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말도 없이 서재를 무작정 비웠습니다.
그동안 눈팅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별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10년전에 절친했던 친구를 이 가을에 잃었더랬습니다.
그후부터 저는 매년 요맘때 그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저의 발목을 잡곤합니다.
그 친구는 고딩친구로 너무너무 친했었습니다.
그 녀석이 장가를 갔습니다.
뭐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녀석은 단칸셋방에서 살림을 차렸고, 결혼 후 1년이 지나 예쁜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단칸셋방의 살림집에 내집드나들듯 하며 라면도 참 많이 얻어먹곤 했습니다.
그 동안 아껴모은 돈으로 방이 두칸인 전셋집으로 이사하면서 아기의 돌잔치도 했었습니다.
녀석은 방이 하나라서 친구들을 재우지 못하는 것을 무척 미안해 했습니다.
이제는 너희들을 우리집에서 재울 수도 있다고 얼마나 기뻐했었는 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단칸셋방이라 동생들에게도 집 구경을 시켜주지 못하던 녀석은 방이 두개인 전셋집을
구경시켜주기 위해 동생 둘을 오토바이에 태워서 오던중 전봇대를 들이받고, 그렇게도 예뻐하던 딸아이와
깨를 볶던 아내를 두고 멀리 떠났습니다. 우리는 녀석을 대청호의 맑은 물에 흘려 보냈습니다.
이맘때쯤!
이제는 잊고 가슴에 묻자묻자 하면서도 철이 들면서 아픔과 기쁨을 나누었던 녀석이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 녀석과 긴 이별을 하려니 이 가을이 너무 슬퍼지더이다.
아련한 친구였기에 쉽지가 않지만 이제 보내려구여.......
"이제 너를 가슴에 묻고 머리로는 생각하지 않으려구 해.
용서할 거지? 안녕! 친구야!"
10월과 11월에 강의가 중점적으로 몰리고 주말에도 일정이 겹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까
왜그리 힘들던 지.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거의 탈진 상태까지 갔었습니다.
입의 안과 밖이 다 터지고,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지금껏 이런 경험이 없었는 데 정말 체력의 한계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옆지기가 보약을 먹어야 한다지만 아직은 그런 것에 몸을 의지하고 싶진않습니다.
친구를 보내려니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피로가 공교롭게도 겹치는 바람에 몸살을 심하게
앓았던 것입니다.
지난주와 이번주는 강의가 거의 없는 관계로 편하게 재충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다시 맑은 정신과 환한 미소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호인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