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14 - 애장판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나오는 순정만화의 세련되고 쿨한 그림을 보다가 이 만화의 그림을 몇장 쓰윽 넘기면 '무슨 그림이 이래!' 란 반응이 제일 먼저 나오는 건 당연하다. 6학년짜리 딸애의 반응이 그러하였다. 볼만한 만화는 거의 다 봤다며 거만을 떠는 딸에게 이 만화를 권해준 나는, 그러나 자신만만하였다. "한권만 봐봐!"

역시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두꺼운 애장판 1권의 한 반쯤 읽었을까? 딸애는 자기방에서 뛰어나와 과장되게 숨을 헐떡거리며 이렇게 말하고 들어갔다. "엄마, 너무 재밌어서 숨이 안 쉬어져!!"

그래서 방학 하자마자 하루에 한권씩, 우리 모녀 셋(작은 딸까지)은 서로 먼저 보겠다고 쟁탈전을 벌이며 책 속에 빠져들었다. 중간 쯤 보았을 때, 그런데 이 책은 완결이 없다고 가르쳐 주자 실망하는 딸의 표정이란....우리 모두 이렇게 이 책의 완결을 기다리는데, 무책임한 저자여, 종교단체의 교주도 하면서 만화도 그릴 수는 없는 것인가, 정녕?

요즘의 시각에서 본다면 유치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림체에도 불구하고(이 만화가 70년대부터 그려진 것임을 감안하면 그건 충분히 용서가 되는 사안이다) 이 책에는 한번 보면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극적 장치가 너무도 풍부하다. 두 대조적인 천재 소녀의 연기대결, 신비에 둘러싸인 연극작품(그 극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만화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연극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천재성을 드러내 보일 것인가, 음모를 꾸미는 자들, 선과 악이 서로 꼬이는 상황 등등이 마치 한편의 장대한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또한 주인공들은 충분히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으면서도 식상하거나 단선적인 인물이 아니다. 주인공인 마야는 모짜르트와 같은 천재다. 남들이 피나게 노력해야 겨우 얻을까 말까한 재능을 사소한 계기만 있으면 펼쳐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유미의 화려한 부와 명성과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에서 마야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살리에르가 모짜르트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 아유미는 주인공의 라이벌이긴 하나 이 만화는 선악 대결구도가 아니다. 아유미도 너무 멋지다. 부족한 재능(마야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을 피나는 노력으로 메꿔나가는 노력형의 천재인 것이다. 그래서 만화를 보다보면 처음엔 주인공의 라이벌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다가 점점 더 정정당당하고 고결한 모습에 감탄하며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 쯤에 이르러서는 마야만 홍천녀의 주인공이 된다면 인생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천재는 그리 흔치 않으니 나의 마음은 아유미가 훨씬 나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그리고 이 만화에서 아주 중요한 설정인 '보라색 장미의 사람.' 이 사람의 심리도 아주 복잡하다. 그는 사업적으로는 악인이나 마야에게는 몰래 뒤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소중한 사람이다.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이 캐릭터도 아주 설득력이 있다.

나는 이 만화를 어렸을 때 보고 이번에 두번째로 보았다. 내가 어렸을 때 본 유리가면은 주인공 이름이 한국 이름이었고, 기모노는 다 한복으로 덧칠해져서 나왔다.(해적판이었던 것)  어렸을 때는 줄거리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과연 누가 홍천녀가 될 것인가, 마야와 마스미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인가에만 촛점을 맞추어서 보았는데 지금 보니 다른 것에 눈길이 갔다.

이야기의 중요한 모티브 <홍천녀>는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이다. 홍천녀는 홍매화나무의 정령. 이 정령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은 바로 홍천녀의 몸인 매화나무를 잘라 불상을 조각해야 하는 조각가이다. 이 애절한 스토리 속에 모든 자연물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는, 일본만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사상이 표현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부처가 있다는 불교적인 메시지도 있다. 자연과 인간과 신과의 합일...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면서도 어렴풋이 느낀 것인데, 이것이 일본인의 보편적인 종교감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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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1-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면에서는 미신이라면서 우리의 토속신앙을 파괴하고, 불교도 자기네 식으로 바꾼 그네들이 더욱 더 미신적인 사상을 가진 것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들을 했지요.
어쨌든...참 대단하지요. 이 만화책..아까울 정도예요..
빨랑 좀 완결이 나왔으면...

