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년. 된장녀. 이제는 꼴페미. 웜퇘지. 페미 정신병. 광신도.(는 나다! 기꺼이!)

여성은 동질화하면서 남성은 싸잡으면 발작하는 데, 문화적으로 남성은 별개의 정체성으로 (기본값이므로) 동질화되지 않기 때문에 미러링이 같은 질량의 혐오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일은 원래 일어난다”라는 식의 공기 같은 폭력을 지적하는 것이 촌각을 다투는 이유는. 유해한 남성성과 언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17) 수많은 피학대 여성이 탄광에서 노래를 부르는 카나리아였는대 우리가 이들의 노래를 듣지 못했던 거라면? (중략)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여성혐오에 무감각해진 바람에 완전히 절정에 이른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혐오들이 세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소년들과 남성들. 이준석과 아이들. 히틀러의 유겐트. 이승만의 서북청년단.

언제나 있어왔고 언제나 위험했으며 가시화되면 이미 늦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없지 않고 있다. 박멸하자는 게 아니다. 그게 가능할리도 없다. 살만한 사람들부터라도 분석 틀을 갖추자는 거다. 여성주의적 인식. 우리 모두를 불편하게 해야 하는 까닭은 어느 쪽 일방만 극렬하게 불편한 상황을 견디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다. 그게 싫다는 건 당신이 기득권이라는 소리다. 기득권이 나쁘냐고? 맥락적이다. 뭐든 누리려면, 적어도 염치는 있어야지. 당연해하지 말라는 소리. 가해의식 가지고 살아야할 사람들이 피해의식 가지는 게 소위 인셀들이 보고 배운거라면 어쩔래요?

이 책은 역시 역하다. 그러나 젠더를 알고 나서 나는 비위가 강해졌다. 어쩌면 이 세계에서 가장 비위가 강한 집단은 보이루~ 이년저년~ 말을 똥으로 배운 남자애들이랑 인터넷에서 온라인 게임을 겨루며 키배뜨는 십 대 소녀들일지도. 참 노고가 많고, 어른들이 잘못했어.



우리는 남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위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선 잘도 그러면서 백인 이성애자 남성을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워하는 까닭은 이들에게는 별개의 정체성이라는 특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남성들은 복잡하고, 영웅적이고, 개별적이다. 이들의 결정과 선택은 일단의 고유하고 독자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들을 고유하고 독자적인 인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성을 하나의 집단으로, 여성을 상대로 자행되는 폭력은 놀라운 기현상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데는 거리낌이 없지만, 그 바탕에는 그런 일은 원래 그냥 일어난다는 식의 태도가 깔려 있다. - P11

남성성, 가부장제, 남성의 특권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대화는 지나친 일반화와 편견이라는 비난 때문에 곧장 옆길로 새버린다. 어디서든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다‘라는 외침이 튀어나온다. 지나치게 단순하고, 공격적이고, 너무 싸잡아서 하는 말이라고. (중략) 남성성을 나쁘게 말하는 것(현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문제적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남성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남성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문제 삼는 것은 모든 남성에 대한공격으로 이해되고, 따라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실은 그와 정반대다.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하는 것이다. - P12

(어린 남학생들) 그들은 정치적 올바름이 광기를 부리고, 백인 남자들이 박해를 당하고, 여자들이 강간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사회에서 진짜 피해자는 남자들이라고내게 말했다. 스코틀랜드 농촌부터 런던 중심부까지 온갖 학교에서 나는 똑같은 주장을 듣기 시작했다. 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소년들이 정확히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똑같은 틀린 통계를 인용해서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나는 유명 정치인과 주요 뉴스 매체의 권위자들이 똑같은 수사적 표현 (내가 페미니즘 활동가로서 한번씩 접하곤 했던 여성혐오 성향의 은밀한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는것과 똑같은 표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뇌는 것을 보았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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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11-07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똑같지는 않겠지만 미국과 우리의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까지 닮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 세계적인 현상인건지...
n번방도 그렇고 온라인 성범죄와 여성혐오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도 비위가 강해졌습니다. 아효...

공쟝쟝 2023-11-08 16:07   좋아요 1 | URL
전 세계적인 현상 맞다고 생각하고, 억울하고 위험한 남성성들이 연결이 강해지는 것과 동시에 거기에 저항하는 목소리도 탄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11-07 1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5천년 여성혐오의 역사는 한결 같죠. 아니, 어쩌면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 그 양이 폭증했을수도 있겠네요.
전 이 책은 패쑤. 비위가 약합니다, 많이....

공쟝쟝 2023-11-08 16:12   좋아요 1 | URL
적어도 1년 평균 1400편의 곤조 포르노를 보면서 성을 배우고, 밖에서 노는 대신 그런 하위 문화를 피시방에서 게임(메타버스 공간)으로 익히고, 거기로 돈이 흘러가는 대단한 기술 발전의 구조에서는 폭증....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규범이고 정상성이더라고요. 저는 잘 몰랐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는 데. 덕분에 똑똑해져서 고맙다. 남자들아.

달자 2023-11-0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해한 남성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하는 것이다‘ 이 문장에 무릎 두개를 탁탁 치고 갑니다.... 오늘도 짧지만 강한 리뷰 감사합니다 공쟝쟝님

공쟝쟝 2023-11-08 16:12   좋아요 1 | URL
달자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구제하는 일에는 이토록 더딘 것일까요? 유해한 남성성까지 공부해가면서 그들을 변호하는 여성들의 노고에 열심히 읽기로 연대하고자 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