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지만 누군가 물어준다면 꼭 말하고 싶은 것. 요즘 내 이상형은 '히친스히친스히친스'다.


 또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데 실토하자면, 스스로 머리가 나쁜게 확실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유머의 부재다. 내 유머를 듣고 나조차 웃지 않는다.... 내가 가장 동경하는 유머는 뭔가 영국신사를 떠올리게 하는 스스로나 자기가 속한 집단을 시니컬하게 조롱하는 지적인 유머다... 그래서 히친스히친스히친스다.



'신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식도암과 투쟁하면서 남긴 기록이다. 혹시 마지막 순간에 자기가 신을 찾으며 부르짖더라도 그게 '자기'는 아닐 것이라고 단언한다. 죽어가는 사람이 남긴 글을 읽으면서 낄낄거리는 내가 충분히 불경스럽지만, 천국에 가면 로맹가리나 히친스 같은 멋진 남자랑 한잔 할 기회도 없을거 같으니, 까짓 맘껏 불경하게 살자.   


히친스 책과 함께 배송되온 이방인의 새로운 번역본의 역자후기를 읽었다. 작품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이 오해받는 것에 대한 역자의 분노가 충분히 느껴졌다. (다소 흥분이 느껴져서 당황스럽기는 했다) 역자가 이방인을 재미없게 읽은게 내 책임이 아니라고 말해주니 다시한번 읽어볼까? 솔깃하다... 역자후기를 보내준 출판사의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알려주러 글쓴다. (덧글 : 여기까지 쓰고 구입하러 가보니 노이즈마케팅이라는 말이 많구나... 나 낚였냐? 원래 잘 낚이긴 한다.)


요즘 꽤나 게을러져 새로운 저자 보다 기존의 좋았던 저자의 신작을 많이 읽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한여름의 방정식'은 평범했고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몇가지 얘기하고 싶은게 있고, 줌파 라이히와 로버트 해리스의 신작은 엄청 기대중인데 아직 읽지를 못했다. 줌파라이히는 좀 두꺼워서, 로버트 해리스는 어째서 로마사 3부작을 완성안하고 다른 걸 내는지 살짝 화가 나지만 얇으니까 용서하는걸로. 로버트 나 기다리다 늙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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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4-1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줌파 라히리는 엄청 기대중인데 그래서 못읽고 있어요. 자꾸 뒤로 미루게 되네요..

무해한모리군 2014-04-14 12:53   좋아요 0 | URL
요즘 무거운 책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ㅎㅎㅎ

2014-04-15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5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라디오를 듣는데 김중혁 소설가가 조금 세게 표현하자면 인간에 대한 경멸이 있어야 소설을 쓴다는 말을 한다. 김숨의 국수를 읽는다. 단편모음이고 밀도있는 문장이라 빠르게 휙휙 읽힐듯하던 책을 꽤나 느리게 읽어냈다. 그래, 소설은 인간에 대한 후회와 경멸, 더불어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측은함과 동정이 버무려진 어떤 것이다.  


 마침 단편 국수를 읽고 있을때는 인터넷의 블루스 라디오 채널을 듣고 있었다. (사실 나는 블루스와 째즈가 뭐가 다른지도 모르는 무식쟁이다) 안그래도 애절하게 왠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소설 속 여자는 밀대로 주구장창 반죽을 하고, 국수를 민다. 아이를 못낳은 양어미와 자신. 속이 텅 빈 고목에 나비무리가 피어오르는 모습과 자신의 양어미가 자기형제들을 품어준 것을 동일화하는 묘사가 슬프고 아름다웠다. 


자식이 세상에 발을 붙이게 하는 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늙고 병들고 자식들 품는 것 말고는 해본 것이 없는, 목욕탕 수건까지 훔쳐다 집걸레로 쓰는 억척스러운 어미들. 때론 진절머리 나게 싫고 너무나 안쓰러운 그들을 기억한다. 김숨은 아주 좋은 소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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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2월이 좀 남았지만

12월의 핫이슈는 민영화와 안녕하십니까로 기억될듯 하다.

 

2013년은 내게 아주 거칠었다.

가족들에게 안좋은 일이 너무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버티기가 좀 힘겨웠다.

그리고 아주 긴세월 소원했던 일하나를 포기해야했다.

