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트리 스피박 라이브 이론
마크 샌더스 지음, 김경태 옮김 / 책세상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연 나는 이 (알아먹을 수 없는) 책의 독후감을 쓸 수 있을 것인가? 두둥.



0.

스피박은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를 읽으면서 ‘모더니스트’였던 스스로를 해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어떤 과정이었을지는 그냥 나는 좀 알아볼 수 있었다. (아, 못 쓰겄다. 부끄러…라고 하면서 결국 써서 올리겠지… 감당이…될 것인가?ㅋㅋㅋㅋㅋㅋ) 반쯤은 모더니스트, 그리고 반쯤은 덜 모던화돼서 부대끼던 나의 읽기가 떠올려졌으므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정말 몰랐다. 하지만 스피박의 인터뷰처럼 ‘결과물이 드러날 수록’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페미니즘을 읽기 싫었던 이유와 읽으면서 또 읽기 싫었던 이유… 내가 사랑했던 것들과 이미 끝난 줄 알았던 헤어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나를 질식시켜 왔음을 똑바로 보기. 자유, 불안, 자유 불안, 그러나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으므로, 사랑하고 이별하는 존재로 계속해서 나를 만들어 갈 것. 질식되기 전에 숨 구멍을 만들고, 또 다음의 또 다음. 나는 사랑하고 헤어진 존재들이 남긴 흔적이다. (이제야 겨우) 이렇게 만들어져온 나를 사랑한다. 


1.


해체의 심오함이 넘나뤼 복잡하다는 걸 느껴보라고 난삽한 문체로 쓰였다는 스피박이 페미니스트들을 포함해 지식인 계층에게 하는 윤리적 요청을 내 입 말로 쉽게(;;가능할까?;;) 풀자면. 자기비판/타자비판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미 지독하게 서구화되어 버렸고 “(147) 자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타자를 이용하는 경향”이 심하다. 타자비판을 하려거든 자기비판이 전제되어야 하며 (그 기준조차 못 잡겠으면 공부를 하고 오세요! 하지만 안 하겠지. 왜냐면 자기비판은 하기 싫은 법이니까.) 그게 아닐 거라면. 빛 좋은 포스트모던이든, 마르크시즘이든, 페미니즘까지도 개념과 이론을 자기중심적 우월감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만 사용해 온 구(?)서백남이 되어버릴 수가 있다는 지적 같다. (흠… 쓰면서 뜨끔…) 


“(39)읽는다는 것은 독자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즉 그것은 누군가의 자아 밖으로 나오는 것, 아마도 ‘동시대 독자’를 알아보는 것, 알아볼 수 없는 ‘잃어버린’ 관점을 자주 형상화하는 것이다.”


요즘 내 시간을 잡아먹는 원흉 중에 하나는 스레드인데… (쓰레기 같은 글을 재생산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함) 와, 거기엔. 별의별 세속적인 자랑성 정보들이 다 올라오지만 글을 타자 분석, 타자 비난의 도구로 쓰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 한 바가지라서 안 본 눈 삽니다. (지금 나도 비난하고 있네?ㅋㅋㅋ 근데 왜 보냐면 그러게, 볼 수 밖에 없게 설계가 되어있다ㅋㅋㅋㅋ) 


1%들은 다한다는 아침 이불 개기 습관과 믿고 거를 사람 알아보는 안목 세 가지! 가 좋아요를 많이 먹어 배를 불리며 돈버는 글쓰기 강좌가 폭봘하는 시절에 인터넷에 쓰는 자기분석, 자아비판이 치열한 글은 아마 열등감에 찌든 루저의 자기 고백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읽힐 거란 걸… 나도 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1%까지는 아니더라도 루저인 70%가 되고 싶지는 않은 마음에 그것들을 배워갈수록… 우린 자존감이 높은 척 자기 확언을 하다가 자아 중독에 빠지고 말며, 그걸 안하는 사람들을 은연 중에 째려보고, 자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타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뭐… 그러나 그런 글쓰기는 긴장 안 타면 은연중에 크리스테바 언니도 하는 그런 것 ㅋㅋㅋㅋㅋ 


나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게 되지만 문제는.

그걸 고민하며 써봤자 내 글 아무도 안 읽어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쓰자.


모두가 판관이 되어, 나만 아니면 돼. 나는 아님. 남을 혹독하게 단죄하는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떤 편에 서거나 도무지 판단이란 걸 하기가 좀 어려운… 사람들… 복잡함과 알 수 없음이 사람의 기본이라고 바라보는 이들의 언어는… 갈 길을 잃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책을 읽을 수록 점점 생각이 많아져 개인의 특성을 본질화하는 언어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히 퉁쳐서 밀어내고 싶은 어떤 타인들의 특성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것의 조건을 살피는 글을 읽고 싶고 쓰기 위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성찰의 시간은 여유에서 나오니까). 결국 돈을 벌고 싶다. 


