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편지 세트 (5권) + 엄마의 역사 편지 (1권)
책과함께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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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역사책을 찾고 있었다. 어떤 연표나 인물 위주의 역사책이 아닌, 사건 위주로 쉽게 쓰여진 그런 역사책을 말이다. 이이화 선생님의 '한국사 이야기'도 맘먹고 읽으려 하다가 그만 두었으며,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도 샀지만 7차 교과서로 컬러화 되었음에도 도무지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대충 훑어보기만 했다.

난 왜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걸까? 그건 아무래도 내가 한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다 보니 과거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일거다. 하지만 그런 표면적인 이유보다 더욱 큰 이유는 내 스스로 역사에 대해 무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지식들만 가지고 있을 뿐, 하나의 줄기로 꿰지 못하기에 더욱 공부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때 단순한 이름 끼워 넣기 공부로 역사에 대해 질려버린 까닭인지, 도무지 쉽게 쓰여진 책이라 해도 끝까지 읽은 적은 별로 없다. 거기다가 나이도 있으니, 좀 전문적인 책들을 봐야지, 어찌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랴...’하는 허례허식까지 있다 보니 도무지 역사와 친해질 수 없었던 거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신문지상의 광고로 알게 되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라는 그런 일반적인 문구로 설명된 책이어서 한번 정도 볼 필요는 있겠다라고 생각되어져 펼쳐 보게 되었다. 처음에 그저 펼쳐 보았을 땐, ‘뭐 다른 책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접게 되었다. 그렇게 스쳐지나갈 뻔한 인연이 다시 닿게 된 것은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서이다. 교과서라는 원론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음에도 왠지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책이어서, ‘접때 봤던 그 책도 혹시.....’라는 맘이 생겼고, 그래서 펼쳐들게 되었다.

書緣(책과의 인연)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와 인연이 없을 듯 하다가 다시 엮어지게 되는 과정이 말이다. 사람의 인연과 별반 다르지 않던 놀라운 인연의 끈으로 이 책을 집어 들고 읽어보니....이런 저런 그런....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책이라지만, 나에게도 적격인 책이었다. 편안한 이야기를 해주듯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한국사에 대한 가치를 바로 잡을 수 있었으며, 한국사의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난 당연히 조선 시대까지만 읽으려 했었다. 한문학에서 다루는 부분이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왠지 4권까지만 읽고 그만두면 찝찝한 마음이 들 것 같기도 했으며,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밌고 흥미진진한 역사책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더욱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상식도 많이 알았으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훈민정음 창제의 배경. 삼별초 항쟁, 명성황후 시해 등)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또한 역사란 무언가를 암기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안에 나의 생각을 담아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나의 뿌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들이 나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었다. 모처럼 즐겁고 우리나라 역사 기행을 한 기분이었다. 맘껏 읽으며 우리 역사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덧 현대사의 암울한 그림자를 지나 현재에 이르렀다. 맘껏 행복에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하고, 비극적인 현대사에 눈물짓기도 했다. 역사책을 읽으며 이렇게 맘껏 몰입해보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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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한글역주 - 도올 선생의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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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華內貧, 겉모습이 화려할수록 속은 텅텅 빈다는 뜻이다.

밖으로 나대기 좋아하고, 보여주기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실상 내면은 별 볼 것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활동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외적 활동에 휩쓸리지 말고 골방에 혼자 앉아, 고독해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는 게 아닐까.

김용옥 선생님이야말로 활동이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외화내빈이란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중용한글역주를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다(다 읽은 건 아니고, 통서만 읽었다). 그리고 이번 책을 기다린 보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수많은 외부활동으로 내적 지식이 고갈되어 식상해 질만 한데도, 그의 사상과 지식은 더욱 진보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올선생의 중용강의라는 책이 이미 출판되었기에, 재사용한다 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그런 유혹조차 뿌리치고 처음부터 새롭게 쓰셨다.

거들먹거리기보다 안으로 얼마나 처절하게 고독해 하며, 얼마나 진실하게 연구해왔는지 알 수 있다.

도올선생의 중용강의라는 책에서 誠經의 저자가, 子思일 수 없다고 못 박았었다. ‘천지코스몰로지에 의해서 판독해 볼 때, 자사 당시의 사유일 수 없노라고 논증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책에선 그 모든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子思作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이 논증의 과정이 이번 책의 핵심이며 치밀한 학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자신이 펼쳐왔던 주장들을, 아무 미련 없이 더 객관적인 자료를 수용하여 바꿀 수 있는 학문적 정직성을 사랑한다. 진정한 학자란 바로 그와 같은 치밀한 연구 정신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 같은 일반 독자가 이렇게 평하는 게 무례한 일인 줄은 알지만, 그는 꼭 ‘새미 기픈 믈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중용 본문을 읽게 되는데, 도올선생의 중용강의와 비교해서 내용상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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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조차 말할 수 없는 현실.

국가 권력이 누구 편인지 이렇게 명백히 보여주는 사진이 또 있을까?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위해주며, 국가가 노동자를 위해줄 거라는 바람, 그것이야말로 거짓이며 기만이다.

그래서 맑스와 레닌은 이렇게 말했던 게 아닐까

만국의 프로레타리아여 단결하라! (Proletarier aller Lander, vereinigt euch!)

