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전 부총리 “노정권은 경제가 뭔지도 모른다”
[한겨레 2007-01-06 13:51]    

[한겨레]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12월 21일 금융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조 전 부총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대선을 1년도 채 안 남겨둔 무렵이라 그의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남겼다.

조 전 부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노태우 정부 시절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지방선거에 출마, 초대 서울시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 뒤 대권을 노리고 서울시장을 사퇴, 민주당과 신한국당의 합당을 주도했지만 이회창 후보에 밀려 결국 대권 도전에 실패했다.

조 전 부총리와 노무현 대통령과 엇갈린 인연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장 선거 때 조 전 부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부시장 러닝메이트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배했지만 5년 뒤 대권을 거머쥐었고 조 전 부총리는 한나라당 총재로 머물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지만 재선에 실패, 결국 정계를 떠났다.

문제의 원인도 제대로 몰라

이날 간담회에서 조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가 “근본적으로 경제가 뭔지도 모른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성장의 둔화와 양극화로 정리하고 그 근본 원인을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부터 계속된 압축성장에서 찾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문제의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엔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성장률도 크게 올라갔다. 우리 경제가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일본의 경쟁력 악화의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압축성장의 부작용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조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이데올로기도 압축성장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문제를 방치한 결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게 됐다는 이야기다. 일차적인 원인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였지만 본질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의 악화가 불러온 필연적인 위기였다는 이야기다.

조 전 부총리는 IMF가 요구한 경제 개혁을 크게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긴축정책. 성장률이 떨어지면 수입이 줄고 수출이 늘어 국제수지가 좋아지고 외채를 갚을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성장률을 떨어뜨려 빚을 갚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둘째는 외환시장과 무역, 금융, 전반의 경제 자유화.

셋째는 작은 정부.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서 철도와 통신, 체신, 국방까지도 민간부분으로 넘기라는 것이다. 넷째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다. 상대적으로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은 언뜻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이고 부채 상환을 앞당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제의 역동성을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김대중 정부는 IMF 요구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자유화와 개방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잠깐 성장률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2000년에는 2.3%까지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도 그랬고 특히 멕시코에서 그랬다.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다. 후진국에는 잘 맞지 않고 우리나라에도 맞지 않는 정책이다.”

김대중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가계 신용을 늘려 내수를 키우는 것.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마구 뿌려댔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성장률이 잠깐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다시 2.7%까지 떨어졌다. 조 전 부총리는 “고비용 저효율의 개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많은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당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조 전 부총리는 금융의 종속을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IMF 이후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 특히 손쉬운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졌고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당연히 양극화도 더욱 심해졌다.

“자기자본비율(BIS) 8%는 난센스다. BIS가 9%나 10%, 15%가 돼도 상관없다. 기업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부채비율 200%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기준을 획일적으로 강요했고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조기에 IMF 졸업 선언도 했고 외국 투자자들의 갈채를 받았지만 정작 우리 경제의 역동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고비용 저효율 개혁, 문제 많다

조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나 국토 균형발전 등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근본적으로 경제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짓”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압축성장이 가져온 부작용을 압축성장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 나라에 무엇이 필요한지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이야기다.

“마치 유신 정부가 하는 것과 비슷한 정책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를테면 동북아 중심국가, 이게 참 아무런 근거도 없고 내용도 없는 것이다. 80년대 같으면 모르겠다. 이거 뭐 어떻게 하자는 건가.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유동성만 늘려서 땅값만 올리고 있다. 금리를 낮춰서 유동성이 움직일 데가 없으니 다들 부동산에 매달리고 있다.”

한미 FTA나 금융허브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조 전 부총리는 유럽이 왜 농업을 끝까지 보호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반문했다. 일본이 왜 일미 FTA를 서두르지 않는지 생각해보라고도 반문했다. IMF 때 경험에 미루어 봐도 한미 FTA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능력이 많다. 골프도 잘하고 축구, 바둑도 잘한다. 그러나 하나 마인드가 없는 것이 금융이다. 중국 사람들은 금융에 대한 마인드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없고 일본 사람들도 없다. 우리는 금융 허브 못한다. 가계부채가 500조인데 무슨 금융허브를 하나. 하면 외국인 투자자들 돈 쥐어주는 꼴 밖에 안 된다.”

