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편집자 레터] 대통령이 ‘칼의 노래’에서 읽은 것


소설가 김훈의 동인 문학상 수상작 ‘칼의 노래’가 다시 화제입니다. 국회의 탄핵 의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읽고 있다는 책 중에 ‘칼의 노래’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칼의 노래’는 성웅 이순신의 내면 속으로 상상의 촉수를 뻗쳐 전쟁과 정치 투쟁의 한 복판에서 홀로 비장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인간 이순신을 밀도 높고 장엄한 문체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2001년 출간 이후 현재까지 모두 25만부가 팔렸다고 책을 펴낸 생각의 나무 출판사는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중 10만부는 지난해 대통령이 텔레비전 독서 프로그램에서 ‘추천사’를 던진 뒤 일어난 ‘후폭풍’ 덕분이라고 합니다. MBC 텔레비전에 나와 청소년들에게 ‘칼의 노래’ 를 권하면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굉장하다. 어른들에게도 권한다”고 추천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칼의 노래’는 지금 제2의 ‘후폭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이 그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는 보도가 나가자 하루 평균 200부 수준의 주문이 당장 600부로 뛰더니, 그 다음날부터 1500부씩 껑충 뛰어올랐다고 출판사측은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드는 궁금증은 왜 대통령이 그 책을 재독하는가라는 것입니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고 소문난 강금실 법무장관이 지난 2001년 변호사 시절에 ‘대한변협신문’에 ‘칼의 노래’ 서평을 썼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강장관은 당시 쓴 글에서 “이순신은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가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는 그를 두려워했다”며 “그의 칼은 온전히 칼로서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장관의 독후감이 노대통령과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칼의 노래’는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 필독서로 꼽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칼의 노래’가 오늘날 참여 정부의 핵심에서 일어난 어떤 실존적 결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박해현 Books 팀장 hhpark@chosun.com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3-2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자 조선일보 books에 실린 기사다.
“이순신은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가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는 그를 두려워했다”
흐음....

mannerist 2004-03-2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걸리는 게 있어 대한변협신문을 찾아 강금실 장관의 글을 읽었습니다. 아래 전문입니다.

http://www.koreanbar.or.kr/UPBOARD/content.asp?board_idx=567&page=22&tb_name=news

법/조/칼/럼 강 금 실 변호사·서울회


“칼의 노래” 를 읽고서

(전략)

그에게 현실은 정치가 아니라 오직 바다였다. 그의 칼은 정치의 향방에 따라서 이동하는 세태가 아니라, 순전히 바다를 적의 피로 ‘물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칼은 정치적 대안을 설정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가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는 그를 두려워했다. 그의 칼은 온전히 칼로서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었다는 것이다.
이순신의 바다는 칼날을 겨루어 살아있음과 죽음이 교차하는 세상 끝 지점이었던 듯 하다. 이순신의 바다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죽음을 베어 살아있음이 한 자루 칼 끝에 놓여 있었으니, 그 살아있음은 기꺼이 삶을 버림으로써 죽음과 삶이 서로 다르지 않은 경계에 이르러 가능하였다.
김훈이 전하고자 한 이순신의 삶은 두려움이 없는 순결성으로 인하여 무서움에 전율케 하였다. 생을 넘어 바닥에 이른 삶을 산다면, 그를 영웅이라 부르겠다. 비속한 사람은 그 긴장을 이겨낼 힘이 도저히 없다. 비속한 나는 다만 김훈과 함께 잠시 그 살아있음을 만나서 마음 속에 눈물겹다.
세상을 베어 삶의 순결성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베이는 칼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드리고 싶다.

---------------------------

잠시, 여기서 김훈씨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의 한대목을 인용합니다.

그는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가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는 그를 두려워했다. 이것이 그의 비극의 원인이었다. (p. 219)

그의 칼은 칼로서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었다. (p. 210)

자전거 여행의 초판은 2000년 8월에 나왔습니다. 이 칼럼은 2001년 8월 20일자에 실려있고요.

