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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세트 (반양장본) - 전3권 - 새 번역 완역 결정판 열하일기 4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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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열하일기의 새 완역본이 나왔다. 그동안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완역본이 있었고(북한에서 번역한 것을 남한에서 출판한 것임) 그린비에서 나온 '열하일기2.0'이 있었다. 열하일기를 애타게 읽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그 책들도 귀한 선물이 됐을터다. 나에게도 물론 그런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2% 부족한 느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우선 무엇보다, 보리에서 나온 열하일기는 완역판이고 뒤에 원문까지 있는 점은 맘에 들긴 하지만, 편집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글자체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첨부자료나 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인지 한번 읽어보겠다는 마음만 없었으면 중간에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그린비에서 나온 열하일기는 정말 맘에 쏙쏙 들었다. 우선 사진 자료들도 많고 전체적으로 편집이 잘 되어 있어 내가 열하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그럼에도 아쉬웠던 것은 완역본이 아니라 기행 위주로만 국역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열하일기의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다 읽고 싶은 이에겐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던 차에 이 완역본이 나온 거다. 이 책의 매력은 앞에 나온 두 책의 단점을 다 수용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책을 딱 받아보면 왠지 좋은 선물을 받은 거 같은 뿌듯함이 든다. 새 권의 책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왜이리 '배가 불러오던지'ㅋ 아마 이런 느낌은 열하일기라는 고전의 값어치를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원문까지 수록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건 나와 같이 한문 전공자의 바람일 뿐이겠지. 그래도 어쨌든 이 정도의 책이 나와준 것만으로 좋다~ 다음번엔 내가 더 완벽한 책을 내봐야지. 이런 허황된(?) 착각에 빠져 보면서. 

이 책을 통해 열하일기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기 전에 예전 역사스페셜에서 2부로 했던 '열하일기편'을 보고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미 250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박지원이 살던 시대와 우리 시대는 너무도 다르니까. 그냥 책을 집어들었다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 넉다운 되기 딱 좋다. 어떤 것이든 예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접하게 되면 그냥 접할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듯이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연암이 살던 당시의 풍경들과 친해지고 나면 이 책을 보는 것 또한 재밌는 여행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준비 되었다면 이제 우리가 연암의 발자취를 따라 맘껏 열하로 떠나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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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대니 월러스 지음, 오득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 '예스맨'을 다 읽었다. 처음엔 소설인 줄 알고 있었을 땐 별 느낌 없었다. 의식에서 구성해낸 픽션이라면 보지 않아도 뻔했으니까. 내가 결혼 생활을 해보지 않고 연애하던 그 마음을 확대하여 결혼 이야기를 한다면 얼마나 어처구니없겠는가. 하지만 제대로 알고 보니 이건 소설이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을 쓴 수필이었다. 그 때부터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정말 누구도 감히 못 해볼 엄청난 일을 하고서 그 소감문을 쓴 거니까.

 
 이 책이 좀 더 와 닿았던 이유는 나도 남들이 감히 해보려 하지 않는 일을 해보려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 게 동병상련이다. 남다른 무언가를 했던 사람의 자취를 쫓아가며 거기서 메시지를 얻는 것도 좋다. 실상 이 책은 뜻밖의 서연으로 읽게 된 책이다. 예스맨이 영화로 개봉한 건 알았지만 책으로 있는 건 몰랐으니까. (내가 이 책이 소설일거라 착각한 이유는 영화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평생 읽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남희에게서 문자가 왔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Yes Man'이라는 책이 좋으니 한 번 읽어보라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 문자를 통해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박준씨의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도 다 읽었으니 바로 읽을 수 있겠구나 하고 집어 들게 되었다.