조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가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자유주의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조 전 부총리는 “큰 정부는 아니지만 정부의 최소한의 역할은 유지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는데 무슨 서비스냐고 하면 아무런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고용창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하다. 제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런 마인드가 문제다. 우리나라가 무슨 서비스 산업을 할 수 있나. 서비스 산업도 중국이 훨씬 잘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 전 부총리는 “쾌도난마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자유주의의 유토피아는 막강한 미국조차도 무너뜨리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견뎌낼 수 있느냐”고도 반문했다. 조 전 부총리는 “병의 역사가 길고 복잡하다”며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보약으로 몸을 달래듯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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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1-0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F 이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문제점을 날카롭게 잘 지적한 것 같다. 신자유주의가 우리 경제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비로그인 2007-01-0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발바닥님, 퍼갈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외로운 발바닥 2007-01-0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마음행로님. 마음행로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메르세데스 - 벤츠 코리아가 28일 출시한 S500 4MATIC L 모델의 국내 판매 가격은 대당 2억960만원으로 책정됐다.

벤츠의 플래그쉽 모델로 배기량 5500cc급 V8 엔진, 자동 7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이 차량은 특히 최고출력 388마력(6000rpm), 최대토크 54.0kg.m(2800~4800rpm)를 발휘해 승차감이 뛰어나면서도 폭발적인 엔진파워를 지녔다. 

여기에 상시 4륜구동 방식을 적용해 빗길이나 눈길,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차량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배기량이 같은 동급 모델(S550 4MATIC)은 권장 소비자 가격이 대당 8241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차 두 대를 사고도 남는 2.5배 수준이다.

독일에서는 S500L 4MATIC 모델명으로 판매되는데 소비자 가격이 1억2061만원이며, 일본(S550 4MATIC)에서의 판매 가격은 1억402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차종이면서도 왜 한국에서만 소비자 가격이 유난히 비싼걸까?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김예정 상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은 한국에 비해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 가격이 낮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한국에서는 거의 판매량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차량의 가격을 높일 수 밖에 없으며,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편의사양이 적용됐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편의사양으로는 한국형 DVD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이동전화 장치가 적용된 것을 의미한다.

[카리뷰-하영선기자 ys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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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1-0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황당한 기사다. 약간 낚인 것 같은 기분도...기사를 읽고 나서도 전혀 기사제목의 물음에 답이 떠오르지 않는...한국형 DVD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이동전화 장치가 1억 3천만원 어치란 말인가...-0-;;;
 

사담후세인이 12월 30일 처형되었다고 한다. 일견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담후세인의 생포, 재판, 그리고 신속하게 집행된 사형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다시한번 씁슬한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사담후세인이 걸프전 이전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세력이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라크 전쟁에서의 거의 유일한 가시적 성과로 미국이 내세우는 사담후세인의 생포가 결국은 독재자의 처형이라는 대중들에 대한 카타르시스의 제공으로 끝나게 되리라고는 막연히 예상은 했지만, 그토록 법과 원칙, rule of law, due process of law 등을 강조하는 미국이 그토록 재빨리, 그것도 사형절차를 생중계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라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부시가 북한과 이라크 등을 악의 축이라고 빗대고, 툭하면 성경을 인용하며 하나님을 들먹이는 것도 결국은 자신들은 '선'이고 자신들에 반대하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창출하고 고착화시키려는 의도임이 보였지만, 사담후세인만큼 권력에 오르고부터 몰락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 그토록 드라마틱하게 선과 악의 양극단을 오르내린 인물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특히, 사담후세인의 사형집행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사담후세인은 바로 미국이 만들어낸 대중에 대한 안티 영웅으로서의 '악의 화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독재의 영웅만들기에 대비되는 안티영웅의 탄생과 그 종말을 나는 사담후세인을 통하여 생생히 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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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01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 세상에서 악을 행하다 이제는 가야 할 사담 후세인.
죽은 사람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때가 아닐런지요.
 

