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에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49재에 탈상을 했다.
하지만 그후로 지금껏 파마 한 번 안 했고,
옷을 사도 검은 색 혹은 무늬 없는 단색만 사고,
하늘을 봐도 어머니 생각, 김밥 말다가도 어머니 생각, 하다못해 위생팩을 봐도 어머니 생각,
그러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지난 3월 아버지 돌아가신 뒤 삼우재에 탈상을 했는데,
요새는 불교 신자 아니면 대부분 49재 안 한다는 회사 사람들 얘기에 살짝 놀래긴 했지만,
경상도 보수 꼴통 어디 가나, 5월 14일이 되자 당연한 듯 49재를 치뤘다.
그렇게 49재까지 넘기니 갑자기 주말에 남는 시간이 생겼다.
지난 5년간 아버지 병치레로 친정 또는 병원에 쫓아다녀야 했던 일정이 모두 사라진 거다.
갑자기 생긴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지지지난주에는 새 옷도 이것저것 사고,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머리카락을 쌍둥 자르고,
어제는 15만원의 거금을 주고 파마도 했다.
짧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은 남의 모습인양 생경한데,
낯설어진 내 모습이 비로소 딱지 앉은 상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다시는 추어탕을 먹을 거 같지 않고,
보름달을 보면 여전히 어머니를 떠올릴 거 같고,
000이나 XXX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도저히 볼 수 있을 거 같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듯하다.
어쩌면 난 미장원에서 진짜 탈상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