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높은 사람 앞에서 깊숙이 허리를 굽힌 채 정신없이 손바닥을 비빈다. 온 세상이 그의 모습을 보고는 쯧쯧 혀를 차고, 낄낄 조롱한다. 하지만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기에만 급급한 그의 눈과 귀엔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산 권력’ 앞에다 사냥해온 ‘죽은 권력’을 물어다 바치며 살살 꼬리를 흔드는 그 역겨운 사냥개 본능. 세상은 참 놀랍게도 바뀌는데 군둥내 물씬 풍기는 그 구태는 바뀔 가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 검찰의 자화상이 아닐 런지. 검찰은 세상의 질타와 비웃음을 듣고 있는가. 눈이 있으면 보고, 귀가 있으면 들어라.
# “희한한 뉴스다(Oddly Enough)!”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은 시작부터 세계적인 조롱거리였다. 로이터 통신은 즉각 ‘희한한 뉴스’라고 소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박씨 구속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1심의 무죄 선고와 함께 풀려났다. 사이버 공간은 온통 검찰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되다 시피하고 있다. 한 누리꾼(희망모으기)은 “인터넷 논객 구속으로 우리나라 후진성을 세계에 떨쳐 국가브랜드를 크게 떨어뜨린 손해가 수십 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검찰은 다양성을 훼손하여 국가 발전을 가로막은 점을 고려해 징역 2000년, 추징금 100조 원쯤 내야 할 듯 하다”고 비꼬았다.
#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
야당의 정치공세도, 시민단체의 항의성명도 아니다. 인터넷 누리꾼이 올린 익명의 도 아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이른바 ‘노무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한 쓴 소리다. 박 대표는 20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매일매일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다시피 지금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고 혀를 찼다. 그는 이어 “검찰이 일정 기간 수사를 해서 이제 자, 이건 중간 발표다, 또 그 다음에는 최종 발표다 이렇게 하고 정치권에서는 여기 일체 관여를 안 하고, 이게 전통적인 수사 방법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포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되어있음에 계속 중계방송하고 있어 국민 모두는 지금 수사는 4·29 재보선용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의 10억 수수설, 30억 당비 대납설, 한상률 전 국세청장 기획 출국설 등 3대 의혹을 거론한 뒤 이에 대해선 전혀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편파수사를 비난했다.
# “정녕 양심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대한민국 검찰에게 던진 질문이다. 범죄혐의 성립조차 어렵다며 문화방송(MBC) ‘PD수첩’의 제작진 소환을 거부하던 담당 검사를 갈아치우고, 약혼자의 집까지 압수수색하고, 을 나흘 앞두고 있던 예비신부 김보슬PD를 체포했던 검찰…. 언론노조의 이어지는 항변 그대로 검찰 스스로가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지난 50년 검찰 를 되돌아보면 그 오욕의 얼룩이 자못 흉하다. 국민들은 검찰의 앞에 ‘권력의 시녀’. ‘떡검’, ‘견찰’ 등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붙여 불러왔다. 미네르바와 MBC PD 긴급체포사건, 노무현 게이트 수사 등을 둘러싼 최근 검찰의 처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여전히 사납기만 하다. 미네르바와 PD수첩에 대한 무고죄,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죄로 검찰을 고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일고 있다. 예전처럼 그저 찍어누를 수 있는 국민들이 아니다. 인터넷 논객의 구속, 정부정책을 비판한 언론인의 체포, 지난 권력에 대한 편파 수사와 마구잡이 피의 사실 유포…. 이런 코미디를 한꺼번에 벌이는 검찰은 이젠 웬만한 후진국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은 그 오욕의 역사에 얼마나 더 흉한 얼룩을 덧칠하려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