이 문장에 또박 또박 밑줄을 그어두었다. “(24) 스피박은 자신의 ‘내포 독자implied reader’, 즉 외국계 미국인과 탈식민화된 남반구 출신의 경제적·정치적 이주민에게 “스스로를 희생자가 아니라 착취를 할 수 있는 행위자로 재고하기”를 요구한다. … 그것은 현재 전 지구적 국면을 독해하는 것 그리고 그 독자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복잡한 궤적 …”


그래도 돈을 벌고 싶은 나는 가담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돌아보기 두렵지만, 내가 뭐라서? 나도 공동체에 속한 존재인데. 그래서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놓지는 않는 채로. 돈은 벌고 싶다. ㅋㅋㅋㅋ  



2. 


‘서발턴subaltern’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인도의 사티로 대표되는 가부장제 피해 여성. 대~충~ 말할 수 없는, 재현 불가능한, 말하지 않음이기에 읽어내야 하는 ‘언어 없는 민중’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개념을 조금 더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내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약간은 변화된 개념이었다. 


“(165)나는 ‘서발턴’을 통해서 대도시 공간의 모든 유색인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이동성에 대한 접근 권한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고자 한다*. ‘개발과 여성’은 여성들을 외국이 직접 투자하는 제조업(특히 직물 및 전자산업)과 수출 가공 지구로 여성들을 데려가면서 최하층 범위에서 사회적 이동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젠더와 개발’은 서발턴 여성에게 소상공인을 위한 소액대출을 제공하면서 보다 공평한 기회를 준 것처럼 보인다” 


“(158) 영토 제국주의(시대에는) 그 국가를 식민화하려는 어떤 노력이 필요했다. 따라서 제국주의의 사회적 임무-양상은 일부 사람들에게 그것의 중심적 과제와 *정당화가 되었던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취한다.* .. 그 훈련은 (…) 소비주의가 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성문법, 새로운 교육 체계, 새로운 요구 인식이 마음의 형태와 사람을 폭력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인식론적 폭력을 작동시켰다. 그 폭력은 개인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진입할 기회를 잡은 오랜 식민 주체를 생산했다. (162) 이러한 단계에서 대출자는 공장 노동자일 필요가 없다. … 그/그녀는 대출 이자를 상환하기 위한 돈을 필요한 절대적 잉여 가치를 얻고자 그 혹은 그녀 자신의 노동일을 조정할 것이다.” 


아래 부분을 읽으면서 스피박의 지적이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페미니즘의 이면. 페미니즘적 주체의 생산. 으악. 너무 날카롭잖아? 


“(167) 스피박은 특히 ‘젠더 훈련’에 비판적이다. 국제적 기관이 부여한 그 명명은 젠더 불평등에 대한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따른 것이다. 젠더 훈련은 남반구의 여성들 사이에서 소유적 개인주의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스피박의 비판에 함의되어 있다.”


“(167)여성을 위한 임시변통의 자유로운 선택은 내가 사티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한 이후 20년 동안 연구 대상이었다. ‘자유로운 선택’을 만들어낼 것을 제안하는 ‘젠더 트레이너들’은 문화적으로 상이한 주체들이 충분한 준비 없는 의사결정에 집중하도록 애쓴다. (…) 존중의 피상적 몸짓으로 주체 생산에 관여하는 ‘젠더 훈련’은, 자본을 위해서, 여성들 위에 있는 여성들의 도움으로 문화적 통합이라는 가장 큰 위반을 가한다.”


사회적으로 이동할 수 없는 사람. (그게 가족이든 빚 때문이든…) 그리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사람…이 변화된 시대의 ‘서발턴’이라는 말에. 얼마 전까지의 나… 여전히 ‘나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내게 그랬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우리 모두는 일정 정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워킹푸어. 사지 않을 수 없어서 사야 하는 아이템들. 빚을 갚기 위해서 벌어야 하는 돈. 물론 여전히 나는 나를 속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동할 수 없지만 (사이버 세계에서는 노마드임ㅋㅋㅋ 게다가 부단히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 원한다면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영원한 관계는 없고 어떤 관계와 든 이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알게 되었다. 


가능하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졌고, 처음으로 그런 욕망들이 생겼었다. 


그래서. *서발턴 : 사회적 이동성에 대한 접근 권한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이라는 문장이 서글펐다. 



3.


나에게 <가야트리 스피박>의 백미는 4장 <국제화된 페미니즘>에서도 바로 *‘젠더 및 개발’과 전지구의 금융화* 챕터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스피박의 ‘입문서’로는 추천하지는 않는데, 이 챕터 만큼은 정말로 읽어봄 직하다. 어렴풋이이런저런 페미니스트 아닐까? 추측만 하던 가야트리 스피박에 대한 호기심이 확실히 생기고야 말았다!! 


