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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부쩍 심리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요즘들어 이런 류의 책들만 읽고 있다. 심리란 이를 테면 사람의 무의식 저편에 내재된 것들이다. 그런 것들은 우리의 이성이 자라감에 따라 억누르게 되며 심지어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하지만 그런 무의식 저편의 것들이 알게 모르게 나의 삶을 지배하며 나의 삶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기제가 된다. 이걸 인정할 수 있는가, 없는가.
어렸을 때,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된다는 말에 공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평생 한이 되어 늙은 지금에 이르러 만학도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할머니들이나, 아버지에게 대학, 중용 등의 경서를 배운 치과의사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생업과 전혀 관계 없지만 경서 스터디를 하고 있는 예들이 바로 그 무의식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예일 것이다. 김형경씨의 말대로 하면 '무의식에 산다' 라는 말일 터이다.
그런 무의식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보니, 어떨 땐 나도 모를 나를 만나게 된다. 나도 전혀 그럴 맘이 없었는데, 불연듯 화가 치미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럴 일도 아닌데 울음이 치밀어 올라 내 스스로 당황스러울 때도 있으며, 중독인 줄 알면서 끊지 못하는 무언가로 인해 괴로워 할 때 또한 있다. 그러한 일련의 모든 것들이 나의 무의식이 표출되는 과정이며 나의 이성 너머에 있는 그 무언가이다. 이젠 그 무의식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빙산의 일각인 이성, 그 밑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무의식이 나의 삶을 지배하며 조종한다.
바로 이런 깨달음을 얻게 하고 그런 나의 무의식에 맞닿아 자가 치유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심리학이다. 이 책에서는 대중적인 인물들을 '부성컴플렉스' '자존감' 등 열가지 항목으로 나누고 두 인물씩 비교하여 서술하고 있다. 난 지금까지 심리학이라고 하면 당연히 내담자의 깊은 내면에 들어가 그 모든 걸 알아야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대화가 선행되고 친밀관계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서술한 인물들은 면담을 하지 않았다. 단지 그에게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을 통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 하나 하나의 주제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워낙 인지도 높은 분들을 서술하는 책이라, 좋은 말들로 일관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듯, 가차 없이 한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고 문제는 지적하며, 발전 가능성은 높이 평가해준다. 그런 객관적인 관점이 맘에 들었다. 이를 테면 이인화 교수님의 극단적인 민족주의 비판 부분이라든지, 박근혜 의원님의 부성컴플렉스를 날카롭게 꼬집는 부분들 말이다. 열가지 항목별로 사람과 사람을 평가하면서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근본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엄청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심리에 있어서도 어떻게 나의 심리상태를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지 우회적으로 가르쳐주는 셈이다.
심리가 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 났었다. 단지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뿐이지만. 이젠 그런 심리상태를 알고 그 안에서 그 심리들이 나의 삶을 옥죄기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도록 감싸안고 쓰다듬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