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휴가는 엄마, 언니, 나 이렇게 셋이서 가기로 했다. 

처음인듯 하다. 

언니는 나랑 여덟살 차이인데다 일찍 결혼을 한 탓에 언니 옆엔 언제나 언니의 가족 그러니까 형부랑 사내아이둘이 셋트로 묶여있었다. 엄청나게 집이 어려운 형부를 만나서 설겆이 한번 안해본 사람이 많이도 고생을 하며 산다. 마트 정육코너에 임시직으로 시작해서 이년만에 정규직 자리를 꿰차는 걸 보고 민들레처럼 하늘 거리던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이 놈의 마트는 쉬는 날이 없다. 머슴살이도 이런 머슴살이가 없다. 내가 서울 올라온지 십이년만에 처음으로 언니네가 가족들을 데리고 두달전에 서울로 놀러를 왔다. 그 와중에도 마트에서 전화는 쏟아지고, 아이들은 피곤하다고 투덜됐으며, 형부는 내게 폐가 될까봐 전전긍긍이었다. 

나는... 여자들끼리 예쁜 것도 사입고, 좋은 곳에도 데려가고 싶고 그랬는데 그러지를 못해서 아쉬웠다. 

어쨌거나 그래서 이번에는 다 떼어놓고 셋이서 외국으로 나가버리기로 했다. 언니는 여권이 없다하여 만들라고 하고 어디 가고 싶냐고 했더니 태국이 가고 싶단다. 

그런데 엄마한테 물어보니 '딸 효도관광 시켜줄려면 기왕이면 비싼 선진국에 데려가야지 태국이냐. 너 언제 또 데려가 줄라고?' 웃으며 농이다. 어머니는 환갑이 넘고 하던 장사를 접으신 후부터 거의 한달에 한번은 어디를 나다니셔서 여행의 전문가다. 눈높이 맞추기 여행초보인 나로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67먹은 어머니와 마흔 먹은 유부녀 언니와 서른두살 먹은 나의 취향은 이 짧은 여행내내 얼마나 부닥거릴 것인가~~~  

일정짜기도 어렵다. 너무 더워서 어머니가 쉬이 지치지는 않을지, 그렇다고 암것도 안하자니 어머니 성품에 난리날 듯 하고. 먹거리도 너무 비싸도 한소리 들을 것이며, 입맛에 안맞아도 모라하실듯 하다. 아~~~ 괜히 한다고 했을까.. 으흑.. 

그래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하늘이 맺어둔 내 단짝 친구들이니까 좀 욕을 해도 금세 잊어주고 또 좋아해줄테니까... 한번 도전을 해본다... 

혹시, 태국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의 가열찬 정보제공을 머리숙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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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6-2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랑 엄니를 뫼시고 갈 거라믄 아무래도 배낭족들이 가는 장소보다는 고즈넉한 리조트가 좋지 싶어요. 파타야나 그런 데 숙소와 비치와 마사지가 한꺼번에 보장되는 리조트가 있을텐데염. :)

무해한모리군 2010-06-24 18:13   좋아요 0 | URL
저도 리조트를 생각했는데, 가서 너무 할게 없으면 두사람이 막 저를 미워할거 같다는 ㅠ.ㅠ

전호인 2010-06-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언니와의 우애와 엄마에 대한 효도가 동시에 곁들어 있군요.
일타쌍피를 한방에 하게되었네요.
추카추카.
태국에 대한 여행계획, 글쎄요 아무래도 외국은 패키지여행이 좋지 않을까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4 18:13   좋아요 0 | URL
저희가 우애있다 보기는 워낙 사는 곳도 다르고 해서 조금 낯설기까지 한 관계인듯 해요. 그래도 일단 가족이니까 나는 너를 믿는다, 너도 나를 믿겠지 하는 마음은 있지만.

잉크냄새 2010-06-2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국이 요즘 국내정치가 불안정하여 치안이 불안한 것이 좀 마음에 걸리네요. 가실 즈음의 상황에 따라 타이항공을 이용하여 치앙마이로 직접 가시는 것도 고려해볼만 할겁니다.
1.앙코르와트 유적지 - 너무 넓어서 지치지만 그래도 태국인지라.
2.치앙마이 - 고산지대 코끼리 투어
3.푸켓 - 피피섬인가 쿠피피섬인가 하여간 물이 가장 맑은 곳이죠. 신혼여행 이리로 가실꺼면 구태여 지금 가실 필요없겠죠?
4.꼬 싸무이 - 해변도 이쁘고 스노쿨링투어가 괜찮은 곳이죠.
일정에 따라 이곳을 집중알아보시고 가시는 것도 좋을듯...한곳이 아니라면 저 여행지 사이의 국내항공이나 교통편을 미리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참, 가능하시면 패키지보다는 배낭메고 개인일정이 더 재밌습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미리 준비만 하시면 만사오케이.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0:41   좋아요 0 | URL
앙코르와트는 아무래도 안될거 같아요 어머니 모시고 가야해서 ^^
휴양지 중에서 구경거리도 좀 있고 이런 곳이로 골라보려구요.
고맙습니다.
더 고민해 봐야겠어요~

또치 2010-06-2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태국! 맛있는 게 많아서 휘모리님은 엄청 좋아할 거 같아요.
제가 즐겨보는 블로그가 하나 있는데요, http://blog.naver.com/myolongi/ 이라고...
한번 가보셔요. 최신 정보가 정말 많더라구요.
저도 태국에 부모님 + 여동생 이렇게 같이 갔더랬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0:41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 멋진 사이트네요.
없는 정보가 없네요.
일단 할 일 없다 싶으면 먹는걸로 가족들을 기쁘게 하는 방향으로 ㅋㄷㅋㄷ

