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의 이야기가 연일 보도될 때가 있었다. 솔직히 그 땐 그게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했다.  

단지 불법적인 승계가 문제가 된다는 정도로만 보고 있었을 뿐이다. 돌고 돌아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기 상으로는 많이 늦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읽은 게 아니라 내가 읽고 싶어 읽은 만큼 많은 걸 느끼게 해줬다.  

길게 볼 것도 없다. 이 책은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 꼭 읽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 그것도 삼성 공화국의 사회에 사는 우리이니만치 흘려 들어서도 안 된다. 그건 곧 이거와 같을 테니까. 

나치 전범 재판이 있었다. 악랄하게 유대인을 말살하려 했던 그들이기에 누구나 'A급 전범'이라면 성격 상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원래 나쁜 사람이기에 유대인에게 가혹하게 행동했다'는 논리는 너무도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재판장에 들어선 사람의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이었다. 그는 유대인의 생사여탈을 판결하는 최종 실무 책임자였던 것이다. 재판장은 조용했다. 다들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 가졌을 뿐이다. 악랄하고 못된 사람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지 않은가. 거기에 한술 더 떠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어떤 악의도 없었다. 단지 위에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도장을 찍고 열심히 일을 했을 뿐이다.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지금 그는 전범 재판장에 서있게 된 것이다. 즉, 이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사람이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추는 순간, 그건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아무 생각없이 돌을 던졌다. 그런데 그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  

왜 삼성에 대해 알아야 할까. 그건 바로 아이히만과 같을 수 있는 우리의 행동을 막기 위해서다. 이제 우린 정치민주화에 이어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그게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으면 소설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더 술술 읽힐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이 나아가야할 길을 찾아보고 서로 토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해방 후 한국의 기득권자들의 형성 배경과 그들의 욕망이 이루어낸 강남의 형성사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하여 땅값이 그렇게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속에 사람들의 어떤 욕망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부폐한 한국의 자본주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유독 이 책 세 권은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다. 그건 우리의 현재를 알자는 것이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처한 현실에서 열심히 살자는 게 아니라,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으며 생각 좀 하며 살자는 뜻에서 이다. 이런 책을 같이 있으며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참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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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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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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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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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 편력은 한비야씨로 인해 촉발되었다고 해도 거짓이 아니다. 고등학생 때 이 책, 저 책 많이 읽긴 했지만 대학교에 올라와선 그 흐름이 끊겼으니까. 그러다 한비야씨의 책을 접하고서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독서를 하는 게 시간 낭비가 아닌 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오늘도 우연히 한비야씨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있으니까. 새삼 과거의 기억이 나서 그런 거다. 이 책엔 신앙인의 면모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고 지금껏 읽은 책의 그 이야기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좀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이 사신 분의 이야기이기에 깨달음을 주는 부분들도 있다. 여기에선 더욱이 책들을 추천해주고 계신다. 그 책들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딱 두 권 뿐이더라. 서로 관심이 있는 책이 다르니까 그런 거겠지. 어쨌든 그 덕에 2010년을 장식할 독서목록을 얻은 셈이다. 그런데 그것에 이어 ‘나라면 과연 어떤 책을 추천할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나름대로 독서를 좋아하니까. 이렇게 추천 도서를 고르며 올해 내가 어떤 독서를 해왔나 알아볼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핸 70권이 약간 넘는 책을 읽었다. 전반기엔 그렇게 많은 책을 읽진 못했다. 도보여행도 하며 이것저것 바빴으니까. 하반기가 되어서야 많이 읽어 70권을 채울 수 있었던 거다. 내 독서 목록을 살펴보니, 소설, 수필, 철학 등 다양한 방면의 책들을 읽은 게 눈에 띈다. 하지만 저자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한계겠지.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은 것도 많고. 하지만 어쩌랴, 사람도 만날 때마다 느낌이 다르듯이 책도 마찬가지인 것을.

책 추천 기준은 나에게 영향을 준 정도이다. 짜릿한 충격을 주어 정신없이 읽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의 기준을 조금이나마 바꾼 책들을 선별한 것이다.



 
「개밥바라기별」은 빼놓을 수 없다. 한 소년의 성장담을 통해 짜여진 각본을 박차고 나설 수 있는 젊음의 패기를 보았으니까.



「죽은 시인의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젊음은 자신의 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더욱이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역할 모델이지 않을까.



「추방과 탈주」는 구조적인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고 거기서 어떻게 벗어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역작이었다.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는 환상과 착각에 빠질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史1~4」헝클어진,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치우친 국사의 현실을 보여주고 두 발로 서서 역사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애틋한 과거의 모습, 과거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연금술사」그건 자신의 신화를 찾아가는 모험이다. 그 이야기 속에 나의 꿈이 영글더라.



「도올선생중용강의」,「노자와 21세기 1~3」올해 건진 최고의 작품이다. 늘 피상적으로 읽었던 중용의 참맛과 노자의 참맛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책 읽는 재미도 오랜만에 느끼게 해줬으니까.

9권으로 추려보았다. 나에게 의미 있었다고 다른 이에게까지 꼭 그러리란 보장은 없을 것이다. 단지 나에게 그랬듯이 다른 이에게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정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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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21세기 - 3- 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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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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