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양의 장난 - 소료 후유미 걸작선 3
소료 후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절판
요즘 내가 고르는 만화마다 홈런을 치는 건 다 알라딘의 님들 덕분이다. 리뷰를 읽고, 리뷰가 맘에 든 만화를 사면, 성공이다. 지금까지는 실패를 안해봤다.
이 만화는 플레져님의 리뷰를 보고 골라두었다가 샀다. 역시 좋다. 주변에 보는 사람마다 괜찮다고 하는 걸 보니 플레져님의 안목도 상당히, 꽤,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나는 다 읽고 웬지 낯설고 껄적지근하고 뭔가가 아귀가 안 맞는 듯한 느낌 때문에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다 무릎을 쳤다. 그래, 그거였어. 표지!
이 만화의 표지는 이렇게 생겼다.
국적불명의 카리스마 만땅의 여인이 사막의 태양을 배경으로 거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그림 때문에 책을 펼치기 전 나는 이 만화의 내용이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신화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지레짐작 했다가 표지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내용에 계속 의아한 느낌이 들었던 거였다. (플레져님의 리뷰에 내용 소개가 좀 있긴 했으나 책을 받아들 때까지 내가 그걸 기억할 리는 없지^^)
작가는 왜 이런 표지 그림을 그린 걸까? 그것도 일종의 유머인가? 그건 아직도 내게 수수께끼다. 내용을 소개하면 내가 왜 이렇게 의아해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태양의 장난> - 이 이야기에서는 바로 옆에서 사람이 굴러 떨어지고 바로 위에서 또 어떤 사람이 빌딩에서 추락해서 죽어도 별무반응인 한 아가씨와 잠시 후면 사람을 죽이러 가야 하는 킬러 청년이 나온다. 이 비인간적인 두 사람은 그런데 어찌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다.
<사람의 유통기한> - 사람도 조생종과 만생종이 있다고....^^ 대학 때 조급해하며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내게 "나는 대기만성이야"라며 느긋하게 인생을 대하던 한 녀석이 생각난다. 그 녀석은 과연 대기만성 했으려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빛나는 친구의 인생을 계속 관찰하나 사실은 그렇게 관찰하는 그녀가 빛나고 있다는 걸 그녀만 모른다.
<기묘한 유전자> - 이 이야기는 반전이 끝내준다. 완벽한 커리어우먼 아야노. 머리카락 한 올 흘리지 않고, 스타킹에 금 가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그녀의 비밀은...
<무지개빛 넙치> - 어린이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들(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 엄마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당신 아이의 재능은 억압당할 수 있다고.....
큰딸이 이 책을 보고는 "엄마, 이 책엔 괴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라고 한마디 한다. 뭐가 괴상하냐고 하니까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태연해"란다.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얘는 무지개빛 넙치가 그 중 제일 낫단다. 그 얘기가 그래도 가장 단순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