게으름이 2005-01-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가면의 모티브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이론이지요.
유리가면을 읽다보면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배우수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두 천재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한없이 좌절하게 됩니다.
제가 이거 읽고나서 배우 때려치웠다니까요 ^^;;

깍두기 2005-01-1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게으름이님이 먼 옛날 연극무대에서 주인공 배우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
반딧불님, 그렇죠? 이 작가는 완결을 내고 죽어야 천국에 갈 수 있을 겁니다^^

날개 2005-01-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16일 유리가면 42권이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들어오지 않을까요?
아! 가만 생각하니 애장판으로 묶으려면 좀 더 나와야 하나요? 에궁~

깍두기 2005-01-1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드디어 작가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겁니까? 애장판으로 묶으려면 두권은 더 나와야 할텐데, 그냥 출판하지....

김재경 2005-01-2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었었어요....어릴적에..^^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다시 읽어봐야겠어요.

픽팍 2005-03-18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미친듯이 잼나게 읽었는데 ㅋ
이 만하가 전도용 만화로 몇 개 그린 게 있다는데 그것 마저 보고 싶더라구요 ㅋ

한잔의여유 2005-04-2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마약입니다.ㅡ..ㅡ 남자인 저한테도 엄청나게 작용하더군요. 파이브스타스토리와 더불어 항상 기다려지는 만화이면서 만화를 넘는 책이죠.

neosophy 2005-06-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적 그 해적판을 읽었었지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 마야의 한국이름은 '오유경'이었어요. 아유미는 '신유미'였구요. 그리고 주인공 오유경이 처음 좋아했던 남자 이름은 '준구'였던 것 같아요..
아... 이 책이 다시 나왔군요...
너무나 사보고 싶지만.. 읽은 후의 후유증이 두려워.. 머뭇거리게 되네요..^^;;
 
태양의 장난 - 소료 후유미 걸작선 3
소료 후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절판


요즘 내가 고르는 만화마다 홈런을 치는 건 다 알라딘의 님들 덕분이다. 리뷰를 읽고, 리뷰가 맘에 든 만화를 사면, 성공이다. 지금까지는 실패를 안해봤다.

이 만화는 플레져님의 리뷰를 보고 골라두었다가 샀다. 역시 좋다. 주변에 보는 사람마다 괜찮다고 하는 걸 보니 플레져님의 안목도 상당히, 꽤,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나는 다 읽고 웬지 낯설고 껄적지근하고 뭔가가 아귀가 안 맞는 듯한 느낌 때문에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다 무릎을 쳤다. 그래, 그거였어. 표지!

이 만화의 표지는 이렇게 생겼다. 국적불명의 카리스마 만땅의 여인이 사막의 태양을 배경으로 거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그림 때문에 책을 펼치기 전 나는 이 만화의 내용이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신화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지레짐작 했다가 표지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내용에 계속 의아한 느낌이 들었던 거였다. (플레져님의 리뷰에 내용 소개가 좀 있긴 했으나 책을 받아들 때까지 내가 그걸 기억할 리는 없지^^)

작가는 왜 이런 표지 그림을 그린 걸까? 그것도 일종의 유머인가? 그건 아직도 내게 수수께끼다. 내용을 소개하면 내가 왜 이렇게 의아해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태양의 장난> - 이 이야기에서는 바로 옆에서 사람이 굴러 떨어지고 바로 위에서 또 어떤 사람이 빌딩에서 추락해서 죽어도 별무반응인 한 아가씨와 잠시 후면 사람을 죽이러 가야 하는 킬러 청년이 나온다. 이 비인간적인 두 사람은 그런데 어찌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다.

<사람의 유통기한> - 사람도 조생종과 만생종이 있다고....^^ 대학 때 조급해하며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내게 "나는 대기만성이야"라며 느긋하게 인생을 대하던 한 녀석이 생각난다. 그 녀석은 과연 대기만성 했으려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빛나는 친구의 인생을 계속 관찰하나 사실은 그렇게 관찰하는 그녀가 빛나고 있다는 걸 그녀만 모른다.

