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마로는 밥 먹는 속도가 굼떠 아침마다 실갱이였지만 3월 들어 상황은 대단히 악화되었다.
마로가 유치원에 입학함에 따라 통학버스 시간이 달라졌고, 옆지기와 의논 끝에 예전과 달리
해람이 맡기는 것이 내 몫이 되고 마로를 버스 태우는 게 아빠 몫이 된 게 발단.
아침의 시작은 평화롭다.
늦잠자고 싶어하는 마로를 뽀뽀공격으로 깨우고,
마로가 제 손으로 옷 갈아입는 새 나는 유치원가방을 챙기고 밥을 차린다.
그러나 밥상 앞에 앉으면 아침마다 마로는 "오늘은 엄마랑 갈래" 칭얼거리고,
난 아침마다 전후좌우 사정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마로는 심통이 나서 안 그래도 느리게 먹던 밥을 더 안 먹으며 딴짓하는 태업을 하고,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하며 신경이 곤두선 난 그 꼴을 참지 못하고 사정없이 아이를 닦아세우고,
매일 아침 그 광경을 보는 옆지기도 덩달아 기분이 나빠져 마로를 혼내거나 나에게 그만하라고 짜증내고,
정말이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밥의 블랙홀에 온 집안이 빠진 게다.
'아침밥을 잘 먹겠습니다'라는 칭찬도장이 소용없어진 지금, 뭔가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ㅠ.ㅠ
뱀꼬리) 닦아세우다 = 닦달하다? (궁지로) 몰다? 하여간 표준어로는 그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없는 말.
딴소리) '사랑의 블랙홀'과 '첫키스만 50번째'는 내가 꼽는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