‘작심삼일’극복하려면 한가지만 결심하라
[조선일보 2006-12-30 04:24]    

英연구팀 ‘심리학적 5계명’제시

‘금연(禁煙), 절주(節酒), 자격증 따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새해는 으레 새로운 결심과 함께 시작된다. 하지만 꾸준히 실천해 목표를 달성하기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영국 하트포드셔(Hertfordshire) 대학 연구팀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을 극복할 해결책을 찾는 실험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 전했다.

연구팀은 새해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대규모 온라인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홈페이지(newyearscien-ce.co.uk)에서 세계 네티즌을 대상으로 참가 자원자를 모집 중이며, 목표 실험 인원은 1만명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새해 목표 달성의 심리학적 비결도 함께 제시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연령·국적 등을 입력한 뒤 ‘빚 갚기’, ‘새 집 사기’, ‘애인 찾기’, ‘인생을 더 즐기기’, ‘더 친환경적으로 살기’ 등 18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자기만의 결심을 써 넣을 수도 있다. 참가자들은 이후 6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연구팀과 이메일로 교신하며 목표 달성 상황을 점검 받는다.

이 대학 리처드 와이즈먼(Wiseman) 교수는 “개인적인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고 통계화하는 것이 실험 목표”라며 “이를 통해 새해 결심을 지켜내기 위한 최선·최악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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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12-3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년 반복되는 새해결심과 작심삼일...최근 라디오에서 듣기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계획과 이를 실천하지 못한데 따른 좌절감을 고려하면 계획을 세우지 않는것이 좋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년의 계획을 세우련다...작심**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야지...위 5계명중 특히 첫번째와 두번째 것에 집중해봐야겠다.^^

짱꿀라 2006-12-3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정말로 한가지만 정해서 결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꼭 이루어지기를 위해서요.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읽고 갑니다. 2007년도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시구요.

외로운 발바닥 2006-12-3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데 알면서도 욕심 때문에 그러기가 참 쉽지 않네요. ^^;
 

[언론은 비판자인가 공모자인가] 260억짜리 홍보대사가 우주영웅?

 [프레시안 강이현/기자]

   26일 전국 종합 일간지들은 일제히 1면에 '두 영웅'의 사진을 배치했다. 25일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 최종 후보로 선발한 고산(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씨와 이소연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날 언론들은 앞 다퉈 2명의 예비 우주인에 관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고 씨와 이 씨의 상세한 프로필과 인터뷰는 '필수'였다. 나이, 직업, 학력은 물론 혈액형, 별자리까지 공개했다. 치열했던 선발 과정과 앞으로 남은 과정도 생생하게 소개했다.
  
  머릿기사 교체, '영웅 예고'…바람몰기 앞장 선 언론들
  
  몇몇 언론은 1면 머릿기사를 서둘러 교체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노대통령과 난타전…차별화 부각 고건 지지율에 약 되나'라는 기사를 가판 1면 머릿기사로 배치했으나 배달판에서는 우주인 관련 기사로 교체했다. <서울신문> 역시 가판 1면 머릿기사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전매제한'이었으나 배달판에서는 '한국 첫 우주인 후보 고산·이소연 씨 확정'으로 바뀌었다.
  
  언론의 관심은 우주인 후보들이 우주에서 돌아온 뒤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 추정하는 데까지 미쳤다. <국민일보>는 "우주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일단 신분에 상관없이 '우주 영웅'으로 추앙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최초 우주인은 정상급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우주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귀환하면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주인들이 원래의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이미 공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라며 이들의 앞날을 예측했다.
  
