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12월 21일... 회사에서 직급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평소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지만 그래도 떨어지면 어떻게 얼굴 다니나 싶어 열심히 공부를 했다.

졸다가 책을 보다가 하는 수준이었지만 어쩐지 잠을 자면 안될 것 같다는 기분이... 비몽 사몽간인데 새벽 4시 문자가 딩동하고 온다.

** 아빠가 조금전에 고통에서 벗어났어 슬프지만 그냥 보낼래 와서 인사들 해라...

이게 웬 날벼락인지..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내 주변에서 또 일어 나고야 말았다.   암을 이겨 내고 난 암을 이렇게 극복했어요 하면서 밝게 웃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왜... 내 주변엔 기적이 없단 말인가....

텔레비젼 속에서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야 할 것 같은 이야기가 어쩌면 이렇게 자주 내게 일어나는 건지.. 이건 정말 아니겠지.... 분명 꿈일거야.      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불끄고 자는건데...

온갖 생각들이 스치고 나자...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왔다.

평소 까시라고... 내가 친구 결혼할 때 9살이나 많은 사람이랑 왜 결혼하냐고 까칠하게 군 탓에 내 별명이 까시인데....내가 잘 못했던게 더 많아서 그랬는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가보지 못한 죄책감인지 그냥 앉아서 서럽게 울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다른 사람이 대신 전화를 받았는데 옆에서 들리는 통곡소리에 차마 바꿔 달라는 말도 못했다.

당장 내려가야 도리지만 사는 게 뭔지... 회사일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에야 내려갔다.

장례식장 입구에 쓰여진 상주 ○○○ 딸 ○○○ ...... 그리고 미망인 ○○○

절대 울지 않게 다고 친구들에게 약속하고 또 약속했지만 미망인이라는 소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또 울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는데....

다른 친구 신랑은 어떻게 형님이 이렇게 먼저 가실 수 있냐고 연거푸 소주 3병을 마시더니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늦은 새벽...

문상객들도 잠시 눈을 붙이고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길 나누는데

친구의 입에서 처음 나온 소리가 우리 여행가자... 겨울 바다도 보고 싶고 하고 싶은게 많아...

태연한 척 하면서도 오히려 우릴 위로하려고 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정말 신이 계시다면 너무 가혹한 일이 주셨다고 제발 다시 돌려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세상이 돌아 가고 있는 것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11살짜리 상주의 아빠 내가 커서 잘 되는 모습을 지켜 봐 주셔야지 먼저 가시면 어떻게 해요라는 울음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고..

남편을 잃은 슬픔을 아빠를 잃은 슬픔을.... 무엇으로 달래 줄 수 있나 .. .답이 없어 더 슬프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안하게... 이곳에서 누리지 못했던 모든 것을 누리시길... 남아 있는 사람은 남아 있는 사람으로의 몫을 다하게 마련이라는데... 걱정하지 마시고... 부디 부디.. 편안하게 잠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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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12-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랜만에 들르신 인터라겐님이 마음이 많이 아프신것 같아.. 같이 아프네요..

울보 2006-12-2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은 분명히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예요
인터라겐님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옆에서 친구분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세요,,,,,

조선인 2006-12-2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터라겐님이 친구의 의지가 되어줄거라 믿습니다.

paviana 2006-12-2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살짜리 상주라니,너무 맘이 아픕니다..

야클 2006-12-2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세실 2006-12-27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 내세요...토닥토닥.

부리 2006-12-27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슬프겠네요. 열한살짜리 상주가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갈지 생각하면.....흑.

반딧불,, 2006-12-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6-12-27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