   대니는 이제 막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그저 방 안에만 갇혀 시간을 보내고 있는 26살의 청년이다. BBC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은 프로듀서이기도 하지만 프리랜서이기에 한가하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옆 사람의 한 마디 이야기를 들음으로 인생은 전혀 달라지게 된다. 그 한마디는 뭐였을까? 이미 책 제목에도 나와 있다시피 충분히 짐작될 것이다. "좀 더 자주 예스를 말하세요" 특별함이라곤 눈꼽 만치도 없다. 우리말로 굳이 바꾸자면 "자주 좋아라고 말하자구요" 쯤 될 텐데 과연 이 말을 듣고 바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주인공은 이 말에 충격을 받고 직접 실천까지 한다. 대니처럼 자신을 송두리 째 흔드는 그런 경우는 아니었지만, 현아의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으로 옮겨봐"란 말은 나에게 국토종단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한 마디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그걸 말하는 사람의 마음 이상으로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맘 자세가 되어 있냐, 그렇지 않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즉, 모든 것이 맞물려 시의적절할 때, 한 마디 말이 큰 파장을 일으켜 내 인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는 것. 고로 대니의 그와 같은 반응은 변하고 싶은 마음과 연관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친구 한 명에게 그 한 마디 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오로지 'Yes'만 말하기로 했다는 결심을 털어놓는다. 이런 결심 앞에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엔 좋은 제안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는 초반에 사기를 당할 뻔도 했고 자신에게 지금 당장 필요 없는 자동차와 건강식품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뭐랬는가? 예스도 분별이 있어야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건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어제 진규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었다. "초등학생 때 쓰레기를 줍는 게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갔거든. 그게 너무 많아 도무지 다 주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줍다가는 집에 갈 수 없겠구나 생각하며 그만 두었어"라고 말했다. "바로 그런 게 융통성 아니겠냐?"라고 나는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과연 그런 식으로 핑계를 대며 옳다고 생각한 행동도 하지 않는 게 융통성일까?"라고 반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맞다! 융통성이란 때론 핑계가 되기도 한다. 때에 따라 'No'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보통 일에도 예외를 들며 No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합리화의 귀재인 인간이기에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 가능성을 꼭꼭 닫아둔 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각오했던 일은 흐지부지 될 것이다. 그런 우려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대니는 완벽하게 모든 제안에 예스라고 말하기로 하였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결과적으로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평생 만나보지도 못했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곳을 가볼 수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우연에 몸을 맡기고 그 안에서 충분히 즐겼다. 그 우연은 완전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 무언가를 했다고 해서 그게 어떤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기대 심리로 'Yes'를 말한다면, 그건 보험이나 새로운 종교에 다름 아니니까. 그런 기대를 가지고 'Yes'를 말하면 말할수록 'Yes'는 다른 삶으로 인도하는 자유여행권이 되기보다 저주가 될 것이다. 그저 'Yes'를 통해 새롭게 펼쳐질 삶에 자신을 맡겨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대니도 초반엔 분명히 그런 기대심리를 드러낸다. 우연하게 25,000파운드에 당첨되었던 것처럼 '예스'라고 하다보면 그와 같은 대박 횡재가 올 것이라 생각 했다. 하지만 스페인 복권 사기 사건을 겪고나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예스가 내 판단력을 흐려놨다. 냉소주의로 날 무장시켰어야 할 순간에 낙관주의를 불러 일으켰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나는 그 어떤 의심도 물리쳤다.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짓인지는 생각지도 않고, 가능성에,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난 아마 또 한 번의 행운을 찾고 있었나 보다. 다시 한 번 흥분과 놀라움으로 충전되고 싶어서. 25,000파운드에 당첨됐다가 너무도 허무하게 다시 잃었던 그 날처럼, 난 그날 영광을 맛보았고, 그걸 더 원했던 것이다. 아마 '예스'에는 중독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저 '믿습니다!'만 외치면 그 믿음이 행운을 가져다 줄 거라는 희망에 젖어 살았던 것 같다.(219p)" 이런 깨달음 후에 진정 자신의 삶에서 '예스'를 실천하며 사는 다른 사람을 만난 후에야 그 기대심리를 버리게 된다. 그저 현재를 긍정하며 다가오는 기회들을 손으로 꽉 쥐고서 가는 것 뿐. 그 때부터 자신의 '예스'가 의무감에서 벗어난 참된 자유의 발언이 된다. 예스도 맹목적이 될 수 있다. 거기에 차후를 생각하는 어떤 흑심이 들어갈 때, 그 예스는 '노' 못지않은 부정적인 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해 Yes라 말했다면, 그 때부턴 그 의사를 존중하고 그게 어떠한 변화를 낳는지 지켜보고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린 어떤 선택을 하고서도 시시때때로 이 선택이 옳은 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지 의심하지 않던가. 현재를 부정하고 언제나 '만약...'이란 상상 속에 살고자 하는 욕구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책을 읽으며, 참 많은 힘을 얻었다. 내 마음을 활짝 열 수만 있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활기찬 공간이 될 수 있다. 그건 세상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이건 나의 한계를 넘어 이질적인 사물과 마주치고 전혀 취향이 다른 사람과 만날 마음만 있다면 세상은 한결 살기 좋아질 것이다. 난 그 예감을 맘 속 깊이 느꼈다. 내가 'No'라고 말했기 때문에 놓쳤던 수많은 기회들을 이제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맘도 먹었다. 그 첫 시험대가 바로 국토종단이다. 열린 마음을 점검하고 우연성에 나를 던져 과연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 지 몸소 경험하고 싶다. "내가 한 일이라곤 놀랄 만큼 긍정적인 태도로 사안에 접근하고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지켜본 것뿐이었다. (181p)"라던 대니의 말처럼 그런 마음으로 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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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UM KOREA - 매그넘이 본 한국
매그넘 지음 / 한겨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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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매그넘 작가들이 한국의 여러 모습을 그들의 사진에 담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못 별스럽지 않게 생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종종 우리에게 낯익은 듯, 낯선 의문을 던진다. 진정 우리의 모습이었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그래서 쉬쉬하며 지나쳤던 장면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나 자신을 나만큼 아는 사람도 없을거라고. 하지만 우린 종종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누군가 나에 버릇에 대한 얘기해줄 때, 그리고 나의 성격에 대한 얘길 해줄 때말이다. '나에게 그런 버릇이 있었구나' 느낌과 동시에 새삼 내 자신을 너무나 모르고 살았구나 느껴지니 말이다. 더욱이 내가 가장 자주 접하는 나의 목소리조차, 녹음기를 통해 울려 버질 때 친근함보단 어색함이 느껴지곤 한다. 왠지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려서 왠지 모를 어색함 때문에 끝까지 듣지 못하고 꺼버리기도 한다. 그렇다 내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던 거다. 내 자신을 몰라도 이렇게 몰랐을 수 없었고, 무관심해도 이렇게 무관심 했을 수가 없었던 거다.