거 참... 강금실 장관, 엄연히 저자가 다른 산문집에서 밝힌 견해를 자기가 말한 것처럼 써서 신문에 기고까지 하다니.일단 실망입니다. 글 쓰는 사람의 기본 자세의 문제에 대해선 최대한 엄격해져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라서요. 만약 원고료까지 받았다면 이 점에 있어서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흥. -_-+

그리고 좃선일보 박해현 팀장, 뭐 1등이라 주장하는 찌라시 북섹션 편집장 하느라 공사다망하겠지만 이정도는 찍어내고 씹어야 월급값, 이름값, 1등 회사 다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둘 다 이 문제에서 한심하긴 마찬가지네요. 적어도, 칼의 노래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저 글에서 풍기는 김훈의 냄새를 맡는 게 정상이라 생각해서말이죠.


진/우맘 2004-03-2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ㅏ......이런......아무래도, 언론에 대한 확실한 비판정신을 단련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조선일보를 봐야하겠습니다. TT
매너님, 어찌하야, 뭘 믿고 그렇게 똑똑하신겁니까!!!!
(저 기사를 올린 제 심중은, 그저 뭔가 석연치 않지만 멋지다....정도였건만. -.-)

마립간 2004-03-2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지도 않고 댓글을 쓰기가 뭐하지만, 이순신을 좋아하는 제가 소설을 썼다면다음과 같이 썼을 것 같습니다. '그는 정치를 두려워했고 그의 두려움이 있었기에 정치도 그를 두려워했다. 이것은 비극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책도 안 읽고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추구하는 덕목에 '용기'가 있는데,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책 재미있나요?)

mannerist 2004-03-2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_두려워했지만 무시했다고 하는게 맞을 겁니다. 그리고. 이 책 칼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 쓰여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0년 가을, 한겨레21의 쾌도난담 코너에서 그당시 시사저널 편집장을 하던 김훈을 인터뷰했습니다. 원래 목적은 경쟁 잡지사의 편집장에게 쓴소리를 듣는다는 의도였는데, 인터뷰 중 김훈의 솔직하고 자극적인 말(좃선일보같은 좋은 신문이 어디 있느냐. 우리 기자들에게 맨날 읽게 시킨다, 여자는 원래 남자보다 열등하다)이 문제가 되어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났지요. 다음은 그 한겨레21 기사입니다.

http://www.hani.co.kr/section-021023000/2000/021023000200009270327078.html


여기서 칼의 노래 서문을 보겠습니다.

"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았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 있는가.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운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하략)"

현실 세계의 문제에 대한 철저한 부정과 무시, 그 기반 위에서 난 내 할 일 하고 내 갈길 가겠다는 의지를 다짐니다. 칼의 노래에 묘사된 이순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뭔가 감이 오시는지요. 사실 칼의 노래의 시지푸스적 인간 이순신은 김훈의 분신입니다. 이순신은 무능력하고 부패한 조정, 조선을 향해 달려드는 일본 스러저가는 민초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시대에서 오로지 자신의 사명을 고독하게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그 뒤로 발표된 김훈의 산문 역시 자신의 보수적인 색채와 과거상에 대해 어떠한 수정도 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 삐딱하게 보면 이순신과 자신을 등치시켜 나 이리 멋진 놈이다 주장하는 냄새도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이순신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형상화시킨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껏 제가 만난 이순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모습은 잔병치레에 골골대며 쌈박질도 잘 못하지만 탁월한 지략과 공학적 사고방식과 추진력을 겸비한 병약한 지장이자 엔지니어로서의 이순신을 형상화시킨 이우혁의 '왜란종결자'의 이순신어였습니다. 이거 보시면 좀 황당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맨날 두통에 시달리고 골골대는 모습으로 그려지거든요. 근데, 가장 설득력있습니다.

아, 맞다. 재밌냐고 물으셨죠? 김훈의 소름끼치게 간결하고 정갈한 문장을 읽는 건 즐겁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마태우스 2004-03-2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공이 높으신 분들의 코멘트, 잘 읽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우리나라 애들은 왜 대통령이 읽는 책이면 무조건 따라하는 건가, 하는 겁니다. 그렇게 노무현 욕을 하더니만, 왜, 왜 따라하는 걸까요? (욕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따라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 예전에 김영삼이 서편제를 봤다고, 다들 극장에 몰려가지 않았습니까? 참으로 희한한 사람들입니다.

