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뱃살'은 아름답다!
 

한 달 전부터 아내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출근하고 난 다음 둘째 녀석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에 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집에 있으려니 심심해서 그런 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갑자기 아내가 좋아라 하면서 제게 달려왔습니다. 생뚱맞게 잠 잘 시간 다 됐는데 결혼 예물로 사 준 정장을 입고서 말입니다.


“봐봐! 나 이 옷 맞는다!”


아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으면서 옷 입은 채로 요리조리 자기 몸을 살핍니다. 제가 “뭐가 그렇게 좋아?”했더니 아내는 허벅지 살도 빠지고 허리가 줄었다면서 무척이나 흐뭇해하더군요.


혼자 뭐가 그리 신났는지, 옷장 안에 있는 옷 꺼내 입으면서 연신 웃음꽃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좋아라하더니 제 옆에 누워서는 조금만 더 운동하면 되겠다면서 연신 싱글벙글 입니다.


어이구, 그런데 요 놈의 입이 방정이라, 누워 있는 아내의 뱃살을 가리키면서 “어이구, 빠진 거 좋아하네. 뱃살은 그대로 있구만 뭐” 했습니다.

 

 결코 흉이 될 수 없는 아내의 뱃살. 이 녀석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아름다운 흔적이거늘, 제가 미처 그 생각을 못하고 아내의 뱃살을 뭐라 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도 큽니다. 다른 남편분들께서는 저 같은 못난 행동하지 마세요.


그 날 밤에 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가 갑자기 획 하고 일어나더니, “됐어. 말한 내가 잘못이지. 그래 나 뱃살 많아. 하도 많아서 늘어졌다 늘어졌어.”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순간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인데, 아내가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줄 몰랐거든요. 무서워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안방 문을 살짝 연 채 “화났대?”하고 물으니 “나가”하면서 금속성 목소리를 내더군요.


‘어휴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저는 아내가 저리도 화를 내니 미안한 마음에 들어가지고 못한 채 고개를 내밀어 빼꼼히 쳐다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아내는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할 수 없이 아내가 잠들 때까지 거실에서 책 좀 읽다가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제가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그냥 농담으로 해 본 말이라고 계속 해명을 했지만 아내는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나도 예전에는 날씬했어. 이렇게 뱃살도 없었고. 이 뱃살이 왜 생긴지 알아? 다 애기 낳고 난 후 생긴 뱃살이야. 기분 좋게 말해 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에구,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을 했습니다. 아내가 서운하거나 화를 낼 만도 합니다. 아내도 여자인 것을, 예전에 입던 옷을 뱃살로 인해 못 입었을 아내의 쓸쓸함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 지금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뱃살, 그건 결코 가벼이 농담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흔적이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곳이거늘. 생각해보니 아내의 뱃살만큼 아름다운 흔적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요, 이제부터 아내의 뱃살을 사랑하렵니다. 아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뱃살이 나오더라도 어제처럼 절대 흉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고 아름답다 여길 것입니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아내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준 것 같아 정말이지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여보,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당신 뱃살 흉보지 않을게. 세린이와 태민이, 우리 귀여운 녀석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곳인데, 내가 잠깐 그 생각을 못했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제가 말할 자격은 없지만 다른 남편분들께서는 저처럼 아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세요. 혹시 기회가 되면 아내의 배를 사랑스럽게 한 번 보듬어 주심이 어떨런지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6-10-20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낼 저녁 울 신랑한테 꼭 보여줄랍니다..@@
많이 바쁘시지요??

외로운 발바닥 2006-10-2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이거 읽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도 슬슬 뱃살이 나오고 있는데 말이죠.
요즘 워낙 정신이 없어서 거의 알라딘활동도 못하고 있어요. 흑흑~~

우기부기 2007-02-2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불뚝이.. 니도 나중에 나 배 나왔다고 구박하면 안 된다..
만약 그랬다간 쫓겨나는기라.. 그릉그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