<기묘한 유전자> - 이 이야기는 반전이 끝내준다. 완벽한 커리어우먼 아야노. 머리카락 한 올 흘리지 않고, 스타킹에 금 가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그녀의 비밀은...

<무지개빛 넙치> - 어린이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들(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 엄마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당신 아이의 재능은 억압당할 수 있다고.....

큰딸이 이 책을 보고는 "엄마, 이 책엔 괴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라고 한마디 한다. 뭐가 괴상하냐고 하니까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태연해"란다.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얘는 무지개빛 넙치가 그 중 제일 낫단다. 그 얘기가 그래도 가장 단순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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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2-1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점이 이상하다. 별 다섯개를 줬는데....

날개 2004-12-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제가 왜 이 책을 빼먹고 안샀을까요? ^^;; 장바구니에 넣어야겠습니다..

깍두기 2004-12-1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날개님이 안보신 만화도 있나봐요^^

숨은아이 2004-12-1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다섯 개 주신 별점이 어째 반 개로 나왔네요. ^^ 반 개도 줄 수 있는지 몰랐어요. 그동안 두 개 반, 세 개 반 주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2004-12-16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4-12-1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요..또 사고 싶잖아요..ㅠ.ㅠ.

얼마전에도 언니 리뷰보고 '어른의 문제'샀는뎅..

플레져 2004-12-1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이 하나여서 저의 리뷰가 찔렸고, 내용을 읽어보니 제가 아닌 알라딘이 찔려야 하는 문제였군요. 이젠 별 주는 것에도 문제가 생기나봐요... 저두 이 만화 보고 소료 후유미가 좋아졌어요. 로드무비님도 무지개빛 넙치가 보고 싶다 하셨는데... ㅎㅎ 저는 태양의 장난이 젤 맘에 들었어요 ^^ 추천이어요!

깍두기 2004-12-1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사요 사요. 나한테 땡스투를 누르고....^^

플레져님, 근데 정말 표지는 왜 저런 디자인인 걸까요? 플레져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깍두기 2004-12-1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그럼 내일 만나요. 여기 붙어라 페이퍼 하나 쓸까?^^

플레져 2004-12-1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저 표지 때문에 읽을까 말까 스무날을 망설였어요. hanicare님이 보내주신 선물인데, hani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안보았을지도 몰라요 ㅎㅎ 그야말로 태양갖고 장난 친 그림이죠 모...^^

2004-12-2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22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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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6학년 아이들에게 퍼즐 만들기를 시켜놓고 한바퀴를 돌고 있는데 한 녀석 책상에서 만화책이 눈에 띄었다. 아니, 이 녀석을 그냥....혼구녕을 내주려다가 제목을 보니 <십시일反>, 얼마전 로드무비님 리뷰로 접했던 그 책이 아닌가. 나는 잽싸게 얼굴빛을 바꿔 "얘, 너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 있는 거니, 나 하루만 빌려주라" 모드로 돌입했고 그 녀석은 능글맞게 얼마를 주실거냐는 둥 수작을 주고 받다가 딱 하루를 빌리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해서 빌린 책에는 6학년 아이가 느끼기에는 너무도 무거울 듯한 삶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결코 밝고 희망차지 않은 이야기가....그러나 그들도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이 책을 사주셨다는 그 녀석의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셨겠지.

대한민국에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에 망라되어 있다. 가난한 자, 성적 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여자..... 비장애인이고 이성애자이고 그다지 가난하지 않은 나는, 이 만화의 장면장면을 볼 때마다 미안했다. 아, 나는 여자이긴 하니까 남녀차별을 언급한 부분만 빼고. 그 부분은 화가 났다.

이 땅에서 약자로 살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장애인 시설이 들어설라치면 집값 떨어진다고 데모하는 곳이며(박재동-집값),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들이 철로에 드러누워야 하는 곳이고, 어려운 사람들이 몇푼이라도 벌라치면 그동안 국가에서 지급해왔던 생계비가 끊기는 곳이고(유승하-새봄나비),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을 받기도, 잘라진 손가락을 보상받기도 어려운 곳이다(최호철-코리아 판타지).