  이 사진집이 의미가 있다면 바로 그 점일 것이다. 우리가 늘상 주위에서 봐왔던 친근한 모습들이지만 카메라에 포착되는 순간, 그건 낯선 그 무언가가 되었다. 아니 친근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들이 착각이었을 뿐이었을거다. 사람이 성숙해 간다는 건, 밖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자신을 반추해볼 수 있는 걸 말한다. 그와 함께 우리의 시선 또한 외국의 이색 풍광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잘 안다고 여겼던 우리 사회 내부로 거두어야 하는 거다.

  과연 이 사진집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하다. 낯익지만, 그렇기에 낯선 우리의 모습.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깨달음을 통해 세상의 희망을 일궈나가는 사람이라면 늦은 밤 한 잔 술을 같이 나눠마시며 두런 두런 얘길할 수 있으리라. 희망은 어떤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이 곳, 지금 우리가 함께 두런 두런 얘기하는 자리에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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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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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멋대로 행복하라', 제목부터가 아주 도전적이다. 이를 테면 막 내 멋대로 살았더니, 어느 날 부모님께서 '그려 맘대로 그렇게 살어.' 라는 말처럼 반어적인 꾸짖음처럼 들린다. 물론 그런 느낌이 들었던 어디까지나 나의 자격지심이었을 뿐이다. 아마 그렇게 곡해하게 된데에는 '멋대로'에 어떠한 자격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산다고 하면 자기 생각만 하며 사는 것처럼 이기적으로 들린다. 바로 그것이다. 난 이미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뿐이다. 내 스스로 그렇게 나에게 짜여진 틀에서 안주하고 있으니, 그걸 벗어나 생활하는 사람들이 좋아보일리 없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멋대로'는 당연히 '방종'쯤으로 생각되는 거다. 아이쿠~ 이러다가 나는 평생 이런 꼴을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데에는 작자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On The Road'를 통해 박준씨의 문학관에 동감하게 되었으며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들이 맘에 들었으니까. 그래서 이 책도 읽게 된 것이다. 어떤가 작자가 주는 신뢰는 선입견 따위도 넘어서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박준은 뉴요커들을 만나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뉴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기를 찾아 떠난 사람들이다. 어떤 틀에 맞춰 타인의 가치에 맞게 살아가는 것에 신물을 느끼고 진정 자신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 같이 구도자와 같은 삶의 철학을 지니고 있다. 신기했다. 그건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같았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으며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삶을 생각하며 그걸 찾아갈 수 있었을까? 가장 주요한건 뉴욕이 가진 특성에 있었다. 뉴욕은 다인종, 다문화가 있는 도시였다. 우리 나라처럼 어딜가든 하나의 민족, 하나의 문화가 있는 곳이 아니란 얘기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소통하며 지낼 수 있으려면 진정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런 문화 속에 자신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또한 뉴욕은 뭐든 도전적인 자세로 자신을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나에게 참견하는 사람들도 없고, 나에게 신경써주는 사람도 없다. 즉, 모든 건 내가 해나가야 하는 거다. 내 삶을 내가 책임지며, 이끌어갈 수 있는 열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처음은 가족의 참견이나 사회의 참견에서 벗어난 것 때문에 편하다고 생각할진 모르지만, 머지않아 그게 더 큰 어려움인 걸 알게 될거다. 진정 어려운 건, 누군가를 의지하지 않고 내 발로 서서 나의 의지에따라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내 삶을 타인의 가치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가치에 맞춰 즐기며 가는 거다. 바로 이런 얘기들이 이 책 한 권 가득 인터뷰 형식으로 담겨 있다.