연우주 2004-03-22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딴소리지만, 김훈 글 잘 쓴다고 유명하죠. 전 아직 김훈의 책을 본 적이 없는데, 보고 싶은 생각이 몇 년 전 저 위 매너리스트님께서 말씀하신 사건 때문에 싹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래도 이젠 봐야겠네요. 대통령이 봐서가 아니라, 김훈 책 한 권이라도 안 읽으면 대화가 안 되서요. --;
그리고 마태우스님 말씀 공감해요. 대체 왜 그런답니까?

뎅구르르르~~ 2004-03-2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무생각없이 멋쪄!멋쪄!! 이러면서 읽었는데 뭔가 대단한.. ㅡㅡ;;

마태우스 2004-03-2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우주님. 자꾸 공감만 해주시면 사람들이 오해하옵니다^^

연우주 2004-03-2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__)(--)(__)(--;;;)
흠.

Arch 2004-03-2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께서 언론을 잘 알기 위해서라도 좃선을 봐야한다고 하셨는데 이건 참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음모론에 입각한 발언일지는 모르겠으나 좃선은 한 개인이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읽을 정도로 단순한 놈들이 아닙니다. 무언가 목구멍을 간질간질거려서 패액하고 뱉어내려고 내리 헛기침을 하지만 어먼 쇳바람만 나오듯이 좃선의 간괴는 실체가 없으면서 몸을 불편하게하고, 맘을 심난하게 한답니다. 구독을 끊어주는것. 조용하고, 잠정적인 침묵으로 응대해주는것. 그러다가 고사하면 후에 뒤집어까고, 신문지 장난을 쳐도 되지 않을런지.

진/우맘 2004-03-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반갑습니다. 안개속토끼님. 좀 그렇죠? 조선....기사를 보면서 어~ 그렇구나~ 하다가도 화들짝 정신을 차리게 되니까요. 그나마, 서재지인분들이 아니셨다면 그 화들짝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렸겠지요.
그런데, 사실은^^ 며칠 전 글에서 밝혔듯이 제 맘대로 신문을 끊을 상황이 아니랍니다. 울 아버님이 열심히 보셔서....-.- 그리고 언론을 잘 알기 위해서~는 가벼운 농담류의 발언이었습니다. 진지하게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처음 뵌 것 반갑구요.^^
 

서재폐인으로의 생활이 어언 몇 달인가.... 그런데 드디어, 이 생활이 내 몸에 가시적인 흔적을 남겼다.

검지에....굳은살이 박힌 것이다. -.-

처음엔 몰랐다. 왠지 손 끝이 갑갑하고 가슬가슬해서 엄지로 비비작 비비작 하면서도, 그게 굳은살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런데 어, 오늘 들여다보니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숱한 마우스 클릭으로 인해 검지 손 끝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다. ㅎ...ㅎ...ㅎ... 이렇게 황당할데가. 물론, 3월에 워낙 문서작업이 많기는 하지만, 워드를 많이 쳐서 그렇다면 검지에만 생길리가 없지. 이 서재 저 서재 신나게 놀러다니는 사이, 내 손에는 그런 인이 새겨지고 있었다니!

우리 클 때는 맨날 연필잡고 필기하고, 까막지 쓰느라 대부분 아이들 손에 연필 혹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 아이들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어지간한 과제는 컴퓨터로 해 내고, 게임 하느라 마우스와 친해지다보면 중지에 연필혹 대신, 검지 손 끝에 이런 굳은 살이 박히는 건 아닐까? 여하간에,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굼 2004-03-2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연필혹이 없어진 손가락을 보며 좀 쓸쓸해졌던 기억이^^;
전 마우스와 키보드 덕분-_-에 손목에서 소리가 난답니다.

