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에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49재에 탈상을 했다.
하지만 그후로 지금껏 파마 한 번 안 했고,
옷을 사도 검은 색 혹은 무늬 없는 단색만 사고,
하늘을 봐도 어머니 생각, 김밥 말다가도 어머니 생각, 하다못해 위생팩을 봐도 어머니 생각,
그러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지난 3월 아버지 돌아가신 뒤 삼우재에 탈상을 했는데,
요새는 불교 신자 아니면 대부분 49재 안 한다는 회사 사람들 얘기에 살짝 놀래긴 했지만,
경상도 보수 꼴통 어디 가나, 5월 14일이 되자 당연한 듯 49재를 치뤘다.

그렇게 49재까지 넘기니 갑자기 주말에 남는 시간이 생겼다.
지난 5년간 아버지 병치레로 친정 또는 병원에 쫓아다녀야 했던 일정이 모두 사라진 거다.
갑자기 생긴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지지지난주에는 새 옷도 이것저것 사고,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머리카락을 쌍둥 자르고,
어제는 15만원의 거금을 주고 파마도 했다.
짧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은 남의 모습인양 생경한데,
낯설어진 내 모습이 비로소 딱지 앉은 상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다시는 추어탕을 먹을 거 같지 않고,
보름달을 보면 여전히 어머니를 떠올릴 거 같고,
000이나 XXX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도저히 볼 수 있을 거 같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듯하다.  

  

 

어쩌면 난 미장원에서 진짜 탈상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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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6-0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주변엔.. 기독교인인데도 49재 이런 거 다 하는 거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유교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서 그런가.
머리와 함께 조선님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감히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 분들도 당신들의 자식이 늘 우울하게만 보내는 건
원치 않으실테니까요. 힘내세요, 조선님 ^^

hnine 2010-06-0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에 딱지가 앉기까지, 참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네요.
파마 잘 하셨어요. 저도 파마 한지 5년도 넘었는데 셋팅 파마는 해본적 있어요. 긴 머리가 구불구불, 예쁜 컬이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동안 주말마다 참 애 쓰셨어요.

순오기 2010-06-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레꽃 필때 친정엄마를 보낸 이웃의 와일드보이 엄마는 해마다 찔레꽃만 피면 앓아요.
낙엽지던 가을날 아버지를 보낸 나는 가을이면 아프고요.
우리는 상실감을 그렇게 몸으로 앓았고, 서로 챙겨주며 딱지가 앉기를 기다렸지요.
조선인님의 그 마음... 그래서 충분히 알 거 같아요.

미장원에서의 탈상, 어머니도 이쁘게 봐 주실거에요.

하늘바람 2010-06-0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많이 힘드셨는데 전 그냥 제 힘듦만 생각하고 챙기느라 급급했네요

토닥토닥
함께 토닥토닥


부모님께서 더 예뻐해 주실 거예요

행복희망꿈 2010-06-08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을 멀리 하늘나라로 보낸다는건 정말 가슴이 아픈일이죠.
전 4년전에 보내드린 시아버님도 가끔 생각이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데요.
그 때, 불교를 믿으시는 시어머님께서 꼭! 해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저희도 아버님 49제를 절에서 올려드렸답니다. 어머님 마음이 편한게 최고라고 생각해서 따랐어요.
요즘은 비용도 만만치않고 해서 못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저도 만약 친정어머님이 안계시다면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칠것 같아요.
그래도 부모님들께서는 조선인님의 밝은모습을 보시고 싶어 하시겠지요?
미장원에서 진짜 탈상을 하셨다는 님의 말씀이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시고 앞으로는 더 밝게 웃으시면 생활하시길 기원합니다.

조선인 2010-06-08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의 따스한 말씀, 감사합니다. 차마 일일이 답글 드리지 못하는 마음, 이해해주세요.

세실 2010-06-0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힘든 시간 보내셨군요. 아직은 큰 아픔을 겪지 않았는데 가끔은 두려운 생각도 듭니다.
님 파마 잘하셨어요.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가겠죠.

gimssim 2010-06-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에게 있어서 친정 어머니는 바로 나 자신이지요.
저도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한참동안은 친정엄마 계신 사람들과는 얘기도 하기 싫었던 적이 있어요.
그러나 시간이...그 모든 것을 치유해 주더군요.

2010-06-08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6-1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시간을 이겨내셨네요.
딱지가 떨어질때쯤이면 상처도 아물어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