연대만이 민초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힘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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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7-1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론은 침묵내지 욕을 퍼붓죠. 길막고 뭐하는 짓거리냐고...
그래서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가... 그 희망 버스가 중요한 것입니다.

leeza 2011-07-11 19:14   좋아요 0 | URL
'너희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다'는 깨우침이 가장 중요하겠죠. 어제 하루 맘이 무거웠습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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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멋 들지 않고 허황되지 않으며 허영심 없는 담백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이유는 행복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남의 이목에만 신경 쓰느라 내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는 무뎌지고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느라 내 욕망은 억압한다. 온갖 것들로 치장하고 있지만 난 나라고 할 수 없는 빈껍데기일 뿐이다. 그런 삶을 지속한들 남는 것은 난 왜 이렇게 살고 있지?’하는 신세 한탄뿐이며 현실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일 뿐이다. 거적대기에 불과한 나는 바람도 아닌 것들에 쉽게 흔들리며 더욱 나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게 된다. 그럴수록 삶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니 표정은 없어지고 활기는 사라질 수밖에. 그렇기에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키우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나 자신은 이대로일 때가 가장 아름답고 멋지다. 무언가를 이루어냈기에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모습이 대단한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의 시선,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걸 기반으로 주류적 가치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 ‘자벌적 가난이라느니, ‘소유물에 소유 당하지 않는 삶이라느니 하는 것들은 바로 자신의 삶을 고민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게 청승맞아 보인다거나 괴이한 행동처럼 보이지 않는 까닭은 자신이 고민한 것이고 그 상황을 즐기며 살기 때문이리라. 보통 사람들은 무엇을 할 때조차 몸이 무겁고 얼굴엔 무표정인데 반해, 이 사람들은 몸도 가볍고 얼굴엔 표정이 살아있다.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하면 오버이려나. 그런 삶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유가 바로 생활에서 드러나는 그와 같은 차이에 있다.


지리산엔 그런 사람들이 산다. 맹목적으로 살던 관성을 버리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 낙장불입 시인과 버들치 시인, 고알피엠 여사, 최도사 등의 사람들은 그 곳에 산다. 일상을 만끽하며 의기투합하여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들이 왜 거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묻지 말자. 단지 지금의 모습을 보고 우리 또한 공감하며 내 삶에 질문을 던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들에겐 자기의 소유, 자기 공간이란 개념조차 없어 보인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름엔 찾아오는 숙박객을 위해 아예 집을 비워두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이해가 되는가? 누군 집 사려 아등바등 하고, 차 배기량 늘리려 밤샘 근무까지 자처한다. 소유하여 자신의 재산을 불려야만 자신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는 것만 같다. 그런 사람들이 어찌 집을 빌려주며 자신의 소유물을 공유할 수 있겠는가. 말짱 헛소리일 뿐이다. 소유한 것이 많으니 신경 써야 할 게 많고 그 때문에 걱정도 많다. 어느 순간 소유물에 의해 소유 당한 영혼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지리산에 사는 그들은 그와 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대자연이 누구나 품어주듯 그들도 자연을 닮은 듯하다.


내가 생각하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그들이 특이하기에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 또한 몸으로 부딪치며 지금까지 왔을 뿐이다. 나도 과연 그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난 어떤 삶의 모습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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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0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보고나니 님의 대문아래 글귀를 다시 읽게 되네요.
생각한대로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말이요.
생각하대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leeza 2011-06-06 20:30   좋아요 0 | URL
자기가 진정 생각하는 삶이 무언지 아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거 같아요.
남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살게 되는 세상이다보니, 남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겠죠.
 
허사대사전
연세대학교 허사사전편찬실 엮음 / 성보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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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고립어라고 한다. 고립어라는 건 글자가 바뀌면 의미나 역할이 바뀌는 게 교착어와는 달리, 글자 모양은 같되 그 글자가 놓이는 위치에 따라 명사도 되었다가 동사도 되었다가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불규칙성 때문에 한문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 중국어는 그런 품사를 나타내는 한자들을 덧대어 씀으로 좀더 명확한 의미 전달이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고문들에 쓰인 한문 전적은 해석에 있어서 난해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허자의 사용으로 그 해석은 더욱 아리송송하기만 하다.
  바로 이 책은 그런 허자의 사용에 대하여 여러 예문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허자만 제대로 알아도 한문 문장을 해석하는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간혹 아무 뜻이 없을거라 보았던 허자에 뜻이 담기기도 하고 전혀 역접의 뜻으로 쓰이기도 하면서 해석이 전혀 엉뚱하게 되니까 문제이다.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해 허사대사전을 활용해야 한다.

  이 책은 허자를 각 조목별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으며 여러 용례들을 자세하게 실어 놓았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 렇지 않게 대충 해석하며 보았던 부분들에 쓰인 허자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상세히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색깔을 입혀 그 부분만 도드라져 보이게 편집해 놓음으로써 보기가 한결 편하다.

  한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이나, 중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에게 최고의 길라잡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허자를 대충보아서는 한문이라는 대적을 상대할 수 없다. 이 책을 섭렵하는 날, 한문이라는 대적과 호형호제하며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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