이 책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처참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 풍자적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며, 유머를 동반하여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장애인 소녀의 이동권을 그린 이희재의 <첫발자국>에서는 살며시 희망의 빛을 보여주기도 한다. 친구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가슴에 리본을 달고 운동장에 나간 그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일까? 그것이 있었던 일이건 아니건 우리가 해야할 일도 그런 것일 거다.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내 가슴에 리본을 다는 일.

리뷰를 쓰다가 영 생각이 안나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훔쳐보니 너무 사회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킨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진 분도 계신 것 같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회에 편견이나 제도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눈물 흘리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연민의 마음이, 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읽은 르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위에 겹쳐졌다. 오멜라스의 어두운 지하실에 사는 불행한 소년을 위해, 울어주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가능하면 작은 리본이라도 달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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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16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저보다 잘 쓰셨잖아요.

신경질나. 추천하고 갑니다.=3=3

하얀마녀 2004-12-1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깍두기님이 제 팬클럽 회장하신다는 코멘트를 써주셨는데 그대로 돌려드려야겠습니다.

숨은아이 2004-12-1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에게 이 책을 사주신 어머님께 존경을. 그리고 이 책은 원래 그런 어두운 곳을 조명하려고 기획한 책이니, 슬프고 답답한 게 당연하지요. 이 책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해서 나왔다는 점이 좀 우습기도 해요. 한 국가기관에서는 소외를 고발하고, 다른 국가기관에서는 그런 소외를 조장하고.

urblue 2004-12-1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회에 편견이나 제도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절대 동감입니다. 추천!!

플레져 2004-12-1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로드무비님 땜시... 깍두기님, 땡스 투여요! 읽고 싶어요 ^^

깍두기 2004-12-1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오늘 처음 신경질 나죠? 저는 맨날 신경질 나요, 흥.

마녀님/그럼 우리 서로 주고 받을까요? 웬지 주최측의 농간이라며 돌맞을 것 같군요. 저는 영원히 하얀마녀님의 팬으로만 만족할래요^^

숨은아이님/저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냈다고 써 있어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기관 사이에서 왕따가 아닐까 하는..ㅠ.ㅠ

블루님/감사^^

플레져님/그렇죠? 로드무비님 웃기지 않습니까?^^

깍두기 2004-12-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잘못했어요!

픽팍 2005-03-1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 있던데 꼭 함 읽어 봐야 겠네요 ㅋ
 
러버스 키스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무지개를 실제로 보기 전 어린 시절, 일곱빛깔 무지개라 하여 나는 무지개란 것이 빨, 주,노,초, 파,남,보의 일곱가지 색깔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색동띠 같은 것이라고 상상하였다. 그러다 실제로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본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건 일곱 빛깔이 아니었다. 빨강과 주황의 사이에는 그 중 어느 색이라 말할 수 없는 희미하고 아련한 부분이 있었고, 그건 나머지 색들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호한 부분 때문에 무지개는 더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랬다.


사랑하는 감정도 그렇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 붙이기에 골몰했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동경인지, 이성애인지 동성애인지. 그러나 그런 것들이 그렇게 명확히 구분지어지는 것일까?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러버스 키스에는 이처럼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한 때를 앓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사기사와가 후지이를 보며 가슴 아파하는 것은 동경일까, 사랑일까? 미키가 친구 리카코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정일까, 사랑일까? 굳이 그걸 구분하려 들면 그들의 감정은 별로 안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더욱 힘들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하여 우리가 긍정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은 더욱더 넓어진다. 그들이 말한대로다. "변태는 세계가 넓어진다" 비록 "변태는 세상 살기 힘든"것일지라도 말이다. 변태들이 한 무더기 나오는 이 만화는 나에게 그걸 가르쳐준다.


