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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ㅣ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미시적인 것부터 거시적인 것까지 다양한 경제학적 원리가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굳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합리적인 개인들은 매순간순간 선택을 할 때마다 각자 기준에 따라 경제학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스타벅스의 커피값이 비싼 이유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이 있었는데 결론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기꺼이 스타벅스의 커피를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마시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을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스타벅스의 수입의 상당부분은 건물 임대료로 들어가고 건물 임대료가 높게 형성되는 까닭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 위치한 건물이 희소하고(커피전문점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 얼마나 가깝게 위치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목이 좋은 점포를 구하기 위한 높은 경쟁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커피를 마시려고 하기 때문(임대토지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의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커피가격에 분개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결국 사람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줄지 않기에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스타벅스는 된장녀 논란까지 불러왔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가격 물건이라도 가격을 높이 붙여야 더 잘 팔린다는 우리나라에서의 기현상은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지 궁금하다.
저자는 그와 함께 그린벨트나 의사나 법조인 등 전문직의 자격증제도가 진입장벽으로서 재화의 공급을 제한하여 독점적 지위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제도가 공익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는 대로의 경제학적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오염, 교통체증(외부불경제)이나 자기 집 앞 길거리 청소(외부경제)를 통틀어 외부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책에는 세금을 통하여 외부효과를 조절하는 예가 나온다. 일전에 조세법 교과서를 읽으면서 세금의 힘과 중요성에 대해 절감했는데 세금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요즘 부동산 광풍을 세금으로 잡으려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우세한데 이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도 흥미로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나이키 공장에서 노동착취를 통하여 신발을 생산해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싼값에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비싼 값에 팔아 높은 수익을 올려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다국적기업이 개도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예전부터 있어 왔고, 특히 아동 노동이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시설의 기업에 대하여는 불매운동이나 이를 원천적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저자는 노동착취나 열악한 노동조건의 근본원인은 다국적기업이 제공한 것이 아니고 다국적기업의 공장에서라도 취업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일할 곳 없이 거리를 떠도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하면서 최빈국에서 기술 선도국가(!)가 된 한국을 예로 든다. 저자의 이런 지적은 사실 많은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기도 하다. 저자의 논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열악한 근로조건의 다국적기업 공장을 폐쇄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 없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단순히 그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수입금지법안보다는 다국적기업과 개도국 노동자간에 진행되고 있는 극심한 양극화의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다국적기업 및 금융자본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개도국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처럼 어쨌든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물질적으로 훨씬 더 풍족해진 우리나라의 예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적어도 당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