아무리 슬플때도 무력해지지 않는게 스스로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자주 낙담하고 무기력해졌다.

일어나기위해서 책을 읽었다.

흔한 힐링을 다루는 거짓 희망이 아니라

더 거친 세상을, 더 많은 실패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일어서려 해본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김애란의 문장이

아이의 미래는 지금 내가 사는 삶이 말해준다는 무섭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덮쳐온다.

안녕이라는 인사조차 부자되세요로 대체되곤했던 이 시절에

그저 흘러가는 어른이 되지는 말자고 스스로에게 연말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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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3-12-23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는 좀더 사랑스런 사람이 되어요, 우리^^.

2013-12-23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7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자평] 결혼식 전날

 결혼식 전날 사촌동생이랑 내일 남편이 될 친구와 함께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했었다. 긴장되기 보다 귀찮은 마음이 점점 커져서 괜히 한다고 했군 이라는 말이 목밑까지 쳐올라와서 술한잔으로 눌러주었다고나 할까. 아주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다락방님 평이 보통이었던 이 책은 내게도 그저그랬다. 평소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소소한 소재, 뻔한 이야기를 감칠맛나게 하는 미묘하게 다른 그 무엇은 뭘까? 심지어 똑같은 뮤지컬이나, 거의 같아보이는 드라마들조차 어떤 것은 매력적이고, 다른 것들은 지루하니까. 마리여사의 책을 예로들면 별 얘기 아니지만 슬쩍 미소짓게 되는 독특한 유머감(똑똑하다는 말이랑 유머가 있다는 말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같은 말로 들린다), 쓴이를 모르고 읽은 추천사 조차 읽다보면 '이거 김연수가?' 그냥 알게되는 문체 같은 것들, 기타등등.

 

많이 들어본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방식으로 풀어냈다. 그래도 읽다보면 익숙한 따뜻한 느낌이 마음을 톡톡치고 지나간다. 아주 옅고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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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2-0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 :)

같은하늘 2013-12-1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겹살에 소주한잔 드신 다음날의 모습이 바로 그 모습이었군요. ^^
그게 언제였던지... 그 사이 공주님이 탄생하여 이젠 숙녀(?)가 되가고 있겠네요. ㅎ
휘모리님을 닮은 이쁜 공주님 함 보고싶네요. 전 아들만 있다보니...ㅋ
이렇게 글을 올리시는걸 보니 이젠 여유(?)가 좀 생기셨나봐요... ㅎ
저는 살아갈 수록 사는게 넘 바빠지네요...
 

 누군가 '좋아하는 남자 목소리'를 물으면 십년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이 임재범을 말한다.

 

 출근길 임재범의 새로나온 라이브앨범을 듣는데 좀 눈물이 난다.

그의 목소리는 전성기가 지나있다. 물론 그의 노래도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한참 전성기에 원하던 음악을 못해서, 음악을 포기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이 세상과 불화한 사람 같으니..

 

 앨범속에 그는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락발라드를 부른다. 이렇게 잘하는데 시장이 그렇게 원했는데 그냥 그렇게 소비되고 한시절 편하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 앨범 속 임재범이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펴고 싶다'는 가사가 이리 절절하게 들리지 않았겠지.

 

요즘 실패한 삶들에 대해 읽고 또 읽는다. 예상과 어긋난 삶들에 대해서 우리를 무릎꿇리는 순간들에 대해서. 몇일 있으면 결혼 삼주년이 오고, 지난 몇달은 나의 선택들에 대해 곱씹으면 보냈다. 과연 그게 나의 선택이기는 했는지에 대해서. 서재옆에 솔로몬 왕의 고뇌와 파과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직도 리뷰를 쓰지 않았다.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던 인파이터들의 이야기. 넉다운이 되더라도 내스타일로 싸워보고 싶다는 상상, 오늘도 그 꿈속에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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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12-0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리 오래 살지 못했지만. 가끔 인생이란 걸 돌아볼 때,

이연걸 주연의 태극권이라는 영화가 생각나요.

허허실실, 물 흐르듯 비어 있는 듯 하면서도 허점이 없고,

꽉 차 있는듯 하면서 무언가 다시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무해한모리군 2013-12-03 11:54   좋아요 0 | URL
그냥 우리집이 서울이고, 방한칸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주위를 둘러보며 생활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참 바쁜 삶을 강요하는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