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라디오를 듣는데 김중혁 소설가가 조금 세게 표현하자면 인간에 대한 경멸이 있어야 소설을 쓴다는 말을 한다. 김숨의 국수를 읽는다. 단편모음이고 밀도있는 문장이라 빠르게 휙휙 읽힐듯하던 책을 꽤나 느리게 읽어냈다. 그래, 소설은 인간에 대한 후회와 경멸, 더불어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측은함과 동정이 버무려진 어떤 것이다.  


 마침 단편 국수를 읽고 있을때는 인터넷의 블루스 라디오 채널을 듣고 있었다. (사실 나는 블루스와 째즈가 뭐가 다른지도 모르는 무식쟁이다) 안그래도 애절하게 왠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소설 속 여자는 밀대로 주구장창 반죽을 하고, 국수를 민다. 아이를 못낳은 양어미와 자신. 속이 텅 빈 고목에 나비무리가 피어오르는 모습과 자신의 양어미가 자기형제들을 품어준 것을 동일화하는 묘사가 슬프고 아름다웠다. 


자식이 세상에 발을 붙이게 하는 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늙고 병들고 자식들 품는 것 말고는 해본 것이 없는, 목욕탕 수건까지 훔쳐다 집걸레로 쓰는 억척스러운 어미들. 때론 진절머리 나게 싫고 너무나 안쓰러운 그들을 기억한다. 김숨은 아주 좋은 소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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