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건강의 중요한 척도로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사람을 성공의 대변자로 여겼다.이제 더 이상 이런 생각은 옳지 않게 됐다.현대인은 인류 존재 이래 가장 적게 잠을 잔다.
과거 통계조사로 추산해 보면 80년 전에는 평균 8.8시간을 잤다.이에 반해 현대인은 평균 7시간을 채 못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대체로 늦게 잠들고 일찍 깨서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수면 빚'(sleep debt)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남아 있다. 수면 빚을 지는 요인 중 중요한 것은 현대인의 상당수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갈수록 늦어지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다.
늦어도 저녁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7시 이전에 기상하는 게 바람직하나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새벽 1∼2시가 돼야 잠을 자고 아침에 깨기가 무척 힘들다.
이 증후군이 일어나는 요인은 생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뇌에 태생적으로 입력된 생체시계는 하루 24.23시간으로 일상생활의 24시간보다 다소 길다.
이 때문에 점차 취침시간이 뒤로 미뤄져 늦잠을 자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침 햇빛을 받고 기상해 뇌속에 입력된 생체시계를 다시 세팅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낮에 햇빛을 쬐는 양마저 적어 이 같은 자연스런 수면 리듬 유지에 지장이 많다.
적절한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8시간 이상 자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3~4시간만 자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어느 정도 타고난 개인의 특성이다.
다만 평균을 말한다면 성인은 하루 7시간30분의 수면이 적절하다.
3년여 전 화제가 됐던 '아침형'인간은 누구에게나 적합한 것은 아니다.
태생적으로 늦게 자서 늦게 깨고 오후와 저녁에 최고의 수행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긴 하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수면의 양과 시간은 타고난 특성과 주어진 환경을 고려해 조절하는 게 좋다.
수면 빚이 있는 직장인들은 늦게까지 회식 과음하거나 유흥을 즐기는 것을 삼가,적절한 시간에 충분히 잘 수 있도록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주말에 1∼2시간 정도 늦잠을 자서 수면 빚을 갚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월요병'을 예방하려면 주말 낮에 수면·각성리듬을 깨뜨리는 긴 낮잠을 자는 것보다 주말 아침에 1∼2시간 늦잠 자는 게 현명하다.
낮잠도 수면 빚을 해소할 수 있다.
봄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낮에 노곤함을 느끼고 낮잠을 청한다.
적절한 낮잠은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다.
밤에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오후 3시 이전에 20분 이내의 짧은 낮잠을 자야 건강에 유익하다.
반대로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잔다면 야간수면 욕구를 감소시켜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수면을 방해하는 직접적 요인의 절반가량은 과도하고 불규칙한 업무,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이다.
우울증 없는 불면은 없고 불면은 더 깊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초래한다.
수면 후 아주 힘들게 일어나는 것도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과 하지불안증은 대표적 수면장애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악성 코골이'로 성인 인구의 10∼20%에서 발생한다.
공기통로를 넓히는 기구를 착용하거나 수술로 치료가 된다.
최근 이슈화된 하지불안증은 잠들기 전 다리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 때문에 잠들기 어려워하는 증상으로 성인의 10%가량에서 나타난다.
하지불안증은 도파민 분비 저하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뇌내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리큅'등이 처방되고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수면제를 적절히 활용해 볼 수 있다.
장기간 수면제 복용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점차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고 약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의존성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최소 용량을 단기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불면증의 만성화를 막는 좋은 방법이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스틸녹스'처럼 단기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수면제가 많이 나와 있다.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수면장애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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