  'On The Road'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 세상은 한참이나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그 사람들 중 참 자신의 '멋'을 알아 그 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난, 나의 그 '멋'을 알고 있었을까?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난 그들처럼 세상에 맞설 용기나 없나보다. 아직도 늘 있던 그 자리에서 안주하며 비바람 다 피할 수 있는 곳에서 편안히 생각하고 있으니까. 바로 그런 나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끼며 굳이 뉴욕이 아니더라도 나의 한계를 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다른 사람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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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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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잘 꾸며진 이야기 책이다. 아기자기하다. 하지만 충실한 번역에 깔끔한 화판의 그림들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솔직히 나같이 한문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전문을 다 싣지 않은게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있기엔 전혀 문제 없고 열하일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이만때쯤 열하일기 원문 해설서에 무턱대고 도전했었더랬다. 그 때 고미숙 선생님이 쓴 '열하일기, 웃음과 유머의 유쾌한 시공간'을 읽고난 후였다. 평소 같았으면 그 대작에 감히 도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지원의 문장은 난해하기로 유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고미숙 선생님의 책을 읽고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게 바로 해설서가 가진 매력일테지만, 열하일기는 난해한 책이기보다 명쾌하고 유머러스한 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원문 해설본은 난해하고도 어려웠다. 아니 이미 고전을 많이 읽어왔기에 옛사람들의 생각을 잘 알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모든 것이 착각에 지나지 않음을 알았다. 역시 완전히 패배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덤벼든 꼴로,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했다. 그렇게 좌절을 겪었던 책이 이런 이야기책이 되어 나올 줄이야. 참 격세지감을 느낄 뿐이다.

  이 책은 열하일기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필히 보아야 하는 책이다. 원문 쪽을 볼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말리고 싶다. 원문은 이 책을 통해 기초를 쌓고 고미숙씨가 쓴 다른 열하일기 관련 글들을 읽고, '역사스페셜, 열하일기편'을 다 본 다음에 봐도 늦지 않다.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간 후회하게 될 게 뻔하다. 그러니 아무 편견이나 생각없이 맘을 내려놓고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쭉 읽어보길 바란다. 거짓말 하지 않고 그 비쥬얼만 보아도 어느 순간에 이 책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짜임새 있게 잘 편집했으며 더욱이 하나 하나의 그림들이 유머러스하다^^. 이건 직접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조선 시대 선비가 가지고 있을 법한 근엄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하긴 원래 열하일기 자체가 유머러스한 글이긴 하지만 말이다.

 초등학생부터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까지 아무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냥 그림만 보며 열하일기 일정을 따라가도 되고, 시간이 있다면 글까지 읽으며 열하일기의 재미에 푹 빠져도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어느 순간 원문 열하일기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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