비로그인 2004-03-2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연필혹이 좀 남아있답니다. 그런데 대체 어느정도로 해야 검지에 굳은살이 박히는건지요!! 예전에 게임 삼매경에 빠져지낼때도 그런일은 없었는데...역시 진우맘님같은 폐인의 경지에 오르려면, 갈길이 멀구만요~ ^^

진/우맘 2004-03-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별로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내 피부가 좀 약한가....(딴청, 딴청. -.-)

가을산 2004-03-2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학생때, '갤러그'였던가? 하는 오락이 유행했을 때, 어떤 친구가 손가락에 생긴 굳은살을 '코르누스 갤러구스', 단추를 눌러대느라 발달한 근육을 '무스쿨루스 갤러티쿠스'라고 이름을 지어낸 적은 있는데, 우아.....
진우맘님 굳은살은 '코르누스 서재질루스'로 해야 할까요? ^^

ceylontea 2004-03-2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너무 어려워요... 코르누스 서재질루스...
전.. 목근긴장에 시달리죠... 직업병이라... 손가락도 부실하고... 눈도 아프고...흠흠...

마태우스 2004-03-2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나오고 말싸인을 열심히 하다보니 오른손 엄지에 굳은살이... 하핫.
 

지방에 사는 대학 선배가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고 만나자고 합니다. 제게는 선배, 남편에겐 동기지요. 그래서 서울에 나와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아이들 돌봐 준 부모님께 조금 면목이 없더군요. 사실, 예진이가 엄마를 순순히 내보내 줄 지도 의문이구요. 그래서 결국 부부가 예진이를 달고 나왔습니다. 시간이 좀 떠서 서방님은 먼저 온 선배와 당구장엘 간다는데, 예진이랑 어디 마땅히 들어갈 데가 없잖아요. 결국, 당구장 옆 PC방에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손님도 별로 없고 금연석도 있어서 공기가 깨끗하군요. 모니터도 멋지고... 예진이는 옆에서 '사자 머리 자르기'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PC방에서 쥬니어 네이버의 경쾌한 동요와 동화구연 스타일의 목소리가 울리니,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군요.^^; 그래도, 집에 버리고(?) 안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 이외의 공간에서는 딸에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진, 사고 치지 말고 오늘의 외출을 멋지게 마무리 하자꾸나. 화이팅!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2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이도 즐거운 외출이었을꺼 같네요~ 멋지게 마무리 하셨겠죠?? ^^

진/우맘 2004-03-2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이 든 예진이를 술 취한 아빠가 아슬아슬하게 업고 들어오는 걸로 멋지게 마무리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2시까지 연우도 말똥말똥한 눈으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ㅎ ㅏ....

비로그인 2004-03-2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엇~ 너무 위험하잖아요~ ^^;; 연우도 속으로 '우씨...나도 같이 가지'라고 생각한게 아닐까요. 분해서 잠못자고 기다렸다든지...ㅎㅎ
 



바다다. 아빠가 찍어놓은 사진이다. 그다지 아름답고 멋진 바다가 아니지만, 내가 하려던 바다 이야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진이다. 저 곳은 여수, 사진 위에 보이는 건물들 바로 뒤 어딘가에 우리 친정집이 있다. 내가 자란 사택도, 지금은 허물어졌지만 그 근처 어디이다.

서울로 대학을 와서 내가 우리집이 바닷가에 있다고 하면, 친구들의 머리 속에는 저절로 클레멘타인이 울려퍼지면서 나를 새삼스럽게 <어촌 소녀>로 보곤 했다. 어촌이라니...쩝. 우리 집에서는 10분만 걸어나가면 바다가 있지만, 어촌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당연히 우리 아빠도 어부가 아니고 회사원이었다.

바다를 끼고 자라서인지, 내게는 사람들이 갖는 바다에 대한 환상이 없다.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실연을 당하거나 사랑을 시작하면 차 조수석에서 '바다에 가고 싶어....'라고 되뇌이고, 그 날 밤 만사 젖혀두고 바다로 달리는 모습이 빈번하게 나오는데, 사실 난 그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찌보면 내가 끼고 자란 바다가 남해라는 탓도 있겠다. 남해는 동해나 서해와는 사뭇 다르다. 바다 위에 옹기종기 섬이 얹혀 있어서 시원하고 탁 트인 정경은 기대하기 힘들다. 각종 어패류, 해산물도 많이 잡혀 시내와 바다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어시장이 버티고 있기도 하다. 한 마디로, 남해는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바다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10분만 걸으면 되는 바닷가 방파제 길로 자주 땡땡이를 치곤 했다.(수업은 아니고, 야간자율학습^^) 내려다 보는 밤바다는 아름답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 제 몸 위로 던져진 불빛을 느끼하게 반사시키는 시커먼 그것은, 마치 물을 모조리 퍼 내고 정제되지 않은 원유를 채워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금새라도 그 불투명하고 음험한 수면이 갈라지고 난생 처음 보는 괴물이 솟아 올라 나를 품고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난, 그 응큼한 바다가 좋았다. 어시장에서 불어오는 독한 냄새도 좋았다. 각종 생선이 얽혀 썩어가는 냄새는, 이미 비릿함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냄새를 맡으려 심호흡을 하곤 했다. 그 썩은 냄새가 내 가슴 속의 썩어가는 부분과 닮은꼴인 것 같아서. 그 냄새를 폐에 가득 채우면, 숨을 내뱉으면서 썩었던 부분도 정화될 것 같아서. 당시의 나는 상당히 시니컬한 상상력의 소유자였던가 보다. 