작가의 그림체도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약간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려진 인물들, 간결한 선이 그들의 사랑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소중하나 맹목적이지도 않게 잘 표현한다. 그리고 이 작가는 심리묘사에 매우 탁월한 것 같다. 사랑은 꼭 뜨거운 고백이나 프로포즈 만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어깨에 올릴까 말까 망설이는 손짓, 수건을 같이 쓰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이 연주한 피아노곡의 제목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행동 이런 아무것도 아닌 듯한 장면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그래서 앞 장에서 무심히 넘어갔던 한 장면이 다른 장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장면이 된다. 그것을 눈여겨 보는 것도 이 만화를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깊고 서늘한 느낌의 만화를 만났다. 앞으로도 가끔은 꺼내볼 것 같은........무지개가 일곱 빛깔이 아니어서 더욱 아름답듯이, 이름 붙이기 힘든 모호한 여러 모습들 때문에 사랑이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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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2-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한번 읽어볼까..생각중이었어요.

에고~ 읽을 책도 쌓였고, 바뿐디~ ㅠ.ㅠ (그래도 읽고싶다는 생각이..^^)

깍두기 2004-12-0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세요, 치카님. 1시간 밖에 안 걸립니다^^(두 권 완결이어요)

날개 2004-12-0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 읽을때보다 두번째, 세번째 읽을때에 더 재밌더군요..^^ 추천하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4-12-0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손으로 세 번 산 책이로군요.

료 이케미의 <내가 있어도 없어도>(1~3완)도 꼭 읽어보시길...

벌써 읽으셨다고요?^^;;;

깍두기 2004-12-0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저도 두 번 읽고 리뷰 썼어요. 추천 감사^^

로드무비님, <내가 있어도 없어도>라고요? 접수!(당근 아직 안 읽었죠^^)

superfrog 2004-12-0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원래 남성적인 느낌의 영화같은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혹시 기호에 맞으시면 바나나피쉬나 야차도 읽어보세요. 완성도 높은 작품이랍니다..^^(러버스키스와는 확연히 다르니 주의하세요.ㅎㅎ)

깍두기 2004-12-07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금붕어님. 그나저나 이 세상엔 왜 이리 재밌는 만화가 많은 걸까요^^
 
어른의 문제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내가 5살 때. 아빠가 자신이 ‘게이’임을 자각해 버렸던 것이다. 그 후 10여년이 지나 아빠는 결혼을 하셨는데, 글쎄 상대는 나보다 겨우 여섯 살 위의 청년(A라고 하자). 그러니까 A는 나의 새엄마? 거기다 동성결혼은 법적으로 허용이 안되므로 아버지는 A를 양자로 입적했는데 그럼 그 청년은 나의 형?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그 A의 형(물론 유부남. B라고 하자)을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B는 이혼을 하고 훨씬 연상인 나의 엄마와 결혼을 했다. 그럼 나의 새엄마이자 형인 A는 이제 나의 작은아버지가 되는 건가?




이런 콩가루 집안이 있다. 그럼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 것 같은가? 그 이야기 자체를 남에게 얘기할 때 어떤 분위기일 것 같은가? 부모가 이혼만 해도 상처가 되고 남에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만일 저게 실제 상황이라면 그 가족을 보는 주변의 시선은 너무도 차가울 테고 인간 같지도 않게 여길 것이고, 변태들의 집합소라고 끼리끼리 모여 화제에 올리며 수군거릴 게 뻔하다. 그게 만약 자신의 이야기라면 부모를 당연히 원망할 것이고, 자신에게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고민할 것이며 자살을 해도 주변에서 그럴 만 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멋진 작가는 ‘가족은 증식해 가는 것이다.....어릴 때부터 우리 집엔 남에겐 말할 수 없는 사정이 많이 있었다.....어느 가족에게나 조금씩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라는 쌈박한 결론으로 저 복잡하고도 심각한 문제를 간단히 정리해 버렸다. 아, 왜 이렇게 맘에 드는 거냐구!!!




결혼은 오직 한번만이 정상적인 것이며 재혼부터는 뭔가 얘깃거리가 되고, 처음 결혼에서 이루어진 부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외의 다른 가족 형태(한부모 가정, 재혼해서 각자의 자녀를 같이 키우는 가정, 동성 부부 등등)는 모두 뒤돌아서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는 이 사회의 획일성이 나는 너무 갑갑하다. 심지어는 결혼 안하고 혼자 사는 독신가정도 비정상 취급을 받지 않는가. 그래서 가족의 새로운 대안이 나오는 이야기에는 나는 무조건 별점을 주는 경향이 있다. 현실에서 갑갑한 내 숨통을 그 이야기가 좀 터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서 말이다.