뭔가를 더 쓸 수 있는 기력은 내일의 노동을 위해 남겨야 하겠으니 ㅋㅋㅋㅋㅋㅋ 재밌게 읽었던 부분에 대해 사진을 첨부한다! 미래의 내가 다시 읽으면서 사유를 발전시키기를 바라며… 6월의 독서 끝!!!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4-07-01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타자를 이용하는 경향…에 관해서라면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지만 타자비판을 하려거든 자기비판을 전제하라는 쟝님 말씀에 우리 예수님 말씀이 겹쳐지네요ㅋㅋ

1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2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3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5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마태복음 7:1-5>

나도 이 책 리뷰 얼른 써야하는데…
일단 굿나잇~~😘

공쟝쟝 2024-07-01 00:07   좋아요 2 | URL
5.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뱃 살 속에 훌라후프를 빼어라.. 그러려면 밀가루를 덜 먹어야하고… 밀가루를 끊으려면 외식을 덜해야하고… 집밥을 셀프로 해먹으려고 하면 너는 하루에 삼시 세끼 땀흘리며 밥을 하고 설거지 하고 다음 밥을 하고설거지를 하고 다음 밥을하고…. 다이어트는 자동으로될 것이니….

껄껄.
예수님 천재.

단발머리 2024-07-01 00:08   좋아요 2 | URL
그리하여 너는…
아침에는 요거트 점심에는 외식
저녁에는 샐러드를 먹도록 하여라~~
여름에 집밥세끼는 불가하나니…

공쟝쟝 2024-07-01 00: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요거트 아멘!!!! 저는 타자비판을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겠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07-01 00:12   좋아요 2 | URL
타자비판의 제1대상은 늦잠꾸러기이니 너는 이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느닠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07-01 09:28   좋아요 1 | URL
선생님은 어쩌면 이렇게 늦게 취침하시고 이렇게 일찍 일어나실 수 있나요? (마이크를 내밀면서) 비법을 좀 알려주시죠!!!

단발머리 2024-07-01 0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밤 글하고 좀 바뀐듯 하네요. 뒷부분이 추가된 거죠? 정리 잘 해 주셔서 소듕하게 잘 읽고 갑니다.
뭐라 덧붙이고 싶지만, 나도 이 책 읽었지만ㅋㅋㅋㅋㅋ참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공쟝쟝 2024-07-01 06:48   좋아요 1 | URL
본문에 괄호가 잘못 < 붙어서 북플에는 내용이ㅜ잘려서ㅠ안뜬 거 보고 호다닥 수정! 늦잠꾸러기 되기 싫어 일찍 인났습니다! 굿 모닝!!!

수이 2024-07-01 07:46   좋아요 2 | URL
아니 다들 저리 늦게 주무시고 이리 일찍 일어나셔서 활동하시는 겁니까? 청년들은 역시 다르구먼;;;;;

수이 2024-07-01 0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 먼저 재우고 두 분이서 늦게까지 토론하셨네요? 하지만 자비로운 제가 넉넉한 마음으로 삐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요거트는 드셨습니까? 저는 어젯밤에 만들어놓고 잤는데 또 망했네요;;;; 새로 또 만들어야지 에휴

수이 2024-07-01 0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을 디따 많이 벌고 싶어요. 하지만 게을러서...... 스피박 이 책 읽는 동안 너무 어려워서 저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다시 읽어볼래요. 그래도 이렇게 이리똑똑쟝선생님이 요약해주시니까 머릿속에 한번 다시 쏙쏙 잘 들어오네요. 좋아라.

공쟝쟝 2024-07-01 08:18   좋아요 2 | URL
돈을 디따 많이 벌면 저도 좀 주세여! (거지냐??) 스피박을 읽었는데도 ㅋㅋㅋㅋ 돈 많이 벌고 싶다는 말을 글에 너므 많이 썼다 ㅋㅋㅋㅋ 물가가 너무 무서운 영세자영업자는 서발턴이 나구나 또르륵 웁니다…

수이 2024-07-01 09:27   좋아요 0 | URL
스피박을 읽었는데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이렇게 쟝님처럼 스피박 읽고 돈 벌고 그럴 수 있는 여성들이 많이 생기기만을 바랄뿐. 그나저나 요거트 폭망해서 전 다시 요거트를 만들러 이만 퐁퐁퐁. 서발턴이 님인가.... 나인가..... 그러한가..... 모르겠다! 울지 마! 운동해! ㅋㅋㅋ

2024-07-0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1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3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1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2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