그런 바다.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자라면서는 구질구질하다고, 동해같이 탁 트이지 못하고 왜 저리 답답한거냐며 투덜댔던 바다. 그렇지만 이미 나의 일부인 바다. 요즘은 그립다. 마치, 지지리 못난 말썽꾼 식구처럼. 감추고 싶고, 구박을 퍼붓지만 끈끈하게 피가 당기는. 함께 자라면서, 저 바다는 내 혈육이 되어버린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haire 2004-03-2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에서 자랐다는 건, 남다른 축복이 아닐까요? 좋은 시절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저도 남해 옆에서 태어났는데, 세 살때 서울에 올라오는 바람에...
 
 전출처 : 갈대 > <퍼옴> 자신을 알아보는 테스트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3-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변덕이 심하다나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발산 어쩌고 하는데...글쎄요?

프레이야 2004-03-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아주 좋은 평가결과가 나와서 제 기분이 up 되었어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아닌 것 같아서 다시 해보니 이제야 제가 생각하는 저랑 거의 맞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것도 그런대로 괜찮네요.^^

마태우스 2004-03-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겸손한 사람이며, 한번 사귄 친구에게 극진히 한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친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극복하기가 어렵다네요...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안적은 앞부분을 빼면요. 호홋, 진우맘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발산? 그래서 제가 님의 포로가 되었지 않습니까. 하핫!<--이거 부군께서 보시면 제가 위험해지나요?

진/우맘 2004-03-2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우리는 서로의 외모를 바탕으로 한 강한 신뢰로 묶여있다니까요. 그래도 정 마뜩찮아 하면, 마태우스님의 외모까지 믿게해주죠, 뭐.^^;;;

마립간 2004-03-2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형광등이네요. '외모를 바탕으로 한 강한 신뢰로 묶여있다.'라......

가을산 2004-03-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일부러 어중간한 답은 다르게 두 번 해 보았는데 결과가 똑같이 나오네요?
ㅋㅋ 기분 up 시켜주는 설문인가봐요.

진/우맘 2004-03-2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그냥, '서로의 얼굴을 믿는다'죠.
더 심하게 설명드리면, '니가 설마, 그 얼굴로 바람을 피우랴...' ^^;;;;

sooninara 2004-03-2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하고 같은사람으로 나왔네요..^^저도 겸손하고 친구에게 극진^^

sooninara 2004-03-2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진우맘님...그말이 정답이네요..저와 남편도 그렇게 믿고 살아요..^^
그런데...사실은 못생긴 사람쪽이 바람을 더 잘 핀다고하네요...

마냐 2004-03-2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큼, 발랄, 매력..재미, 현실적....아홋...정말 기분 업됩니다. 감솨~~

ceylontea 2004-03-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과가... 저는 마태우스님과 같은 것 같아요... ^^

明卵 2004-03-2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은 당신을 상큼하고, 발랄하고,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현실적이면서 늘 즐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든지 주위의 이목을 사로잡는 사람이지만 적당한 주제파악으로 교만해지지 않을 줄도 아는 사람이죠. 당신은 다정하고 친절하며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처진 기분은 업! 시켜주고 어려울 땐 도와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래서 기분을 up! 시켜준다고 하신 건가 보군요^^ 마냐님과 같은 결과인 듯 한데.. 기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