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가 권고 사직을 당했다. 죽을 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을 내 만났더니 의외로 싱글벙글이다. 퇴직금은 없었지만 실업급여가 나온다나. 쉬는 김에 뱃살타파를 위해 헬스를 끊었다고 한다. 헬스를 다니다 보니, 문득 헬스 트레이너가 되볼까? 싶었다고. 아서라, 배 나온 트레이너한테 누가 pt를 받겠냐. 아, 그건 좀 그렇지? ㅋㅋㅋㅋㅋ

너는 어찌 지내냐 묻는다. 나? 야근. 그제도 그그제도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요가 끊어놨는 데 야근 보름 넘게해서 하루도 못감. 돈을 바닥에 버리는 중이야. 헬스라니 부럽당! 어제는 문득 걱정이 되서 구글에 과로사를 검색해보았어. 근데 나 정도로는 안죽는 대.

이상하다. 짤린건 쟨데, 죽을 상은 내 얼굴이었다. 꿱.

야, 니가 물어보니까 깨달았어. 요즘 삶이 실종됐어. 저녁이 있는 삶은 무슨, ...삶이....없다..... 그러고 보니 네놈의 싱글벙글은 ‘삶’을 가진자의 해맑음이로구나!!! 하나도 안부럽지만 어쩐지 약 오른다!!!!!!!!!

“... 너의 시간이 넘쳐 흐르는 얼굴을 보니 넉달 전 프리랜서 (반백수)때 내 기분이 생각나”
“어쨌는데?”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했어.”
“헐ㅋㅋㅋㅋ표현 찰떡ㅋㅋ넘나 내 기분”
“웅, 내가 말해놓고도 괜찮아서, 놀람ㅋㅋ”
“근데 지금은?”
“지금은 (멋진 표현 생각중..)불안하지는 않은데 행복하지도 않아. 그래도 불안한 것보단 나은 듯”

어떻게 인생에 중간이 없냐? 극단의 둘 중 하나 밖에 없는 거여?? 어쩔수 없잖아. 어차피 빈민청년의 삶은 놀거나 갈리거나다. 그러니, 갈리지 않는 동안은 행복해라. 자주자주. 그러자, 그럽시다!

의미는 없는데, 재미는 있는 이야기를 하며 쉴새 없이 큭큭댔다. 실업급여에서 나온 짠내나는 커피를 얻어 마시고 ..나는 칼국수를 사줬다. 우리는 끊임없이 토크 박스를 굴렸지. 최근에 그가 본 사주 이야기, 나이드는 이야기, 살이 찌는 이야기. 그리고 바로 이 책 이야기를 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이 책 재밌더라ㅋㅋ
엇! 나도 읽고 있는 데.
졸라 공감되지.
응. 인간이 치사해지는 모습이 너무 우리들의 이야기야ㅋㅋㅋ

“맞아맞아. 있잖아 근데 말야, 여기서 주인공이 빛나언니가 잘 살기를 바라잖아”
“웅 나도 비슷한 경우 있었는 데, 뭐랄까 떨떠름 하면서도 그녀의 방식으로 그냥 잘~살았음 싶던데”
“내 생각엔 주인공이 좀 더 형편이 나았기 때문에 그런거야. 만약에 빛나가 더 좋은데로 시집갔거나, 주인공이 더 못살았어봐. 배 아파서 부러워서 잠도 못자고 저부 퍼부음 ㅎㅎ”

그런가.😯
그럴까.🤔
그럴 수도.🤭 (새로운 해석!!)

*

정말 후루루룩 읽히는 리얼리즘(!) 소설이다. 단편 한편 한편이 다 막 공감이 된다. 

그래요, 요즘 젊은 것들은 이렇게 치사하고도 계산적이면서 합리화를 잘한답니다😘

아주 막연히 언젠가 내가 소설을 쓴다면 내가 만난 인간 군상들과 나 자신에 대한 풍자소설을 쓰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장류진 작가님이 다 써버렸네?... 내가 쓰려던 게 진짜 딱 이런 느낌이었는 데 ㅋㅋㅋㅋㅋ 아쉽다 쩝. 안녕.... 쓰지 않(았)을, 내 미래의 소설이여... 하지만, 다음 책이 기대되는 새로운 동년배 작가를 만난 것이 훨씬 더 반가우니. 내 쿨하게 너를 보낸다. ㅋㅋㅋㅋ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하던 반백수 시절이 그리운.. 야근에 야근에 야근으로 연명하는 연말이다. 요즘 나에게는 유일하게 허락된 독서타임인 출퇴근 길, 좋은 벗이 되어준 소설!

추천합니다! 한 번 읽어보소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19-12-1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했어!! 명문장~

공쟝쟝 2019-12-17 14:33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ㅋㅋㅋ 🥰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비연 2019-12-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고 싶은 1人, 예전 잠시 쉴 때가 문득 그리워지게 되는 글이네요... 인생;;;

공쟝쟝 2019-12-17 14:34   좋아요 0 | URL
쉬고 싶은데 ㅜㅜ 그럼 영원히 쉬게될까봐.... 하하하~~~

정프로 2023-04-29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댓글로 소설 하나 읽은 느낌이에요

공쟝쟝 2023-04-30 10: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