드라마 <아일랜드>에서도 그 비슷한 이야기가 제시될 듯 하여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국은 두루뭉수리하게 끝나 버려 좀 김이 샜었고, 옛날에 읽었던 하인라인의 SF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제시된 새로운 결혼,가족 제도에 솔깃한 적도 있었다. 얼마 전 김형경의 <성에>에서도 한 여자와 두 남자가 이룬 가족에 대해 욕할 사람은 욕하겠지만 가족제도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홈런이다. 현실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을 주인공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너무도 비도덕적이야!’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가족이 가진 갖가지 문제(사실 문제 없는 가족이 어디 있단 말인가!) 중 하나로 생각하며 그냥 가볍게 지지고 볶는다.




내가 써놓고도 너무 정확한 표현이다. 정말 말 그대로 지지고 볶는다. 주인공의 철없는 아빠는 A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인공과 엄마에게 달려와 해결해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고, 요리를 못하는 엄마는 맛난 게 먹고 싶으면 전 남편의 파트너-A 말이다-를 집으로 불러 맛있는 걸 해달라고 조른다. A가 게이임을 알게 된 A누나의 사돈될 사람들이 파혼을 통보하자 A는 눈물로 호소하며 사귀고 있는 사람과 헤어지고 새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하여 누나의 결혼을 성사시킨다. 주인공이 “정말 우리 아빠랑 헤어질 거야?”라며 놀라자 “일단 어떻게든 속여서 결혼하고 나면 끝이잖아”라는 뻔뻔하고도 무심한 대답이 되돌아온다. 사실 그렇다. 동생이 게이라는 사실이 누나의 결혼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이 사회에서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가’라는 의문보다, ‘인간에게 무엇을 허하고 무엇을 금지해야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세상에 용서 못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콩가루 집안의 스토리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은 아니다. 그저 어느 가족에게나 조금씩은 있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남에게 자연스레 말할 수 있는 사회, 난 이 지구가 그런 아름다운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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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11-2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동감!!^^ 잘 읽고 추천 날려요!!ㅎㅎ

로드무비 2004-11-2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에의 연장으로 읽히는군요.

추천합니다.^^

미완성 2004-11-2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너무 재밌는 리뷰여요 저도 잘 읽고 갑니다-

깍두기 2004-11-2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다들^^

<성에>의 연장....요즘 제가 잡는 책에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네요. <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그렇고.

수업 비는 시간에 리뷰 한 편 쓰고 나니 알토란 같은 빈 시간이 훌떡 지나 버리네요. 그래도 뿌듯~

sooninara 2004-11-2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너무 잼나요..책도 미치게 보고 싶어지네요..

혹시 이책하고 무슨 관계 있으신거 아녀요? ^^

하얀마녀 2004-11-2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왜 이렇게 잘 쓰셨나요. ^^

날개 2004-11-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얘기들을 너무나 잘 옮겨주셨군요.. 추천하고 갑니다..^^*

깍두기 2004-11-2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책 빌려 드릴까요? 말씀만 하세요^^

마녀님/그러게나 말입니다^^(오호홋, 이 교만)

날개님/반갑습니다. 제가 워낙 알던 분과만 이야기하는 터라 날개님과 처음 인사하네요. 민망하구만요^^

sooninara 2004-11-2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빌릴려면 택배비가 더 비싸요..제가 사서 볼께요..

세상의 모든 딸들도 리뷰땜에 샀는데..너무 좋더군요^^ 제가 만화는 안사서 보는데..

(돈없는 전업주부라서요)

sweetrain 2004-11-25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절대 동감입니다.^^

파란여우 2004-11-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싶게 쓰시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깍두기 많이 먹으면 되나요?^^

깍두기 2004-11-2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무슨 그런 말씀을~ 사실 저 깍두기 별로 안 먹어요^^ 이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그런 거죠^^

단비님, 그렇죠 그렇죠? 알라딘에 오면 내 의견에 찬성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