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시즌결산
비록 무관에 그쳤지만 ‘아시아 홈런왕’의 자존심은 살렸다.
요미우리
이승엽(30)이 결국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채 올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최고 명문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로 우뚝 서며 일본 진출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승엽은 이제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한 충분한 ‘전리품’을 얻었다.
# 홈런·타율 등 공격 전부문 상위권…타이틀 없는 '무관의 제왕' 아쉬워이승엽은 15일 야쿠르트와의 시즌 최종전이 남아 있지만 10일 주니치전을 끝으로 시즌을 끝낸 뒤 13일 통증을 유발했던 왼쪽 무릎 수술을 할 예정이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 염원인 메이저리그 도전을 할 지 요미우리 잔류를 택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남은 기간 동안 재활에 전념하며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무관의 제왕이승엽의 가장 아쉬운 타이틀은 역시 홈런왕. 이승엽은 8월 이후 무릎 통증에 부진이 겹치며
타이론 우즈(주니치)에게 역전을 당했다. 우즈는 9일 현재 홈런 45개로 이승엽(41개)을 4개 차로 따돌렸다. 이승엽은 홈런 외에도 타율 2위(0.325), 타점 3위(108점), 최다안타(169개) 득점(101점) 4위, 출루율 5위(0.390), 장타율 3위(0.619)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랭크됐다. 7월까지만 해도 공격 다관왕을 가시권에 뒀으나 막판 페이스 저하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2004년 일본 진출 첫 해에 타율 2할4푼에 14홈런, 50타점, 지난해에 타율 2할6푼에 30홈런, 82타점을 올렸던 이승엽으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성적을 냈고, 일본 내 평가를 새롭게 하는 한 해가 됐다.
도쿄발 이승엽 태풍이승엽 폭풍의 시발점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엽은 한국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며 홈런 5개, 타점 10개로 두 부문에서 대회 1위에 오르며 세계의 시선을 모았다.
이승엽은 지난 3월31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요미우리 역대 70번째, 요미우리 용병 사상 4번째 개막전 4번 타자의 영광을 안았다. 이승엽은 개막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하라 감독의 두터운 신임에 보답했다.
이승엽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이승엽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며 4할대를 웃돌던 타율이 2할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일본 투수들에게 쓴 맛을 본 이승엽이 정상 궤도를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승엽은 인터리그에서 타율 3할6푼에 16홈런으로 인터리그 홈런왕 2연패에 성공했다.
홈런에 관한 각종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승엽은 8월1일 한신전에서 한ㆍ일 통산 400홈런의 이정표를 세웠다.
오 사다하루,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에 이어 만 30세 이전에 400홈런을 달성한 역대 3번째 선수로 남았다. 6월3일 세이부전에서는 일본 진출 첫 한 경기 2홈런을 날렸다. 7월4일 주니치전을 앞두고는 6월 MVP에 선정됐고, 감독 추천 선수로 2년 연속 올스타에 뽑히는 기쁨도 누렸다. 7월9일 히로시마전에서는 양대리그 전구단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6월11일 지바 롯데전에서는 홈런을 치고도 선행 주자의 ‘누의 공과’라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홈런이 무효가 되는 아픔도 맛봤다.
방망이 한 자루 들고 대한해협을 건넌 지 3년 째. 이승엽에게 2006년은 아시아 최고 타자로 우뚝 선 한 해였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