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마로는 밥 먹는 속도가 굼떠 아침마다 실갱이였지만 3월 들어 상황은 대단히 악화되었다.
마로가 유치원에 입학함에 따라 통학버스 시간이 달라졌고, 옆지기와 의논 끝에 예전과 달리
해람이 맡기는 것이 내 몫이 되고 마로를 버스 태우는 게 아빠 몫이 된 게 발단.

아침의 시작은 평화롭다.
늦잠자고 싶어하는 마로를 뽀뽀공격으로 깨우고,
마로가 제 손으로 옷 갈아입는 새 나는 유치원가방을 챙기고 밥을 차린다.

그러나 밥상 앞에 앉으면 아침마다 마로는 "오늘은 엄마랑 갈래" 칭얼거리고,
난 아침마다 전후좌우 사정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마로는 심통이 나서 안 그래도 느리게 먹던 밥을 더 안 먹으며 딴짓하는 태업을 하고,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하며 신경이 곤두선 난 그 꼴을 참지 못하고 사정없이 아이를 닦아세우고,
매일 아침 그 광경을 보는 옆지기도 덩달아 기분이 나빠져 마로를 혼내거나 나에게 그만하라고 짜증내고,
정말이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밥의 블랙홀에 온 집안이 빠진 게다.
'아침밥을 잘 먹겠습니다'라는 칭찬도장이 소용없어진 지금, 뭔가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ㅠ.ㅠ

뱀꼬리) 닦아세우다 = 닦달하다? (궁지로) 몰다? 하여간 표준어로는 그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없는 말.

딴소리) '사랑의 블랙홀'과 '첫키스만 50번째'는 내가 꼽는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7-03-2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밥과의 전쟁이군요. 슬기로운 해결책을 어느 분이라도 도와주셨음 좋겠어요. ^^

바람돌이 2007-03-2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안먹고 개기는 아이들 특히 아침에.... 공감 200%입니다. ㅠ.ㅠ
사랑의 블랙홀은 저도 제일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인데요. ㅎㅎ

세실 2007-03-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겪는 일상^*^
그저 2학년임에도 규환이 입에 밥을 떠 넣어주고 있습니다. 스스로 먹기를 기다리다가는 폭발하기 일보직전 ^*^

BRINY 2007-03-2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벌이 아니더라도 애들 밥 먹는 문제로 실갱이하는 사람들 많던데, 맞벌이하시니 그 고생이 참...

조선인 2007-03-2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님이 도와주세요. ㅎㅎㅎ
바람돌이님, 사랑의 블랙홀을 알아주시다니 반갑습니다.
세실님, 흑,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브리니님, 저녁밥이야 세월아 네월아 해도 내버려두지만 아침은 도무지. ㅠ.ㅠ
속닥님, 딸아이에게도 여러 차례 통고했어요. 18살이 넘으면 아침을 먹든 말든 상관 안 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기니까 반드시 아침을 먹어야 한다 잔소리잔소리.

hnine 2007-03-2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저는 아침밥 뿐 아니라 하루하루가 블랙홀인것 같네요. 유치원에서 오는 아이 반갑게 맞이하기가 무섭게 야단치고, 화내고, 그러다 다시 부등켜안고...에궁...

씩씩하니 2007-03-2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전쟁터를 방불케해요...제가 참아주다,,화를 내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 남편이 화를 내고...그러면 저는 아니 모 한게 있다구 화를내지.해서 남편한테 삐지구..
아이구 맨날 그러는걸요..모...
방법은? 음...제 생각에는..시간이 해결해준다임다~ 흐....저도 마이 좋아진거거든요...

책읽는나무 2007-03-2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성민이도 아침밥 블랙홀이로군요.기본 30분을 앉아 밥을 먹어요.것도 빨리 밥 떠 입에 넣어라~ 씹어라~ 삼켜라~ 잔소리를 해서 말이지요..이거 원~
아침밥이 그리도 안넘어가나봐요.그래서 굶겨서 보낼까? 생각하다가도 안돼지 싶어 조금이라도 먹여 보내려고 하는데..성민이는 도대체 협조를 안합니다.
지금 현재 친정부모님과 아침마다 성민이랑 씨름중인데..이제 이사가서 그것이 오로지 내몫이 될 것을 생각하면 윽~ 끔찍합니다..
혹시 방법을 찾으시면 제게도 꼭 알려주세요~ 꼬옥이요~

조선인 2007-03-2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맞아요, 하루하루가 블랙홀.
씩씩하니님, '히스테리 부리지마'라는 옆지기 말에 상처 입었어요. 흑흑.
책읽는나무님, 집집마다 다 그런다는 거죠? 어째 위안이 됩니다. 흘흘.
새벽별님, 에이, 설마. 작은별이 그럴리 없다구요.

Mephistopheles 2007-03-2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의 아침사정과 육아사정을 듣고 있으면...
저는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답니다..^^

조선인 2007-03-2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효도하세요. 할머니가 최고입니다.

2007-03-21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7-03-2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험. 굶기면 됩니다-.-;;(이제는 굶기기도 하는 나쁜엄마 올림)

홍수맘 2007-03-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의 옆지기가 내일 아침에 보낼 물건 포장하면서 사진을 찍어 왔네요. 한번 보세요.

글구, 저희집에 무농약 한라봉이랑, 청견이란 것이 있어서 두서너개 함께 넣어 보냅니다. 입가심~ 하시라구요 ^.^




ceylontea 2007-03-2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현이도 밥 한숟가락 먹는데 10분은 걸려요.. --;
깨우면 일단 30분 침대에 뒹굴거리고, 30~40분간 밥 겨우 3숟가락 정도 먹고, 그다음부턴 정신없이 이닦고 보내기 바쁘네요.. ㅠㅠ;

조선인 2007-03-2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너무 손해보는 장사 아닌가요? 고맙습니다.
반딧불님, 작정하고 굶겨보기도 했는데요, 하루 반짝이고 또 말짱도루묵. 흑흑
홍수맘님, 와우, 덤까지! 고맙습니다. 딸아이가 생선을 좋아해서 매일 구워먹거든요. 저 정도면 한달은 너끈하겠어요.
실론티님, 전요 먹이는데 바빠서 양치며 세수까지 생략한답니다. 꺼이꺼이.

2007-04-12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7-04-1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고맙습니다. 정말정말요. 닦달이 맞다니 정말 충격이에요. 나 바보.
그리고 닦아세우다가 표준말이군요. 회사 사람들이 전혀 못 알아듣길래 사투리인가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