있을 때, 나와 몇몇 연구자들이 함께 진행하던 작업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이 작업은 사실 국회의 무능과 무지, 그리고 정부의 비협조로 마무리되지 못하였는데, 그것은 한미FTA로 인해 한국의 법령이 몇 개나 바뀌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올해 한해를 들끓게 했던 쇠고기 수입 문제는 농림부 장관 고시와 관련된 것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법률이나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령을 의미하는 법령은 장관재량인 고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입법으로서 법률은 국회가 직접 그 입법권한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령 역시 원칙적으로 국회가 규율한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법령이 바뀐다는 것은 국민의 실생활에 대한 변화가 행정적 나아가 사법적으로 강제된다는 뜻. 이를 파악하는 것은 각계각층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데도 필수적인 것이었다.

특히 미국 의회가 자신의 법률은 단 한 개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은 도대체 몇 개의 법령이 바뀌는지 확인하는 것은 한국의 국회나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런 당연한 점검 작업이 정부에서 미리 이루어져 협상 전에 국회에 보고되었으면 좋으련만, 2007년 1월 현재 정부는 한미FTA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법률의 목록도 집계하지 않고 있었고 따라서 국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최재천 의원실과 한미FTA 정책사업단은 공동연구작업을 통해 각종 정부 보고자료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사를 바탕으로 각 분야 협상테이블에 총 168개의 한국 법률과 연관된 의제가 올라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시민단체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허무맹랑한 통계치를 발표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사실 시민사회단체들의 발표는 168개 법률이 변경된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 협상팀에 아무런 입법적 가이드라인 없어 미국 측 협상의제가 모두 관철될 경우 국내법률과 상충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168개 이상이라는 취지였지만, 정부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릴 뿐 어떤 공개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이 2006년 12월 자국 법률개정이 필요한 협상은 안하겠다고 선언한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사실 정부는 시민사회와 최재천 의원실의 문제제기 후에 비로소 협상관련 법률정보를 집계하고, 법률개정사항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최종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 정부는 단 한번도 협상으로 인해 변경될 법률안의 목록과 조항의 내역을 국회에 제출한 바 없다. 놀랍게도 입법기관인 국회는 극히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자기 권한 중 무엇이 협상테이블에서 거래되는지도 모른 채 아무 문제제기 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놀라운 헌법권한의 양도, 민생과 민주주의에 대한 융단폭격

2008년 정기국회에 제출된 정부 자료-이 역시 정부가 자발적으로 보고한 자료가 아니라 참여연대의 제안에 따라 이미경 의원실에서 요청해 받아낸 자료다-에 따르면, 9월 26일 현재 정부는 한미FTA 체결로 인해 최종적으로 24개 법률이 개폐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이 통계치는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자본시장통합법 등 FTA 수준의 개방을 예정하고 자발적으로 개방한 금융과 산업 관련 법률은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대통령령처럼 국회입법 사항이 아닌 정부 위임입법이 몇 개나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국회에 최소한의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침이나 고시, 조례 등이 얼마나 바뀔 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들 법령, 명령, 지침, 조례 등의 개폐는 대개가 한미FTA 아래서는 우리 맘대로 다시 뜯어고칠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국회 내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이걸 점검하거나 따져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문제의식이 있는 몇몇은 "묻지마식 날치기 통과"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검토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놀라운 '주권의 양도', '헌법권한의 양도'가 아닌가?

다시 말하건대, 올 봄의 촛불집회는 법률도 대통령령도 아닌, 장관고시 하나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미국은 한미FTA 협상으로 한국의 시행령 수준에 해당하는 사소한 조항 하나 외에 다른 자국 법률을 일체 변경하지 않았는데도 재검토에 재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은 무엇이 바뀌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배짱으로 연내에 이 거대하고 되돌릴 수 없는 경제통합 협상을 비준하려고 몸을 던지는지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국제적인 경제위기 아래서는 비단 법률개폐가 없다하더라도 개방으로 인해 각계각층이 겪게 될 변화가 훨씬 더 격렬하고 불균등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점검 없이, 심지어 그걸 시도하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옥에 가두면서 누구를 위해 이 도박을 강행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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