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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한글역주 - 도올 선생의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1년 7월
평점 :
外華內貧, 겉모습이 화려할수록 속은 텅텅 빈다는 뜻이다.
밖으로 나대기 좋아하고, 보여주기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실상 내면은 별 볼 것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활동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외적 활동에 휩쓸리지 말고 골방에 혼자 앉아, 고독해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는 게 아닐까.
김용옥 선생님이야말로 활동이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외화내빈’이란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중용한글역주》를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다(다 읽은 건 아니고, 통서만 읽었다). 그리고 이번 책을 기다린 보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수많은 외부활동으로 내적 지식이 고갈되어 식상해 질만 한데도, 그의 사상과 지식은 더욱 진보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올선생의 중용강의》라는 책이 이미 출판되었기에, 재사용한다 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그런 유혹조차 뿌리치고 처음부터 새롭게 쓰셨다.
거들먹거리기보다 안으로 얼마나 처절하게 고독해 하며, 얼마나 진실하게 연구해왔는지 알 수 있다.
《도올선생의 중용강의》라는 책에서 〈誠經〉의 저자가, 子思일 수 없다고 못 박았었다. ‘천지코스몰로지’에 의해서 판독해 볼 때, 자사 당시의 사유일 수 없노라고 논증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책에선 그 모든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子思作’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이 논증의 과정이 이번 책의 핵심이며 치밀한 학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자신이 펼쳐왔던 주장들을, 아무 미련 없이 더 객관적인 자료를 수용하여 바꿀 수 있는 ‘학문적 정직성’을 사랑한다. 진정한 학자란 바로 그와 같은 치밀한 연구 정신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 같은 일반 독자가 이렇게 평하는 게 무례한 일인 줄은 알지만, 그는 꼭 ‘새미 기픈 믈’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중용 본문을 읽게 되는데, 《도올선생의 중용강의》와 비교해서 내용상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