Kitty 2010-06-24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저도 오늘 엄마랑 밥먹으면서 여행 가자는 얘기 했어요 ㅋㅋ
저희 엄마랑 저는 이미 유럽 한 달 배낭 여행도 함께 한 사이라능~
항상 패키지로 여행다니는 엄마는 그 때 자유 배낭여행이 넘넘 좋았다고 하지만
저는 그 여행 내내 머리 빠지는 줄 알았슴다 ㅠㅠ 엄마 잃어버릴 뻔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패키지를 추천하옵니다. 자유 여행이 더 재미있기는 하지만
가족이랑 가면 몸 편하고 일정 스트레스 안받는게 최곱니다.
안그러면 싸움나거나 머리 쥐어뜯기 십상이죠.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추억이지만 ㅋ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0:43   좋아요 0 | URL
저는 솔직히 누군가 일이 틀어졌을때 원망을 돌릴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저 여행사가 그렇네 좀! 하면서 ㅋㄷㅋㄷ
견적 받아보고 결정해봐야겠어요.

2010-06-25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6-2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번 여름 휴가 정말 근사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언니분 그리고 어머님 모두 행복하게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0:44   좋아요 0 | URL
저는 근사한거 안바라고 욕조금만 먹고 싸우지 말자로 모토를 정했습니다 ㅎㅎㅎ

hanalei 2010-06-25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 일년을 방콕 지사장 하고서도 뒷골목 값싼 마사지 집 밖에 기억안난다는...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8:46   좋아요 0 | URL
마사지! 그걸 꼭 해보고 싶어요 레이_시즌4님 ㅎ
방콕에 오래계셨구나.
저도 일때문에 중국 청도에 몇 번 갔는데 기억나는건 제가 갔던 공장밖에 없다는 ㅋㄷㅋㄷ

pjy 2010-06-25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국...여름휴가지로 젤 맘에 들었던 곳입니다^^ 일타쌍피! 아마 결국 엄마가 젤 씽씽하게 돌아댕길걸요~~ 저도 패키지로 생각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당! 자유여행은 넘 골 아픕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8:48   좋아요 0 | URL
뭐 저희 어머니가 제일 잘 다니는 건 이미 정해졌습니다.
저희 셋이 산에 가잖아요. 엄마가 막 눈 앞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십니다 ㅋㄷㅋㄷ

꿈꾸는섬 2010-06-25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태국 별로더라구요. 다른 곳을 고려해보심이 어떠실까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8:50   좋아요 0 | URL
세 곳정도 더 견적해 달라고 해서 물어봐야겠어요~
셋이서 같이 할게 많은 데로 가려구요~
오 섬님은 그나저나 태국!을 가보셨군요~ 혹시 신혼여행?

꿈꾸는섬 2010-06-25 18:24   좋아요 0 | URL
네, 신혼여행^^

2010-06-25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6-2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속의 에피소드들을 모으면 한 편의 소설이 될 듯 하다는...
휘님...그래도 머슴하나는 델구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8:49   좋아요 0 | URL
에.. 혹시 앤님아를 말씀하시는거면 머슴이 아니라 상전이죠 상전 ㅎㅎㅎ

그러게요.. 벌써 설레는게 아니라 걱정이 앞을..

마녀고양이 2010-06-2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태국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저는 의외로 일본도 아기자기하니 참 좋던데...
아님 시원한 발리나 세부 쪽은 어떠세요?

부러워요. 여행이라니... 아휴.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9:56   좋아요 0 | URL
일본은 어머니가 많이 다녀보셔서요.(친구분이 있으세요)
세부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

자하(紫霞) 2010-06-25 12:28   좋아요 0 | URL
발리 세부 원츄!

무해한모리군 2010-06-25 12:55   좋아요 0 | URL
세부가 좋군요 오호!

꿈꾸는섬 2010-06-25 18:24   좋아요 0 | URL
오호, 세부 좋아요.^^

2010-06-25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06-2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모시고 다니는 거면, 패키지 추천합니다. 해외 자유여행은 본인이 그 지역에 빠삭해도 모시고 다니기 힘듭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5 12:57   좋아요 0 | URL
역시 제가 저 두냥반의 취향을 알고 있다는 자신이 없어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샘 2010-06-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한 편 나오겠군여. ㅍㅎㅎㅎ
건투를 빌어야 겠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5 12:58   좋아요 0 | URL
네 행운을 빌어주셔야 할판입니다.
대판 싸우는건 아니겠죠 --;;

글샘 2010-06-25 15:32   좋아요 0 | URL
뭐, 소설이 되려면, 한판 싸우고, 울고, ㅋㅋ
누군가 사라지고, 알고보면 사소한 일이고... 뭔가 잃어버리고, 정말 멋진 사람들도 만나고... 기대하겠습니다.
아울러 행운도... ^^

무해한모리군 2010-06-25 18:39   좋아요 0 | URL
저 겁주려고 일부러 이러시는 걸거야 ㅠ.ㅠ

글샘 2010-06-25 19:59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겁먹으실 휘모리님이 아니시죠. ^^
날씨도 좋고 사이도 좋고... 즐건 여행 꾸미세요~
저는 여행, 꿈도 못 꿉니다. ㅠㅜ