  <경향신문> 역시 '61년 가가린 이후 456명 우주여행'이라는 기사를 통해 "각국의 1호 우주인들은 부와 명예를 한몸에 누렸다"며 외국의 우주인들이 '국가영웅'으로 정계진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런 신문의 보도에 앞서 분위기를 띄운 데는 단연 우주인 선발행사의 '주관 방송사'인 SBS가 돋보였다. 지난 25일 SBS <8뉴스>가 보도한 30꼭지 가운데 우주인 관련 꼭지는 13꼭지였다. 경주 첨성대 앞에서 스튜디오를 차린 SBS는 '한국 첫 우주인 후보 그 영광의 얼굴들', '우주인 후보는 지·덕·체 겸비한 '최우수 한국인', '한국의 우주 영웅 몸값은 과연 얼마?', 'SBS, 생생한 우주소식 전 과정 독점 생중계', '베테랑 우주인이 꼽은 '우주인'의 조건은?' 등의 기사를 줄줄이 내보냈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260억 원짜리 '홍보대사' 아닌가?
  
  그러나 우주인 선발에 언론이 보이는 호들갑에 비해 정작 우주인 탄생과 국내 항공우주 과학기술의 연관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과학기술부는 한 명의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갔다 오게 하는 데 드는 총비용이 약 260억 원이며 이 중 주관 방송사가 부담하는 50억 원을 제외하면 정부 예산은 210억 원이 든다고 밝혔다. 한 명의 우주인이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스 호를 타고 약 열흘간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대가로 정부는 러시아에 180억 원을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우주인 사업의 실상은 일회성 이벤트일 뿐이다. 단적으로 몽골,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우주인도 이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이 이처럼 '국가적' 경사처럼 보도하는 것이 민망할 지경이다.
  
  심지어 이번 우주인 사업이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과기부도 인정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홍보 대사로 활용하기 위해서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며 이번 우주인 사업이 항공우주 과학기술의 진흥과는 별반 관계가 없음을 선선히 인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누리꾼의 시선도 곱지 않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한 누리꾼(jtxanadu)은 "최초로 국내에서 만든 우주선을 이끌고 갈 사람이 가져야 할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라는 영예가 상업성에 눈이 먼 언론에 의해 마구잡이로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소에 정부 정책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던 언론이 우주인 사업 앞에서는 한 목소리로 찬양 일변도로 호들갑을 떠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번지수 잘못 짚은 비판들
  
  이 중에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주도한 우주인 사업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물론 번지수를 잘못 짚은 비판이었지만 말이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우주인 사업이 값비싼 일회성 '우주 관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는 지금부터 우주인 훈련과 사후관리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첫 우주인이 황우석 사태 이후 침체된 과학계에 활력소가 되고, 우주과학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와 같은 '스타 과학자'를 띄우는 기존의 과학기술 정책이 황우석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식의 비판은 한참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정부의 스타 과학자 띄우기에 언론이 부화뇌동한 결과가 황우석 사태였다는 것을 금세 잊은 것이다.
  
  그나마 <한겨레>가 우주인 사업을 항공우주 과학기술과의 연관성 속에서 비판했을 따름이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우주개발의 중요성"이라며 "국민에게 꿈을 주는 '한국인 우주인 시대'를 맞으려면 몇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서조차 지금 시점에 우주개발이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없다. 우주개발은 새로운 과학기술이니 발달시켜야 한다는 뿌리 깊은 과학기술 중심주의의 흔적만 보일 뿐이다.
  
  결국 정부의 이벤트성 우주인 사업에 언론이 철저히 발을 맞춰 줌으로써, 정부가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정책을 펴는지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은 황우석 사태에 이어 한 번 더 '공모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황우석 사태는 괜히 일어난 게 아니었다.

강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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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2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래서 최초로 우주인 1호라는 사람이 나오다고 하니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외로운 발바닥 2006-12-2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초 우주인이 나온다고 해서 약간의 기대와 호기심으로 지켜 보았는데 이 기사를 읽으니 황우석 사태 때와 같은 식의 언론의 놀음에 또다시 놀아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더군요. 이런 기사를 통해 해당 언론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소득이라면 소득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